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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과 그들 외

  • 담당·이혜민 기자

춤과 그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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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과 그들 외
▼저자가 말하는 ‘내책은…’

한국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_ 탁석산 지음, 창비, 264쪽, 1만2000원

한국철학을 정립하기 위해 서양철학을 넘어서야 한다는 주장은 흔한 것이었다. 하지만 서양철학을 넘어서도 한국철학이 잘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그것은 지금 여기를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즉 지금 여기의 의미를 간과하기 때문에 한국철학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은 지난 100여 년간을 말하고, 여기는 이 땅을 뜻한다.

지금이 지난 100여 년간을 말하는 것이라면 자연스럽게 조선과는 단절된다. 즉 조선은 한국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점을 놓치면 한국철학을 정립할 수 없다. 한국과 조선 사이에는 분명한 단절이 존재하는데 단절을 무시하고 계승과 발전만을 논한다면 지금이 보이지 않게 된다. 물론 단절은 칼로 무 베듯 명확한 것은 아니다. 문화란 정치적 구조의 변혁에도 좀처럼 변하지 않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선과 고려가 주자학과 불교로 분명히 단절된 것처럼 한국은 조선과 분명히 단절된다. 단절을 전제로 하고 계승을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문화는 단절로 인해 발전한다는 데에서 시작하여 지금 여기의 한국문화 특성을 찾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현세주의, 인생주의, 허무주의가 한국문화의 특징이고 이 셋을 이끌고 가는 이념 혹은 철학은 실용주의라고 이 책은 말한다. 현세주의는 저세상은 없다, 지금 이세상이 전부라는 것이고, 인생주의는 일이나 업적보다 감각적 즐거움을 좇는 것이고, 허무주의는 인생이란 원래 공수래공수거, 좌절할 것 없다는 주장이다.



이 책은 이 세 가지가 한국인의 삶을 규정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서, 인생 뭐 있나, 죽으면 그만인데 열심히 살고 즐겁게 살자는 생각이 한국의 문화를 지배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특성들은 철학자의 가르침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데에 강점이 있다. 즉 생활 속에서 나온 것이다. 한국은 생존, 생활, 행복, 의미라는 단계를 거치면서 자생적으로 한국문화를 형성해왔는데 생활 속에서 대중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점에서 강할 수밖에 없다.

동시에 이런 문화를 이끌어온 철학을 만들어냈는데 그것이 실용주의다. 즉 인생의 즐거움에 유용한 것이 좋다는 믿음이 그것이다. 그런데 실용주의는 ~에 유용한 것이 좋다는 믿음이기 때문에 열린 문장이다. ~에 무엇이 들어갈지는 시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이 말은 실용주의가 시대의 요구에 따라 얼마든지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실용주의는 세 가지 주의에서 생겨났지만 이제는 이것들을 이끄는 철학이 된 것이다.

이 책은 한국은 어떻게 지독한 가난과 파괴에서 이토록 잘살게 되었는지에 대한 답을 제공하고자 한다. 그리고 눈부신 성공 뒤에는 반드시 어떤 철학이 있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이에 대한 답을 얻는다면 한국문화에 대해 자신감도 생겨날 것이고 지금의 험난한 위기를 넘길 수 있는 근거와 힘도 얻게 될 것이다. 특히 어려운 때 보험으로 작동하는 허무주의가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한국철학은 존재한다. 탁석산 | 철학가│

동남아문화 산책 _ 신윤환 지음

동남아는 덥다. 서 있기만 해도 습한 기운이 밀려온다. 그래선지 웃고 있는 동남아 사람들을 이해하기 어렵다. 짜증나는 날씨에 미소를 짓고 있다니, 미덥지 않다. 여행 중 우연히 마주친 동남아인만 웃고 사는 건 아니다. 대다수가 그렇다. 사회조사에 따르면 동남아인의 행복지수는 한국인보다 월등히 높다. 저자는 ‘왜 못살고 힘없는 나라에 사는 동남아인들이 더 잘살고 잘났다고 으스대는 한국인보다 행복할까?’라는 의문을 품고 25년간 동남아를 파헤쳤다. 자연, 지리, 역사, 정치, 경제 등 분야별 맥락뿐 아니라 의식주, 전통, 관습, 정치문화 등 구체적 영역도 살폈다. 이 책은 그 성과물로 ‘동남아인들의 힘과 행복의 근원’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근원으로 ‘다양성 속의 통합(Unity in Diversity)’등을 꼽는다. 대다수 동남아 국가는 수십, 수백의 종족으로 구성돼 있다. 창비/ 216쪽/ 1만5000원

자금성의 황혼 _ 레지널드 존스턴 지음, 김성배 옮김

“나의 이야기는, 불행한 덕종 황제가 숭고하지만 달성할 가망이 없는 개혁안을 시도한 1898년부터, 1931년 말 세계 정치무대의 태풍의 눈이 된 만주국이 출현하기까지의 34년간으로 한정하려 한다.” 청조의 마지막 황제인 선통제(宣統帝·부의)의 사부이자 대영제국 파견 관료인 저자가 ‘저물어가던 중국’을 그렸다. 연합군의 북경 입성, 서태후의 재집권, 공화국 수립, 원세개의 군주국 재건 시도, 풍옥상의 쿠데타, 부의의 출궁 등 굵직한 사건이 연이어 설명돼 있는 책을 읽노라면 격동기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이 기록은 단순한 회고록이 아닌 사료로 평가받아 케임브리지 중국사의 참고문헌, 국제재판의 증거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독자는 중국 근대화를 비판한 3자의 눈을 통해 한국 근대화의 허점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돌베개/ 740쪽/ 2만5000원

대기근, 조선을 뒤덮다 _ 김덕진 지음

“충청도에서 굶주린 엄마가 어린 자녀를 삶아 먹은 사건이 발생했다. 관아 사람이 사실 여부를 물었더니, 그녀는 큰병을 앓고 굶주리던 중 아들과 딸이 병으로 죽자 삶아 먹었을 뿐 죽여서 먹은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처럼 저자는 17세기 조선을 뒤덮은 대기근 현장을 생생히 묘사하면서 현상과 대책의 문제점을 짚어낸다. 100만명의 사상자를 낸 1671년 경신대기근은 ‘기후 변화 때문에’ 발생했다. 소빙기 현상에 따른 기후 변화란 것이다. 대책 면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가 나타났는데, 신료들이 저마다 해결책을 내놓는 과정에서 도리어 정쟁(政爭)이 지속, 확대됐기 때문이다. 대기근에 처한 국민과 국가, 피지배층과 지배층의 갈등 양상을 보노라면 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깨달을 수 있다. 푸른역사/ 352쪽/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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