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호

방송통신위원회 ‘IPTV 실태’ 보고서

IPTV 장밋빛 홍보만 요란… 서비스 불만 해지자 급증

  • 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

    입력2009-04-08 16: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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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석 달 새 29만6313명 끊었다
    • 해지가 가입보다 많아 이용자 줄어
    • 요금 고가, 품질 불만, 사용 불편
    • “신성장 동력” “방통융합 총아” 무색
    방송통신위원회 ‘IPTV 실태’ 보고서
    인터넷프로토콜 텔레비전(Internet Protocol Television) IPTV는 초고속 인터넷망으로 영상과 음향이 전달되는 텔레비전이다. 현재 한국, 일본, 홍콩,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는 IPTV는 인터넷과 텔레비전의 기능을 접목한 일종의 융합(digital convergence) 상품이다. PC에서 구현되는 인터넷 TV와 달리 IPTV는 일반 TV 수상기를 이용한다. 국내에선 KT(메가패스), SK브로드밴드(브로드앤TV), LG데이콤(myLGtv) 등이 제공하는 IPTV 상용서비스에 유료 가입해 초고속 인터넷망과 셋톱박스 등을 갖추면 이용할 수 있다. 마우스나 키보드 대신 일반 TV처럼 리모컨으로 화면을 조작한다.

    기존 유선 케이블 방송, 위성 방송 등과 비교했을 때 IPTV의 가장 큰 특징은 ‘쌍방향성’이다. 드라마 등 지상파 방송의 웬만한 인기 프로그램은 시청자가 원하는 시간에 시청할 수 있다. 영화, 해외 드라마, 교양, 패션, 경제정보, 교육, 어린이, 게임 등 다양한 장르의 영상물도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내용을 볼 수 있다(VOD 서비스).

    IPTV는 지난 1월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생중계가 가능해지면서 정상궤도에 진입했다. 정부는 기존 방송통신업계의 침체를 타개하는 ‘신성장동력’으로서 IPTV를 집중 육성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2008년 국내 방송통신산업 규모는 288조4000억원대. 그러나 방송통신서비스 산업만 놓고 보면 56조7000억원대에 머무른다. 성장률도 감소하는 추세다. 유선전화 시장은 축소되는 양상이고 초고속인터넷망 서비스와 이동전화 서비스도 포화상태로 가입자 수가 별로 늘지 않고 있다.

    ‘가입자 350만, 6조 시장’ 청사진

    이런 가운데 본격 서비스가 개시된 IPTV는 새로운 거대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관련 업계에선 “IPTV는 방송통신 융합의 총아”라고 선전했다. IPTV 가입자는 2008년 11월 180만 가구에서 2009년엔 350만 가구 이상으로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고화질 TV, 셋톱박스, IPTV 전용 영상콘텐츠, 부가서비스 수요 증대 등 방송통신업계 전반에 상당한 매출증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됐다.



    “주요 연구소들은 IPTV 상용화로 관련 산업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IPTV 상용화로 2010년에 국내 셋톱박스 시장은 8000억원, 수신제한모듈(CAS) 시장은 1000억원, 미들웨어 시장은 400억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IPTV 상용화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생산유발효과 6조8758억원, 부가가치창출효과 3조5432억원, 고용창출효과 3만7962명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모 경제신문, 2008년 12월14일 보도)

    IPTV 초라한 실상

    그러나 IPTV가 소비자에게는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장밋빛 홍보 내용대로 거대 시장을 창출하고 있는지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자료는 지금까지 공개된 바 없다. 이런 가운데 ‘신동아’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2월 작성한 ‘IPTV 실태’ 보고서를 단독 입수했다. 이 자료에는 IPTV 실상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보고서는 2008년 12월, 2009년 1월, 2월(2월10일 기준) 3개월간 IPTV의 신규가입 및 해지 건수를 밝혔다. 사업자별(KT, SK브로드밴드, LG데이콤), 서비스별(실시간 생중계 서비스(IPTV)와 VOD 서비스(pre-IPTV))로 나눠 통계를 내기도 했다. 서비스 불만 등에 따른 계약 해지가 급증했고 이에 따라 IPTV 전체 가입건수가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다소 뜻밖의 결과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12월~올 2월10일 사이 사업자 3사의 IPTV 전체 해지건수는 29만6313건에 달했다. IPTV 전체 가입건수가 150만건 안팎임을 감안할 때 IPTV 이용자 5명 중 1명꼴로 3개월 사이에 IPTV 시청 서비스 가입계약을 해지했다는 의미다. 이 시기는 여러 언론매체 보도 등을 통해 IPTV의 본격 시행(지상파 생중계)이 시청자에게 집중적으로 홍보되던 때였다. 3개월간 해지건수를 사업자별로 봤을 때 KT 메가TV가 21만9363건으로 가장 많고, SK브로드밴드의 브로드앤TV가 5만7458건, LG데이콤의 myLGtv가 1만9492건이다.

