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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실세들이 국방예산 싸움에 뛰어든 까닭

‘돈줄’ 쥐어 軍紀 잡는 MB식 국방개혁 신호탄?

  • 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이명박 정부 실세들이 국방예산 싸움에 뛰어든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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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실세들이 국방예산 싸움에 뛰어든 까닭

2008년 11월13일 국회 국방위원회 예산안 심사에 참석한 국방부 관계자들이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경영적 합리성’의 관점

임기 첫해 만만찮은 위기를 넘기면서 구체적인 작업 착수가 미뤄졌지만, 대선 이전부터 대통령의 이 같은 인식을 공유해온 대표적인 인물로는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과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꼽힌다. ‘특수한 영역’이라는 이유로 정부 전체의 예산을 기획하는 부서의 통제를 상대적으로 덜 받았던 국방 분야에 낭비와 비효율이 심각하다는 인식이 그것이다. 이른바 ‘경영적 합리성’의 관점을 국방 분야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지난해 청와대 일각에서 국방예산 소요문제에 대해 심도 깊은 연구 작업에 착수했던 일은 이를 방증한다. 이들은 그간의 국방예산 운용관행에 비판적인 전문가들이나 전 정부 인사들을 폭넓게 접촉하며 의견을 듣고 구체적인 적용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공론화된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 방안이나 복지단 등 비전투 분야 아웃소싱 추진방침이 모두 ‘경영적 합리성 제고’라는 기조하에 검토된 아이디어라는 설명이다. 이 무렵 청와대 안보분야 고위관계자의 설명이다.

2008년 4월의 ‘사건’

“경제 활성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대형 무기도입사업은 대부분 예산이 ‘매몰’되는 항목이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지만 국내에 미치는 경제유발효과는 극히 미미하다는 것이다. 외국 무기업체에 돈 주고 무기를 사오면 그걸로 끝이지만, 국내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투입되면 그 돈이 모두 국민의 임금으로 돌게 된다. 경제 살리기가 시급한 만큼 돈을 일단 국내 효과가 큰 사업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고 보는 분위기가 청와대 핵심인사들 사이에 공유됐다.”



임기 초 국방중기계획 보고를 둘러싸고 빚어졌던 사건도 청와대 핵심의 ‘인식 악화’에 기여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2007년 말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통과한 2009~2013 중기계획을 청와대에 보고하는 준비작업이 2008년 4월 무렵까지 진행되지 않았던 것이 논란의 발단. 2009년 국방예산안 논의가 시작되는 시기까지 중기계획이 보고되지 않은 것을 발견한 청와대 일각이 ‘진노’했고, 이를 대통령실장에게 보고하는 한편 국방부 관련부서를 강하게 질책했다고 한다.

이 무렵 한 청와대 관계자는 “정권이 바뀐 뒤 새 청와대가 중기계획 수정을 지시할 경우 2009년 예산안 마련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해 국방부가 아예 보고를 누락하려 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되기도 했다”면서 “청와대 핵심에서는 지휘권 문란에 해당하므로 기무사령관을 불러야 한다는 격렬한 반응도 있었다”고 전했다.

물론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들의 설명은 다르다. 매년 중기계획 보고가 다음 해 예산안 준비와 비슷한 시기까지 지연돼왔던 것이 그간의 관행이었고, 2008년에도 기본계획 보고가 완료된 5월 무렵에야 보고가 가능한 상황이었을 뿐 의도적인 보고 누락 시도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게 그 골자다.

분명한 것은 이때의 사건이 국방예산 처리절차에 대한 권력핵심 인사들의 인식을 악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순서대로 이뤄져야 할 기본계획-중기계획-다음연도 예산안 마련 작업이 4~5월 무렵에 동시에 진행되는 그간의 관행이 예산통제 업무의 기본 프로세스에서 한참 떨어져 있다는 것. 쉽게 말해 국방부가 그간 ‘지나치게 많은 특수성’을 인정받아왔다는 인식이 대통령 측근 인사들의 마인드에 자리잡게 되는 결정적인 사건이었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국방부 주변에서는 이러한 인식이 1월 장수만 국방부 차관의 임명에 반영된 듯하다고 보는 견해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대선 당시 곽승준, 강만수 위원장과 함께 ‘747’로 대변되는 MB노믹스 입안에 참여한 장 차관은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을 거쳐 이명박 정부 초대 조달청장에 임명됐다. 이 자리에서 조달행정 개혁의 성과를 인정받아 국방부 차관에 임명됐다는 것이 1월 인사 발표 당시 청와대의 공식설명이었다.

‘실세차관’의 등장

경제기획원 출신의 정통파 경제관료인 그의 차관 임명에 국방예산 개혁이라는 목표가 내재돼 있음은 자타가 공인하는 바다. 장 차관이 취임 직후 국방부 출입기자실에 들러 “국방예산 가운데 삭감할 부분을 최대한 삭감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그는 “경상운영비에서 푼돈을 아끼는 방식 대신 ‘큰 사업’에서 눈먼 돈을 깎겠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경제관료의 국방부 차관 발탁이 전례가 없는 일은 아니지만, 장 차관의 강도 높은 발언 수위나 권력핵심과의 탄탄한 친분은 국방부 주변에서 계속해서 회자되고 있다. 이른바 ‘실세 차관’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의 차관 임명과정에는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의 추천이 결정적이었다는 게 정설이고, 이 대통령도 크게 힘을 실어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실세를 차관으로 내려보내 조직을 장악케 한 뒤 장기적으로 장관 임명까지 염두에 두는 ‘차관정치’의 상징적 존재”라고 평했다.

장 차관은 취임 이후 주로 국방부 소유의 토지 이용이나 매각 합리화 사업 등을 중점적으로 챙겼고, 국방개혁실 등을 주축으로 기본계획 수정작업을 위해 꾸려진 TF에도 만만찮은 ‘압박’을 가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예산 합리화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제출하라는 지시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2월에는 예산문제를 담당하는 국방부 기획조정실장(1급)에 역시 관세청과 재정경제부를 거친 경제관료가 발탁됐다. 장 차관의 개혁과제 수행에 필요한 ‘손발’을 마련해준 인사라는 게 국방부 안팎의 대체적인 시선이다.

여기에 3월28일 ‘동아일보’가 보도한 이른바 ‘4+1’ 회의가 알려지면서 장 차관에게 쏠리는 관심은 더욱 증폭됐다. 곽승준 위원장을 중심으로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 장수만 국방부 차관 등 ‘실세차관’들이 매주 수요일 저녁 정기모임을 갖고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는 것이 그 골자다. 당초 3+1의 형태로 운영되던 회의에 1월 취임한 장수만 차관이 합류했다는 것. 이 모임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부 인사들 사이에서는 ‘차관 줄서기’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련의 상황을 맞는 국방부 측 분위기도 심상치 않아 보인다. 국방부 정책실장 자리를 두고 빚어진 해프닝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3월초 청와대는 임기가 마무리된 전제국 현 정책실장 후임으로 이 대통령의 대선캠프 참모였던 H교수 임명을 추진했다. 이 자리에 외부인사가 발령받는 것은 사상 최초. 차관과 기조실장에 이어 정책실장까지 외부에서, 그것도 청와대와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가진 인사로 앉히려 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기에 충분한 하마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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