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호

‘개발 선봉장’논란 이만의 환경장관

“대운하는 친환경사업 4대강 정비는 녹색성장 핵심”

  • 조성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입력2009-03-09 16: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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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발 선봉장’논란 이만의 환경장관

    ● 1946년 전남 담양 출생 <br>● 조선대 영문학과·서울대 환경대학원 졸업, <br> 동국대 행정학 박사 <br>● 내무부 새마을기획과장, 전남 목포시장, <br> 제주 부지사, 광주광역시 부시장 <br>● 2000년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비서관 <br>● 2002년 환경부 차관 <br>● 2003년 환경관리공단 이사장

    인터뷰에 성실히 응해준 이만의(63) 환경부 장관에게는 미안하지만, 그의 귀가 따가울 얘기부터 늘어놓아야겠다. 이 장관은 환경단체들한테 인기가 없다. ‘환경규제 완화용 환경장관’ ‘대운하 들러리용 환경장관’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들린다. 심지어 ‘예스맨’이라는, 고위공직자로서는 그다지 명예롭지 않은 평도 따라다닌다. 건설 CEO 출신 대통령의 개발철학에 걸림돌이 되는 환경적 규제를 푸는 데 ‘탁월한’ 솜씨를 발휘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6월 환경운동연합은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환경부 간판 내리기’ 행사를 열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이 장관에게 “경제부처로 자리를 옮기거나 장관직에서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환경부 장관이 ‘기업 프렌들리’에 앞장서고 있다는 게 이들의 불만이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신동아’ 인터뷰에서 “나는 NGO를 사랑한다”면서 “대운하와 관련해 잘못된 언론보도로 일부 NGO들이 나를 잘못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환경의 중요성은 기술문명과 산업발전에 비례해 커지고 있다. 바야흐로 세계는 기후변화 시대에 접어들었다. 지구온난화로 대표되는 기후변화는 인류의 미래를 불안하게 하는 대표적인 위협요소로 손꼽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취임연설은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오바마 대통령은 1월20일 취임연설에서 지구온난화 문제를 핵 문제와 같은 반열에 놓았다. “핵위협과 지구온난화의 위협을 줄이기 위해 오래된 친구들과 과거의 적들과도 적극 협력하겠다”는 언급이 그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정부는 1월6일 녹색뉴딜사업 추진방안을 확정했다. 9개의 핵심사업과 27개 연계사업으로 이뤄진 녹색뉴딜은 저탄소 녹색성장과 관련되고 일자리 창출효과가 큰 사업을 중심으로 선정됐다. 이에 대해 “무늬만 녹색”이라는 비난이 일었다. 환경보존과는 별 관계가 없어 보이는 4대강 정비사업과 고속철도사업에 전체 예산의 절반 가까이 배정된 점,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이라 할 만한 신재생에너지 창출 구상이 빈약하다는 점 등이 비판의 주요 논거였다.

    “환경과 경쟁 상생해야”



    이 장관과의 인터뷰는 서울시내 호텔 레스토랑에서 진행됐다. 그의 일정이 빠듯해 집무실에서 ‘한가하게’ 시간을 낼 수가 없었던 탓이다. 그의 환경정책에 대한 논란이야 어쨌든 인터뷰에 임한 그의 진지하고 열성적인 태도는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시종 반듯한 자세를 유지하고 두 손을 가지런히 맞잡음으로써 공손하다는 인상을 풍겼다. 무슨 공사를 하는지 벽 두드리는 소음이 들리는 등 실내 분위기가 어수선했는데, 그는 개의치 않았다.

    “바쁜데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하다”고 하자 “준비는 덜 됐지만 감사하는 마음으로 왔다”고 화답했다. 인상학에서 이마는 명예와 지위를 뜻한다. 훤한 이마는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으로 꼽히기도 한다. 이 장관은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이마가 훤한 호남아(好男兒)다. 달변에 말투도 시원시원했다.

    ▼ 장관께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환경문제는 뭔가요?

    “좀 엉뚱한 얘기지만, 환경교육의 부재가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봅니다. 국민의 환경마인드가 축적되지 않아 환경에 대한 의식수준이 매우 낮은 상태입니다. 환경부와 교육과학부가 협조해 유치원, 초등학교 과정에서부터 자연스럽게 생활 속으로 스며들 수 있는 커리큘럼을 마련해 아이들에게 환경교육을 해야 합니다. 둘째는, 환경오염에 치중됐던 환경정책이나 환경 관련 프로그램을 국민에게 행복과 즐거움을 주는 쪽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것이 선진형 환경(정책)이거든요. 예컨대 아파트 주변에 무단으로 오수를 방류하는지를 따지는 것보다 주민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아파트 환경이 조성됐는지를 따지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생활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 한마디로 인식의 전환이죠. 네거티브 어프로치에서 포지티브 어프로치로 바꾸는 것. 그런 점에서 저는 4대강 살리기에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 4대강 살리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질문하죠. 1월6일 녹색뉴딜사업 발표가 있었죠. 녹색성장이란 한마디로 무엇입니까?