    2008년 12월~올 2월10일 사이 사업자 3사의 IPTV 신규가입 건수는 23만7451건이었다. 해지건수가 신규가입 건수보다 많아 IPTV 전체 가입건수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사업자 3사의 IPTV 전체 가입건수는 159만2788건이었으나 지난 2월10일 현재는 156만4560건으로, 2만8228건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월10일 현재 사업자 3사의 실시간 방송 IPTV 서비스 가입건수는 10만8022건이었다.

    사업자별로 봤을 때, KT의 메가TV는 지난해 12월 가입건수는 75만2297건이었으나 지난 2월10일 가입건수는 70만5696건으로 4만6601건이 감소했다. SK브로드밴드의 브로드앤TV는 같은 기간 가입건수가 77만5407건에서 77만3809건으로 1598건 줄었다. 반면 LG데이콤의 myLGtv는 같은 기간 가입건수가 6만5084건에서 8만5055건으로 1만9971건 늘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Pre-IPTV 해지가 지상파 생중계가 되는 IPTV 신규가입으로 쉽게 연결되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과 올 1월 KT 메가TV의 Pre-IPTV 해지건수는 각각 10만2806건과 8만3175건에 달했지만, 같은 기간 메가TV의 실시간 IPTV 가입은 2만8506건과 4만1224건에 그쳤다.

    방송통신위원회 ‘IPTV 실태’ 보고서

    방송통신위원회 보고서.

    “볼만한 내용 없고 복잡”

    IPTV사업이 본격화된 이후 IPTV 시장의 전체 가입건수가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이 같은 방송통신위원회 보고서는 ‘2009년 IPTV 가입가구가 350만에 달할 것’이라는 IPTV 홍보 내용과는 크게 어긋나는 것이어서 논란이 일 전망이다. 지상파 생중계 등 난점으로 지적되어온 부분이 상당부분 해소되었음에도 가입건수가 상승하기는커녕 정체-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더욱이 가장 큰 원인이 기존 가입자의 해지 증가에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보고서는 IPTV 해지 사유를 퍼센트(%)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도 공개했다.

    KT 메가TV의 경우 해지 사유는 사용량 저조(61.2%), 요금불만(11.4%), 품질불량(8.4%), 사용불편(7.5%), 기타(11.5%)로 나타났다. SK브로드밴드 브로드앤TV는 고객사유(71.7%), 수용불가(22.2%), 직권해약(6.1%)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고객사유’는 구체적으로 요금불만, 사용불편 등이었다. 수용불가는 타사 서비스에서 SK서비스로의 이전설치가 불가능했다는 의미다. LG데이콤 myLGtv는 상품/정책 불만(47%), 이용 안함(26%), 경쟁사의 텔레마케팅/영업(14%), 품질불만(10%), 기타(3%)였다.

    방송통신위원회 ‘IPTV 실태’ 보고서

    서울 여의도 KT사옥내 IPTV주조정실(왼쪽) SK브로드밴드의 ‘브로드앤TV’(오른쪽 위). 경기 안성시 LG데이콤‘IPTV방송센터’(오른쪽 아래).

