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호

마케팅 관점에서 무기개발 기획하는 통합체계 구축해야

방산전문가의 제언

  • 정재원│국방기술품질원장 jwon@dtaq.re.kr│

    입력2009-04-08 15: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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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50의 아랍에미리트 수출 고배는 최고의 무기를 만드는 것과 이를 해외에 판매하는 것은 다른 종류의 과제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무기체계의 수출은 마케팅이라는 새로운 시각과 관점에서 접근할 때에만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교훈이다. 남은 것은 한국의 현실에서 이 교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의 문제다.
    마케팅 관점에서 무기개발           기획하는 통합체계 구축해야

    우리 기술로 개발한 ‘명품무기’ K-9 자주포. 최대 사거리 40km에 기동력이 탁월해 21세기 전장 조건에 적합한 세계적 수준의 자주포로 평가받고 있다. 2001년 터키 수출을 계기로 중동 국가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는 우리 군이 창설 60주년을 맞은 특별한 해였다. 1948년 병력 5만명으로 시작한 우리 군은 60년 만에 70만 병력과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든 전차, 자주포, 항공기, 잠수함, 이지스 구축함 등 각종 첨단무기와 장비로 무장한 세계 10위권의 정예강군으로 성장했다. 이제 우리는 지난 60년의 의미를 돌이켜보며 내일을 준비해야 할 시점에 와 있고, 무엇보다도 미래 안보 환경에 적합한 군사력을 건설하는 일과 함께 앞으로 국방 분야가 지향해야 할 장기적인 비전이 무엇인지 설정해야 할 때를 맞았다.

    지난해 수출 10억달러를 달성한 방위산업 분야에서도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정부가 내세우는 ‘방위산업의 신경제성장 동력화’라는 목표는 방위산업이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해야 하는 현재의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단순히 수출전략을 마련하는 차원뿐 아니라 국방 분야의 과학기술을 개발하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고민하고 연구해야 하는 것임을 시사한다.

    사실 한국의 자주국방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1970년대 초 데탕트 분위기와 베트남 공산화 등을 거치면서 비로소 자체 방위역량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자주국방’의 의지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국방에 필요한 무기의 연구, 개발, 시험평가와 관련된 기술연구를 전담하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창설된 것은 이러한 인식 변화의 산물이었다.

    ‘돈 버는 국방’이라야 산다

    당시만 해도 국내를 통틀어 연구기관이라고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유일했을 정도로 연구 인프라는 척박했다. 1970년 ADD의 창설 이래 비로소 목표지향적인 연구개발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초창기 개인화기, 박격포 등 지극히 초보적인 무기체계를 연구 개발했던 우리는 1980년대에 들어서는 국내 경제 발전과 더불어 본격적인 연구개발에 나서 K-1 전차, 지대지 현무미사일 등 더욱 정교한 무기체계를 개발할 수 있었다. 1990년대 이후에는 130mm 다연장로켓, KF-16 조립생산, 한국형 구축함 사업 등으로 자주국방의 기반을 다졌고, 2000년대 들어서는 K-9 자주포, KT-1 기본훈련기, T-50 고등훈련기, 어뢰, 방공무기, 함대함 순항미사일, 잠수함, 이지스 구축함 등 각종 첨단무기체계를 개발해 전력화했다. 이에 힘입어 우리 군의 전력도 세계 10위권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다른 측면도 있다. 스웨덴의 군사문제 연구기관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한국은 2007년 기준으로 세계 5위의 무기 수입국이다. 더욱이 무기 수출입 적자규모는 2003년 4억7100만달러에서 2007년 15억9300만달러로 5년간 3.4배나 증가했다. 이러한 이유로 군은 오랫동안 소모성 집단으로 인식돼왔다. 언제 발생할지 모를 전쟁을 위해 평소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부어야 하는 조직이라는 특성 때문에 국방비를 국가안보를 위한 일종의 ‘보험료’로 생각하는 견해도 있었다.

    이러한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의지는 국방 분야에서도 경제효과를 창출해야 한다는 인식으로 이어진다. 방위산업을 신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군사력 증강을 추구하는 것뿐 아니라 해외 수출과 연계해 경제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목표는 날이 갈수록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방위산업의 경제적 효용가치는 엄청나다. 잠수함 한 척이 중형 자동차 1만8000여 대, T-50 고등훈련기 한 대가 중형 자동차 1100여 대의 수출효과와 동일한 부가가치를 갖는다. 특히 무기체계의 경우 전에 도입된 무기와 나중에 도입된 무기체계 간의 상호운용성이 원활해야 한다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일단 도입하면 추후에도 계속 같은 계열의 무기체계를 쓸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6·25전쟁 이후 오랫동안 미국의 무기체계를 도입해 쓸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지난해 한국은 10억달러 수준의 방산 수출을 이뤘다. 그러나 연간 600억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세계 방산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2%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세계 200여 국가 중에서 10위 수준이다. 지난 시절을 돌이켜보면 비약적인 성장을 이룩한 것이지만, 세계 무기수출액의 80%가량을 차지하는 미국, 러시아, 영국, 독일 등 상위 6~7개국을 생각하면 갈 길이 멀다.