    “정확히 말하면 저탄소 녹색성장입니다. 저탄소는 석유, 석탄, 천연가스를 덜 쓰자는 것이고, 녹색성장은 녹색이 뜻하는 환경과 성장으로 대표되는 경제 두 가지를 상생시키는 겁니다. 구체적으로는 에너지, 자원, 생태 세 가지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죠. 환경과 경제가 상생하도록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 이것이 바로 녹색성장입니다.”

    ‘개발 선봉장’논란 이만의 환경장관

    2008년 12월29일 전남 나주시에서 열린 영산강 정비사업 착공식에 참석한 이만의 환경부 장관.(왼쪽에서 네 번째)

    그는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녹색성장의 개념을 국가적 비전과 정책으로 선택했다”며 “국제사회에서 대단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자부했다. 또한 녹색성장이 기후변화 대응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온실가스, 자발적 감축으로 대응”

    ▼ 기후변화는 온실가스 문제와 직결되죠?

    “세 가지인데, 첫째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저감(低減) 문제입니다. 자동차 문제를 예로 들면, 에코 드라이빙이라고 해서 경제속도를 유지하면서 급제동과 급가속, 공회전을 줄이면 에너지효율을 20%가량 높일 수 있어요. 연료비를 20% 줄이는 거죠. 지금까지 이런 걸 개인의 이익과 손해 차원에서 따졌다면, 앞으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데 기여한다는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거죠. 이런 게 선진화 과정에 매우 중요합니다. (온실가스) 저감 문제는 국가별로 목표량 할당을 눈앞에 둔 상황입니다. 자국의 사정을 국제사회에 분명하게 인식시켜 국민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저감의 목표를 실현하는 것이 협상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선 환경부가 수석부처, 외교부가 차석부처입니다.”

    200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한 교토의정서가 발효된 이후 선진국들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은 2012년까지는 의무감축 대상국이 아니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편이라 국제사회에서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 현재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9위. 배출 증가율로만 따지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지난해 12월 폴란드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이만의 장관은 “한국이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으로 지정되는 것은 부당하다”며 ‘자발적 감축’을 내세웠다.

    ▼ (온실가스 의무감축 면제 시한인) 2012년 이후가 문제죠?

    “금년 말 덴마크의 코펜하겐에서 당사국 총회가 열립니다. 거기서 모든 국가가 2013년부터 해야 할 과제와 책임을 부여받게 됩니다. 우리 정부는 2020년을 의무감축 목표 시점으로 잡고 그전까지는 자발적 감축을 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함으로써 국가 신뢰도를 높이자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 자발적인 감축을 어떻게 한다는 거죠?

    “NAMA(Nationally Appropriate Mitigation Actions)라고, 즉 자국의 여건에 맞게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그것을 국제사회에서 공인받자는 거죠. 그래서 우리가 제안한 것이 International Registry(국제등록소)입니다. 각국이 실천한 내용을 이곳에 등록한 다음 관련 위원회에서 심사해 평가받도록 하자는 거죠. 이 아이디어는 현재 국제사회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 문제는 실천방법인데요.

    “저감 방법은 많습니다. 연료 대체나 공정 개혁, 장비 현대화로 저감할 수 있습니다.”

    ▼ 정부의 시책을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따라올까요? 강제성을 띠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것은 각국의 선택사항입니다. 강제를 하든,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든. 국가적 목표 달성 여부를 국제사회에서 논의하고 심의하는 거죠.”

    ▼ 국제사회에서 평가받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 자신을 위해서라도 감축해야 하잖아요?

    “먼저 조세정책이나 재정정책을 활용해야죠. 대기업은 스스로 저감할 수 있는 기술적 능력을 갖추고 있어요. 대기업은 시간과 조건을 부여해 의무적으로 저감하도록 하고 중소기업에는 인센티브 제도를 적용해 국가적 목표를 달성하게 해야 합니다.”

    ▼ 녹색뉴딜사업 내용 중 신재생에너지 연구개발 예산이 너무 적게 배정됐다는 지적이 있더군요.

    “적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 개발기술이라는 게 그다지 어려운 게 아닌데다 다른 국가들의 상용화된 기술을 벤치마킹하는 것과 R&D(연구개발) 중 어느 쪽이 이로운지 논란이 있습니다. 덥석 많은 예산을 배정했다가 R&D가 부실하면 예산만 낭비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우선 1차연도 R&D를 해본 다음에 성과가 좋으면 예산을 늘리는 게 좋다고 봅니다.”

    “유람선 관광으로 탄소 저감 효과”

    ▼ 총 50조원 사업에, 4대강 살리기에 13조8000억원을 쏟아 붓고 경부·호남고속철도에 9조6000억원이 배정되는 등 건설사업의 비중이 큰 점을 들어 ‘무늬만 녹색 아니냐’는 비판이 있지요?

