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호

불법·탈법의 온상 강원랜드

“금품 상납, 사채놀이, 대리베팅으로 카지노 직원들 배불려줬다” (전 강원랜드 VIP 회원)

  • 한상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reenfish@donga.com│

    입력2009-06-08 10: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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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탈법의 온상 강원랜드
    ‘쌍굴다리’라고도 하고 ‘안경다리’라고도 한다. 그냥 ‘사북굴다리’라고 하면 동네 사람들은 다 알아듣는다.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 내국인 전용 카지노 ‘강원랜드’로 올라가는 길 초입에 이 다리가 있다.

    지금이야 강원랜드 입간판을 떠받치는 홍보물로 전락했지만 사실 이 다리에는 한국현대사가 녹아 있다. 1980년, 사북사태 당시 광부들과 경찰이 목숨을 걸고 대치하던 장소가 바로 이 굴다리였다. 당시 광부들은 굴다리 앞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경찰과 맞섰다.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쳤다. 지금도 굴다리 주변에는 탄을 캐던 시절의 흔적들, 사북광업소의 수갱이며 저탄장 등이 널려 있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절을 추억케 한다.

    그 땅에 들어선, ‘문화관광산업의 대표 브랜드’ 강원랜드는 1995년 12월 제정 공포된 ‘폐광지역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폐특법)에 따라 만들어졌다. 이 법을 근거로 2000년 10월 스몰카지노가 개장했고 2003년 4월에 지금의 메인카지노가 문을 열었다.

    ‘문화관광부 장관은 폐광지역 중 경제사정이 특히 열악한 지역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지역의 1개소에 한하여 ‘관광진흥법’ 제21조의 규정에 의한 허가요건에도 불구하고 동법 제5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카지노업의 허가를 할 수 있다.’(폐특법 제11조)

    강원랜드 카지노의 매출 규모는 개장 이후 해마다 늘었다. 2000년 884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은 2007년에는 1조265억원으로 12배가량 커졌다. 2000년 505억원이던 총수입액(순매출액-제세금-기금)도 2007년에는 6726억원으로 13배 이상 늘었다. 2007년 강원랜드 카지노의 순이익은 2928억원이었다.



    번 만큼 쓰기도 많이 썼다. 특히 존재이유가 된 폐광지역 지원을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 부었다. 지난해 5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강원랜드는 2000년 141억원(관광진흥개발기금 83억, 폐광진흥개발기금 58억)의 기금을 출연한 것을 시작으로 2007년까지 총 8429억원의 기금을 냈다. 이 돈은 모두 정선, 태백, 삼척, 영월, 경북 문경, 충남 보령, 전남 화순 등 폐광지역에 지원금으로 내려갔다.

    좋은 일도 많이 했는데, 강원랜드는 욕을 많이 먹는다. 종합리조트가 되겠다며 새 브랜드 ‘하이원’을 론칭했지만 사람들에게 강원랜드는 여전히 하우스(도박장)일 뿐이다.

    공기업이다 보니 매년 국회 국정감사에도 불려갔는데 갈 때마다 몰매를 맞았다. 도박중독자가 된 사람들, 전 재산을 탕진하고 노숙자가 된 사람들 때문에 욕을 먹었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도박중독자 통계도 매년 나왔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화제가 된 ‘5000원에 몸을 파는 여성 도박중독자’도 사실 매년 리바이벌되는 레퍼토리였다.

    강원랜드 고객들의 불만

    ‘신동아’가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강원랜드의 비도덕적 혹은 탈·불법 운영 실태’에 주목한 데는 여러 사람과의 만남이 계기가 됐다. 특히 강원랜드 VIP 회원인 K씨, 강원랜드를 상대로 한 소송을 여러 건 진행 중인 정해원(58) 변호사와의 만남이 인상적이었다.

    지인의 소개로 만난, 중견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K씨는 미8군 카지노에서 블랙잭을 배웠고 30년 가까이 블랙잭을 취미생활로 즐겼다고 했다. 요즘도 시간이 날 때마다 세계 곳곳을 다니며 게임을 즐기는데 강원랜드에 갈 때는 보통 수천만원가량을 준비한다고 한다. K씨와는 몇 번에 걸쳐 만났다. 그는 만날 때마다 강원랜드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는데 내용은 주로 이랬다.