    미래를 보면 돈이 보인다

    이렇듯 한국의 방위산업은 아직 미약한 상태지만, 세계 무기시장에서 점차 그 입지를 확보해나가고 있다는 사실은 그동안 축적해온 첨단 국방과학 기술력이 새로운 기회를 맞을 발판이 마련되었음을 의미한다. 그 기회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사항이 있다.

    수출이 되는 무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예측해야 한다. 우리의 필요에 따라 만든 물건을 내다팔겠다는 자세에서 탈피해 예상 가능한 판매대상국에 적합한 성능과 가격까지 고려해가며 무기체계를 연구·개발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이렇듯 연구개발 작업을 사전에 기획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작업이 바로 국방기술기획이다. 현재의 무기개발 추세 분석과 함께 미래 전장 환경에 필요한 기술을 식별하고, 국제 무기시장과 정세 분석, 판매대상국이 처한 국방 환경 등에 대한 정확한 예측 등이 함께 필요한 복잡한 작업이다. 현재 상태를 명확히 알아야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고, 그에 맞는 무기체계를 개발할 수 있다.

    만약 누군가 미래 전장 환경이나 기술이 어떻게 변할지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면 유사시 전쟁에서의 승리는 그들의 것이다. 다른 나라와 똑같이 예측한다면 같은 수준의 대칭전력으로 맞서게 될 것이다. 기획이라는 작업의 핵심이 여기에 있다.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비대칭요소를 찾아내 개발한다면, 주변이 모두 청동기를 쓰는 시대에 철제무기를 들고 나오는 형국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경쟁국보다 앞선 성능을 가진 유일무이한 무기체계를 개발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수출로 연결되는 지름길이다.

    물건을 잘 팔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고객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아는 것이라면, 다음 단계는 팔 물건의 특징을 파악하는 일이다. 이를 바탕으로 정확한 판매 전략을 세워야 성공확률이 높아진다.

    과거 한국의 무기개발은 오직 우리 군이 사용할 목적으로만 이뤄졌다. 판매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판매 가능성을 고려해 기획했다면 더 잘 팔릴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라도 무기수출을 확대하고자 한다면 최초 기획 단계에서부터 수출을 중요한 고려요소로 설정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장기간에 걸쳐 운용되는 무기체계의 특성상 장기적인 안목에서 기획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또한 개발하기 전 내수시장인 우리 군의 소요뿐 아니라 판매대상국의 정세와 시장에 대한 정확한 분석, 전면전에 쓰일 무기인지 국지전에 쓰일 무기인지, 해당국의 지형이 산악인지 평지인지 등도 고려해야 한다.

    중요한 건 ‘살 사람의 형편’

    어떤 물건이든지 적정한 생산규모가 필요하다. 내수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경우 수출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70만 대군이라는 탄탄한 내수기반을 갖고 있는 한국이 내수와 수출을 사전에 고려해 무기체계 개발을 기획한다면 다른 경쟁국보다 수출에서 더욱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싸고 좋은 무기를 만들면 다 팔릴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어느 나라든 싸고 좋은 무기라고 해서 무조건 구매하는 경우는 없다. 우리에게 싸다고 해서 판매 대상국도 똑같이 느낀다는 보장도 없다. 그 나라에 필요한 무기가 아니라면 아무리 싸고 좋은 무기라도 의미가 없는 것이다.

    거꾸로 반드시 최고 성능의 무기를 만들어야만 잘 팔릴 것이라는 생각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고성능 무기는 그만큼 비싸고 따라서 구매자도 한정될 수밖에 없다. 구매자의 선택의 폭을 넓혀야만 그만큼 구매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처럼 기본 성능과 기능을 갖춘 무기를 우선 개발하고 거기에 점차 옵션을 붙여 고기능·고성능으로 이어지는 연구개발계획을 수립한다면, 최고의 성능을 가진 무기체계를 원하는 국가뿐 아니라 여건에 따라 차별화된 성능을 원하는 국가에도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아무리 우수한 무기체계라고 해도 일반적인 수명은 약 30년이다. 이는 연구개발의 종료시점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리가 아무리 우수한 무기를 갖고 있더라도 만약 판매 대상국이 1년 전에 해당 용도의 무기를 구매했다면 그 국가에 다시 비슷한 무기를 팔기 위해서는 30년 가까운 세월을 기다려야 한다. 특정 국가에 무기를 판매하려면 해당 국가의 구매 희망 시점에 맞춰 연구개발을 끝내야 한다. 자본과 인력을 추가로 투입해서라도 연구개발 종료시점을 앞당기는 것, 이러한 시간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 역시 기획의 몫이다.