    “그린 이코노미(녹색경제)가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온실가스 저감이 국가적 책임으로 부여되면서 육상운송에서 철도 비중을 높이기 위해 각국이 과감한 혁신을 하고 있습니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기후변화대응전략의 하나로 철도를 증설하는 게 세계적 추이라는 걸 감안하면 (고속철도 증설이 그린뉴딜사업에 포함된 것이) 비판받을 게 아니죠. 그리고 4대강 살리기는 녹색성장의 핵심입니다. 두 가지 면에서요. 첫째는, 현재 우리나라의 강으로는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없어요. 기후변화성 폭우가 내릴 경우 범람 우려가 큽니다. 그래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강들을 정비해야 합니다. 둘째는, 지금까지 강의 기능이 먹는 물을 제공하는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생활문화공간으로서 중요해집니다. 하천을 정비해 자전거 도로를 만들고 산책로를 늘려줌으로써 이산화탄소 생산을 줄이고 지역주민들의 기후변화 대응 마인드도 높일 수 있죠. 운하까지는 아니더라도, 뱃길을 내 유람선으로 관광하게 하면 탄소 생산을 엄청 줄일 수 있죠. 저는 긍정적인 시각에서만 얘기 드리는 것이니까….”

    ‘개발 선봉장’논란 이만의 환경장관

    “생태가 안전보다 앞설 수는 없다”고 강조하는 이만의 장관.

    ▼ 환경적인 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없나요? 아무래도 건설을 하는 것인데.

    “건설 과정에 탁수(濁水)문제가 발생하겠죠. 먹는 물과 치수(治水)에 지장을 주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나올 만하죠. 그런데 요즘 공법은 그런 문제를 다 해결해줍니다. 또 안전이 먼저냐 생태가 먼저냐를 따지는데, 저는 안전이 먼저라고 생각해요. 안전의 토대 위에서 생태를 보호하고 활성화해야죠. 환경부가 요즘 벌이는 수생태 회복사업은 단순히 물을 맑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물속에서 수생식물과 수생동물이 잘 서식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일은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안 돼요. 한번 홍수가 나면 다 없어져버리니. 안전과 생태의 조화를 도모하려면 하천정비사업을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일부 교수들은 홍수를 예방하려면 4대강이 아니라 실제로 홍수가 일어나는 상류의 소하천과 지방하천을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소하천과 지방하천에선 범람의 피해가 크지 않아요. 강이 클수록 피해가 큽니다. 이번에 4대강 정비와 더불어 지천, 샛강, 도랑 따위의 소하천 기능을 회복하는 사업도 함께 벌입니다. 큰 강은 정비와 생태의 장기적 보호 면에서, 샛강이나 지천은 생태회복이라는 면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대운하, 국민이 선택할 것”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전국교수모임’에서는 “4대강 사업의 하도(河道) 정비나 자연형 보 건설 등은 설계를 조금만 바꾸면 운하의 수로와 갑문으로 이용될 수 있다”며 “4대강 사업은 운하 건설을 위한 포석”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강하게 부인했다.

    “운하는 대통령께서 분명히 안 한다고 말씀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수심을 보면 압니다. 만약 운하를 하려면 수심을 최소 6m는 확보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런 계획이 전혀 없습니다.”

    ▼ 나중에 확대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건 이명박 정부가 끝난 후 미래의 일입니다. 그때 가서 국민이 선택하면 할 수도 있겠죠.”

    ▼ 장관께서는 대운하를 환경적 면에서 어떻게 보십니까?

    “제가 지난번에 전남대 강연에서 대운하가 탄소 발생량을 줄이는 온실가스 저감 효과를 낸다고 말했습니다. 이를테면 컨테이너 박스 200개를 대형트럭 200대가 끌고 가는 것보다 배 한 척이 끌고 가는 것이 훨씬 낫다는 거죠.”

    ▼ 트럭의 배출 가스 때문에요?

    “예. 대부분의 트럭이 디젤차잖아요. 트럭 한 대가 컨테이너 박스 하나밖에 못 끌고 가지요. 도로에서 발생하는 탄소, 도로파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생각하면 운하 수송이 훨씬 낫다는 거죠. 탄소만 갖고 따진다면.”

    ▼ 단순한 논리네요.

    “그렇죠.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것이 국가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현안이 될 때는 그런 생각을 해볼 수도 있다는 뜻에서 한 얘기입니다.”

    ▼ ‘환경규제 완화용 환경장관’이라는 부정적인 여론이 있는 것 아시죠?

    “그에 대해선 제게 신념이 있습니다. 일부 언론사에서 자꾸 그렇게….”

    ▼ ‘기업 프렌들리 장관’이라고도 하고.

    “일부 NGO들이 큰 것을 놓치고 있어요. 환경오염에 대해 ‘임상적’으로 대응하던 1970~80년대에 비해 우리의 환경기술이 크게 좋아졌기 때문에 그런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데 계속 예전 방식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강수계를 포함해 주요 강변에 산업입지 규제를 완화하는 문제를 두고 극명히 대립하고 있지요. 예를 들면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grand sewage, 대하수체계라는 것이 있어요. 이게 뭐냐 하면, 주요 강변에서 생산된 오폐수를 모두 관거(管渠·수로)를 통해 수집해 처리시설을 거친 다음 강으로 유입시키는 것입니다. 이런 기술과 투자능력을 가진 나라는 세계적으로 많지 않습니다. 한강변에 공장을 지어도 예전과 달리 공장 오수가 한강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전혀 없다니까요. 그런데 공단은 한강에서 멀리 떨어져야 한다, 규모가 큰 국가공단은 20㎞ 이상, 소규모 지방공단은 10㎞ 이상 떨어져야 한다, 이런 기계적 합리주의로 기존 환경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라는 것은 시장에서 전혀 통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규제 완화라고 하는데, 저는 완화가 아니라 선진화라고 얘기합니다. 규제 선진화라고.”

