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호

일본 리코

효율성과 친환경 두 마리 토끼 잡는 행복한 기업

  • 정현상│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09-04-02 17: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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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린트 용지 200회 사용 가능, 포장재 줄여 322억원 절감, 모든 제품 리사이클링, 게다가 종이 없는 사무실…. 세계적 사무복합기기 회사인 리코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종이를 기반으로 하는 제조업체인데도 판매부서와 대리점에 가면 사무실에 종이 한 장 없고 컴퓨터와 전화기만 놓여 있다. 친환경 경영이 일군 결과다.
    일본 리코

    리코는 종이 포장재 대신 재활용 가능한 포장 시스템을 도입했다. 일본 환경박람회의 리코부스. 특수 프린트용지에 다리미를 갖다대자 인쇄된 내용이 감쪽같이 지워졌다. 종이를 사용하지 않는 ‘페이퍼리스’ 사무실 내부.

    일본에선 친환경 경영이 이미 전체 산업으로 고루 퍼져 있다. 지난해 12월11~13일 일본 도쿄 빅사이트 전시장에서 열린 환경박람회 ‘에코 프러덕트 엑스포 2008’은 그 현황을 알 수 있게 하는 흥미로운 행사였다. 도요타의 1인용 전기자동차 아이리얼, 리코의 친환경 프린터, 소니의 수동 자체충전식 디지털 카메라…. 수많은 기업이 이곳에 부스를 마련하고 자사의 친환경 제품을 홍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 행사에서 특히 주목받은 업체 가운데 한 곳이 바로 세계적 복합사무기기 제조·판매회사인 리코(Ricoh)다.

    박람회장 입구 왼편에 마련된 리코 부스에선 우선 레코뷰(Reco-view)라는 새 프린터 제품이 눈에 띄었다. 한번 사용한 A4 용지인데도, 이 프린터를 통과하면 프린트된 면이 깨끗이 지워지고 새로운 출력물이 나왔다. 물론 이 A4 용지는 특수 용지인데 일반적으로 200회 이상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실험실에선 1000번까지 사용이 가능했다는 것. 리코 사회환경본부의 유지 노리타케 스페셜리스트의 설명이다.

    “순간적으로 고열을 내서 잉크를 기록지에 입히는 프린터의 원리를 응용한 제품입니다. 2004년 처음 출시했고 지금은 성능을 한층 향상시켰습니다. 일반 오피스보다는 생산현장에서 반응이 좋습니다. 소비자 가격이 50만엔대여서 아직 대중적으로 확산되지는 못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종이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습니다.”

    리코 부스에서는 전력 사용량을 대폭 줄인 친환경 복사기도 눈에 띄었다. 플러그에 코드를 꽂았을 때 99초가 걸리던 예열시간을 23초로 단축한 복사기였다. 또 복사기를 사용하지 않을 때 전력 누수량을 줄이기 위한 연구도 큰 진전이 있었다. 슬립모드에 있던 복사기를 다시 사용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도 15초대로 빨라졌다.

    “리코는 제품을 만들 때부터 리사이클하기 쉽도록 설계합니다. 특히 친환경 포장재 개념을 도입해 포장재의 80% 이상을 재사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를 통해 1997년부터 2007년까지 종이 포장박스를 연간 1만2000t 줄였습니다. 이는 큰나무 3만4000그루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돈으로 환산하면 20억4000만엔(약 322억3200만원)에 달하죠. 저희는 또 식물성 토너 개발을 통해 이산화탄소 방출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제품을 올해 출시할 예정입니다.”



    국내서도 본받는 5R 운동

    리코는 2007년 매출총액 9277억엔(약 14조6500억원)을 기록했으며, 38개국에 진출한 세계적 기업이다. 요즘 전세계적으로 ‘녹색산업’이 주목을 받으면서, 앞서서 친환경 경영을 실천해온 리코가 특히 각광받고 있다. 회사의 친환경 5R 운동(Refuse, Return, Reduce, Reuse, Recycle)은 국내에도 소개돼 이를 배우려는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국내 관계자들의 요청으로 한국의 환경회의에도 대표단이 여러 번 참석한 바 있다.