    “강원랜드가 고객에게는 불리하고 카지노에는 유리한 제도만을 선별적으로 적용함으로써 부당이득을 얻고 있습니다. 회원영업장(이하 VIP실)에 셔플기를 도입한 것, 서렌더 등 고객에게 유리한 제도는 채택하지 않은 것 등이 그 예입니다. 한 달에 15일로 정해놓은 출입 가능일수도 너무 많아요. 정상적인 생활을 하면서 카지노를 즐기려면 지금의 절반 이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원랜드를 상대로 여러 건의 소송을 진행 중인 정 변호사는 더 많은 문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현재 정 변호사가 진행 중인 소송의 쟁점들이 하나같이 불만거리였다. 일단 정 변호사는 강원랜드가 ‘병정’에 의한 대리베팅, 사채업자의 활동 등을 묵인하면서 문제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또 사행성 논란을 빚으면서도 베팅상한선을 슬쩍 올린 것에 분개했다. 실제로 강원랜드는 지난해 8월1일부터 VIP실내 게임당 베팅상한선을 1000만원에서 6000만원으로 올렸다.

    정 변호사는 VIP실 바카라 게임에 사행성이 큰 디퍼런스룰을 적용한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취재를 끝낸 기자에게 “2015년이면 강원랜드의 카지노 사업을 승인한 폐특법의 적용 시한이 만료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시한이 지난 이후 내국인 카지노가 완전히 없어지길 바랍니다”라고 악담을 퍼부었다.

    ‘신동아’는 이 두 사람 외에도 취재과정에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 이른바 ‘병정’이라 불리는 사람도 여럿 만났고 카지노에서 전 재산을 잃은 사람도 만났으며 작게나마 돈을 딴 사람도 만났다. 카지노를 연구하는 사람, 카지노에서 쫓겨난 사람도 여러 명이었다. 이들이 전하는 강원랜드의 문제는 다양했다. ‘신동아’는 이들이 지적하는 문제들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불법·탈법의 온상 강원랜드

    스몰카지노 시절의 강원랜드 장내 광경. 문제 고객들을 관리하기 위해 강원랜드가 만들어놓은 ‘고객평가’ 문건(오른쪽).

    1. 적정 인원의 5배 입장

    강원랜드에는 총 2004개(VIP실 160석, 일반영업장 1844석)의 좌석이 있다. 강원랜드는 이 숫자를 ‘적정 수용인원’이라 한다. 그러나 강원랜드에 몰려드는 사람의 수는 매일 적정 수용인원을 크게 웃돈다. 몰려드는 인파를 주체하지 못할 정도다.

    최근 강원랜드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08년을 기준으로 하루 평균 입장객은 적정 수용인원의 4배에 가까운 7964명이었다. 2009년 1월말에는 9650명으로 늘었다. 주말이면 하루 평균 입장객은 1만명을 가뿐히 넘긴다. 가동률(총 게임시설 규모 대비 게임 참여자수 기준)로 보면 2008년엔 215%, 2009년 1월말엔 224%였다. 강원랜드가 내세우는 ‘화려하고 웅장한 인테리어, 상냥하고 정중한 딜러 서비스, 무료로 제공되는 다양한 차와 음료 서비스, …편안하고 안락한 가운데에서 즐겁고 건전한 게임문화를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는 허상이자 바람으로 보였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없을까. 물론 있다. 출입 가능일수를 통제하면 어느 정도 문제가 해결된다. 특히 출입 가능일수를 꽉꽉 채워가며 출입하는 사람들(900~ 2000여 명 추정), 강원랜드 주변을 배회하는 노숙자(1000여 명 추정)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강원랜드는 고객의 출입일수를 법으로 통제한다. 일반영업장, VIP실 모두 한 달에 15일이다. 원래는 더 길었는데 도박중독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하면서 몇 년 전부터 차츰차츰 줄어들어 지금에 이르렀다.

    그러나 출입일수를 더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당장 카지노 등 사행산업을 통합 관리한다는 명분으로 2007년 9월 설립된 사감위의 방침이 그렇다. 사감위는 2008년 11월 발표한 ‘사행산업 건전발전 종합계획’(이하 종합계획)에도 그렇게 적고 있다.

    ‘월 15일 이상의 출입은 일반인의 건전한 경제활동을 불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필연적으로 과도한 지출을 유도하고 나아가 도박중독의 가능성(을 높인다)’(종합계획 61쪽)

    사감위의 한 관계자는 “강원랜드가 출입일수 조정에 반대하고 있어 문제다. 출입일수 제한이 곧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강원랜드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감독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광부)가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 프런트 머니, V-VIP실 설치 논란

