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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옷 잘 입히는 남자’ 정윤기 인트렌드 대표

“스타에게 사람들의 꿈을 입혀요. 그러면 유행이 만들어지죠”

  • 김민경 주간동아 편집위원 holden@donga.com

‘옷 잘 입히는 남자’ 정윤기 인트렌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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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잘 입히는 남자’  정윤기 인트렌드 대표

2008 부산국제영화제의 수애. ‘드레스의 여왕’ 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즈음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소란스러워진 세계 패션계는 스타일링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스타일리스트는 단순한 의상담당자가 아니었다. 스타일링은 패션이라는 재료로 새로운 이미지와 비주얼을 창조하는 ‘예술’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잡지 편집장은 대부분 가장 뛰어난 스타일리스트가 됐다. 옷을 만드는 건 디자이너지만, ‘그 위에 미학적이고 사회적인 텍스트를 입히는 사람’은 스타일리스트인 것이다.

그러므로 스타일리스트에게 필요한 재능은 대중의 욕망, 트렌드의 속성을 꿰뚫어 그것을 입히는 것이다. 체계적으로 정리된 것 같진 않지만, 정 대표는 그것을 갖고 있다. 옷과 구두 더미로 가득 찬 혼돈의 옷장에서 필요한 옷을 귀신처럼 찾아내는 옷장 주인처럼.

청담동의 조용한 한식집에 그는 양손에 휴대전화를 하나씩 들고 들어왔다. 약속 시간에서 20분쯤 지났을 때였다. 그는 오다가 교통사고가 났고, 직원 한 명이 복통으로 병원응급실로 실려 갔다고 했다. 그는 두 대의 전화로 보험회사와 병원에 계속 전화를 했다. 몇 차례의 약속 연기와 지각에 이 산만함이라니. 그러나 “내가 이게 문제야. 직원이 그렇게 많아도, 내가 모든 걸 다 해야 하거든요. 미안해요”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을 보자 이상하게도 함께 걱정이 되는 거였다.

인트렌드의 클라이언트 중 한 사람이 내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 인트렌드의 파워는 대개 정윤기 개인의 캐릭터에서 나오는 듯해요. 보통 한국 남성과는 완전히 다른 감각을 가지고 있는 데다가 아무리 근엄한 클라이언트 앞에서도 친구에게 수다 떨 듯이 얘기를 하거든요. 일단 그를 보면 모두 즐겁고요. 클라이언트가 불만스러운 점이 있어 담당 직원을 불렀다가도 직접 그가 울상을 지으면서 들어오면 오히려 위로를 하게 돼요. 무엇이든 저렇게 직접 부딪치고 동분서주하는데, 믿을 수밖에요.”



▼ 오랫동안 방송도 하고, 신문에 글도 쓰는데 여전히 인터뷰는 어색한가 보다. 녹음 시작하니까 말투가 달라진다.

“패션이 아니라 속마음을 이야기해야 하니까 진지해진다. 아주 가끔 이런 기회가 필요한 거 같다. 정색하고 인터뷰하기. 나를 업데이트하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주부’김희애를 패션 아이콘으로

▼ 여전히 많은 일을 하나 보다. 방송에서 자주 보게 된다.

“케이블 TV를 고정으로 2개 진행하다 얼마 전 하나로 줄였다. 최근엔 권상우·손태영 커플 화보, 빅뱅의 화보를 진행했고 정우성, 김희애 등의 광고 촬영을 했다. 송윤아씨와 이탈리아에서 열린 패션 행사에 다녀왔다. 아, 최근 제일 즐거웠던 건 대한민국 영웅 박태환의 ‘에스콰이어’ 표지를 찍은 거. 너무 좋았다.”

▼ 많은 스타에게 옷을 입혔지만, 유난히 기억나는 장면이 있을 거다.

“김혜수씨의 청룡영화제 레드카펫과 ‘플러스유’(김혜수 진행의 토크쇼. 매번 김혜수의 옷이 화제가 되곤 했다) 스타일링, 수애를 드레스의 여왕으로 만든 것. 레드카펫에서 그녀는 아름다움의 절정이었지 않나. 그래도 ‘내 남자의 여자’에서 김희애 누나를 패션 아이콘으로 만든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 섹시한 주부의 모습이 지금은 당연한 듯 받아들여지지만, 아줌마를 여자의 모습으로 보여줘서 논란도 됐다. 드라마 속 행동이 아니라 그 모습을 직접 보니 더 충격이었던 거다.

“주부들이 말은 못하고 있었지만 바로 그 모습을 원했던 거 아닐까. 동경하는 대상을 100% 따라할 순 없지만 누구를 좇을진 안 거다. 어떤 여성이나 섹시한 면이 있다. 남자도 마찬가지다. ‘난 안 된다’는 그런 말은 하면 안 된다. 또 여성은 청순함, 지적인 모습 등 다양한 면을 갖고 있다. 스타일리스트에게 가장 좋은 배우는 강한 개성보다 천의 얼굴을 가진 희애 누나 같은 사람이다.”

▼ 그래서 김희애씨가 들고 나온 백들이 그렇게 잘 팔린 걸까.

“많이 팔았다. 스타 마케팅을 해보면, 한국 여성은 특별히 백에 민감하다. 가장 먼저, 크게 반응이 온다. 가방은 한국에서 유행에 가장 민감한 아이템이다.”

‘옷 잘 입히는 남자’  정윤기 인트렌드 대표

스타일리스트 정윤기가 설립한 스타일링 & 홍보회사 ‘인트렌드’ 사무실.

▼ 남편들은 그 가방들을 싫어한다.

“진심으로 남편들은 아내들이 어디서든 유행에 뒤떨어져 보이길 바랄까. 맛있는 거 연구하고, 좋은 음식 찾아다니는 건 찬사받는데, 왜 패션은 그렇지 않을까. 대한민국 사람들은 남을 지나치게 의식한다. 나를 꾸민다는 건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그 행복을 다른 사람도 알았으면 좋겠다.”

▼ 그렇게 유행을 만들어내면 희열감도 굉장하겠다.

“김희애가 입으면 뜬다는 말이 나오고, 협찬 의상은 ‘완판(완전 판매)’되고, 무명 브랜드가 유명해지면 기분 좋다. 한국의 ‘섹스앤더시티’를 만드는 느낌이랄까.”

▼ 대한민국의 패션 트렌드를 마음대로 주무른다고 스스로 생각해본 적 있나.

“아, 그건 자만이고, 그래도 10%쯤? 아니, 그것도 너무 많고, 1% 아니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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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주간동아 편집위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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