    “기업이나 주민들 괴롭히지 말자”

    ▼ 전통적인 환경부의 기능이나 정책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니까 비판받는 점도 있죠?

    “예전의 원형보존식 사고로 환경정책이나 환경 프로그램을 요구하면 환경부는 사실상 진보를 못해요. 국제적인 경쟁력도 갖출 수 없고. 국내외적인 시장의 추이를 보면서 국내의 환경기술과 환경체제의 변화에 맞춰 환경정책을 조율하는 것, 그것이 곧 환경정책의 선진화라고 생각해요.”

    ▼ 사전환경성 검토와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완화한 것도 그런 자신감의 발로인가요?

    “사전환경성 검토는 환경영향평가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현대화된 행정서비스나 전문가 서비스를 통해 기업이나 주민들의 생활에 도움을 주자는 뜻에서 운영하는 것이거든요. 따라서 사전환경성 검토가 주민들에게 부담을 주는 규제적인 제도로 유지돼서는 안 된다는 거죠. 환경영향평가를 할 때 사전환경성 검토 과정에 다뤄진 것은 빼서 이중으로 기업이나 주민들을 괴롭히지 말자, 이런 뜻으로 단순화한 것입니다. 결코 환경성을 포기한 단순화가 아닙니다. 두 제도를 통합해 단일시스템으로 가자는 거죠.”

    ▼ 애초 그 제도가 생길 때 환경부가 주도했을 텐데, 주민이나 기업을 괴롭히기 위해 만들지는 않았을 것 아닙니까?

    “아니죠. 그런데 주민들은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이거 가져와라 저거 가져와라 하면서 시간을 너무 끄니까. 공사가 지연되는 만큼 경비부담도 커지고.”

    ▼ 절차의 간소화로 이해하면 됩니까?

    “절차뿐 아니라 내용도 간소화한 거죠.”

    ▼ 그 점에서 환경규제가 무력화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죠?

    “아닙니다. 지금처럼 IT시스템에 행정서비스가 도입되기 전에는 수많은 서류를 떼어오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이해당사자에게 그런 요구를 하지 않아도 행정기관 간의 협력으로 자체 확인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시간과 절차가 단축되는 거죠. 이것도 선진화죠. 이를 두고 환경성 포기라든지 형식적인 환경평가라고 나쁘게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 환경부가 개발정책을 뒷받침하고 보조를 맞춘다고 보는 거죠.

    “아닙니다. 우리 환경부가 환경부 없어질 일을 왜 합니까. 국민에게 사랑받고 꼭 있어야 하는 부서라는 공감대를 얻고 싶지요. 젊은층이 다수인 새로운 시장에서 환경부가 그렇게 잘못하면 존립하기 힘들겠지요.”

    대운하의 사전포석이라는 의심을 받는 4대강 정비사업은 출발부터 매끄럽지 못했다. 지난해 12월29일 한승수 국무총리,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이만의 환경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북 안동의 낙동강 안동2지구와 전남 나주 영산지구에서 4대강 정비사업 기공식이 열렸다. 그런데 안동2지구의 경우 사전환경성 검토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라 불법 논란이 일었다.

    “나는 ‘예스맨’ 아니다”

    ▼ 불법행위를 한 게 맞나요?

    “아닙니다. 기공과 착공은 다릅니다. 설계가 끝난 다음 검토에 검토를 거듭해 착공할 겁니다. 이와 관련해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건, 예전엔 환경평가를 할 때 4계절 실측을 했는데, 요즘엔 IT와 ET(환경기술)를 접목해 주요 환경자산에 대해서는 정보와 자료를 꾸준히 축적하고 있습니다. 4대강 정비사업의 경우도 축적된 자료를 활용하기 때문에 환경성 검토에 그다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환경부가 환경성 평가를 포기한 게 아니냐, 정부에서 강하게 밀어붙이니 두 손 들고 오케이 한 게 아니냐고 보시는 것 같은데, 사실이 아닙니다.”

    ▼ 심지어 ‘예스맨 장관’이라고….

    “아닙니다. 제가 국민과 역사 앞에 예스맨이 될 수는 있을지언정 정치권과 정부 앞에서는 예스맨이 되고 싶지 않거든요. 저라고 역사의 비판을 받고 싶겠어요? 칭찬받고 싶지.”

    ▼ 어쨌든 사전환경성 검토 결과에 따라 사업을 안 할 수도 있을 텐데 이미 범정부 차원에서 기공식을 해버리니….

    “아닙니다. 기공식을 해놓고 준비작업을 하거든요.”

    ▼ 글쎄, 그건 아는데요.