    지난해 8월1일 강원랜드는 VIP 실내에 V-VIP실을 따로 설치하곤 출입규정을 바꿨다. 예전에는 회원증이 있으면 누구나 드나들 수 있던 VIP실에 프런트 머니 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로 VIP 고객들은 입장할 때마다 일정한 게임자금(VIP실 3000만원, V-VIP실 5000만원)을 예치해야 한다. 강원랜드 측은 VIP실 출입규정을 바꾼 이유에 대해 한나라당 허원제 의원실에 보낸 답변 자료에서 “VIP실 고급화 및 분위기 건전화, 고객서비스 증대, 해외 카지노와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리모델링을 통해 환경 개선을 추진했으며 이 과정에서 기존의 게임룸 구조(회원 자격별 게임룸이 구분되지 않고 게임 중인 룸에도 타 고객이 자유롭게 출입)로 인해 고액을 베팅하는 게임 공간의 쾌적한 게임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운영방법을 개선하였음”이라고 밝혔다. 강원랜드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사채업자나 ‘병정’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취한 조처다”라고 말했다. 강원랜드는 V-VIP실을 만드는 데 수십억원가량의 리모델링 비용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강원랜드는 프런트 머니로 ‘병정’을 막았을까.

    아쉽게도 취재과정에서 만난 VIP실 고객들의 얘기는 달랐다. 프런트 머니와 V-VIP실을 운영한 뒤에도 병정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사행성을 부추기는 원흉으로 지목되는 카지노장내 사채업자(일명 ‘꽁지’)들도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흔히 VIP실 내에서 ‘3대 꽁지’ ‘5대 꽁지’ 등으로 불리는 유명 사채업자들도 맹렬히 활동하고 있다. 취재도중 만난 VIP실 회원들은 하나같이 프런트 머니가 병정 근절의 효과보다 더 큰 부작용을 가져왔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프런트 머니만큼 ‘판돈’만 키웠다는 것이다. 판돈이 커졌다는 것은 그만큼 빨리, 또 많은 사람이 재산을 탕진할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정 변호사의 얘기다.

    “글쎄요. 그런 제도를 시행한다고 병정이 없어질까요. 강원랜드가 정말 병정을 없애겠다고 이 제도를 시행했는지도 의문입니다. 강원랜드는 누가 ‘병정’이고 누가 사채업자인지 다 알고 있습니다. VIP실 고객들도 다 아는 걸 강원랜드가 모를 리 있겠어요? ‘병정’이나 사채업자들을 아예 출입정지시키면 문제는 자연히 해결됩니다. 그런데 그런 조치는 안 해요. 뭔가 이유가 있겠죠. 카지노와 ‘병정’ 간 유착이라든지 뭐 그런 거죠. 강원랜드가 사행성만 부추긴다, 그렇게 보는 게 맞습니다.”

    3. 셔플기 일괄 도입

    2007년 강원랜드가 도입한 셔플기(카드를 섞는 기계)를 두고도 논란이 적지 않다. 특히 테이블 게임인 블랙잭을 즐기는 고객들이 셔플기 도입에 거세게 항의한다. “카지노의 승률만 고려한 결정”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블랙잭 게임에서는 에이스와 그림카드(K,Q,J)의 역할이 크다. 남아 있는 카드 중 이들이 나올 확률을 계산(카드 카운팅)할 수만 있다면 승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블랙잭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확률을 계산하는데 이것은 마치 바둑에서의 정석과 같다. 반면 셔플기는 카드를무한대로 섞기 때문에 카드 카운팅을 원천적으로 봉쇄해 고객의 승률을 크게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지노 전문가들이 ‘블랙잭은 운보다는 실력이 승패를 좌우한다’고 보는 이유도 바로 이 ‘카드 카운팅’에 있다.

    불법·탈법의 온상 강원랜드

    카지노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한 중년 남성.

    강원랜드는 블랙잭 게임에 무한대로 카드를 섞어주는 셔플기를 설치한 이유를 두 가지로 들고 있다. 전문도박인(카드 카운터)을 막고 게임의 회전율을 높인다는 것이다. 회전율을 높인다는 것은, 손으로 카드를 섞는 시간을 줄여 매출에 기여한다는 의미다. 그 외 ‘세계적인 추세’라는 이유도 내놓고 있다. 강원랜드는 2003년경 처음 셔플기를 도입했고 현재 일반영업장과 VIP실의 모든 블랙잭 테이블에 셔플기를 갖춰놨다.

