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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국방 전문기자의 잠실 제2롯데월드 심층진단

“법적으론 하자 없다, 그러나 법대로 해서 안보에 구멍 뚫리면…”

  • 이정훈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이정훈 국방 전문기자의 잠실 제2롯데월드 심층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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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풍만 분다면 101빌딩은 송산공항에 착륙하는 항공기 안전에 거의 지장을 주지 않는다. 동풍이 불면 항공기는 이 공항 활주로 서쪽에서 동쪽을 향해 착륙할 것이기 때문이다. 활주로 서쪽으로 착륙하는 항공기는 송산공항 북쪽에서 방향을 틀므로, 활주로 남쪽에 있는 101빌딩은 항공기 안전에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나 바람 방향이 서풍(西風) 계열로 바뀌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서풍이 불면 항공기들은 동쪽에서부터 착륙에 들어가야 하므로, 이 공항 남쪽에서 선회하면서 착륙준비를 한다. 그런데 바로 이곳에 101 빌딩이 있으니 선회하는 비행기는 이 빌딩과 충돌할 수도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101 빌딩 건설은 대만에서도 큰 문제가 됐었다. 대만은 이 문제를 항공 원칙이 아니라 정치적 대응으로 풀었다.

대만의 민용(民用)항공국은 항공기가 송산공항 남쪽을 선회하게 될 때는 101빌딩을 피할 수 있도록 더 크게 선회하라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런데 새로 만든 이 비행항로가 송산공항 인근에 있는 육군부대의 상공을 지나게 됐다. 당연히 대만 육군이 “우리 머리 위로 비행기가 지나가는 것은 보안상 문제가 있다”며 반발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은 천수이볜(陳水扁) 당시 대만 총통이었다. 당시 대만은 경제가 좋지 않았으므로 천 총통은 101빌딩 건설이 유도할 경기부양을 기대하며 ‘육군부대를 옮기면 된다’고 정리했다. 이로써 101빌딩이 건설될 수 있었다. 이 빌딩은 지금 타이베이(臺北)시의 명물이 돼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월간조선’은 보도했다.

서풍이 불 때 송산공항 남쪽을 선회해야 하는 항공기의 비행항로를 보다 크게 돌리고, 그로 인해 육군부대의 보안 문제가 일어나자 총통이 개입해 부대를 이전시킨 것은 정치적 해법이 동원된 전형적인 사례다.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월간조선’이 대만 사례를 적시한 것은, 서울공항 문제도 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암시로 해석될 수 있다.



국방장관 면박 준 이명박 대통령

과학과 정치 논리로 문제를 풀자는 롯데 측과 월간조선의 논리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이다. 지난 4월28일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투자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민관 합동회의’ 석상에서 공군 측 입장을 대변하는 이상희 국방부 장관을 향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해보세요.” “그런 식이니까 14년 동안 결정이 안 난 것 아닙니까. 날짜를 정해놓고 그때까지 해결할 수 있도록 검토하세요”라며 면박에 가까운 지적을 했다.

대통령은 국가원수이면서 군 통수권자다. 이런 대통령이 면박성 지시를 했으니 공군과 국방부는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관계자들은 이 대통령이 ‘날짜를 정해놓고 해결하라’고 한 말을, 올 연말까지 대통령이 원하는 해답을 찾아내라고 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실무자들이 생각하는 ‘옳은 답’이 아니라 ‘대통령이 원하는 답’을 찾는 것이 우선이 될 가능성이다.

이정훈 국방 전문기자의 잠실 제2롯데월드 심층진단

2003년 서울 송파구에 내걸린 서울공항 이전을 요구하는 현수막과 성남시 일대에 뿌려진 같은 내용의 전단.

실무자들이 생각하는 ‘옳은 답’과 대통령이 ‘원하는 답’이 다르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경제를 살리려면 이 대통령은 기업가의 기(氣)를 살려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지나치면 이 대통령은 ‘재벌의 대통령’노릇을 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서울시장은 서울 경제를 살리는 데 진력해야 하므로 안보와 사고(事故)는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모든 것을 책임지는 ‘마지막 사람’이기에 한쪽 논리로만 사안을 보아서는 안 된다.

대만의 101빌딩과 한국의 제2롯데월드 사례를 좀 더 상세히 비교해보기로 하자. 대만의 수도인 타이베이시 인근에는 도원(桃園)과 송산이라는 두 개의 민간 공항이 있다. 과거 도원공항은 장제스 총통의 호를 따서 중정(中正)공항으로 불렸으나 천수이볜 총통 시절 ‘도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도원공항은 세계와 대만을 잇는 국제공항이다.

송산공항은 중정공항이 개장한 1979년 이전까지 대만을 대표하는 국제공항이자 국내공항의 기능을 했으나 도원공항이 개장하면서 국내선 전용공항이 됐다. 한마디로 도원공항은 한국의 인천공항, 송산공항은 김포공항에 견줄 수 있다.

101빌딩은 민간공항인 송산공항 옆에 있지만, 제2롯데월드는 군 공항인 서울공항 옆에 있다. 서울공항은 대통령 전용기와 외국 정상이 타고 온 비행기가 뜨고 내릴 때 사용하는 위장 명칭이고, 실제 이름은 ‘공군 성남기지’다.

성남기지는 휴전선과 가장 가까이 있는 공군기지이지만 전투기는 배치돼 있지 않다. 성남기지에는 ‘공군 1호기(Air Force One)’로 불리는 대통령 전용기와 백두·금강 정찰기, CN-235와 C-130 등의 수송기, 그리고 탐색구조대대를 관리하는 공군 제15혼성비행단이 포진해 있다. 따라서 이 기지가 공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투기가 배치돼 있는 기지보다 크다.

성남시는 과거엔 경기도 광주군에 속해 있던 지역인데, 1960년대 후반 서울시가 무허가건물을 철거하면서 그곳 주민을 위한 이주단지를 이곳에 지으면서 인구가 늘어났다. 그리하여 1973년 광주군에서 독립해 성남시가 됐고, 그 2년 후 공군은 서울 여의도에 있던 기지를 성남으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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