    이 같은 보고서 내용을 종합하면 IPTV 기존 가입자가 서비스를 해지하는 주요 이유는 사용량 저조, 고가 이용료, 품질불량, 사용불편 등으로 집약된다. 결론적으로 “별로 볼만한 내용도 없고 사용하기도 복잡하고 요금도 비싸다”는 얘기다. 시청자와 시장의 ‘냉혹한 평가’가 아닐 수 없다. 보고서의 수치로 나타난 IPTV의 부진이 우연적이거나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시청자의 외면’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점에 근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신동아’는 현재 가정에서 IPTV를 이용하고 있는 일부 시청자를 대상으로 불만 사항과 편익(장점)을 점검했다.

    사용량 : IPTV에서만 접할 수 있는 간판 인기 프로그램이 없다. 유선 케이블 방송에는 방영되는데 IPTV에는 나오지 않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시청시간을 선택할 수 있어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 등 유아-어린이 교육용 콘텐츠와 노래방 서비스는 경쟁력이 있다.

    품질 : 화면 끊김이나 리모컨이 잘 작동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애프터서비스는 잘되는 편이다.

    사용방법 : 원하는 프로그램을 찾기까지 과정이 복잡하고 리모컨 조작을 많이 해야 한다. 전기-전자기기 사용에 익숙지 않은 사람은 어려워한다.

    이용료 : 월 수신료 이외 지상파 방송 드라마나 영화 등 인기 프로그램을 원하는 시간에 시청할 경우 추가로 사용료를 내야 한다.

    “소비자 배려 안해”

    2월23일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가 주최한 ‘IPTV 산업진흥을 위한 정책제언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소비자와 약속한 채널 수는 60개가 넘지만 3사 모두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200여 개 PP 중에 IPTV에 배타적인 PP들이 있어 120개 정도만 IPTV에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있다”고 했다. 김성철 고려대 언론학부 교수는 “방송통신위원회는 IPTV를 대박이라고 하는데 절대 황금알이 아니다. IPTV는 소비자에 대한 고려가 없다”고 지적했다.

    국내 방송시장에서 IPTV는 유선 케이블 방송, 위성 방송 등 기존 방송망 사업자와 시청자 확보 경쟁을 벌여야 한다. 방송 품질 향상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IPTV 사업자에게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현 IPTV 서비스는 방송통신융합 시대의 신성장동력이라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으며 보완할 점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IPTV에 정부 예산 지원 논란

    그러나 최근 정부는 IPTV 사업자들에게 정부 예산을 지원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450억원을 들여 전국 1만1000개 초중고교에 IPTV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학교 망 업그레이드 지원 사업을 추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통신사업자 등에 장비와 시설투자비를 지원해 학교 망 속도를 50메가 이상으로 고도화한다는 것.

    이에 대해 박승권 한양대 교수는 3월 11일 방송학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정부가 통신사업자의 방송사업 진입에 과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케이블TV협회도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대형 통신사가 교육시설 망을 선점한 상태에서 현 서비스 제공 사업자로 기준을 제한하고 있어 방통위 지원 사업에는 사실상 이들 대형 통신사업자들만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또 IPTV 직접사용채널 허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사용채널은 IPTV 사업자가 직접 방송 콘텐츠를 제작해 방영하는 채널로, 뉴스 드라마 오락 프로그램을 편성할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국회 보고에서 IPTV 직접사용채널에 대한 별도의 등록 또는 승인 규정을 신설, 오는 10월 IPTV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추진한다고 했다. 방송통신위 측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지만 IPTV 사업자들에게 사실상 지상파 방송에 맞먹는 종합편성채널을 안겨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신동아’가 입수한 방송통신위원회 보고서는 IPTV 향후 전망에 대해 “IPTV는 서비스-콘텐츠-네트워크-기기로 이어지는 가치사실 전반에서 선순환 발전을 유발하고 융합산업의 각 분야에 향후 5년 간 3만90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KT는 보고서에서 2010~ 2012년 130여 개 IPTV 실시간 방송 채널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SK브로드밴드는 2012년까지 IPTV에 2조741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LG데이콤은 2013년까지 IPTV 콘텐츠를 4만여 편으로 늘리고 데이터방송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대 교수는 2월23일 ‘IPTV 산업 진흥을 위한 정책제언’ 세미나 발제문에서 “IPTV 활성화를 위해 현 승인제 요금을 신고제로 전환하고 신개념 광고모델 도입을 위한 규제완화가 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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