    “예전처럼 개발이나 건설 담당 기관에서 설계를 마친 후 환경부가 환경성 검토를 한다고 끼어드는 방식이 아닙니다. 이번에는 모든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평가단에서 일반적인 문제를 다루고 특수한 문제만 전문기관인 환경부에서 다루게 됩니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바와 달리 문제점을 방치하거나 덮어둔 채 곧바로 개발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고요. 또 하나는, 4대강 정비사업의 내용이 그다지 복잡하지도 않고 환경적인 면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없다는 점입니다.”

    ▼ 말씀을 들어보면, 사전환경성 검토결과와 상관없이 4대강 정비사업에 환경적인 문제가 전혀 없다는 확신을 갖고 계신 것 같군요.

    “대부분의 내용은 그간 축적해둔 자료만으로 평가할 수 있어요. 평가난이도가 높지 않다는 것을 안다면 이번에 왜 환경부가 기공과 착공 사이에서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는지 이해할 겁니다.”

    ▼ 수로를 준설하고 확대하고 골재도 채취할 것 아닙니까?

    “기후변화 탓에 예전에 볼 수 없었던 강력한 홍수가 발생할 경우 강이 살아남으려면 담수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하천바닥이나 둔치가 정비돼야 큰비가 와도 제방이 내구력을 갖습니다. 이처럼 먼저 안전성을 확보한 다음 생태회복을 위해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것이므로 그다지 까다로운 평가가 아닙니다.”

    ▼ 환경부에서 지난해 대운하 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태스크포스를 가동했었죠?

    “대운하 지원과 상관없는 물환경 TF입니다. 물환경 TF는 주요 강이나 하천에 대해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하고 기후변화로 빚어질 문제점을 분석하고 그에 따른 국가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일상적으로 해오던 것입니다. 환경부에서는 운하의 ‘운’자도 띄우지 않았어요.”

    그는 단호히 부인하지만, 의혹이 가시는 건 아니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일까. 물환경 TF팀이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만든 기구이고 주 연구대상이 운하와 관련 깊은 수자원의 효율적 이용이라는 점은 의심을 살 만하지 않은가.

    “‘개발의 앞잡이’ 아니다”

    ▼ 기후변화는 세계적 관심사입니다. 거기에 대해 우리 환경부는 어떤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나요?

    “지난해 9월 기후변화종합기본계획을 세웠어요. 10월초엔 이를 실천하기 위한 그린스타트운동 출범식을 열었습니다. 그린스타트운동은 지방 차원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별로 벌이는 것입니다. 과거의 새마을운동과 같은 거죠. 그리고 일반 국민이 일상생활 속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생활수칙도 만들었습니다. 애초 26개였는데, 지금은 더 늘었어요. 아까 말씀드린 에코 드라이빙도 그중 하나죠. CNG(압축천연가스) 버스를 늘리고 집을 지을 때 자연채광을 활용하고 조명도 LED(발광다이오드)로 바꾸고. 이런 가이드라인을 8개 지방자치단체에 제공했는데, 현재 전국의 주요 도시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어요.”

    ▼ 예산이 뒷받침돼야겠네요.

    “대통령께서 8·15 광복절 연설을 통해 저탄소 녹색성장을 선언하신 덕분에 환경부의 예산확보가 비교적 수월해졌습니다. 사실 환경부는 많은 예산이 필요하지 않아요. 신재생에너지나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발을 환경부가 주도하지만, 실제로 그런 사업을 지도·감독하는 곳은 지식경제부거든요.”

    인터뷰를 시작한 지 1시간. 그는 마치 탁구경기에서 어떠한 스매싱이나 드라이브라도 다 받아넘길 것 같은 전형적인 수비형 선수 같다. 물론 인터뷰에서 공격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인터뷰 성격이 달라질 수밖에 없을 테니. 그렇지만 국정 책임자인 장관을 상대로 ‘명사형(名士型) 인터뷰’를 한다는 건 대체로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다.

    ▼ 저는 환경 전문가는 아니지만, 환경운동이란 단순히 말하면 개인과 사회의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향상을 추구하는 것이고 환경부는 그것을 지원하기 위해 존재하는 부처가 아닌가 싶거든요.

    “그렇습니다.”

    ▼ 그런데 현 정부에서 환경부가 하는 일을 보면 양적 성장에 부합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닙니다. 지금까지는 개발이냐 환경이냐 양자택일의 관점에서만 판단했죠. 한국은 성장과 개발 위주의 전략을 추구해왔습니다. 환경은 늘 개발의 걸림돌로 인식됐고 환경문제가 발생하면 그때그때 해결하는 임상적 대응을 해왔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환경적 뒷받침이 없는 경제발전은 가능하지 않아요. 친환경적인 처리과정을 거치지 않은 제품은 선진국 시장에서 판매될 수 없고 국내에서도 친환경마크를 얻지 못한 상품은 높은 수준의 소비자한테 배척당하는 시대입니다. 기후변화 때문에 더욱 그렇게 됐어요. 환경영향평가에서도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따지거든요. 그렇기에 이제는 경제와 환경을 떼어 이분법적으로 볼 수가 없어요. 왜 환경이 경제와 같이 놀아나느냐, 왜 개발의 앞잡이 노릇을 하느냐고 묻는데, 그게 아닙니다.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어요.”

