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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요금체계 개편 논란의 진실

“전기값 싸서 좋다고? 결국은 서민 세금으로 재벌 지원하는 꼴”

  • 윤영호│동아일보 출판국 전략기획팀장 yyoungho@donga.com │ 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

전력요금체계 개편 논란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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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요금체계 개편 논란의 진실

2008년 9월9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 출석한 김쌍수 한국전력공사 사장(오른쪽). 이 자리에서 김 사장은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않을 경우 올해 3조원 이상의 손실이 예상된다”며 “정부의 추경예산 지원 외에는 손실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한전은? “세금으로 메운다”

여기까지 살펴보고 나면 한 가지 의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발전이 그렇듯 수지가 안 맞는 사업이라면, 전기의 대부분을 생산하는 한국전력은 과연 어떻게 버티는 것일까. 무슨 특별한 비책이라도 있는 걸까. 비록 한전의 발전비율 가운데 40%가량이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과 관계가 적은 원자력발전이라고는 해도, 화력발전의 비중이 여전히 나머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 않은가.

답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엄청난 적자를 세금으로 만들어진 국가재정을 투입해 보전한 것이다. 한전 내부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이 회사는 3조659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영업외이익을 감안해도 3조원 가까운 적자다. 이 때문에 지난해 9월 국회는 추경예산을 통해 6680억원을 한전에 지원했다. 고스란히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예산이었다. 국제에너지시장 사정이 조금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올해 예상되는 적자규모도 만만치 않다. 유가 70달러, 유연탄 가격 100달러, 환율을 1200원으로 상정하고 작성된 내부 전망치는 올해 영업적자 규모가 2조446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08년 현재 한전의 부채는 26조원에 가깝다.

물론 여기에는 공기업 한전이 안고 있는 비효율 문제도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지난해 추경예산 논의과정에서도 이와 관련해 다양한 지적이 불거진 바 있다. 엄청난 적자에도 한전 임직원들의 임금이 연평균 6% 내외로 꾸준히 상승했다거나, 2008년 한 해 한전이 지출한 접대비가 공기업 가운데 최고를 기록했다는 비판 등이다.

그러나 한전의 전체예산에서 인건비 등 이른바 ‘관리가능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10% 내외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비효율을 제거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기는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윤원철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의 말이다.



“한전의 경영효율화를 통해 줄일 수 있는 적자폭은 높게 잡아도 연간 2000억~3000억원 내외일 것이다. 애초에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으로 전기를 파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늘어나는 적자와 부채를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이다. 언뜻 생각하면 그렇게 해서라도 전기요금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좋은 일 아니냐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 당장은 전기요금을 적게 냈지만 결국은 한 바퀴 돌아 세금이라는 형태로 그 차액을 고스란히 지급하게 되기 때문이다.”

값싼 전기 펑펑 쓴 탓에

낮은 전기요금으로 발생한 적자를 세금으로 메우는 구조는 형평성에서도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 소비자에 따라 전기를 많이 사용하기도 하고 적게 사용하기도 하지만, 이를 세금으로 메우면 그 부담은 전기사용량과는 무관하게 분담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전기를 쓰는 사람 따로, 부담을 지는 사람 따로라는 것이다.

특히 이 문제는 현재의 전기요금이 그 용도에 따라 다르게 매겨지는 구조 때문에 더욱 심화된다. 주택용과 일반용, 산업용, 농사용 등 모두 6개 항목 가운데 산업용과 농사용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유지해온 것이 그간의 체계다. 가정에서 쓰는 전기에는 1kWh 당 114.97원의 요금을 부과하지만 제조업 공장에는 70.84원만을 매기는 식이다.

전체 전기판매량 가운데 산업용이 절반을 넘어서고 있음을 감안하면, 산업용 전기에 원가 이하의 요금을 부과하는 현재의 구조가 불어나는 적자의 주원인임을 부인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설명이다. 가격이 높은 주택용이나 일반용 전력 소비자의 부담으로 산업용이나 농사용 전력 소비자의 지출을 줄여주는 결과가 생긴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 한 해 동안 한국전력에서 생산하는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한 사업체는 삼성전자(86억9600만kWh)였다. 현대제철(70억6100만kWh)과 포스코(47억1100만kWh)가 그 뒤를 이었다. 이들 사업체들은 당연히 원가보다 싼 산업용 전기를 사용한다. 이렇게 놓고 볼 때 지난해의 경우 삼성전자는 1523억원의 보조금을 한전으로부터 지원받은 셈이된다. 현대제철과 포스코도 그와 비슷한 수준. 에너지경제연구원의 김진우 선임연구위원은 “이쯤 되면 평범한 서민들의 돈을 모아 대형장치산업 재벌들의 전기값을 대신 물어주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불균형 구조는 1970년대 경제개발 과정에서 전기값을 인위적으로 낮춰 기업들의 해외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책적으로 설계됐다. 그로 인해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었기에 제철 등 전기를 많이 소비하는 산업에서 한국이 두각을 나타내는 데 보탬이 됐다는 게 옹호론의 근거다. 실제로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업체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제조업체라는 점에서, 지난 산업화 시기 이 같은 견해에는 충분히 타당성이 있었다.

그러나 거꾸로 놓고 보면 이 때문에 산업 전체의 에너지 효율이 낮아지는 문제가 누적돼온 것도 사실이다. 워낙 전기값이 싸다보니 에너지를 마구 사용하는 양상이 정착됐다는 것. 한 전문가는 “기업 쪽에서 보자면 굳이 에너지 효율이 좋은 생산설비로 교체할 이유가 없다. 절약할 수 있는 전기료보다 교체비용이 훨씬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우리나라 산업의 에너지 효율구조에 관한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이 같은 문제점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경제학계에서 통상 ‘에너지 원단위(原單位·intensity)’라고 부르는 통계지표는 한 나라의 산업이 1000달러의 부가가치를 생산해내는 데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지를 보여준다. 한국의 경우 2006년 에너지 원단위는 0.32다. 풀어 말하자면 1000달러의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데 석유 320kg 분량의 에너지를 사용했다는 말이다. 반면 같은 기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평균은 0.19로 한국의 60%에 못 미친다. 일본은 0.10에 불과하다. 제조업만 한정해서 놓고 보면 한국 0.37, OECD 평균 0.14로 격차는 더 벌어진다.

같은 돈을 벌기 위해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부어야 하는 이 같은 구조는 한국의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심각한 문제다. 김진우 선임연구위원은 “한 해 수입되는 1차 에너지의 40%가 전력생산에 투입된다”면서 낮은 전기값 때문에 에너지 효율이 악화되는 악순환으로 연결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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