    그러나 강원랜드 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일단 고액베팅이 이뤄지는 VIP실에 셔플기를 일괄 도입한 예는 세계적으로 찾기 힘들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블랙잭, 이길 수 있다’는 제목의 책을 쓰기도 했던 차민수 카지노산업연구소 소장(전 그랜드코리아레저 상임이사)의 얘기다.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에서는 100달러 이상 고액베팅 게임에 손으로 셔플을 합니다. 고액베팅 게임에서는 기계셔플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카드를 완벽하게 카운트하는 사람들을 카운터라 부르는데, 미국의 국내법에는 카지노가 원치 않는 손님은 받지 않아도 된다는 법이 있습니다. 카지노는 이 법을 이용하여 전문적인 카드 카운터를 피하면 됩니다.”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외국인 카지노 ‘세븐럭’에도 고액베팅을 하는 테이블에는 셔플기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세븐럭 VIP실에는 블랙잭 테이블이 없다. 고객의 요청이 있을 때에만 테이블을 설치하는데 이때에도 셔플기는 설치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세븐럭의 한 관계자는 “전문 도박인들로 인한 피해도 있지만 카드 카운트는 원칙적으로 불법이 아니다. 셔플기 도입에 대한 (고객의) 반발도 크다. 고객의 승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고객을 보호하기 위해) 고액베팅 테이블에서는 일반적으로 손셔플을 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블랙잭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도 셔플기를 도입한 강원랜드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다. “셔플기가 카드를 조작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있어 눈길을 끈다.

    문제는 또 있다. 강원랜드의 설명처럼 카지노의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셔플기를 도입했다면 당연히 가장 많은 고객이 게임을 즐기는, 베팅상한선이 낮은 테이블에 먼저 도입하는 것이 맞다. 전세계에 있는 카지노들이 대부분 그렇게 했다. 그러나 강원랜드는 거꾸로 갔다. 베팅상한이 높은 테이블부터 셔플기를 설치했다. 2007년 12월31일 일반영업장의 고액베팅 테이블(베팅상한 30만원)에 셔플기가 먼저 도입됐다. VIP실의 경우에도 지난해부터 셔플기가 도입되기 시작해 올해 2월 모든 테이블(총 4대)에 셔플기가 설치됐다. 강원랜드가 운영 중인 테이블 게임 중 베팅상한이 가장 낮은 10만원 테이블에 셔플기가 도입된 것은 5월1일이다. 이에 대해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의 한 고위관계자는 “(강원랜드가) 독점기업이다 보니 가능한 일이다”라고 꼬집었다. 강원랜드는 그동안 셔플기 도입에 30억원가량의 예산을 쏟아 부었고 앞으로도 그 수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4. ‘서렌더’ 제도 도입 안하나?

    K씨는 강원랜드의 운영방식과 관련해 “강원랜드는 카지노에 유리한 제도는 모조리 도입하고 고객에게 유리한 제도는 모두 외면하고 있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리고 대표적인 사례로 블랙잭 게임에서 쓰이는 일종의 고객보호제도인 ‘서렌더(Surrender)’를 들었다. 현재 강원랜드는 이 제도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 운영 중인 세븐럭 등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모두 이 제도를 도입, 운영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마카오도 마찬가지다.

    강원랜드는 서렌더를 적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서렌더는 하나의 옵션 개념으로 운영 여부와 관계없이 승률은 같으며, 강원랜드의 경우 초기에 도입 운영했으나 고객 간 의견충돌이 자주 발생하여 현재는 운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블랙잭 전문가들의 생각은 달랐다. 인터넷에서 주로 활동하는 블랙잭 전문가 Q씨에게 의견을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서렌더는 플레이어에게 높은 어드밴티지(Advantage)를 제공합니다. 자신의 패가 좋지 않을 때 베팅금액의 50%를 다시 찾을 수 있는 서렌더 제도는 플레이어(고객)에게 유리한 게임 룰이 됩니다. 이 제도로 인해 발생하는 카지노와 플레이어의 승률 변화가 얼마일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통상적으로는 플레이어의 손실을 2~5% 줄여준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서렌더 제도, 셔플기 등에 대해 특히 불만이 많은, 30년 카지노 경력의 K씨는 “만약 카드 카운트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셔플기를 써야 한다면 최소한 고객을 위해 서렌더 제도는 도입해야 한다. 카지노에 유리한 것은 고객의 요청이라는 이유로 도입하고, 고객에게 유리한 제도는 도입하지 않는 것은 일종의 횡포다”라고 주장했다.

    불법·탈법의 온상 강원랜드

    최영 강원랜드 신임 사장. 취임 직후 내놓은 쇄신안이 파격적이다.

    5. 베팅상한 올리고 사행성 높은 규정 도입

    지난해 8월, 프런트 머니 제도를 도입한 강원랜드는 슬그머니 VIP실의 베팅상한선을 올렸다. 이를 통해 1인당 최대 1000만원이던 게임당 베팅상한은 6000만원으로 올랐다. 테이블당 베팅상한도 6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VIP실 메인 바카라 기준)이 됐다.

