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호

MB 측근 장관·의원들의 광역단체장 총동원령

  • 송국건│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입력2009-04-08 16: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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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박(7), 중도(1)성향 시도지사 주 타깃”
    • “친이계 시도지사(4)도 안심 못해”
    • ‘임기 중반 지방권력 장악 필수’ 인식
    • 유인촌, 한국의 슈워제네거 꿈꾸나
    MB 측근 장관·의원들의 광역단체장 총동원령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은 최근 기자에게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친이(親李) 직계 총동원령’을 발동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지는 그의 설명이다.

    “지방의 경쟁력이 모여 국가 경쟁력이 된다. 이명박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선 지방의 뒷받침을 받아야 한다. 그러자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체화(體化)한 시·도지사들이 필요하다. 2010년 지방선거에선 그런 마인드를 가진 친이 직계가 한나라당 공천을 많이 받아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가용인력에 대한 총동원령. 청와대도 그런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명박 정권 운명 가를 전환점

    그는 “만일 해당 지역에 대중성을 가진 친이 직계 정치인이 없다면 비교적 이름이 알려진 현직 장·차관급을 차출해서라도 지방선거에 올인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넘어 보수세력의 집권을 이어가기 위해서도 내년 지방선거에서 어떤 인물들이 시·도지사가 되는지는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가 2012년 19대 총선은 물론 18대 대통령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하는 디딤돌이 된다는 논리였다. 그 자신도 고향의 광역단체장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시·도)와 232개 기초자치단체(시·군·구)의 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뽑는 제5회 동시지방선거는 내년 6월2일 실시된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중반에 돌입한 시점에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현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선거 결과에 따라 이 대통령이 19대 총선이 치러지는 2012년 4월까지 정국주도권을 쥐고 나갈지, 아니면 일찌감치 레임덕에 빠져 혼란수습에만 급급해야 할지 판가름 난다. 지방선거를 1년 이상 남겨놓은 시점임에도 정가의 이목이 쏠리는 까닭이다.



    더구나 지방선거 결과 이 대통령의 힘이 급격히 떨어질 경우 한나라당은 순식간에 ‘박근혜 당’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지방선거 직후인 7월로 예정된 전당대회 당권 경쟁에서 친박(親朴)이 유리한 위치에 서는 것은 물론이고, 이어지는 총선의 공천권도 사실상 박 전 대표에게 넘어갈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점을 잘 아는 친이 핵심에서 ‘지방정부에도 친정체제를 구축한 뒤 임기 막바지까지 레임덕 없이 가자’는 구상을 하고 있고, 그 수단이 ‘친이 직계 총동원령’이라고 볼 수 있다. 친이 진영이 지방선거에 대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징후는 아직 없다. 하지만 앞서 대통령 핵심 측근의 말처럼 시·도지사 선거 총동원령에 대한 공감대가 서서히 형성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방선거가 1년 이상 남았지만 이미 각 지역에선 전초전 성격의 신경전이 벌어지고, 각 시·도에서 거론되는 지방선거 출마 예상자들의 면면을 보면 친이 계열 인사가 상당히 많다.

    친박은 친이로, 친이는 더 센 친이로?

    친이 진영의 이 같은 기류를 읽다 보면 노무현 정권의 ‘선거 올인’을 떠올리게 된다. 노무현 정권은 출범 초부터 청와대뿐 아니라 의회권력과 지방권력도 장악해야 진정한 국정개혁에 나설 수 있다고 판단하고 각종 선거 때마다 현직 장·차관 등 가용인력을 총동원했다.