    리코의 본사 로비에는 ‘신뢰의 반지(Ring of Trust)’라는 조각상이 전시돼 있다. 이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안팎이 하나인 반지인데, 기업과 외부 고객, 파트너가 한 몸이라는 경영진의 생각이 투영된 작품이다. 친환경 경영이란 결국 기업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고, 사회적으로 존경받으며, 지구 환경에 해를 덜 끼치는 경영을 말한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선 기업이 외부와 유기적으로 잘 결합돼 있어야 가능하다. 그래서 신뢰의 반지는 비전이 필요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2008년 가을부터 일본 전역에도 경제위기 의식이 확산되자 시로 곤도 리코 사장은 사원들에게 특별지침을 내렸다.

    “지방을 줄여서 근육질로 만듭시다.”

    효율적인 경영으로 낭비를 줄여서 위기에 대비하자는 뜻이다. 환경추진담당 기요시 사카이 전무를 만나서 가장 먼저 물어본 것도 바로 이 부분이었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친환경 경영 투자가 줄어드는 것은 아닌지요.

    “저희 회사는 친환경 제품·경영 자체가 이익도 증가시킨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단기간에 이익을 낼 수 있는 친환경 기술 부문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에너지 환경부하가 큰 재료를 사용하는 사업이나, 전통적 방식의 화력발전소 대신 풍력이나 태양열 에너지 사용 등은 좀 주춤하지 않을까요.”

    저마다 외부상황 악화로 힘들어하지만 리코는 오히려 희망적이다. 올해 자사에 큰 힘이 될 만한 시장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저희도 시장 상황이 악화돼 하반기에 매출이 떨어졌지만 12월부터 미국의 최대 독립 판매회사인 아이콘이 우리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아이콘사 판매 제품의 60% 정도가 캐논사 제품이었는데, 최근 많은 제품을 리코 것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이것이 플러스 요인이 될 것입니다.”

    일본 리코

    지난해 12월11일 환경박람회에서 리코의 친환경 경영을 설명하는 도우미와 고이치 가루베 홍보부장(오른쪽).

    -친환경적 경영 추구가 어떻게 이익 증가로 이어지는지 궁금합니다.

    “저희는 1970년부터 복사기 제조에 친환경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친환경 제품이라면 에너지 절감, 지구온난화 가스 감축 등으로만 생각하는데 그보다 더 깊은 의미가 있습니다. 환경 경영에 대해 리코는 환경오염 예방, 자원 절감, 에너지 절감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 세 부문에서 친환경적 제품 개념이 완성됩니다. 이것이 또 어떻게 경제적 이득으로 이어지는지를 알려면 먼저 리코의 경영 역사를 이해해야 합니다.”

    ‘적자인데도 리사이클링 해야 하나’

    일본에서는 1960~70년대 급격한 공업화로 인한 오염문제가 대두됐다. 일반적으로 화학공장이나 재료 제조 공장은 환경적으로 악영향을 미치므로 공업화시기에 리코는 오염방지에 주력했다. 1970년대 복사기가 대규모로 보급되었는데, 당시만 해도 복사기를 사용하는 사무실 공간이 좁고 근무 환경이 좋지 않았다. 더욱이 복사기는 작동하면서 코로나방전에 의해 오존을 발생시킨다. 그래서 리코는 오존이 복사기에서 외부로 흘러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기술개발에 열을 올렸다. 흑백 복사기의 경우 탄소 토너를 사용하는데 이것이 또 발암물질이라는 논문이 1980년 스웨덴에서 발표돼 관련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사카이 전무의 말이다.