    강원랜드는 지난해 6월 시범운영이라는 이름으로 VIP실의 게임룰과 함께 베팅상한을 일제히 조정했고, 문광부의 승인을 받은 올해 1월부터 바뀐 제도를 공식적으로 쓰고 있다. 상한액 등이 변경된 테이블은 흔히 1번방, 2번방으로 불리는 예약실(다이아몬드, 에메랄드)과 자율게임룸에 있는 2대의 메인 바카라다.

    강원랜드는 베팅상한선을 올린 것에 대해 “병정의 활동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조치였다. 병정으로 인한 불만이 높고 소송이 제기되어 카지노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준 점을 감안해 내린 조치다”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게임당 베팅상한이 1000만원으로 너무 낮아 병정을 필요로 하는 고객들이 생기니 이제는 아예 병정이 없이도 충분한 베팅이 가능하도록 게임규모를 키우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강원랜드의 운영방향이 감독권한을 가지고 있는 정부나 국회의 생각과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사감위는 지난해 발간한 ‘종합계획’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베팅상한선이 높아 사행성을 부추긴다”며 강원랜드가 베팅상한선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국회입법조사처가 4월16일 한나라당 허원제 의원실에 보낸 ‘사행산업의 현황’이란 입법조사 회답에도 이 부분은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베팅한도를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도박중독의 예방·치유를 위한 재원확보가 필요함”(2쪽)

    게다가 강원랜드는 제도를 바꾸면서 이미 수년 전 사행성을 과도하게 부추긴다는 이유로 없앴던 게임방식을 슬그머니 재도입해 비판을 받고 있다. 바로 바카라 게임에서 쓰는 ‘디퍼런스룰’의 도입이다.

    강원랜드는 스몰카지노 운영 기간인 2000년 10월부터 2003년 3월까지 디퍼런스 게임방식을 운영했는데, 당시 규제개혁위원회 등이 ‘사행성을 과도하게 부추긴다’는 등의 이유로 폐지를 권고해 일반적인 게임방식으로 바꾼 바 있다. 스몰카지노 시절을 경험한 많은 VIP실 고객은 “당시 한 게임에 수억원이 오간 적이 많았다”고 얘기할 만큼 디퍼런스룰에 의한 폐해는 컸다.

    그렇다면 강원랜드는 왜 이 제도를 다시 들여온 것일까. 강원랜드가 보낸 답변은 이랬다.

    “해외 또는 스몰카지노에서 게임 경험이 있던 고객들이 국제적인 룰을 무시한 국내 독점기업의 횡포라고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과거 퍼스널 게임방식의 베팅액이 최고 1000만원으로 제한되어 있어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제도의 도입을 승인한 문광부측의 설명은 조금 달랐다. 문광부가 보낸 민원회신에는 국제적인 룰이라거나 고객의 요구 충족 같은 설명은 전혀 없었다. 문광부의 회신 내용이다.

    “강원랜드 카지노와 이용자 간의 대리베팅 논란 등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개선 차원에서 변경승인을 한 것입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많은 강원랜드 회원, 특히 VIP 고객들은 디퍼런스룰에 상당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판돈이 너무 커져 무서워서 게임을 못한다”는 사람도 많았다. 한 카지노 전문가는 디퍼런스룰에 대해 “전세계적으로 쓰이는 룰인 것은 맞지만 일부에 한해 쓰인다. 수수료를 챙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불법 사설 카지노에서도 많이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꼬집었다.

    6. 줄을 잇는 도박자금 반환소송

    지금까지 제기한 문제들이 주로 강원랜드가 카지노를 ‘운영하는 방식’에 대한 것이었다면 지금부터 다룰 문제는 ‘강원랜드의 탈·불법 실태’다. 2008년 11월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32부(당시 변현철 부장판사)에서 나온 한 판결은 강원랜드를 둘러싸고 제기된 그동안의 의혹들을 백화점식으로 보여준다.

    당시 법원은 한 도박중독자가 강원랜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강원랜드는 원고가 잃은 돈(청구금액)의 20%를 돌려주라”는 판결을 내려 화제가 됐다. 이 판결은 강원랜드가 도박자금 반환소송에서 패소한 첫 사례여서 관심을 끌었다. 앞서 소개한 정 변호사가 이 사건의 원고 J(62)씨 측 변호를 맡았다. 다음은 당시 판결을 보도한 언론 보도.