    “‘폐기물 시멘트’ 규제하겠다”

    그는 EU(유럽연합)의 화학물질등록제도인 ‘리치(REACH)’를 예로 들었다.

    “지난해 10월말까지 우리 기업들이 겪은 어려움 중 하나가 ‘리치(REACH)’였습니다. EU가 생산하거나 수입하는 모든 제품은 EU가 정한 기준에 맞는 화학물질을 쓴 것이어야만 합니다. 예전엔 기업들이 환경 쪽에서 이런 얘기를 하면 쳐다보지도 않았어요. 지금은 다릅니다. 대기업에서부터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환경부와 협의를 했고 환경부의 지원을 받아 소정의 과정을 마쳤거든요.”

    내가 지적한 ‘삶의 질’과 관련해서는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대표적인 분야가 환경보건이지요. 예를 들어 새집은 좋지만 새집증후군은 나쁜 것이거든요. ‘병에 걸리기 쉬운 집 증후군(sick house syndrome)’이라는 영어 표현이 더 정확합니다만. 새로운 벽지나 포장재, 내장재가 우리 건강에 얼마나 해를 끼치는지를 환경부가 평가해 등급을 매깁니다. 환경을 중시하는 소비자는 조금 비싸더라도 높은 등급의 상품을 사게 하는 거죠. 그런 것이 진일보한 면입니다. 또 올해부터는 어린이놀이터에 사용되는 여러 비품이나 제품을 환경부가 조사·분석해서 해로운 것은 못 쓰도록 조치를 취합니다. 다 삶의 질과 직결된 문제죠.”

    ▼ 새집증후군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른바 ‘쓰레기 시멘트’에 대해 유해성 논란이 일지 않았습니까. 산업폐기물을 재료로 쓰는 시멘트 말이죠. 환경부에서도 우려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정리가 됐나요?

    “예. 맞습니다. 쓰레기 혹은 폐기물을 시멘트 제조과정에 투입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일입니다. 물론 아무 쓰레기나 집어넣지 않는다는 게 전제돼야겠죠. 화학물질이나 중금속이 많이 함유된 일부 폐기물이 문제가 됐는데….”

    ▼ 어떻게 규제하셨는지요?

    “지금까지는 업계 자율기준으로 관리해왔는데, 국민의 불신을 초래했고 결과적으로 잘못된 점이 밝혀졌기 때문에 환경부를 중심으로 새로운 관리기준을 만들어 바로잡기로 했습니다. 또 하나, 시멘트를 사용할 때 물속에 들어가는 부분, 즉 시멘트 성분이 용출되는 경우는 좀 더 철저하게 관리해야 하거든요. 앞으로 시멘트는 물론이고 폐(廢)시멘트도 국민 건강과 보건 차원에서 관리하겠다는 게 저희 방침입니다.”

    ▼ 시멘트 소성로에 들어가는 폐기물을 규제하겠다는 말씀이지요?

    “예. 그런데 폐기물 쓰는 것 자체를 못하게 하겠다는 게 아니라 폐기물의 성분과 유형을 따져 써도 되는 건 쓰게 하겠다는 뜻이지요.”

    ▼ 배출가스 규제 기준도 강화했나요?

    “예. 시멘트 소성로의 배출가스 규제 기준이 일반 소각로보다 낮아선 안 되겠다, 그래서 그것도 바로잡기로 했습니다.”

    “생태보다 안전이 우선”

    ▼ 바로잡은 겁니까? 아니면 바로잡겠다는 겁니까?

    “바로잡혔고요. 어떤 것은 규정을 고쳐야 하거든요. 새로 규정이 필요하기도 하고. 그걸 지금 만들고 있지요.”

    ▼ 계속 만들고 있다고요?

    “왜냐하면 하루 이틀에 되는 일이 아니고 우리도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만들어야 하니까요. 빨리 만드는 것보다 제대로 만드는 게 중요하죠.”

    ▼ 4대강 정비사업에도 시멘트가 많이 들어가지 않나요?

    “환경부에서는 업체에 가능하면 시멘트, 콘크리트 제품을 덜 쓰라고 요구하지요. 그런데 제방기능을 보완하는 데 콘크리트가 부득이 필요하다고 하면, 그런 것까지 못 쓰게 할 수는 없잖아요. 안전을 희생할 수는 없으니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고 봅니다.”

    ▼ 반대론자들은 환경부가 녹색성장을 말하면서 시멘트가 많이 들어가는 사업에 찬성한다고 비난하니까.

    “거듭 말씀드리지만 안전이 1번이고, 그 다음이 생태입니다. 생태가 안전보다 앞설 수는 없습니다.”

    환경론자들은 아마도 그의 말에 코웃음 치거나 분개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환경에 대한 깊은 철학이 없는 나로서는 그의 말이 틀렸다고 공박하기가 쉽지 않다. 환경부 장관이 그런 주장을 펴는 게 좀 어색하긴 하지만.

    ▼ 장관님, 골프는 어느 정도 하십니까?

    “안 칩니다.”

    ▼ 환경부 장관 되고나서 그만두셨나요?

    “아닙니다. 시간 낭비라고 생각돼 1995년 이후 안 치고 있습니다.”