    “이 시기에 리코는 토너 원료를 선택할 때부터 비발암성 재료를 사용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저는 리코가 비발암성 토너를 사용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1981년 논문을 발표한 그 과학자를 스웨덴으로 찾아가 토론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토너나 오존 발생 문제 외에도 복사기에는 소음과 열풍 처리 문제가 남아 있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돈을 아끼지 않고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었지요. 친환경적인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노력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리코의 경우 제품 판매가 최종 단계가 아니다. 생산하는 제품이 주로 50만~100만엔대의 고가 사무기기이므로 리스 방식으로 고객에게 판매된다. 더욱이 수리와 교체도 지원해야 한다. 고객이 사용 제품을 신형으로 바꾸고자 할 때는 리스회사에서 제품을 거둬간다. 언젠가 반드시 제품을 회수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내부에서 자원절감 문제가 대두됐다.

    “구형 제품을 그냥 버리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직원들 사이에 퍼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재료를 리사이클해야 이익이 커진다는 생각이 오래전부터 싹텄지요. 1992년 리코는 담당 임원을 두고 상품설계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여기서 어떻게 친환경적인 개념의 제품을 설계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실제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습니다.”

    리사이클링 사업 10년 만에 흑자

    일반적으로 리사이클링이나 친환경적 제품 개발은 판매부서에서 먼저 생각하게 된다. 고객들의 필요를 인식하고 그것을 제품 개발부서에 전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리코의 경우 기술진이 먼저 이 필요성을 인식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고 환경적 도덕성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기술자들이 관심을 갖고 제품 개발에 들어갔습니다. 리사이클의 경우 시장에서 제품을 어떻게 회수하고, 분해할 것인가, 분해 장소는 어디로 하고, 관련 기술과 인원은 또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문제였지요. 1996년 리사이클 비즈니스를 시작했는데, 초기엔 적자폭이 컸습니다. 사내에서도 경영진들이 적자인데도 꼭 이 사업을 해야 하느냐는 문제제기를 했지요. 당시 저는 실무진으로서 제안하는 입장이어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결국 경영진은 장기적으로 환경보전과 경제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로 결심하고 실무진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경영진은 리사이클의 양이 많아지면 언젠가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고 그것이 10년 만에 사실로 확인됐다. 리사이클 사업은 2006년 흑자로 돌아섰다. 사카이 전무는 2007년엔 엄청난 흑자를 기록했다고 하지만 총 비용과 흑자 액수는 영업 비밀이라면서 공개하지 않았다.

    리코의 세 번째 화두는 에너지 절감이었다. 물론 최근 에너지 절감은 기업들에 가장 큰 화두가 되어 있다. 석유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온실가스 감축이 의무화되면서 대안에너지 개발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리코가 친환경 제품 제조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40년 전만 해도 기계 자체의 에너지를 절감하려는 노력은 드문 경우였다. 개인 취향이 판매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자동차나 생활가전제품은 크고 화려한 제품이 인기가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직장에서 사용하는 복사기 등은 기계가 작고 에너지를 적게 쓴다면 그만큼 상품으로서 가치가 크게 마련이다.

    “우리는 효율성을 추구하면서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그것이 지구온난화 방지에도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아주 행복한 기업인 셈이죠.”

    ‘페이퍼리스’ 사무실

    지구에 대한 환경부하를 줄이기 위해 에너지 절감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일본에서도 1990년 후반에 가서야 확산되기 시작했다. 선진 각국이 환경보호 제품 인증제를 실시하고, 일본 경제산업성에서도 기업의 환경보호운동 확산을 촉진하기 위해 ‘환경 탑러너’ 제도를 도입해 선정기업에 대해서는 ‘에코 퍼스트 마크’ 등을 홍보에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는 1997년 퍼스널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을 때 화면을 슬립모드로 전환할 경우 전력사용을 줄일 수 있다는 권고를 했고, 현재 대부분의 컴퓨터에선 슬립모드가 작동된다. 그런데 이 개념이 복사기나 프린터 등 다른 기기에도 도입됐다.

    일본 리코

    일본 최대의 환경박람회 ‘에코프러덕트 엑스포 2008’이 열린 도쿄 빅사이트 전시장.

