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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와인③

비욘디 산티 vs 솔데라

생명력 탁월한 숙성 와인 vs 자연이 키운 순수 와인

  • 조정용│와인평론가 고려대 강사 cliffcho@hanmail.net│

비욘디 산티 vs 솔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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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디 산티 vs 솔데라

비욘디 산티(왼쪽),솔데라.

약 500년 이상 방치됐던 탓에 박물관이 될 운명이었던 이곳에 한 프랑스 신부가 나타나 영성 훈련 공간으로, 즉 500여 년 전의 수도원 기능을 복원하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이 얘기를 전해들은 프랑코는 아무도 돌보지 않았던 수도원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관공서를 제집 드나들 듯했다. 그리고 마침내 1992년 낡은 수도원은 새롭게 거듭났다. 그때까지 이곳저곳을 떠돌던 성직자들이 그의 도움을 받아 수도원 생활을 시작했다. 몬탈치노의 수도원이지만 신부는 모두 프랑스인이다.

프랑코는 십수년 전에 우리나라를 방문하기도 했다. 숭례문의 기풍 당당함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 비욘디 산티의 특별한 전통은 이미 오래전부터 정평이 나 있었다. 런던 주재 이탈리아대사관의 만찬에 제공된 1955 리제르바는 엘리자베스 여왕을 비롯한 많은 국빈을 놀라게 했다. 이탈리아에도 이렇게 훌륭한 와인이 있다는 사실에 와인 애호가가 경탄해 마지않았다. ‘여왕의 와인’이란 별칭을 얻었을 정도다. 미국 와인잡지 ‘와인스펙테이터’도 그 진가를 놓치지 않았다. 1955 리제르바를 20세기를 대표하는 ‘베스트 10’으로 선정했다. 이탈리아 와인 중 유일하게 순위에 들었다.

브루넬로의 숙성력은 1994년에 열린 세기의 시음회를 통해 전세계에 알려졌다. 이 시음회에서 1888년부터 1988년까지 무려 100년에 걸쳐 잘 여문 열다섯 빈티지가 개봉됐다. 관심의 초점은 당연히 1888과 1891. 특히 1891 빈티지는 대단한 맛과 향을 지닌 것으로 기록됐다. 영국 출신 와인저널리스트 니콜라스 벨프리지는 “어떤 인간이 이 103세 와인만큼 건장하리요?”하며 10점 만점에 10점을 줬다.

비욘디 산티 vs 솔데라

솔데라 명품을 만든 지안 프랑코.

비욘디 산티 브루넬로의 비밀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신맛이 강하고, 타닌이 풍부한 브루넬로를 전통 있는 포도밭 일 그레포(Il Greppo)에서 재배한다. 페루치오는 필록세라(포도뿌리 혹벌레)로 황폐해진 이 밭에 미국산 나무를 들여다 산지오베제 접붙이기를 했다. 남들이 여러 품종을 혼합해 당장 마시기 좋은 와인, 팔기 쉬운 와인에 매달릴 때도 비욘디 가문은 오로지 마을의 정체성이 담긴 산지오베제를 통해 숙성력이 뛰어나 오래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와인을 양조하려고 애썼다. 청포도를 섞어 산지오베제의 타닌과 신맛을 잠재우기보다 오히려 긴 숙성기간에 그 속성들이 와인에 스며들도록 했다. 비욘디 산티는 양조기간이 5~6년 이상 걸린다.

프랑코가 후회하는 일이 하나 있다. 오크통 숙성기간을 단축한 것이다. 서둘러 판매하려는 지역 양조업자들에게 손을 들고 말았다. 짧아진 숙성기간 안에 브루넬로의 타닌과 신맛을 다스리려니 기존의 큰 오크통 대신 바릭(barrique·225ℓ들이 오크통)을 쓰게 됐다. 프랑스에서 흔한 바릭이 국경을 넘어 몬탈치노에까지 범람한 것이다. 그 결과 전통의 맛이 사라지고 인위적 오크향이 짙어졌다. 결국 브루넬로라고 해서 다 같은 브루넬로가 아니다. 생산자를 가려야 한다. 그래도 역시 비욘디 산티의 브루넬로는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대표급 와인이다.



“비욘디 산티, 체르바이올라, 체르바이오나 등은 있는데, 손님이 찾으시는 건 없네요. 죄송합니다. 그건 좀 구하기 힘들어요.” 주인장은 못내 아쉬워한다. 여기는 이탈리아의 몬탈치노. 일주일 전 피렌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월에 벌어지는 시음회에 참여하러 몇 년째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 이 와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몬탈치노에서 비욘디 산티보다 구하기 힘든 게 하나 있다. 바로 솔데라다.

“그건 좀 구하기 힘들어요”

지안프랑코 솔데라(Gianfranco Soldera)는 밀라노에서 보험중개업을 하다 문득 자기 이름의 와인을 만들고 싶어졌다. 그는 점찍어둔 몬탈치노에 양조장을 차렸다. 그리고 브루넬로(Brunello)에 남은 인생을 걸었다. 브루넬로는 산지오베제의 변종으로 몬탈치노가 고향인 검은 포도의 일종이다.

그는 1972년 타벨넬레(Tavelnelle) 지구의 황량한 풀밭을 매입해 30여 년 만에 몬탈치노의 간판 양조장으로 일궈냈다. 카제 바세(Case Basse)라 불리는 양조장 전체 면적은 25㏊, 그중 포도밭은 9㏊ 정도다. 포도밭 전체가 숲이나 개울로 둘러싸였다. 지극히 자연에 가까운 포도밭이다. 개울을 건너면 안젤로 가야의 양조장이 있다.

“포도나무 버팀목 위의 저 상자들은 무엇인가요? 많기도 하네요.”

“아, 그거요? 새집이에요. 포도가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해충을 막기 위해 수백 개의 새집을 놓아두었어요. 대학 연구팀이 매년 새의 생태를 연구하기도 합니다. 모든 새집에는 실제로 새가 살고 있지요.”

카제 바세는 새집 외에도 퇴비를 직접 만들고, 장미를 곳곳에 재배하고, 양봉을 하는 등 자연환경에 무척 공을 들인다. 한쪽에 지은 주택에는 아기자기하게 단장된 정원이 있다. 주변을 돌아보면 온통 식물 천지다. 포도나무가 끝도 없이 줄 서 있는 대규모 반피(Banfi·신흥 명문 와이너리. 토스카나 지역을 대표하는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를 생산하며 지역 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와는 사뭇 대조적인 광경이다. 원예학적으로 아름답게 꾸민 프랑스 포이약의 샤토 피숑 라랑드나 소테른의 레이몬드 라퐁에 견줄 만하다. 지안프랑코의 딸 모니카는 포도밭을 안내하던 중 흙을 한줌 쥐어 보였다. 물기를 흠뻑 머금은 흙덩이를 손가락으로 문지르니 곧 곱게 부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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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용│와인평론가 고려대 강사 cliffch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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