    이렇듯 무기 수출의 증대는 생각보다 복잡한 변수와 고려사항이 얽혀 있는 복잡한 과제다. 값싸고 우수한 무기를 개발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잠재 판매 대상국의 상황을 포함해 국제정세와 미래 전장상황, 무기시장의 변화 등 다양한 요소를 정확히 분석하고 그 결과에 기초해 정밀한 기획작업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무기체계는 그 상품 특성상 승자독식이라는 특징을 가진다. 방산 수출을 좌우하는 최종 요인은 국방과학기술 수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시장에서 고성능 무기와 저성능 무기의 싸움은 그 결과가 너무나 명확하다. 어느 나라든 기본적으로는 최고 성능의 무기를 원한다. 앞서 이야기한 방산 수출 주도국들의 순위는 국방과학기술의 순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각국이 자국이 보유한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부문별 방산시장을 확고히 차지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우리도 최고 수준의 기술력 없이는 방산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없다는 사실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

    앞서 한국의 국방과학기술 수준이 세계 11위권이라고 했지만, 국방핵심기술은 선진국 대비 약 67%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지휘통제, 항공기, 통신전자 등 첨단기술 분야는 더욱 취약하다. 더욱이 한국의 연구개발비는 선진국에 비해 민간이든 국방 분야든 매우 열악한 것이 현실이다. 단기간 내에 우리보다 상위 국가를 따라잡기는 요원한 일에 가깝다.

    마케팅 관점에서 무기개발           기획하는 통합체계 구축해야

    순항 기능을 갖춘 함대함 미사일 `해성`. 우리 기술로 개발된 이 사거리 150km의 미사일은 기당 20억원의 고가품이다.

    민간과 국방 분야의 역할 분담

    따라서 과학기술 전 분야에 걸쳐 전면적인 연구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우리 처지에서 현명한 전략이라고 하기 어렵다. 가장 필요한 분야를 선택해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 이는 민간 분야나 국방 분야나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여기에 과학기술자들이 경쟁을 통해 더 좋은 연구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과학기술의 상승효과를 노려야 한다. 무기체계 생산분야에서는 방위산업 전문화·계열화 제도를 폐지함으로써 모든 업체가 국방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하도록 해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국방과학 연구분야에서도 우수한 민간 과학기술자들을 참여시킨다면 국가과학기술의 저변을 확대하는 동시에 선의의 경쟁을 통해 우수 기술을 선발하고 키워내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국가 총력전의 시대다. 국방 분야의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전자, 통신, 생명공학, 나노, 항공우주, 신소재, 무인화, 인공지능 등 민간 분야까지 포함한 과학기술 역량을 총동원해서 국방과학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우리도 국방연구개발에 국방과 민간 분야를 모두 참여시켜야만 첨단화된 무기체계의 개발과 연구개발비의 효율적인 집행, 전력화 시기의 단축이 가능할 것이다. 특히 민간 분야가 우위에 있는 IT, 생명공학, 나노, 항공우주, 로봇기술 등에 대해서는 과감히 민간에 위임하거나 국방사업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그 사이 국방 분야의 기술역량은 고유 영역 가운데 핵심 분야를 선택해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방위사업청은 국방 분야의 연구개발 활성화를 위해 ‘개방형 국방R&D’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는 첨단기술이 결합될 경우 다른 산업에 대한 기술파급효과가 큰 국방과학기술을 민간에 이전하고(Spin-Off), 민간의 우수한 기술을 받아들여(Spin-On)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방과학연구소는 전략·핵심전력에, 방산업체는 일반전력에 중점을 둔다는 원칙이 수립되었고, 그에 따라 핵심기술 개발사업의 산·학·연 주관 연구과제를 2012년까지 50%대로 넓힌다는 계획이다. 특화연구센터도 현재 11개에서 2012년까지 15개소로 늘린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무기를 수출한다는 것은 완성된 첨단 무기체계를 수출하는 것만 의미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무기체계에 들어가는 부품이나 기술, 소프트웨어를 수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심지어는 중고무기의 수출도 고려해볼 수 있다. 무기체계의 평균수명인 30년 이내에 실제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는 드물다. 무기를 수명주기가 다할 때까지 사용하는 정책은 재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미국이 중고 무기를 파는 까닭

