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Interview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장

“서울대는 금강석 받아 돌멩이로 내보낸 우물 안 개구리”

  • 송홍근│동아일보 기자 carrot@donga.com│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장

2/6
우물 안 개구리

▼ 광고 효과가 컸다고 보나요?

“좋았다, 나빴다라곤 평가하기 싫어요. 어떤 틀을 깨는 성과는 거뒀다고 봐요.”

▼ 광고업계에 물어보니 고려대 경영대가 신문광고에 쓴 돈이 적어도 20억원은 된다고 하더군요.

“그건 말 못해요. 공개해서도 안 되고. 그렇게 많이 쓰진 않았어요. 연세대는 우리보다 훨씬 덜 썼고.”



▼ 서울대는 “두 군데 붙어 고대 가는 학생 못 봤다”고 했고, 연세대는 “잘못된 정보를 전달했다”고 대응했습니다.

“서울대에서 나온 말은, 세상 사람이 다 아는 얘기죠. 크게 실망했어요. ‘서울대가 그것밖에 내세울 게 없나’ 깜짝 놀랐죠. ‘서울대 경영대는 이런 곳이다’라면서 성과와 비전을 드러냈어야죠. 연세대는 우리의 비교대상에 아예 안 들어갔어요. 광고도 연세대를 타깃으로 한 게 아니거든요. 잘못된 정보라고요? 광고에 사실과 다른 게 하나도 없어요. 우리는 광고를 내면서 연세대도 서울대에 도전하길 바랐어요. 그런데 실망스럽더군요. 실체적으로 우리나 연세대나 서울대에 뒤지는 게 ‘하나 빼고’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세 학교 모두 세계시장에선 ‘우물 안 개구리’ 아닙니까? 경쟁의 틀 자체를 세계시장으로 옮겨야 해요. 서울대는 더 이상 우리의 경쟁상대가 아닙니다.”

고려대 경영대가 21세기에 접어든 뒤 약진했다는 점엔 이견이 별로 없다. 2006년 영국 ‘더 타임스’ 대학 평가에서 고려대 경영대는 사회과학 분야에서 국내 1위, 세계 66위를 차지했다. 2006년 교육과학기술부 BK21사업단 평가에서 이 대학 MBA 과정이 2006년, 2007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아시아·호주 지역 53개 주요 대학이 15년간(1990~2004) 22개 유명 학술지에 게재한 경영학 분야 논문 수 평가에서도 고려대가 국내 1위다.

졸업생의 품질

“고려대, 서울대에 입학하는 학생의 수준은 세계 어느 대학과 비교해도 손색없어요. 교수들한테 이런 얘기를 해요. 한국 톱 대학들은 다이아몬드를 받는다고. 돌멩이를 받아서 금강석을 만드는 게 교육기관의 구실인데, 우리 대학들이 다이아몬드를 돌멩이로 만들어 내보내고 있다고. 학생들 자질을 보면 하버드, 옥스퍼드 신입생보다 조금도 뒤지지 않아요. 그런데 우리 대학들이 스스로 자신감을 갖지를 못해요.

제자들이 와튼스쿨에 교환학생 다녀와서 뭐라고 그러는 줄 알아요. ‘거기 친구들 똑똑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던데요’라고 해요. 한국에서 서울대·고려대·연세대 경영대는 고3 수험생 중 톱0.2%냐, 0.4%냐를 놓고 다퉈요. 서울대가 0.25%였는데 우리는 0.30%이고, 연세대가 0.31%였다는 식으로 따집니다. 참 한심한 일 아닙니까? 신입생의 능력이 아니라 졸업생의 실력으로 평가받아야 해요. 그런 면에서 우리는 자신 있습니다. 장학금 혜택 늘리고, 교수 숫자 늘리고, 교환학생 수 늘리는 게 서울대랑 한국에서 경쟁하자는 게 아니에요. 적어도 아시아 선두권인 싱가포르국립대, 홍콩과기대를 타깃으로 삼아야죠.”

▼ ‘in put(투입)’ 경쟁에서는 서울대에 뒤질지 몰라도 ‘out put(산출)’ 경쟁에선 우위에 서겠다는 이야기군요.

“신입생의 성적이 아닌 4년 뒤 졸업생의 ‘품질’로 평가해야죠. 그런데 한국의 교육시스템은 인풋 경쟁에 함몰됐어요. 그런 경쟁이 교육제도를 왜곡하고, 교육기관의 경쟁력을 떨어뜨립니다. 수능점수가 높으면 뭐합니까? 졸업한 뒤 사회·기업·정부에 가서 능력을 발휘하는 게 중요하죠. 아웃풋 중심 경쟁에선 누구한테도 이길 자신이 있습니다.”

▼ 고법연상(高法延商·고려대는 법대를, 연세대는 상대를 알아준다)이라는 말이 1970년대에도 있었습니까?

“내가 고려대 74학번입니다.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있었던 것 같아요. 법대가 워낙 아웃스탠딩했고, 내세울 만한 게 법대였죠. 그리고 ‘연상(延商)’은 경영학만을 가리키는 게 아니었습니다. 경제학+경영학 개념이죠. 1970년대까지는 거시경제학이 경영학보다 한국에 더 필요했습니다. 시장이 발달하면서 경영학 시대가 열렸고요. 지금 한국의 ‘경제신문’은 ‘경영신문’ ‘산업신문’에 가깝습니다. 고려대 경영대는 뿌리가 깊어요. 우리 학교는 1905년 법과와 이재학과로 출발했습니다. 경영학이라는 단어로 ‘과’를 만든 것도 우리가 처음이고요.”

전통적으로 ‘넘버 3’이던 이 대학이 혁신에 나서 성과를 거두면서 ‘고법연상’의 틀도 흐트러졌다. 청솔학원평가연구소가 2006학년도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정시 합격자 수능시험성적을 분석한 결과, 고려대 경영(538.9점)이 연세대 경영(537.3점)에 비해 수능표준점수가 1.6점 높았다. 2007학년도 메가스터디의 표본조사에서도 고려대 경영은 537.3점으로 서울대 경영(537.2점)과 연세대 경영(536.5점)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2/6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목록 닫기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장

댓글 창 닫기

2019/09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