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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이안 씸 주한영국문화원장

“쇠락해가던 맨체스터 살린 건 축구가 아니라 예술이었다”

  • 정현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이안 씸 주한영국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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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씸 주한영국문화원장

공업의 쇠퇴로 버려졌던 맨체스터의 샐퍼드 부두는 1980년대 말 도시 재생 프로젝트에 의해 복합문화공간인 로리센터로 바뀌었다.

“창의적인 도시가 경쟁력 있는 도시입니다. 창의적인 공간이 많아야 세계인이 많이 찾아옵니다.”

▼ 영국의 도시 가운데 성공적으로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수행한 곳이 많이 있습니까.

“영국의 수많은 도시가 지난 30여 년 동안 변화 프로젝트를 시행해왔습니다. 대표적인 도시가 바로 북동쪽에 위치한 뉴캐슬입니다. 도시 중심에 강이 흐르는 이 도시는 과거에 조선업의 중심지였습니다. 그런데 30여 년 전 한국의 조선업이 부상하고, 유럽의 조선업이 경쟁력을 잃어가면서 뉴캐슬에서도 조선산업이 쇠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모든 산업설비가 황폐화됐습니다.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었지요. 그런데 얼마 뒤 그들은 강가의 선박설비들이 있던 곳에 거대한 예술과 창조산업 복합단지를 조성했습니다. 지금은 수많은 상을 받은 화랑과 콘서트홀이 들어섰습니다. 그들은 200년도 더 된 뉴캐슬의 아름다운 도심지도 복원했습니다. 이처럼 예술적인 투자 덕분에 관광객을 불러모을 수 있었고,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다른 산업도 번창하기 시작했습니다.

흔히 한국인들이 (박지성 때문에) 축구의 도시라고 알고 있는 맨체스터도 비슷합니다. 이곳은 75㎞ 운하 덕분에 내항으로서 한때 상공업이 번창했는데, 외부적 환경의 변화로 점차 관련 산업이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폐허로 변했던 부두 시설이 다른 복합예술문화시설로 대체되었고, 새 산업이 들어오면서 도시의 경제가 근본적으로 바뀌게 된 거지요.”

▼ 도시를 재생하는 아이디어는 누가 냈나요?



“정확히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수많은 사람이 그런 아이디어를 동시에 냈습니다. 건축가 예술가 도시계획자가 함께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작업에 참여한 사람이 이번 세미나에 참석합니다. 분명한 것은 이런 작업은 누구 한 사람의 힘만으로 가능한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수많은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수년 동안 힘을 모아야 하는 일입니다.”

▼ 이런 아이디어는 디자인과 도시 변화에 관심 많은 서울시에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서울은 사실 영국이 경험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상황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지난 20~30년간 서울은 매우 빠르게 성장해왔습니다. 그런데 도시의 많은 부분이 비계획적으로 형성됐습니다. 서울 여기저기를 둘러보면 건물이 서로 어울리지 않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피스빌딩, 가정집, 박물관, 고궁이 마구 뒤섞여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그렇게 하지 말자는 겁니다. 생각을 바꾸면 도시를 사람이 더 살 만하고, 서로 어울리는 공간으로 바꿀 기회가 있습니다.”

성공적인 다윈 전시

▼ 영국문화원이 왜 이 이런 프로젝트에 관여하는지요.

“영국문화원의 설립 목적은 다른 나라와 국제적· 문화적 관계를 증진하는 데 있습니다. 문화적 관계는 사람이 서로 어울리고 토론해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영국 전문가가 와서 공주시민과 공유하고, 이 작업으로 인해 도시가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하는 것이 바로 문화적 관계의 실현입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아, 국제 교류와 공유 덕분에 우리가 사는 곳이 더 살 만한 공간이 되었구나’라고 생각하게 될 겁니다. 이렇게 서로 협력하면 이 세상이 더 나은 곳이 되지요. 우리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씸 원장은 ‘예술을 통한 도시 재생’ 프로젝트가 다른 도시로 확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와는 이미 작업을 해오고 있고, 광주시(심 원장은 ‘경기 광주말고 전라도 광주’라고 설명해줬다)와도 논의한 적이 있다고 한다.

문화도시 프로젝트 외에 영국문화원이 최근 성공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이 다윈 프로젝트다. 국립과천과학관과 동아사이언스가 주최하고 영국문화원, 동아일보 등이 후원하는 ‘다윈과 오늘’(5월10일까지) 전시회는 개관 4개월 만인 3월 초 현재 10만여 명이 다녀갔다. 2009년은 다윈 출생 200주년, 그의 기념비적 저작 ‘종의 기원’ 출간 150주년이 되는 해다.

“다윈은 이미 죽었지만 결코 과거의 인물이 아닙니다. 지금도 그가 창안한 진화론과 관련한 종교적, 사회적 이슈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과학적 발견에 대한 토론은 지속돼야 합니다. 그래서 영국문화원이 지난 200년간의 다윈 이야기의 중심이 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국립과천과학관 관계자들이 개관 기념 이벤트로 다윈전을 열기로 하고 영국문화원으로 찾아왔습니다.

사실 다윈전도 역사에 대한 현대적 해석의 문제입니다. 역사가 있는 도시를 어떻게 현대적으로 바꿀 것인가 하는 문제와도 연결됩니다. 다윈에 대한 논의가 한국에서 더 진전되도록 추가로 다윈 관련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과학 카페(Cafe Sci- entifique)’를 만들까 합니다. 딱딱한 과학 강연이 아니라 커피를 마시거나 비스킷을 먹으며 과학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참 흥미로울 듯합니다.”

▼ 영국문화원은 지난해 기후변화 프로젝트를 출범시켰습니다. 어떤 내용입니까.

“왜 문화 관련 기구가 기후변화라는 과학 이슈에 대해 흥미를 갖느냐고 의아해할 수 있을 겁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문화적 관계, 즉 정보와 아이디어의 공유 및 교환 측면에서 보면 영국문화원이 사람들이 직면한 커다란 문제에 관계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기후변화는 요즘 인류에게 큰 문제 가운데 하나니까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후변화 프로젝트의 목적은 장차 이 사회의 리더가 될 젊은 사람들이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도록 하는 것입니다.‘국제 기후변화 챔피언’이라는 프로젝트는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 참가자들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폴란드를 다녀왔고, 올해 말 신기후변화협약이 열리는 덴마크 코펜하겐에도 갈 예정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힘이 점점 커져서 중요 의사결정자들이 이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2월 영국문화원은 9명의 기후변화 홍보대사를 선발했다. ‘100만원을 갖는다면 그것으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인가’라는 주제에 대해 보고서를 쓴 130팀(3인 1팀) 가운데 3팀을 뽑았고, 3월 일본의 기후변화 트레이닝 행사에 한국 대표로 파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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