    이를 현 집권세력인 친이 진영은 조금 다르게 보고 있다. 현재 여권은 청와대, 정부, 국회, 지방정부를 모두 장악하고 있다. 겉으로는 모든 권력을 갖고 있으므로 국정 수행에 제약이 없다. 그러나 친이 진영 일각에서는 국회와 지방정부에서 친박계의 영향력이 너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역별로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2명의 한나라당 광역단체장(전체 16개 시·도 가운데 광주·전남·전북은 민주당, 제주도는 무소속)의 성향을 분석한 결과, 친박계가 7명으로 가장 많고 친이계는 4명, 중립은 1명으로 나타났다. 이들 한나라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이 있는 곳에선 친이와 친박 진영 사이에 자리다툼 양상이 나타난다. 특히 시·도지사가 친박 계열로 분류되는 지역에서 MB맨들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는 지난해 4·9 총선에 이어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친이와 친박 진영이 공천 문제를 놓고 한바탕 전면전을 치를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친이계 일각에선 친박 성향 자치단체장들이 포진한 지역은 친이 사람들로의 물갈이가 필요하고 친이 성향 단체장이라 하더라도 충성도가 약하거나 재선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지역엔 ‘더욱 강력한 친이’를 내세울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MB 측근 장관·의원들의 광역단체장 총동원령
    먼저 수도 서울의 경우 차기 수장 자리를 놓고 여권 내부에서 벌써부터 말이 나오고 있다. 오세훈 시장에 대한 친이계 일각의 불신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직에서 물러나 대선을 준비하면서 후임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인 오세훈 전 의원을 지원키로 하고 자신의 참모들을 선거 캠프에 파견해 도운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오 시장의 시정(市政) 처리 방식을 못마땅해 한다는 말이 들리고 있다.

    여기다 오 시장은 서울에 지역구를 둔 한나라당 의원들과도 사이가 껄끄럽다. 지난해 4·9 총선 당시 서울지역에 출마한 한나라당 후보 다수가 ‘뉴타운 건설’을 공약했는데, 오 시장이 “강북 부동산값이 들썩이고 있으므로 뉴타운 추가 지정은 고려하지 않겠다”고 말해 이들을 머쓱하게 만들어버린 까닭이다. 여권 관계자는 “‘뉴타운 사건’ 직후 서울에 지역구를 둔 친이 의원들 사이에 ‘오세훈은 안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며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직·간접으로 밝히는 한나라당 인사가 열 명이 넘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말했다.

    오 시장의 ‘대안’으로 친이 진영에서 거명되는 인물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한나라당 최고위원인 공성진 의원(강남을), 정두언 의원(서대문을), 맹형규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 등이다. 유 장관과 정 의원은 대표적인 ‘MB의 남자’다. 공 최고위원은 범MB계에 속하지만 직계가 아닌 이재오 전 최고위원 계열이다. 맹 수석은 2006년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경선에 나섰다가 오 시장에게 패한 바 있다.

    유인촌, ‘오해 살 일 자제’ 당부

    이 중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인물은 유 장관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샐러리맨 신화’를 다룬 1987년 TV 드라마 ‘야망의 세월’에서 주연을 맡았던 유 장관이 서울시장 도전이라는 야망을 품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최근엔 유 장관이 서울시장 출마 의지를 굳히고 이를 준비하는 조직이 발족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가 서울시장에 오른다면 미국 할리우드 배우에서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변신한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한국판이 된다.