    ‘중소기업 사장을 지낸 J씨는 강원랜드에서 도박하다 거액을 잃자 본전을 찾으려 수수료를 받고 대신 베팅을 해주는 ‘병정’을 이용한 베팅을 시작했고, 1인당 1000만원으로 베팅한도가 정해져 있는 예약실에서 병정을 이용해 6000만원까지 판돈을 올려 ‘바카라’ 게임을 하다 2003년부터 3년여에 걸쳐 231억원을 잃었다. 재판부는 “약관에 한도를 위반한 베팅을 무효로 하거나 당첨금을 주지 않을 권한도 부여하고 있어 강원랜드에 이를 어기는 이용자를 단속할 의무도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연합뉴스 2008년 11월7일자)

    소송을 제기한 J씨는 한때 샐러리맨의 성공신화로 불리며 방송에도 소개됐던 인물이다. 2003년경 우연히 강원랜드를 찾았다가 카지노에 빠졌다. 2006년에는 미국에 있는 딸이 교통사고로 죽었지만 도박을 하느라 가지 못했다. 정씨는 3년여간 360억원가량을 잃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J씨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나는 도박중독자였다. 그런 내가 병정들을 대동해서 게임을 하고 규정된 베팅상한을 넘겨가며 도박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강원랜드는 이를 방치하고, 심지어 병정들을 소개하는 등 불법을 저질렀다. 카지노 예약실에 갈 때마다 강원랜드 직원은 ‘같이 오시는 병정은 누구죠’라고 물었다. 1차적인 잘못은 내게 있지만 불법을 자행하며 고객을 불법 도박에 빠지게 한 강원랜드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불법·탈법의 온상 강원랜드

    지난해 9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강원랜드 본사를 압수 수색했다.

    ‘병정’을 통해 대리베팅을 하는 행위는 엄연한 불법이다. 강원랜드 카지노에 적용되는 법 중 하나인 ‘카지노업영업준칙’ 제24조 4~5항에 따르면, 카지노 사업자는 각 테이블에 베팅 가능한 최저, 최대의 한도금액을 설정하여 제시하도록 하고 있으며, 게임 참가자는 베팅한도 금액을 초과하거나 미달하여 베팅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송의 쟁점은 ‘과연 강원랜드가 병정의 존재를 알고도 묵인했느냐’‘규정을 어긴 베팅을 방조했느냐’에 있다. 만약 강원랜드가 병정의 존재를 알고도 묵인했다면 이는 엄연히 영업준칙 위반이 되고 그렇게 거둔 수익은 모두 부당이득이 된다. 소송 당사자인 J씨는 바로 이점을 지적한다.

    강원랜드 측은 소송 내내 “병정의 실체를 알지 못했다”는 주장을 폈다. “고객이 한도를 초과해 베팅하는 것을 묵인한 사실이 없고 고객들 간에 이뤄지는 금전거래의 내용을 알 수도 없었다”는 것. 그러나 법원은 강원랜드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강원랜드가 병정을 묵인했을 뿐 아니라 병정을 동원한 게임을 부추겼다는 점까지 포괄적으로 인정했다.

    강원랜드가 대리베팅을 하는 병정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증거는 취재과정에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신동아’가 입수한 강원랜드 테이블영업팀 내부자료에 따르면, 강원랜드는 VIP실에서 게임을 해온 ‘문제고객’의 명단을 따로 모아 고객평가라는 제목으로 관리하고 있는데 여기에 ‘대리베팅’ 사실이 적시되어 있다.

    예를 들어, 고객번호 5**인 이OO씨의 경우 고객평가란에 ‘업장배회, 대리베팅, 우회적인 성적 모욕감을 줌(여직원)’이라고 되어 있고 고객번호 1***인 또 다른 이OO씨에 대해서는 ‘노게임, 대리베팅’이라 적혀 있다. 조폭대부로 유명한 조양은(고객번호 4****)씨도 등장하는데 평가란엔 ‘심한 욕설, 타 고객의 게임 방해’라고 적혀 있었다. 2006년 초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법조브로커 사건의 주인공인 윤상림(고객번호 13***)씨의 이름도 있는 걸로 봐서 이 문서는 최소 4~5년 전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외에도 법원은 J씨가 제기한 ‘자금대여 금지규정 위반’ 등 카지노 영업장내 사채행위에 대해 카지노 측이 단속 및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부분도 인정했다. 강원랜드의 카지노출입관리지침 제5조 2항에는 ‘카지노에서 사행심을 부추길 우려가 있는 전당사업 및 사채업을 경영하거나 동종업에 종사하는 자는 카지노 영업장의 출입을 금지할 수 있고 (카지노) 사업장 내에서 사채영업을 한 자에 대하여 영구적으로 출입제한을 하도록 정하고 있다’고 되어 있다.

    강원랜드 내에서 다수의 사채업자가 활동한다는 사실은 카지노에서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들은 통상 1주일짜리 사채를 놓는데 빌려줄 때는 흔히 ‘햇빛공제’라 불리는 10%의 선이자를 받는다. 밤에 빌려주고 해가 뜨면 받아간다고 해서 카지노 내에서는 흔히 이렇게 부른다.

