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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훈의 ‘남자 옷 이야기’ ④

Classic Shoes

남자의 시간을 정직하게 담은

  • 남훈│‘란스미어’ 브랜드매니저 alann@naver.com│

Classic Sho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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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 Shoes

좋은 구두는 바닥에서도 표가 난다. 바닥이 가죽으로 처리돼 있어야 한다.

한국 시장에 클래식 슈트가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전이다. 모든 옷이 클래식으로부터 출발해 트렌디 스타일로 재해석되고 진화하는 것이 복식 발전의 자연스러운 흐름인 데 반해, 한국 패션의 역사는 트렌드에 대한 관심이 과잉되고 클래식 영역은 극단적으로 좁았다. 그러나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빛나는 ‘은갈치’ 양복을 멀리하게 하고, (무심결에 입어온) 몸을 구속하는 딱딱하고 각진 로봇 슈트를 다시 생각하게 했으며, (가죽과 상극인 물, 불, 기름으로 구두를 두 번 죽이는) ‘불광’을 내지 않게 한 것만도 클래식 복식의 존재감이 일궈낸 큰 소득이라 하겠다.

옥스퍼드와 슬립온

슈트에 흰색이나 밝은 색 양말을 신는 남자가 여전히 많지만, 클래식 복식의 확산은 그것을 손가락질하기보다 구두의 색상은 어떻게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지, 그렇게 선택한 구두에 어떤 양말을 신으면 좀 더 품위 있어 보이는지에 관한 문화적 배경을 제공한다. 자유분방한 느낌의 캐주얼 반바지에 엄격한 구두가 어울리지 않듯, 클래식 슈트에 스니커즈를 신는 것도 자연스럽지는 않다. 와인에 잘 맞는 음식이 있듯 품위를 드러내는 정장 차림에는 클래식한 구두를 매치하는 것이 좋다.

Classic Shoes
남자의 클래식한 구두는 크게 옥스퍼드(oxford)와 슬립온(slip-on),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오래 고민한 끝에 용기 내어 클래식 슈트를 시도한 사람이 클래식한 구두라는 새로운 세계에 관심을 가질 때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이 바로 옥스퍼드다. 구두 윗부분이 발목 아래쯤 오고, 끈 구멍이 세 개 이상 있어 끈을 묶도록 되어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신기 시작한 이 고전적인 구두는 슈트를 입는 모든 남자가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슈트와 어울리는 또 다른 구두로 윗부분에 벨트 고리 같은 장식을 둔 몽크 스트랩(monk strap)이 있다. 벨트 고리 역시 끈의 일종으로 간주되기에 슈트 차림에 무리가 없다. 클래식한 옷차림에 탄력이 붙은 사람이라면, 벨트 고리의 색상이나 숫자에 변화를 주면서 자기만의 스타일을 완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편 슬립온은 기본적으로 끈이 없고 앞쪽 등가죽이 짧은 구두를 일컫는다. 노르웨이에서 건너온 이 구두는 1930년대 미국 대학생들 사이에 폭넓게 유행했는데, 신고 벗기가 간편해서 캐주얼한 구두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이 때문에 비즈니스 캐주얼을 대표하는 재킷에는 잘 어울리지만, 포멀한 슈트를 입는 경우에는 권장할 만한 선택은 아니다.



구두의 종류는 끝도 없다. 밤하늘의 별만큼 많다. 물론 그 모든 구두가 다 잘 만들어졌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좋은 구두란 원래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안목이 있는 경우에만 발견되는 파랑새가 아닐까. 오래도록 입어 낡아 보이는 슈트에 시간을 들여 잘 손질된 구두를 신고 있는 중후한 신사를 보면 조용히 목례를 건네보시라. 인생의 굽이를 현명하게 잘 지나온, 그윽한 연륜이 마음 깊이 느껴질 것이다.

좋은 구두의 조건

남자의 구두란 그의 온 체중을 지탱하며 주인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그를 싣고 따라가는 친구 같은 존재다. 오직 품질 좋은 클래식 구두만이 그 오랜 세월을 견딜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처럼 남자의 시간을 정직하게 기록할 정말 좋은 구두를 발견하고, 그것을 오래도록 소중히 신기 위한 지침을 소개한다. 누군가는 이미 즐기고 있을 지침이다.

▲ 미국이나 한국에서는 검정 구두를 애용하지만, 클래식 슈트에 잘 어울리는 구두 색상은 브라운이다. 역사적으로 품질이 좋은 소가죽은 갈색이었고, 그 가죽을 이용해 좋은 구두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블랙 슈트나 턱시도 같은 예복에는 검정 구두가 합당하다.

▲ 구두의 질은 일단 가죽의 질에 의해 결정되며, 광택이 은은한 것이 좋다. 지나치게 광택이 나는 구두를 피하시라.

▲ 같은 구두를 이틀 연속으로 신지 않는 것이 사람의 건강과 구두의 품질 모두를 위해 현명한 방법이다. 몇 켤레의 좋은 구두를 마련한 다음 번갈아가며 신는 것이 바람직하다.

▲ 좋은 구두의 바닥은 가죽으로 처리돼 있을 것이다. 검게 만든 밑창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적당하게 결점을 가린 제품일 가능성이 있다. 고무 밑창은 캐주얼이나 스포츠용으로 적합하다.

▲ 구두를 신고 벗은 다음에는 항상 나무로 만든 슈 트리(shoe tree)를 넣어둔다. 구두 내부의 수분을 흡수하고, 구두가 위로 휘어지는 것도 막아준다.

▲ 비를 맞아서 구두에 소금기를 머금은 하얀 자국이 남았을 때는 식초와 물을 섞어서 잘 닦아준다.

▲ 모든 맞춤복이 완벽할 수는 없듯이 잘 만들어진 구두도 흠 하나 없이 완벽하기는 어렵다. 어떤 수제화는 깨끗하게 손질되어 있으나 바느질이 불완전할 수 있다. 손으로 한 바느질이 오래간다.

▲ 구두를 살 때에는 항상 신발을 테이블 위에 놓아보시라. 구두 등 부분의 밑창(waist)이 약간 구부러지며 곡선을 이루는지 자세히 들여다본다. 굽의 앞부분은 테이블에 닿아야 하지만 뒷부분은 닿지 않는 것이 좋다. 구두코의 끝은 아주 약간 위를 향하는 것도 괜찮다. 어떤 걸음걸이를 갖느냐는 구두의 균형이 맞는지에 달려 있으므로 이런 부분까지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신동아 2009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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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훈│‘란스미어’ 브랜드매니저 alan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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