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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문창섭 개성공단기업협의회 명예회장의 격정 토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형국 개성공단은 정치적 노리개 아니다”

  • 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문창섭 개성공단기업협의회 명예회장의 격정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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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섭 개성공단기업협의회 명예회장의 격정 토로

2007년 3월 삼덕통상 공장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

뿔난 평양, 개성공단 문 닫나

▼ 개성공단에 진출한 걸 후회한 적은 없나요?

“판단이 들어맞았습니다. 경쟁력이 높았어요. 꿈에 부풀었죠.”

개성공단 생산품 1호는 냄비다. 2004년 12월 리빙아트 컨베이어 벨트에서 냄비가 밀려나왔다. 삼덕통상은 2004년 4월 토지를 분양받고, 2005년 4월부터 신발을 생산했다.

“첫 제품이 나왔을 때 감회는 말로 옮기기 힘들어요. 감격이었죠. 언론도 ‘통일 신발’나왔다면서 떠들썩했고요. 허허벌판에 공장 짓고 노동자 교육시켜서 바이어 주문받은 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걸 보는데…. 너무 기뻤죠.”



▼ 어떻게 교육했나요?

“2004년 7월 북한 노동자를 중국으로 데려가 칭다오 공장에서 가르쳤어요. 북한 당국자가 처음엔 난색을 표했습니다. ‘부산도 아니고 칭다오다, 그런 것도 못 해주느냐’고 다그쳤죠. 수개월 밀고 당기다 어렵게 승인받았어요.”

▼ 당시 연수생과 지금도 친한가요?

“중국에서 그 친구들과 함께 생활했습니다. 그 녀석들이 지금 반장, 조장입니다.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생산력이 오른 건 그 친구들 덕분이죠.”

문창섭 개성공단기업협의회 명예회장의 격정 토로

문창섭 회장은 ‘개성공단이 정치의 볼모가 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7년 칭다오 공장을 정리하고, 개성공단에 추가로 공장을 지었다. 개성공단에 다 걸기 하는 게 득이라고 판단해서다.

불황 무풍지대

“개성은 황금 알을 낳는 거위였습니다. 2000년부터 운영하던 중국 공장을 폐쇄해버렸죠. 부산 공장도 규모를 줄였고요. 중소기업의 활로가 개성에 있다고 확신한 때는 2006년입니다. 중국과 동남아는 개성만큼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어요. 우리가 잘나간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다른 신발기업도 개성에 관심을 가졌죠.”

▼ 개성공단이 경쟁력 있는 이유는 뭔가요?

“북측이 주는 건 땅, 물, 공기가 전부예요. 나머지는 남쪽에서 다 가져갑니다. 중국, 베트남에 공장을 세우면 물류비용 때문에 원부자재를 현지에서 구매해야 해요. 한국에서 중국으로 물류가 가는 데 1주일, 오는 데 1주일이 걸립니다. 개성은 당일치기로 물류가 오갑니다. 우리는 기술력이 뛰어난 부산지역 협력업체의 부품으로 개성에서 신발을 만듭니다. 한국에서 신발 부속을 만드는 회사가 4900개에 달해요. 이들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은 개성공단에 입주한 신발회사들 덕에 먹고사는 거예요. 공장을 지을 때도 한국에서 설비를 다 가져갑니다. 개성으로 원부자재가 올라가 제품으로 내려오는 과정에서 물류업체도 돈을 벌고요. 중국이나 베트남으로 공장을 옮기면 한국에 그런 부가가치가 생기지 않아요. 남북이 모두 혜택을 누리는 겁니다.”

▼ 개성에서 만든 제품의 레이블엔 ‘made in DPRK’라고 적히나요?

“한국 내수용은 개성에서 완제품을 만들어 ‘made in korea’를 답니다. 수출용 제품은 개성에서 반제품을 만든 뒤 부산에서 완성해 ‘made in korea’를 달고요. 한국엔 반제품을 만들 노동력이 없습니다. 신발 기술을 배우겠다는 젊은이가 없거든요.”

▼ 개성공단 제품은 미국 수출이 안 되죠?

“OEM으로 만드는 미국 브랜드 제품은 반제품을 멕시코로 보내더군요.”

▼ 운동화 끈만 부산에서 끼워도 완제품은 한국산인가요?

“그렇죠. 부산에서 한국산으로 세탁하는 거예요. 내수 전문회사도 개성에서 제품을 만드는 게 유리합니다. ‘made in china’보다 ‘made in korea’가 한국에서 인기가 높아요. 우리가 OEM으로 만드는 K회사 등산화가 개성에서 제작한 것입니다. 그 회사, 개성산(産) 등산화로 돈 무지하게 많이 벌었어요.”

그는 “정치적 제약만 없다면 개성은 불황 무풍지대”라고 주장했다.

▼ 중국과 비교하면 제품 질은 어떤가요?

“품질은 앞서요. 생산성은 조금 떨어지는데 끌어올리려면 시간이 더 필요해요.”

▼ 품질이 왜 좋을까요?

“손재주가 중국인보다 뛰어나요. 의사소통이 잘돼 기술진 설명도 잘 전달되고요. 그리고 직원 대부분이 20대 초반의 여자예요. 그 나이 때 여자들이 제품을 가장 잘 만듭니다.”

막강한 종업원 대표

▼ 중국 공장보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뭔가요?

“숙련도가 정점에 오르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해요. 생산성이 올라가는 속도는 중국 공장보다 빠릅니다. 인사권을 온전하게 부여받지 못했다는 점도 생산성에 일부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종업원 대표를 거쳐서 일을 처리해야 해서 불편하죠.”

▼ 종업원 대표의 권한이 막강한가 봅니다.

“우리는 직장장이라고 부릅니다. 북측에선 종업원 대표라고 일컫고요. 한국의 공장장처럼 노동자를 관리합니다.”

▼ 개성공단 직장장은 북한에서 좋은 직업이겠네요? 나이는 얼마나 되나요?

“공장마다 달라요. 지긋한 사람도 있고, 젊은 사람도 있어요.”

▼ 문제가 있는 근로자를 해고할 수는 있나요?

“개성공업지구 법규는 노동자가 문제를 일으키면 해고하게끔 돼 있어요. 품의를 올려서 절차를 밟으면 됩니다.”

▼ 개성에 주재하는 삼덕통상 직원은 얼마나 되나요?

“13명이요.”

▼ 20대 북한 처자와 눈 맞은 직원은 없나요? 개성공단에서 아기가 태어나면 국적은 어떻게 되나요?

“국제법상 그게….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 일 생기면 안 되죠. 막아야죠. 북측도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걸로 알아요.”

▼ 사랑하는 게 잘못은 아니잖아요. 남측도 그런 교육을 하나요.

“우리야 당연히 하죠. 잘못은 아니지만 그런 일이 생기면….”

▼ 개성에 가면 식사는 어떻게 해결합니까?

“주재원 식당이 따로 있어요. 남측 주재원 식사를 전담하는 북측 직원이 있습니다. 식습관은 남북이 똑같아요. 요리재료는 남측에서 가져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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