    ▼ 환경 문제로 안 치는 게 아니고요?

    “환경적 차원에서 골프를 나무랄 일은 없습니다.”

    ▼ 골프장 건설 자체가….

    “골프장 건설이 반환경적이라는 건 극히 일부에 대해서는 맞겠지만 전반적으로는 옳지 않은 얘기입니다. 골프장을 만듦으로써 환경성을 더 높이는 경우도 있어요. 골프장 만들려면 일정한 경관을 조성해야 하고 나무도 심고 꽃도 가꿔야 하잖아요. 토질이 나쁜 곳에서는 외부에서 흙을 반입해 환경성을 높이잖아요. 골프장 건설이 반환경적이라는 건 주로 농약 문제를 두고 하는 얘기지요.”

    ▼ 지역주민들에게 끼치는 농약피해 말이죠?

    “예. 그런데 실제로 농약 사용실태를 보면, 농민들이 쓰는 것보다 맹독성이나 강독성이 심한 게 아니에요. 그리고 해저드 있잖아요. 저수지 같은 걸 만들어 그쪽으로 빗물이 고여들게 하고 그것의 수질검사를 통해 골프장의 환경성을 유지하는 등 나름대로 노하우가 많이 개발됐습니다.”

    “새마을정신으로 살아왔다”

    ▼ 산림훼손 같은 근본적인 문제가 있잖아요?

    “그런 곳은 허가를 내주지 말아야죠. 산림자원을 훼손하면서 골프장을 만들어선 안 되죠.”

    ▼ 핵발전소 문제는 어떻게 보시죠? 해외 선진국들은 안 짓는 추세 아닌가요?

    “아닙니다. 최근 여러 국가가 탄소저감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에 원자력발전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 선진국들은 핵폐기물의 위험성 때문에….

    “아닙니다. 현재 원자력발전을 적극 이용하는 나라는 프랑스, 러시아, 미국, 일본, 우리나라 정도입니다. 탄소 문제를 생각하면 (전체 전력에너지 중에서) 원자력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오히려 다행인 셈이죠.”

    ▼ 핵폐기물의 안전성이 담보돼야지요.

    “그것은 앞으로 전문가와 국제적인 협력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입이다. 해결할 수 있는 길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의 사고와 발언은 확실히 전통적인 환경 개념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환경단체들로부터 비난을 받을 법도 하다. 원자력발전소는 지은 지 30년이 지나면 그 자체가 거대한 핵폐기물이 된다. 많은 나라가 핵폐기물의 안전한 처리에 고심하고 있다. 방사능 오염의 위험이 있는 핵폐기물에 대해 환경부 장관이 이렇게 ‘안이하게’ 말해도 되는 걸까. 그것도 막연한 낙관론에 기대서. 좋게 얘기하면 발상의 대전환이겠지만. 그가 이른바 ‘선진환경론의 전도사’라 불리는 이유를 알겠다.

    그런데, 이거 예상은 했지만 인터뷰가 너무 딱딱하다. 4대강 정비사업에 왕창 들어갈 시멘트처럼. 물론 이 장관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주제가 딱딱하고 질문이 딱딱하니 답변도 딱딱할 수밖에.

    ▼ 장관께서는 자가용도 있고 관용차도 타시죠?

    “예.”

    ▼ 배기량이 어떻게 되죠?

    “자가용은 거의 쓰질 않아서…. 홀짝제 실시 이후 각 부처가 공히 쓰는 에쿠스는 3500cc 정도 될 겁니다. 다른 하나는 아반떼 디젤입니다.”

    그는 에쿠스가 쉬는 날엔 아반떼를 탄다고 한다. 관용차가 두 대인 셈이다.

    “시외로 나갈 때는 큰 차를 타고 시내에서는 가급적 작은 차를 타자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자가용은 2000cc짜리입니다. 11년쯤 됐죠.”

    ▼ 장관 일정이 바쁘니 차를 안 타실 수는 없겠죠?

    “저는 습관적으로 자동차를 많이 안 탑니다. 지하철, 시내버스, 마을버스를 이용합니다. 특히 토요일, 일요일에는요. 그런데 평일엔 스케줄에 쫓기기 때문에 차를 안 탈 수 없어요. 환경부 장관으로서 국민에게 말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제가 차 속에서 업무를 보거든요. 그런데 소형차를 타면 멀미가 나더라고요. 국민의 시각이 다양하겠지만, 생산성과 공익 기여도 면에서 차 안에서 잠자는 사람은 소형차를 많이 타는 게 좋겠고 저처럼 전혀 자지 않고 일을 보는 사람은 다른 각도에서 이해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 차 안에서 업무를 보신다니, 환경부 장관으로서 모범적으로 차를 안 타면 안 되냐고 묻지 못하겠군요.(웃음)

    “바쁜 스케줄 때문에 서류 볼 시간이 모자라요.”

    여직원들의 항의

    ▼ 혹시 집에서 실천하는 환경운동이 있습니까?

