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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경북 영천에서 전원생활 강신성일

칠순에도 애인 밝히는 저 대책 없는‘주책’허나 어쩌랴, 그래서 더 귀여운 것을…

  • 이혜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behappy@donga.com│

경북 영천에서 전원생활 강신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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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그림 같은 건 한옥이다. 그가 자랑, 자랑, 자랑하는 한옥이다.

“이 집 참 곱지 않아요? 단아한 여인네 같아. 다른 데 가 봐도 이렇게 좋은 집이 없어. 앞에는 강이 있고 뒤에는 산이 있고. 나무도 좋잖우. 이 집 지을 때 쓴 나무가 오대산 금강송이에요. 옹이 있는 것 보이지요? 풍수명리학 하는 사람이 보고는 그러대요. 실로 귀한 소나무가 기를 쏟아주고 있다고.”

직사각형으로 생긴 한옥 좌우에는 각각 안방과 손님방이 있다. 안방 뒤에는 부엌이, 손님방 뒤에는 손님용 화장실이 있다. 부엌은 혼자 사용하기에 딱 알맞아 보인다. 외진 데 살아 적적하겠다 물으니 흥분을 가라앉히며 말한다. 그래도 씩씩대는 소리가 난다.

“난 너무너무 바빠. 개, 말 밥 주고 똥 치우면 시간이 후딱 지나가요. 정원은 아직 완성되지 않아 손이 많이 가거든. 바위도 나르고 해야 하니 일이 많죠. 게다가 난 여기 주변 쓰레기도 다 줍거든. 아무도 안 치우니 누가 하겠어요 내가 하지. 한옥에서 살아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한옥, 그게 참 손이 많이 가요. 하루라도 안 치우면 무당벌레들이 막 나오거든.”

그는 대화 도중 불쑥불쑥 나갔다 들어왔다. 쉬러 가는가 싶었는데 말똥 치러, 개 뼈다귀탕 주러, 빨래 개러, 전화 받으러, 그렇게도 바쁘게 돌아다녔다.



트위스트 김의 순정

“애들(강아지들)이 참 순해. 저거 봐, 철수하고 백두가 싸우면 딤프가 백두 보고 막 뭐라고 짖잖아, 싸우지 말라고. 자기네끼린 오누이라 통하거든. 백두랑 철수 콧등 봐요. 싸움 많이 하는 놈들이라 콧등이 성할 날이 없어. 허허”

경북 영천에서 전원생활 강신성일
주인이 자기 얘기 하는 걸 아는지 딤프가 와선 주인 어깨에 얼굴을 비빈다. 그러곤 베자루를 들여다보곤 입맛을 다시려던 찰라, 굵은 바리톤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린다.

“(손으로 개 등짝을 철썩 때리며) 이 눔아! 먹지 마! 이 눔, 저리 가! ”

그는 주변에 사람이 많다. 이렇게 전원에서 한가로이 살 수 있는 것도 그 덕분이다.

“집은 내 힘으로, 아니, 내 친구들 힘으로 지었지. 감옥에서 갓 나온 내가 돈이 어디 있겠어요. 추징금도 친구들이 다 내줬는데. 친구들이 후원금 내줘서 이 땅도 살 수 있었지. 그래서 이 집이 더 고맙죠,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게. 저 원두막도 누가 와선 뚝딱 지어줬고, 개하고 말도 누가 다 줬어요. 백두는 김정일 위원장이 고(故) 정주영 회장에게 준 걸 정몽준 회장이 새끼 받아 다시 그 새끼를 내게 준 거고. 흙 모자라 고민이었는데 마침 집 앞 공장에서 흙 처분을 고민하고 있기에 싸게 해결 봤어요.

한 10여 년 전부터 나하고 엄앵란이 하고는 주머니 간섭 안 하고 살아. 절대 서로 피해 안 주기로 했거든요. 내가 정치를 해서 그런지 엄앵란은 ‘중국 때년(되년)’이야. 이 집 지을 때도 10원 한 장 안 보태더라고. 내가 장난으로 그럽니다, 돈 3억 가져오면 대문 열어주겠다고.”

그를 13년간 보좌해온‘비서실장’도 그들 가운데 하나다. ‘라디오스타’에서 박중훈을 떠받드는 안성기보다 한 수 위다. 말이 끝날 때마다 “네, 의원님, 네 의원님” 하며 깍듯하게 대한다. 출소를 묵묵히 기다렸던 그는 요즘에는 신문 챙기기, 사료조달, 음식배달, 청소 같은 살림을 도울 뿐 아니라 대구국제뮤직페스티벌(DIMF) 비서실장 업무도 한다. 그에게서 언뜻 신성일을 닮고 싶어하던 트위스트 김의 순정(영화 ‘맨발의 청춘’)이 보인다.

“감옥에 있을 때 윤정희 백건우 부부가 와선 ‘베토벤의 삶과 음악세계’란 책을 주더라고요. 베토벤의 삶을 보면 견디는 데 도움이 될까 싶다면서 읽다 보니 베토벤 멋지데요. 그래서 일단 머리 스타일부터 닮자 싶어, 경아(딸)한테 엄 여사 자주 가는 이촌동 미용실 예약해두라 했어요. 출소한 날 그렇게 가서 파마한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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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behapp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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