    그러나 유 장관의 핵심 측근인 선주성 정책보좌관은 “완전한 소설”이라고 일축했다. 선 보좌관은 “유 장관은 문화인으로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뿐이지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며 “만일 서울시장 선거에 생각이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정치권에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장관은 최근 일부 언론의 서울시장 출마설 보도를 보고 매우 당혹스러워 하면서 측근들에게 “정치적으로 오해를 살 만한 언동을 자제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유 장관의 서울시장 출마설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시절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를 지내기도 했던 유 장관이 ‘문화시장’을 표방하면서 전격 출마 선언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16개 시·도지사 선거를 디자인한 뒤 유 장관을 찍어 서울시장 선거에 나가라고 할 수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가 임박해 출마를 권유받는다면 유 장관으로서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며 “그런 상황에 대비해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던 일부 참모가 ‘유인촌 서울시장 만들기’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현재 유 장관을 보좌하는 신재민 차관은 지난 대선 경선 때부터 캠프에 합류한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다. 신 차관은 이 대통령의 국정이념을 전파하고 실행하는 데 중추적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정두언 의원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할 때 정무부시장으로 일한 경력 때문에 차기 서울시장 후보감으로 거명되고 있다. 한때 MB의 ‘복심(腹心)’으로 불릴 정도로 신임을 받다가 지난해 6월 이상득 의원 등을 겨냥한 ‘권력사유화’ 발언 역풍으로 주춤했다. 공성진 의원은 한나라당 서울시당위원장을 지내면서 시정에도 관심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진다. 범MB계의 ‘군기반장’으로 불리는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귀국하면 공 의원의 서울시장 도전에 든든한 우군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권 한 인사는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민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다. 4년 성과에 대해 좋은 평가가 내려진다면 그의 본선 경쟁력은 높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다른 여권 인사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선 서울시장 선거에서 꼭 승리해야 한다. 당선가능성이 최우선이다. 야당 측에서 후보 윤곽이 잡히는 데 따라 이쪽도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선거 때 강금실 후보가 뜨자 오세훈 카드를 낸 것처럼”이라고 전망했다.

    인천시장 선거에는 친이계 중진인 이윤성 국회부의장이 나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 부의장 지지자들은 ‘국회 부의장을 역임하고 있어 정부-국회 교섭력이 높다’는 점을 이 부의장의 강점으로 꼽는다. 이 부의장은 합의추대하는 형식을 만들어줄 경우 출마를 사양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의장은 최근 들어 공사석에서 부쩍 친이계로 꼽히는 안상수 인천시장의 시정 운용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당내에선 “대규모 외자유치 지역개발사업을 벌여온 안 시장이 시정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한 번 더 밀어주어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MB 측근 장관·의원들의 광역단체장 총동원령
    부산시장, 친이-친박에 포위?

    경기도지사의 경우 친이 성향 김문수 지사가 대권 도전을 차차기로 돌리고 도지사 재선에 나설 경우엔 새로운 친이가 끼어들 틈이 거의 없다.

    반면 김 지사가 차기 대권 경쟁에 뛰어들기 위해 도지사 재선을 포기한다면 3명의 친이 국회의원이 그 자리를 노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인 전재희 의원(광명을), 당 정책위의장인 임태희 의원(성남 분당을), 미디어본부장인 정병국 의원(양평-가평)이다. 경기도 출신 한 의원은 “임 의원은 김 지사가 나오지 않으면 도지사에 도전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승산이 확실해야 의원직을 던지고 도지사 출마를 결행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 지사는 임기를 1년 남겨두는 시점인 7월1일 취임 3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대권에 도전할지, 도정을 한 번 더 이끌기 위해 지방선거에 출마할지 자신의 거취를 밝히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중립 성향의 허남식 부산시장은 상황에 따라선 친이, 친박 양 진영으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을 수 있다. 현재 부산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친이 정치인은 한나라당 사무총장인 안경률 의원(해운대-기장을)과 5월 원내대표 경선을 준비 중인 정의화 의원(중-동구)이다. 안 의원은 출마설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당 최고위원인 허태열 의원(북-강서을)과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병수 의원(해운대-기장갑) 등 친박 세력이 부산시장 출마 움직임을 본격화할 경우 친이를 대표해 대항마로 나설 가능성이 남아 있다.

    정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에 올인한다는 각오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시장 도전에 총력을 쏟을 생각도 있는 것 같다는 게 현지 언론인의 귀띔이다. 이 언론인은 “안·정 의원이 뛰어들지 여부는 전적으로 ‘이심(李心·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에 달려 있다”고 내다봤다.

    울산은 친박 계열 박맹우 시장이 별 무리 없이 재선 가도를 달리는 것으로 보인다. 친이 핵심으로 꼽히는 최병국(남구갑)·김기현 의원(남구을)의 이름이 간간이 거명되고 있다. 최·김 의원은 사석에서 시장 자리에 뜻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지역에선 두 사람을 잠재적 시장후보로 꼽고 있다.