    출입금지 규정이 잘 지켜지지 않았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와 관련, J씨는 “아들이 나를 출입금지 요청한 일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계속 드나들었다. 강원랜드 측은 출입금지를 풀어달라고 항의하는 내게 ‘그럼 아드님이 보낸 출입금지 요청 편지를 반송한 뒤에 풀어드릴게요’라고 말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고 주장했다.

    J씨가 제기한 소송 1심에서 강원랜드를 상대로 승소하자 최근 비슷한 성격의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현재 정 변호사가 맡고 있는 사건만 해도 8건에 달한다. 이 중에는 200억원 이상의 전 재산을 도박으로 날린 뒤 강원랜드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던 중 목을 매 자살한 이OO씨가 제기한 소송도 포함되어 있다. 한때 지방에서 부동산 갑부로 불리던 이씨의 부인은 남편이 사망한 뒤 떡집에서 일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한편 ‘신동아’는 현재 2심에 계류 중인 J씨 소송과 관련해 강원랜드 측의 입장과 대응계획 등을 물었다. 그러나 강원랜드 측은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답을 보내왔다.

    7. 강원랜드 직원 비리

    취재과정에서 만난 강원랜드 VIP 회원 L(40대 후반)씨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2001년경부터 강원랜드에 드나들었고 전 재산을 탕진한 뒤인 2004년경부터 ‘병정’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현재 강원랜드에는 병정 5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 8월 VIP실 출입규정이 바뀌면서 줄어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현재 3000만원의 프런트 머니를 내야 VIP실 입장이 가능한데 그전에는 평균 150명가량의 ‘병정’이 상시 대기했다고 한다.

    L씨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출입규정이 바뀔 당시엔 병정들의 반란도 있었다. 150명가량의 병정이 가칭 ‘병정연합회’를 조직, 연대서명을 하는 식으로 강원랜드 측에 맞섰다. L씨는 당시 이 모임의 대표였다. L씨는 “병정들이 그동안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강원랜드 측의 오랜 묵인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강원랜드 직원들은 돈 많은 고객들과 병정들을 연결시켜주는 일도 했다. 병정들의 도움으로 장사를 해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갑자기 출입규정을 바꿔 화가 났다”고 말했다.

    L씨는 “강원랜드에서 벌어지는 각종 비리를 잘 알고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실제로 기자에게 A4지 10여 쪽 분량의 ‘진정서’를 보여줬다.

    “작년 8월 병정연합회를 결성했을 즈음 강원랜드 사장실로 보냈던 진정서입니다.”

    L씨가 보여준 진정서에는 10년 가까이 강원랜드에서 게임을 해온 여러 명의 VIP실 회원(이들 중 상당수는 병정이다)이 제기하는 문제들이 조목조목 담겨 있었다. L씨는 “나는 강원랜드와 오랫동안 갈등을 빚었고 그 과정에서 영구출입정지를 당한 사람이다. 어차피 이젠 갈 수도 없다. 그러니 무서울 것도 없다. 그래서 그동안 알고도 모른 체했던 각종 비리를 폭로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와 나눈 대화 내용을 그대로 옮긴다.

    ▼ 누가 작성한 진정서인가요.

    “내가 쓴 겁니다. 지난해 강원랜드 사장실에 보냈고요. 강원랜드 관계자들과 외부에는 유출하지 않기로 약속한 내용입니다.”

    ▼ 제기하는 의혹이 여러 건이네요.

    “수십개입니다. 문제가 보통 많은 게 아닙니다. 강원랜드 직원들이 고객정보를 빼돌려 팔아먹고 심지어 병정들을 직접 동원해 VIP 고객들에게 소개한 사례 등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현재 소송 중인 J씨의 주장은 강원랜드가 가지고 있는 문제의 아주 작은 부분일 뿐입니다.”

    대화 도중 L씨는 진정서 내용이 사실임을 보여준다며 자신의 휴대전화에 녹음된 음성파일을 하나 들려줬다. 파일에는 L씨와 강원랜드 직원 T씨의 대화내용이 담겨 있었다. T씨가 강원랜드 VIP 회원에 대한 신상정보를 ‘병정’인 L씨에게 알려주는 내용이었다. 고향, 재산정도, 게임패턴 등이 주내용이었다.

    ▼ 강원랜드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VIP 회원(병정)들에게 상납을 받았다거나 이들을 이용해 사채놀이를 했다는 내용도 있죠.

