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호

브라질 ‘브라질리아’

비행기를 닮은 계획도시

  • 사진/글 ·허용선 여행 칼럼니스트 yshur77@hanmail.net

    입력2009-04-01 12: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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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 오스카 시마이어가 설계한 대성당. 성당 내부 천장에 3점의 천사 조각작품이 매달려 있다.
    브라질 ‘브라질리아’
    우리나라 면적의 약 86배, 남아메리카 대륙의 절반을 차지하는 브라질에는 광활한 국토만큼이나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다. 이과수폭포, 아마존강, 열정적인 삼바 춤 등 흥미로운 것들도 곳곳에 널려 있다. 역사가 오래되거나 전통과 문화 유산이 많은 곳이 아님에도 이 나라의 수도 브라질리아(Brasilia)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1987년 유네스코는 브라질리아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면서 ‘현대와 미래가 어울리는 독창적인 도시’라고 평가한 바 있다.

    브라질리아는 초현대적인 건축물이 곳곳에 자리해 마치 미래도시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하다. 항공기의 십자형 기체(機體)를 본떠 계획적으로 만든 인공도시이기 때문에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날개를 활짝 편 비행기 같다. 해발 1200m의 브라질 중앙 고원에 위치한 이곳은 행정관서와 각국 대사관, 대규모의 상업 센터가 있는 브라질의 수도이자 중심 도시다.

    아름다운 돔 보스코 성당

    브라질리아 시내를 다니다 보면 누구나 도시의 건축 형태가 기하학적으로 잘 꾸며져 있다는 사실을 금방 알아채게 된다. 마치 현대 첨단 건축물 전시장에 들어선 느낌이다. 특히 밤 풍경의 아름다움은 사람의 혼을 빼놓을 만하다. 건축학을 전공한 사람이 브라질리아를 방문하면 많은 영감을 얻을 것 같다는 생각도 스쳐 지나간다. 현대 건축물의 박물관이라 일컬어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형태의 건축물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횃불 혹은 가시관 모양의 대성당과 돔 보스코 성당은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청색의 스테인드글라스와 천장의 1500㎏이나 되는 수정 샹들리에는 이곳이 성스러운 곳임을 절로 느끼게 한다.

    대성당 내부로 들어서면 우선 실내 공간의 엄청난 규모에 놀라게 된다. 높이 36m, 직경 60m에 달하는 대성당 천장에 설치된 횃불 모양의 거대한 조형물이 우선 눈에 띈다. 이것은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혔을 때 머리에 씌어졌던 가시 면류관(冕旒冠)을 상징한다. 3명의 천사상이 허공에 매달려 있어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국립극장 역시 볼 만하다. 아즈테카 신전(神殿)을 본떠 만든 흰색의 건축물로, 3개의 큰 홀이 있으며 이곳에서 오페라·콘서트·발레 등이 정기적으로 공연된다.

    비행기의 기수(機首)에 해당하는 지역에는 ‘삼권광장’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는 대통령 관저를 비롯해 국회의사당, 최고재판소 등 입법·사법·행정의 주요 기관이 들어서 있다. 시내에는 파라노아(paranoa)강을 이용한 인공 호수가 적절히 놓여 있어 시민에게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

    삼권광장은 브라질을 이끌어가는 행정의 중심부다. 가장 유명한 건물은 국회의사당인데, 중앙에 28층짜리 빌딩이 있고 왼쪽에는 엎어놓은 공기 모양의 상원 빌딩이, 오른쪽에는 접시 모양의 하원 빌딩이 위치하고 있다. 밤이 되면 조명이 들어와 낮보다 더욱 훌륭한 조형미를 자랑하는 예술 작품으로 변한다.

    삼권광장의 남쪽에는 대법원이 있다. 지상 3층, 지하 1층짜리 하얀색 건물이다. 앞마당에는 ‘눈가림 재판’ 동상이 있다. 이것은 유명한 조각가인 세스캐치의 걸작품으로 과거의 불공정한 재판을 교훈으로 삼아 바르게 살아가겠다는 의지의 표상이다. 삼권광장 중앙에는 부루노 조르지의 ‘노동 전사의 상’과 브라질리아를 만든 브라질 전 대통령 쿠비체크(1902~1976)의 동상도 자리 잡고 있다. ‘활의 궁전’이라고 불리는 외교부 건물도 조형미가 매우 뛰어나다.

    비행기의 양 날개 부분에 위치한 주택가는 합리적인 공간 분할이 흥미롭다. 구획마다 고층 아파트·유치원·초등학교·정원 등이 반드시 들어간다. 이 구획이 4개가 모이면 다시 영화관과 교회 그리고 상점이나 주유소 등이 추가로 들어간다. 각 건물 주변에는 으레 넓은 잔디밭이 있으며, 자동차 전용 입체도로와 인근 도시와 연결되는 고속도로가 가까운 곳에 있다.

    브라질 ‘브라질리아’

    삼바음악은 축구와 함께 브라질을 상징한다.

    ‘내 시체를 밟고 넘어가서 말하라’

    지금은 브라질의 자랑이 됐지만, 브라질리아가 처음 건설될 당시에는 애로점이 많았다. 1956년 1월 브라질 대통령이 된 쿠비체크는 새로운 수도로 브라질리아의 건설을 강력히 추진했다. 그는 브라질의 중심부에 새로운 수도를 건설함으로써 내륙 지역의 개발을 촉진하고 나아가서는 전 국토를 연결하는 교통망을 통해 국가 전체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 굳게 믿었다. 그러나 수도를 리우데자네이루(Rio de Janeiro)에서 브라질리아로 옮기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다. 쿠비체크는 브라질리아 건설을 밀어붙였다. 브라질리아 건설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쿠비체크는 “내 시체를 밟고 넘어가서 말하라”며 계획을 강행했다. 브라질리아 곳곳에는 쿠비체크를 기념하는 각종 조형물, 기념관이 들어서 있다. 신도시 건설 추진을 격렬히 반대했던 사람도 지금은 쿠비체크를 마음속으로 존경한다.

    삼바 음악은 축구와 함께 브라질을 상징한다.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잡혀 온 흑인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스스로를 위로하는 데서 시작된 삼바 음악은 점차 집단적인 춤과 음악으로 발전해나갔다. 1917년 악보를 갖춘 삼바곡 ‘전화로’가 나오면서 삼바 음악은 좀 더 대중화하기 시작했다.

    삼바 음악이 가장 열광적으로 쓰이는 현장은 역시 카니발이다. 카니발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에서 부활까지 40일 동안 금식, 금욕하는 사순절(Len) 직전까지 실컷 먹고 마시고 즐기자는 취지로 발전된 축제다. 유럽은 물론 남아메리카에서도 해마다 사순절 직전까지 축제의 향연(饗宴)이 곳곳에서 벌어진다. 인구의 90% 이상이 가톨릭을 믿는 브라질 사람들은 하느님께 정신적으로 의지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정열과 광란 그리고 해학과 풍자로 대변되는 카니발 기간 중 브라질 사람들이 보여주는 광기는 실로 대단하다.

    브라질 ‘브라질리아’
    1 브라질리아를 건설한 쿠비체크 대통령의 얼굴상.

    2 기독교 성인상이 입구에 늘어선 독특한 외관의 성당.

    브라질 ‘브라질리아’
    3 브라질리아의 많은 건축물은 이미 오래전부터 창을 크게 디자인해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인다.

    4 브라질리아의 밤은 아름다운 건축물로 인해 인상적이다. 사진은 국회의사당의 반원형 건물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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