    친박계로 알려진 김태호 경남도지사에겐 ‘하영제 변수’가 있다는 말이 지역정가에서 나돈다. 하영제 농림수산식품부 제2차관은 이 대통령의 총애를 받는 공직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현 정부 들어 외청장인 산림청장을 불과 10개월 한 뒤 차관에 오르는 등 승승장구 중이다. 하 차관은 최근 경남지역에서 열리는 산림녹화 같은 행사에 수시로 참석했다. 지역에선 “지방선거를 의식한 행보 아니냐”는 수군거림도 나오고 있다. 경남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하 차관 본인이 도지사 직에 상당한 욕심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심하게 요동칠 듯

    한나라당의 텃밭인 대구-경북도 심하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장 선거에 대해선 벌써부터 여러 말이 나돌고 있다. 김범일 대구시장과 대구 출신 일부 국회의원들의 불화설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친박 계열인 서상기 의원(북을)은 공공연히 시장 도전 의사를 밝히고 있다.

    대구는 박근혜 전 대표의 아성이다.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 박근혜 후보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곳이고 지난해 4·9 총선 때는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 후보가 12개 선거구 중 4곳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꺾었다. 당선된 8명의 한나라당 후보 중에서도 박 전 대표를 포함해 3명이 확실한 친박이다.

    친이 성향인 김범일 시장이 친박 계열 국회의원들과 제대로 손발이 맞지 않는 것은 예견된 일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친이 인사가 차기 대구시장 출마 예상자로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 한국자유총연맹 총재에 추대된 박창달 전 의원이다. 포항 출신으로 3선 의원을 지낸 박 전 의원은 이 대통령, 이상득 의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학연, 지연으로 연결되는 이 대통령의 측근이다. 박 전 의원은 당내 조직력이 뛰어나 이 대통령이 지난 대선 한나라당 경선에서 승리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선 때 유세총괄 부단장으로 활약했다. 김범일 시장에 대해 부정적인 대구의 한 친이 계열 의원은 ‘박창달 대구시장 출마’ 카드에 대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라고 했다.

    이에 대해 박창달 전 의원은 “지금은 새로 맡은 일에 전념하고 싶다. 자유총연맹을 명실상부한 보수 세력의 대변기관으로 돌려놓겠다”면서도 “자유총연맹을 성공적으로 이끈 후에 (대구시장 출마 여부는) 그때 가서 생각해볼 일”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출마 100% 확실하다”

    친박계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그동안 무난하게 도정(道政)을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뜨거운 감자이던 경북도청 이전 문제를 매듭짓는 결단력도 발휘했다. 하지만 대구와 마찬가지로 경북도 한나라당의 아성이고, 특히 이 대통령의 고향인 만큼 도백(道伯) 자리를 노리는 사람이 꽤 있다.

    친이 계열 인사 가운데는 포항시장을 지낸 정장식 중앙공무원교육원장이 기회를 엿보고 있다. 그는 2006년 지방선거 때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을 받은 김관용 현 지사와 한나라당 공천장을 놓고 겨뤘다가 분루를 삼킨 바 있다. 정 원장은 경북도지사 재수(再修) 여부와 관련, “지금은 대통령이 맡겨준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뿐이다. (지방선거에 대해) 생각은 있지만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밝혔다.

    주변에선 그의 경북도지사 재도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본인도 사석에선 “당장은 공무원교육원 일에 충실하겠지만 솔직히 기회가 되면 도지사 공천에 다시 도전할 마음이 있다”고 토로하곤 한다. 정 원장의 한 측근은 “내년 도지사 선거 도전은 100% 확실하다”고 장담했다. 이 측근은 “정 원장은 2006년 도지사후보 경선을 만회하고 싶은 욕심이 크다”며 “SD(이상득 의원)를 비롯한 경북 출신 친이 국회의원들의 지원만 제대로 받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전했다.

    안동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낸 권오을 전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의 유세단장을 지내면서 대권 창출에 일조했지만 18대 총선 공천을 받지 못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 주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에서 방문 연구원으로 체류하고 있다. 그의 측근은 경북도지사 선거 출마에 대해 “가능성이 충분하다. 흥미로운 얘기”라고 밝혔다.