    “진정서에는 내가 직접 보고 겪은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직원의 이름도 여러 명 특정해서 적었습니다. 병정들은 출입이 정지되는 순간 밥줄이 끊겨요. 그래서 출입금지를 결정하는 강원랜드 직원들의 말을 안 들을 수가 없는 겁니다. 상납하라면 상납했고 사채 놓으라면 사채 놓았습니다. 대리베팅으로 돈을 불려주기도 했고요.”

    진정서에 이름이 적힌 강원랜드 직원은 총 12명이다. 고위직, 하위직이 망라되어 있다. 이씨는 이와 관련해 “문제가 많은 몇 명의 이름만 적은 것이다”라고 밝혔다.

    ▼ 혹시 문제를 제기한 이후 강원랜드 측의 회유는 없었나요?

    “왜 없었겠어요. 지난해 이 문제로 강원랜드 A본부장, B실장, C팀장 등과 만났습니다. 이들은 (진정서에 들어있는 문제를) 공개하지 않으면 다른 모든 조건을 다 들어주겠다고 내게 제의했습니다. 당시 대화 내용은 모두 녹음해놨습니다.”

    강도 높은 쇄신

    지난 3월26일 강원랜드는 SH공사 사장을 지낸 최영(57)씨를 새 CEO로 맞았다. 최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강도 높은 쇄신책을 들고 나왔다. 조직을 30% 이상 슬림화했다. 100명 넘게 일하던 서울사무소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최 사장은 취임 직후 “강원랜드를 라스베이거스식 아시아 대표 카지노·엔터테인먼트 리조트로 만들겠다”며 5000억원 투자 계획도 내비쳤다. “폐특법에 더 이상 안주하지 않겠다”고도 말했다.

    변화된 건 또 있었다. 사감위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종합계획’에 따라 올해부터 강원랜드는 매출총량제라는 규제를 받게 됐다. 경제성장률 이상 사행성 매출을 늘리지 못한다는 것이 골자인데, 올해 정한 목표는 -4% 정도다.

    이렇게 변화는 찾아왔지만,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 있다. 여전히 활개치는 ‘병정’ ‘대리베팅’같은 구조적인 폐습에 대한 대책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사행성을 낮출 자구책도 아직 미흡하다. 독점기업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고객에게 불리한 제도들도 종합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취재 중 만난 많은 강원랜드 고객, 직·간접적으로 강원랜드와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이 요구하는 것도 바로 이것이었다. 冬

    용어 설명

    ·병정 : 일반인에게는 생소하지만 강원랜드 VIP실에서는 아주 공공연히 쓰이는 용어다. ‘자기 돈으로 게임을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위해 베팅만 해주는 사람’을 뜻한다. 이들은 대리베팅을 해주는 대가로 하루 100만~200만원의 수고비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블랙잭 : 고객과 카지노가 겨루는 게임. 두 장 이상의 카드를 받아 합이 21(블랙잭)인 쪽이 이긴다. 블랙잭이 나오지 않으면 21에 가까운 쪽이 이긴다. 블랙잭에서 에이스(A)는 1 혹은 11로 편의상 계산되며 K, Q, J는 모두 10으로 계산된다.

    ·바카라: 두 장의 카드를 더한 수의 끝자리가 9에 가까운 쪽이 이기는 게임. 플레이어(player)와 뱅커(banker)로 구분하여 베팅을 할 수 있다. 플레이어에 걸었을 경우는 1배를 받고, 뱅커에 돈을 건 경우에는 0.95배를 받는다. 양쪽 카드의 끝자리가 같은 타이(tie)에도 돈을 걸 수 있는데 이 경우 배당은 8배다.

    ·서렌더(Surrender) : 블랙잭 게임에서 쓰는 룰. 고객이 카지노를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할 때 게임 포기를 선언함으로써 베팅 금액의 절반을 다시 돌려받는 일종의 보험제도다. 고객의 재산을 보호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강원랜드는 이 룰을 적용하지 않는다.

    ·디퍼런스룰 : 바카라 게임방식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개인별 베팅한도액만을 정해 게임이 진행되는 방식과는 다르게 게임에 참여한 사람 수와는 관계없이 뱅커와 플레이어 각각에 베팅된 금액의 차이를 일정한 범위 내에서 한정하여 베팅할 수 있도록 하는 게임방식이다. 쉽게 말해, 디퍼런스 2000만원인 테이블에서 두 사람이 게임을 할 경우, 만약 뱅커에 베팅한 사람이 5000만원을 베팅했다면 플레이어에 베팅한 사람은 3000만~7000만원까지 걸 수 있다. 강원랜드는 현재 디퍼런스룰이 적용되는 테이블의 베팅한도를 테이블당 1억5000만원으로 정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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