    특히 복사기나 프린터에서 토너는 열 기술에 의해 정보가 정확하게 종이에 입력된다. 대개 150도 안팎의 온도에서 이것이 가능하다. 전원을 켰을 때 얼마나 빨리 기계가 이 온도로 올라가서 복사나 프린트 기능을 수행하느냐가 과제다. 이 기술은 간단해 보이지만 고난도의 정밀성을 요하는 기술이다. 지금은 전원을 켠 뒤 10초 만에 바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했다. 리코 기술진은 ‘스탠바이 모드’에서 실제 복사할 때까지의 전력 사용량도 95%나 줄였다. 또 실제 복사와 프린트할 때의 전력 사용량도 4분의 1로 줄였다. 그 결과 고객의 전기요금 절감뿐 아니라 지구 환경적으로도 도움이 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리코에서 가장 흥미로운 일은 아마도 종이가 없는 ‘페이퍼리스’ 사무실이 아닐까. 복사기 프린터 등 종이를 기반으로 하는 사무기기 제조업체인데 정작 본사의 판매부서나 대리점에 가면 책상 위에 종이 한 장 없고 컴퓨터와 전화기만 놓여 있다.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사카이 전무의 말이다.

    “리코는 종이나 복사기 프린터만 파는 회사가 아닙니다. 오히려 오피스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를 판매하는 회사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합니다. 효율이 좋지 않은 것을 팔면서 리코가 돈을 버는 것은 무의미한 일입니다. 그래서 종이 낭비 없고, 효율적이며, 친환경적인 사무실 개념을 도입했지요. 물론 처음엔 ‘페이퍼리스’ 사무실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우선 종이 사용량이 잘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종이 낭비가 없어지고,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업무 효율도 높아진다는 것을 사원들이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중요한 정보 보관소 역할을 했던 종이 파일은 모두 전자 데이터로 보관 중입니다. 이런 형태의 사무실에는 보안도 잘 지켜집니다. 사실 직원들이 적응만 된다면 거의 모든 업무영역에서 가능한 형태입니다. 그럼에도 회의할 때나 긴급하게 종이 사용이 필요한 경우들이 있어서 완전한 형태의 ‘페이퍼리스’ 사무실을 만드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습니다.”

    일본 리코

    리코의 환경추진 담당 사카이 전무와 사회환경본부 다니 본부장(오른쪽).

    경영진의 결단

    리코는 해마다 환경회계 결과를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외부에 알린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4월1부터 2008년 3월31일까지의 회계연도에서 리코는 179억엔의 환경비용을 들였고, 395억1000만엔의 환경효과를 거뒀다. 환경회계란 비즈니스 부문 비용, 제품 리사이클링 비용, 행정 비용, 연구개발 비용, 사회활동 비용, 환경회복 비용 등의 부문으로 나눠 비용을 따지고, 에너지 절감, 부가가치 생산 기여, 사회의 폐기물 비용 저감, 환경교육 효과 등을 따져서 환경효과를 계산한다.

    리코의 환경 경영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역시 기술개발이다. 당장 상용화가 어려운 기술이어도 몇 년 뒤를 내다보고 끊임없이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경박람회에 선보인 ‘레코뷰’ 프린터도 그런 기술이 될 것이다. 다쓰오 다니 사회환경본부 본부장이 중심이 된 환경기술팀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 경제성 등을 검토해가며 경영적 측면에서 신기술의 도입 여부를 저울질한다.

    또한 경영진의 용기 있는 결단도 중요했다. 단기적으로는 적자를 예상하면서도 남보다 더 빨리 시작해서 장기적으로 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확신은 어떻게 가질 수 있었을까. 다니 본부장의 말이다.

    “당시 사장이던 사쿠라이 회장님이 외국 생활을 오래 해서 그런지 사고방식이 개방적이고, 환경 분야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1997년 친환경 투자가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를 따져보는 시뮬레이션을 전사적 차원에서 실시했는데, 몇 년 걸리지 않아 플러스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리사이클 사업의 경우 2003년에 흑자로 전환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습니다. 실제로는 2년 더 걸려서 2005년에야 플러스가 됐지만, 그때의 그런 결단 덕분에 지금 그 결실을 누리고 있는 것입니다. 회사의 대표가 의지를 갖고 강력히 추진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사카이 본부장도 리코의 친환경 경영의 성공 비결을 리더십에 뒀다. 리더의 지휘 아래 그룹 전체가 유기적으로 잘 움직였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사쿠라이 사장 취임 이전에는 ‘친환경’이라는 개념이 직원들 마음에 절실하게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환경 경영에 대한 의견이 충분히 개진되지 못했고, 구성원들도 이 문제에 대해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때가 가장 힘들었지요.”

