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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파행은 ‘인간미(人間味) 결핍’ 탓

  • 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

남북관계 파행은 ‘인간미(人間味) 결핍’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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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3개월의 대북 진공상태’는 꽤 비정상적이다. 한국의 대북 교섭력 상실이 한반도 이슈에서의 주도권 약화로 이어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원칙은 아름답다. 그렇다고 북한이 끌고 가는 현 상황에 대해 원칙적인 관전평만 하는 듯한 정권에 대해선 믿음을 갖기 어렵다”(조선일보 2월25일 보도). 지난 정권 때 발생한 서해교전 등은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한쪽에서 교전을 해도 다른 쪽에선 관광객과 물자가 왕래했다. 외국자본이 탈출하지도 않았고 주가가 떨어지지도 않았다.

지금은 다르다. 세계적 경제·금융위기의 여파에 남북한 군사충돌까지 겹치는 건 불길한 일이다. 홍사덕 한나라당 의원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남북 대화나 교류가 단절되고 전투태세로 들어간 상황에서 실제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이명박 정권이 언제 ‘데뷔’할지 무작정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게 됐다. 그간 남북문제를 다뤄온 ‘태도’를 점검해볼 시점이 됐다. 이명박 정권이 천명한 대북정책의 제1 키워드는 ‘상호주의’다. 일종의 ‘거래’다. 대표적 대북정책인 ‘비핵개방3000’에 잘 녹아 있다. ‘비핵 개방하라’, 그러면 ‘1인당 소득 3000달러 만들어 주겠다’는 식이다. 그런데 이런 거래가 성사되기 위해선 ‘묵시적 전제’가 필요하다. 그것은 서로에 대한 존중과 신뢰다. 이런 인간관계의 ‘기본’이 깔려 있지 않으면 거래고 뭐고 답이 없다. 이명박 정권은 이 기본에 얼마나 충실해왔을까.

취임식, 비료, 김태영

이명박 정권과 북한이 처음부터 사이가 안 좋았던 것은 아니다. 대선 직후인 2008년 1월 북한은 신년사설에서 이례적으로 ‘반(反)한나라당’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명박 당선인을 공식 인정하고 기대감을 보인 것”으로 여권은 해석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화답하듯 TV인터뷰에서 “대북정책은 더 평화적으로, 더 협력적으로 나갈 것” “동족으로서 신뢰를 가지고 대화해야 한다”며 대북 포용기조를 분명히 했다. 북측 고위인사의 이 대통령 취임식 참석으로 남북화해가 본격화되는가 싶었다.



그러나 정권 내부의 미숙함과 엇박자로 혼란이 일었다. 인수위 핵심 인사의 ‘북한 특사 파견 및 취임식 초청’ 계획 누설, 이에 대한 인수위원장의 공개경고, 보수단체의 반발로 모양새가 구겨졌다. 북측의 취임식 참석은 이뤄지지 않았다. 동시에 인수위 측에서 “통일부를 폐지하겠다” “햇볕정책은 실패한 정책” “북측에 대한 지원은 비핵을 전제로 한다”는 대북 강성 발언이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인수위 한 핵심 인사는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10·4 남북정상회담 합의사항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며 북측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 발언은 두고두고 이명박 정권에 족쇄가 됐다.

지난해 1~2월에 이렇듯 미세균열이 생긴 데 이어 3~4월엔 금이 쩍쩍 가기 시작했다. 3월26일 김태영 합참의장 내정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이 소형 핵무기를 개발해 남한을 공격할 경우 어떻게 대처하겠느냐”는 질문에 “제일 중요한 것은 적이 핵을 가지고 있을 만한 장소를 확인해 타격하는 것”이라고 했다. 북측에서는 어떠한 적대행위도 없었다. 가정을 전제로 북측 영토에 대한 공격을 직접 언급한 것은 북측에 대한 불필요한 자극이었다. 실제로 북한은 다음날 개성공단의 우리 당국자 11명을 추방하고 그 다음날엔 서해상 함정에서 단거리 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 남북관계의 파행이 가시화된 순간이었다.

이 시기 이명박 정권은 지난 10여 년간 계속되어온 북측에 대한 비료제공을 중단했다. 올해도 비료는 제공되지 않았다. 늘 해오던 인도적 지원마저 끊어버릴 때 받는 쪽 처지에서는 서운함이나 야속함이 더 커질 수 있다. 홍사덕 의원은 “북측이 그런 심정일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올해 신년사설에서 식량문제는 “현실의 절박한 요구”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에선 “배고프면 받겠죠”라는 비아냥이 흘러나왔다(경향신문 2008년 12월6일 보도). 한 대북 전문가는 “비료문제를 지켜보면서 북측에서는 ‘더 기대할 것도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위원장 공격에 ‘폭발’

이어 남북관계는 본격적인 파행국면으로 접어든다. 정부는 6·15공동선언 및 10·4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 대화를 제의했지만, 이 대통령의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의 통일” 발언이 이어졌다. 북측은 “6·15공동선언 및 10·4선언을 전면 부정했다”며 반발했다. 이 대통령의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는 발언, 비핵개방3000의 입안자인 현인택 교수의 통일부 장관 임명 등이 북측을 자극했다. 탈북자 단체는 김정일 위원장의 복잡한 여자관계 의혹이 담겨 있는 대북 삐라를 대거 북측으로 날려 보냈다. 북측의 중단 요구에도 삐라 살포는 계속됐다.

북측은 특히 남북정상 공동선언 재검토, 신병이상설, 여자관계 등 김정일 위원장을 직접 타깃으로 하는 남측의 언행이 이어지자 ‘폭발’하는 반응을 보였다. 국정원의 김정일 위원장 신병이상설 공개는 우리 측에서도 빈축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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