    해당 무기체계의 수명주기가 끝나기 전으로 교체시기를 앞당겨 중고품 수요가 있는 나라에 수출하고, 필요하다면 중고품의 성능개량 사업을 동시에 수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추후 그 나라가 구매력을 갖췄을 때 더 유리한 위치에서 신제품을 수출할 수 있다. 미국이 아직 쓸 만한 중고무기를 우방국에 판매하는 것도 이러한 판단과 관계가 깊다. 이러한 중고품 판매방식은 방산업체의 가동률을 높여 내수시장을 진작시키고 새로운 연구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하도록 만들어준다. 물론 무기체계를 수명주기 전에 교체하는 방식이 한국의 여건상 정책적인 결단 없이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복잡다단하고 기술집약적인 무기체계뿐 아니라 그 구성품인 부품, 기술, 소프트웨어를 수출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상품(goods)을 팔았다면 그에 따르는 용역(service)까지 수출하는 것이 부가가치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더 유리하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한번 인연을 맺은 고객을 계속 고객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해당 무기체계 운용에 관해 지속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경우,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운영에 익숙해진 무기체계를 다음에도 우선 선택하게 될 것이므로 다른 무기체계 수출 성사로 연결될 가능성이 커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방산 수출 품목을 다양화하는 전략뿐 아니라 수출대상국도 다변화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무기를 필요로 하는 구매력 있는 나라를 새로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2008년 한 해 동안 이뤄진 방산분야 수출실적을 분석한 결과 전통적인 강세지역인 중동과 미주지역 외에 아프리카나 중남미 지역에 대한 수출이 현저히 증가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된다. 수출다변화 전략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방산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과학기술력과 다양한 수출전략뿐 아니라 제도적인 뒷받침도 필수적이다. 우선 중소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육성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방산 수출은 완성품뿐 아니라 부품도 그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독일의 예를 보면 명확해진다. 독일은 최근 5년 연속 세계 1위의 수출국 지위를 유지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 독일에는 BMW, 폴크스바겐, 지멘스 등 대기업도 많지만, 독일 경제를 아래로부터 떠받치는 것은 종업원 500명 미만의 중소기업이다. 2005년 기준 338만개로 전체 기업의 99.7%를 차지하는 이들 중소기업의 주력 사업이 바로 부품 수출이다. 독일은 연방정부와 16개 주정부가 긴밀한 협조관계를 구축해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조율된 국가 차원의 전략

    우리도 방산부품 개발과 수출을 위해서는 독일처럼 적극적인 정책을 통해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정책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특히 해외시장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연구개발에 대한 적극적인 금융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방산 수출에 대한 수출금융제도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상대국이 당장 현금 구매력이 없을 경우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면 훨씬 유리한 조건에서 수출협상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운용하지 않는 무기체계에 대한 인증도 진행할 필요가 있다. 자국군이 사용하지 않는 무기를 수출하려 할 경우 구매국이 납득할 만한 신뢰성 증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때 국가기구의 객관적인 인증은 구매국의 우려를 덜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또한 정부 유관기관을 묶어 방산 수출 전담기구를 운영하는 것도 정부 지원의 시너지 효과 측면에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출전략을 세우고 진행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개척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장기거래 품목인 무기체계는 이렇듯 조율되고 통합된 국가 차원의 전략이 있어야만 비약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방산 수출에 관한 한 세계 모든 나라가 잠재적인 고객이라는 ‘비즈니스 마인드’가 필요한 이유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호주와 인도네시아를 순방한 자리에서 한국의 방산품에 대한 적극적인 세일즈 외교를 펼치고 돌아왔다. 호주에서는 K-9 자주포에 대한 구매의사를 확인했고 인도네시아에서는 전투기 공동개발의향서에 서명하는 성과를 얻었다. 그러나 거의 성사됐다고 판단했던 T-50 고등훈련기의 아랍에미리트연합 수출건이 고배를 마신 사례에서도 보듯, 무기 수출은 제작업체의 노력뿐 아니라 전 정부적인 지원이 필요하며 이 외에도 수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는 복잡한 과업이다.

    마케팅 관점에서 무기개발           기획하는 통합체계 구축해야
    정재원

    1954년 서울 출생

    서울대 전기공학과 졸업, 서강대 경영학 석사(MBA), KAIST 석·박사(전자공학)

    국방과학연구소 자주대공포체계 팀장·전열추진기술팀장, 미 해군연구소 파견, 국방기술품질원 기술분석실장· 기획총괄부장 역임

    現 국방기술품질원장,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위원


    그동안 국방 분야는 경제에 관한 한 소비자에 가까웠다. 엄청난 비용을 지출하는 분야로만 인식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시대는 변하고 국방 분야도 새로운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방위산업이 현재의 경제난국을 극복하고 지속적인 경제 가치를 창출하는 성장 원동력의 한 축으로 변화해야 하는 것이다. 앞서 제기한 다양한 전략과 국가 전체의 관련요소를 결집하는 체계적인 계획이 있다면, 여기에 제도적인 토양이 뒷받침된다면, 이러한 과제는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은 방산 수출 세계 10위권 진입이 그 첫 번째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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