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호

SOLID HOMME 우 영 미 디자이너 & 대표

“파리에서 내가 파는 건 고급 패션브랜드로서의 코리아”

  • 글·김민경 주간동아 편집위원 holden@donga.com 사진 제공·솔리드옴므

    입력2008-12-01 16: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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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LID  HOMME 우 영 미 디자이너 & 대표
    20년이 된 한국 패션브랜드가 거의 없어요. 시간과 히스토리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거니까 그 점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갖자고, 이제 그런 칭찬을 스스로에게 해주는 정도죠.”

    남성 패션브랜드 ‘솔리드옴므’의 디자이너이자 대표인 우영미씨는 그 이름처럼 한순간도 ‘솔리드’한 표정을 잃지 않았다. ‘옛 동지는 간 데 없는’ 패션계에서 ‘솔리드옴므’를 국내 매출 1위의 남성 캐릭터 패션브랜드로 키웠고, 10월23일 론칭 20주년을 기념하는 패션쇼를 열어 패션 관계자들과 언론으로부터 찬사를 받았으니, 얼굴에 미소나 홍조라도 띨 법한데 말이다. 유연하고도 단단한 그의 태도는 타고난 듯했다. 브랜드 이름도 작업실에서 미친 듯이 일을 하다 고개를 드니 무늬 없는 솔리드 옷감만 쌓여 있는 것을 보고 ‘난 참 솔리드하구나’ 하며 지은 것이라 했다.

    한국에서 그가 패션쇼를 연 것은 6년 만이다. 파리 컬렉션 진출 이후 현지 쇼에만 참여했기 때문이다. 그의 서울쇼에는 차승원 오지호 등 당대의 남성 셀레브리티들과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와 르몽드 기자 등을 포함해 무려 2800명의 관객이 몰렸다. 그의 존재감을 실감하게 한 자리였다. 그는 2002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파리 컬렉션에 참여하고 있으며 2006년엔 파리의 멋쟁이들이 모이는 마레 지구에 독립 부티크를 열어 남성복을 ‘수출’하고 있다. 한국 디자이너로는 유일한 행보다.

    SOLID  HOMME 우 영 미 디자이너 & 대표

    디자이너 우영미의 사무실. 장식품 없이 모든 것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그런 방이다.

    “IMF를 전후해 파리 컬렉션 진출을 더 미룰 수 없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패션계가 급속히 세계화하고 있었으니까요.”

    요란하게 해외 컬렉션을 시도한 뒤 어떤 소식도 전하지 못한 다른 디자이너와는 달리 그는 파리에서 경쟁력 있는 옷들을 꾸준히 선보였고, 독립법인을 설립해 마케팅을 했다. 그 결과 ‘우영미’는 유럽에서도 ‘감수성이 탁월한 남자들이 입는 옷’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현지 언론이 우영미는 파리에 ‘메종’(본거지, 근거라는 뜻에서 쓴다)을 둔 디자이너라고 말할 정도다. 그래도 아시아라면 일본, 디자이너라면 남성(십중팔구 게이)에 대해 대단한 환상을 가진 세계 패션계에서 한국브랜드, 그것도 남성복을 만드는 여성 디자이너라서 남몰래 눈물 흘리는 밤을 보내야 했던 건 아니었을까. “오히려 그들은 아시아에서 온 한국 여자가 남자 옷을 참 잘 만든다고 말해요. 옷에만 집중하면 돼요. 단, 패션은 커머셜(상업적)한 코드예요. 그게 파리 남자들과 맞은 거예요.”





    SOLID  HOMME 우 영 미 디자이너 & 대표

    10월23일 ‘솔리드옴므’ 론칭 20주년 기념 패션쇼.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란 구호처럼 우리를 오랫동안 잘못된 방향으로 몰아간 말도 없어요. 그 말 때문에 한복이나 버선, 오방색 옷을 외국인에게 파는 것을 한국 패션의 세계화, 한국 스타일이라고 오해하고 있어요.

    그건 관광 기념품을 파는 일이죠. 파리나 밀라노, 뉴욕의 패셔니스타들이 한국 디자이너들의 옷을 사게 만들어야 해요. 문화를 수출하는 건, 전통상품이 아니라 한국이란 브랜드를 파는 일이에요. 한국 문화, 패션은 ‘비싸다’ ‘고급이다’라는 걸 깨닫게 하는 거죠.”

    세계 패션계에서 주목받는 많은 디자이너가 그러하듯 그도 다국적 기업으로부터 파트너 제안을 받고 있다. 그는 “‘솔리드옴므’를 존중하는 기업과 함께 일할 생각이 있다. 곧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영미 대표는 살면서 가장 힘든 경험 중 하나가 ‘여자옷 만드는 일’ 이라고 했다. 대학 졸업 후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 반대패션에 입사했지만 꽃무늬에 하늘하늘 레이스 다는 일이 성에 맞지 않아 사표를 냈다.

    “내가 여성복을 만들었으면 내 나이에 따라 옷도 나이가 들었을 거예요. 디자이너의 절대적 모델은 어네나 자신이고, 그 옷을 남에게 입히기 위해 설득하는 것이거든요. 그런 점에서 제가 남성복을 디자인하게 된 건 다행이죠. 남성에 대해선 환상이 있어요. 그는 늘 젊어요. 그는 감수성이 뛰어나고, 건전하고, 지적이고, 제대로 된 남자예요. 세상 모든 남자에겐 뛰어난 감수성이 있어요. 그렇지 않다고 우리가 몰아붙이고 남자들이 감출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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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쇼의 피날레에 나온 우영미 디자이너. 오른쪽에 함 선 사람은 동생 우장희 전무(왼쪽) 서울쇼에서 선보인 겨울컬렉션(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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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 마레 지구의 우영미 부티크 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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