    충청권에선 현역 각료와 대통령실 핵심 참모가 시·도지사 물망에 올라 있다. 박성효 대전시장은 지난 2006년 지방선거 당시 테러를 당한 박근혜 전 대표가 병상에서 “대전은요?”라고 걱정한 말이 전해지면서 단숨에 승기를 타서 당선된 인물이다. 그러나 박 시장의 재선 가도에는 걸림돌이 적지 않다. 그중에서도 현직 장관 두 사람의 출마설이 신경을 쓰게 만든다. 대전 출신인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과 충남 청양이 고향인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다.

    “대통령이 나가라면 별수 있나”

    정 장관은 충남지사 하마평에도 올라 있다. 그는 사석에서 광역단체장 말이 나오면 “그런 이야기는 하지도 말라”며 손사래를 친다고 한다. 현직 장관이 선출직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는 장관으로 입각하기 이전부터 대전시장 혹은 충남도지사감으로 거론됐었다.

    충북에서는 충주 출신인 윤진식 대통령실 경제수석의 이름이 심심찮게 나돌고 있다. 특히 현역 정우택 지사가 올 하반기에 실시될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해 본연의 자리인 국회로 돌아갈 경우 윤 수석의 출마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충청지역의 한 언론인은 “충청권에선 자유선진당의 영향력이 강하기 때문에 친이 계열 정치인보다는 현직 각료가 지방선거 출마 예상자로 거론되는 경향이 있다”며 “청와대에서 출마를 강권하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충청권 광역자치단체장 출마설이 나돌고 있는 한 각료는 최근 사석에서 “대통령이 선거에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지 별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고 한다.

    강원도는 전국 유일의 3선 광역단체장인 김진선 지사의 재출마가 불가능한 만큼 무주공산이 됐다. 한나라당 공천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만 10명을 넘어섰지만 이 가운데 친이 계열은 3명 정도로 압축된다. 조관일 대한석탄공사 사장, 최동규 한국생산성본부 회장, 최령 전 SH공사 사장이다. 조 사장은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 사조직의 강원도 대표를 맡아 활동했다. 최동규 회장은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 캠프에서 중소기업대책위원장을 지냈고 한나라당 사무2부총장을 역임했다. 최 전 사장은 고려대를 나와 서울시 경영기획실장을 지냈고 서울시가 설립한 SH공사의 사장을 역임하는 등 이 대통령과 인연이 깊다. 다만 그는 3월말 확정되는 강원랜드 사장 후보에 올라 있는 점이 변수다.

    세 사람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인물은 최 회장이다. 그는 최근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10년 선거는 이명박 정부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이명박 대통령과 관련 있는 활동을 많이 한 사람(본인)이 어느 정도 (공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중량감 있는 친이 계열 인사가 자천·타천 공천 경쟁자로 부각되는 현상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이명박 대통령이 공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마지막 선거가 지방선거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친이계도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으려 한다. 시도지사 하마평의 일부는 ‘자가발전’ 성격도 있다는 게 여권 관계자의 귀띔이다.

    친박계의 ‘공천 학살’ 추억

    지난해 4·9 총선 공천을 거치며 친박 세력은 ‘일방적으로 학살당했다’는 피해의식을 갖게 됐다. 만일 내년 지방선거 공천에서도 ‘친이 우대’ 조짐이 나타날 경우 친박 세력의 조직적 저항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한나라당 내에선 “친이와 친박이 나눠먹기를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공천 집안싸움이나 나눠먹기나 국민 여론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결국 집권 여당의 선거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친이와 친박 공멸의 서곡이 될 수 있다. 반면 공정한 룰만 보장된다면 각 지역의 한나라당 시도지사 후보 경선 및 공천은 흥행을 배가시키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제5회 동시 지방선거는 한나라당의 통합이냐, 분열이냐, 재집권이냐, 쇠락이냐를 가늠할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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