    리코가 수십년간 친환경적인 제품 개발에 관심을 가져왔지만 그런 노력에 결정적 힘을 실은 건 경영진의 환경경영선언이 있었던 1997년이었다. 이후 전 직원은 친환경 기술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었고, 에너지 절감, 비생산 부문에서의 친환경 실천에 돌입할 수 있었다.

    “리코는 제품 메이커이지만 부품 생산, 마케팅, 고객사용과 유지관리, 리사이클 사업에서까지 환경부하를 줄이는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이렇게 고객들의 행동까지 포함한 친환경 활동을 기업 본사가 전체적으로 생각하는 곳은 리코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교토의정서에 따르면 일본 등 선진국은 2050년까지 환경부하 양을 2000년 수준의 8분의 1로 줄여야 한다. 리코는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고객들에게는 제품을 잘 사용해달라고 당부하고, 부품업체에는 환경부하가 작은 원료를 사용해서 자원 사용량도 줄여달라고 요구한다. 공장의 사용 에너지도 줄여나가고 있다. 또 환경부하를 줄이는 데 사용하는 컴퓨터소프트웨어‘리코 레토’를 각 공장과 부품업체에 제공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점검할 수 있다.

    환경 액션 플랜 착수

    리코의 2008년 ‘지속가능성 보고서’에는 2050년을 바라보는 리코의 친환경경영 원칙이 이렇게 묘사돼 있다.

    일본 리코

    리코는 친환경적인 식물성 토너를 개발했다.

    ‘2050년에 지구 인구는 90억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광물 자원은 바닥나고, 토지 이용에도 여러 규제가 작용할 것이다. 반면 에너지 자원은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해 석유에서 대안 에너지들로 바뀔 것이다. 이를 계기로 사회와 비즈니스 모델에 근본적 변화가 다가올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사용해왔던 화석연료와 풍부한 천연자원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리코 그룹은 자원을 덜 사용하는 환경기술과, 석유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제품 원료들을 개발하고 있다. 미래의 사회변화와 그런 변화가 우리 비즈니스에 끼칠 영향을 예상하면서 우리는 미래를 준비하며 오늘 취해야 할 조치들을 담고 있는 환경 액션 플랜에 착수했다. 우리는 근본적으로 바뀌는 사회에 재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우리의 비즈니스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리코 그룹은 2007 회계연도에 7.3% 성장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기업활동으로 인한 환경부하는 이전 회계연도와 거의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다만 비즈니스 활동으로 인한 환경부하는 오히려 크게 줄어 전년도의 92.45%에 머물렀다. 규모가 큰 환경부하는 주로 원료와 부품 조달과 같은 비즈니스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 이전 회계연도에 비해 장비분야처럼 좋은 결과를 보인 비즈니스 부문에서 발생한 환경부하는 원료와 부품 구입량이 많아지면서 증가했다. 그러나 가스나 물 계량기 등 측정기기에 사용되는 원료가 줄어 원료와 부품 조달로 인해 초래된 전체 환경부하의 삭감에 기여했다.

    리코는 환경회계를 작성할 때 고객들이 리코 제품으로 전력과 종이를 소비하면서 발생시킨 환경부하도 포함시키고 있는데, 이 부분은 이전 회계연도보다 크게 증가했다. 이 말은 결국 제품 자체의 수익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에너지 절약 기술을 도입해 줄인 전력소비 총량도 제품 판매 증가로 인해 초래된 에너지 소비 총량을 상쇄하지 못했다. 그러나 현 추세대로 친환경 경영을 실천해간다면 리코는 조만간 이 수치를 역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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