    “저, 많이 있습니다. 젊은 사무관 시절 새마을운동 관련 부서에 근무한 이후 새마을정신에 입각해 살아왔습니다. 저는 환경부 장관이 된 것도 저의 그런 삶이 하늘을 움직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예컨대 저는 전깃불 관리를 누구보다도 철저하게 합니다. 자동차 안 탑니다. 11년 된 자가용의 주행거리가 아직 9만㎞가 안 됩니다.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기 때문이죠. 일주일에 이틀쯤은 우리 아파트 재활용센터를 찾아가 쓰레기를 철저하게 분석합니다. 잘못 버린 게 없는지.”

    만전의 태세로 출격명령을 기다리던 전투기 조종사 같다. 그가 활기차게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꼭 얘기해야 할 게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손수건 쓰기 캠페인입니다. 손수건을 쓰면 종이 티슈를 안 쓰게 됩니다. 티슈를 안 쓰면 30~40년생 나무들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환경부 장관 된 다음에 화장실 티슈를 다 없애버렸어요. 변기 안에 있는 휴지는 놔두고 손 씻는 데 있는 티슈는 다 없앴어요. 그랬더니 여직원들이 항의하더군요. 그래서 다시 티슈를 갖다 걸었는데, 저는 못마땅해요.

    또 하나는, 저는 국내외 어느 숙소에 가든지 수건을 세수용으로 하나밖에 쓰지 않습니다. 우리 국민도 그렇게 해주면 좋겠어요. 호텔이나 여관에 가면 있는 조그마한 수건, 저는 절대로 쓰지 않습니다. 목욕용 수건, 발 닦는 수건 많이 있잖아요. 저는 안 씁니다. 기분이야 나겠지만, 그것들이 세탁공장으로 가 물 쓰고 세제 낭비하고 탄소 유발하는 걸 생각하면 그래선 안 되죠. 고쳐야 할 점이기에 저는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이런 얘기를 할 때는 환경부의 수장답다. 환경운동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있지 않은가. 화장실에서 손 씻은 다음 티슈로 닦고(어떨 땐 두 장씩이나) 호텔이나 여관에 가서 당연한 권리처럼 여러 장의 수건을 사용하는 나로서는 그의 제안이 불편하긴 해도 맞는 말 같아 속이 뜨끔하다. 환경단체 사람들도 그의 이런 ‘환경적 자질’을 인정하는 데 인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행정고시 출신의 정통 관료인 그는 김대중 정부 때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비서관과 환경부 차관을 역임했다. 노무현 정부 들어선 환경관리공단 이사장을 지냈다. 이어 이명박 정부의 초대 환경부 장관에 올랐다. 3대 정권에 걸쳐 환경 관련 요직을 지낸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그의 이런 ‘환경 경력’을 들어 더더욱 배신감을 표출한다. “다들 실망하고 성토하는 분위기”라는 내 말에 그가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저는 우리 환경단체에서 만나자고 할 때 한 번도 피하거나 미룬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아까 말씀드린 대로 시장의 변화, 국가가 추구해야 할 트렌드의 변화를 읽어내지 못하면 1970, 80년대식의 환경행정을 하라는 얘기밖에 안 됩니다. 우리 NGO도 그런 큰 흐름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선진화하는 데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NGO를 사랑합니다. 언제라도 문을 열어놓고 대화하고 싶습니다. NGO를 적극적으로 성원하고 싶어요. 공교롭게도 (임기) 초반에 대운하 문제와 관련해 일부 언론이 (저에 대해) 지나친 표현을 쓰는 바람에 일부 NGO들이 저를 잘못 알고 있는데, 실제로는 전혀 다릅니다.”

    대선 때 광주에서 MB 지지운동

    전남 담양이 고향인 그는 광주에서 고등학교와 대학을 나왔다.

    ▼ 이명박 대통령과는 남다른 인연이 있습니까?

    “이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이 있지는 않습니다.”

    ▼ 지난 대선 때 합류하셨지요?

    “예. 대선 때 제가 손가락질과 눈총 받을 걸 감수하고 광주에 가서 과감히 MB 지지운동을 했습니다. 이유는, 비록 제 고향이 그쪽이지만 한 정당 일색인 호남의 정치적 정서가 호남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독일의 철학자 피히테입니다. 그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독일 국민의 의식전환을 도모했고 그것이 독일의 선진화에 크게 이바지했거든요. 그래서 그 유명한 ‘독일 국민에게 고함’이라는 책도 나왔고. 저는 그런 차원에서 우리 호남이 영남과의 갈등과 대립을 지양해야 하고 특정 이데올로기에 안주하는 단색문화는 옳지 않다고 생각해 광주에 내려갔습니다. 그때 마침 MB가 오셨고 MB를 만나면서 빠른 시간에 상호 이해의 폭이 커졌습니다.”

    ▼ 이 대통령과 환경철학이 일치하나요?

    “환경철학이 일치한다기보다는, 저의 환경철학을 대통령께 거리낌 없이 말씀드렸는데 최근 대통령께서 환경성을 매우 강조하시고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비전으로 선언하신 데 대해 감사하고 감복하고 있지요.”

    여기서 인터뷰를 접었다. 그가 다음 일정 때문에 서둘러 자리를 떠야 할 처지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말한 내용 중에 특별히 문제되는 게 있느냐”라고 묻는 그에게 나는 미소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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