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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 김형국 위원장

“도로교통법 고쳐 자전거를 대도심 교통수단으로 넣겠다”

  • 정현상│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 김형국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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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 김형국 위원장

2월16일 청와대에서 녹색성장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민간 위원장은 김형국(맨오른쪽) 서울대 명예교수, 정부 측 위원장은 한승수 국무총리가 맡았다.

문명사적 전환

▼ 개인의 힘으로는 불가항력인 필연 같은 것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이명박 대통령도 ‘녹색성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라고 표현했지 않았습니까. 얼마 전에는 이 대통령이 여성부가 주관하는 회의에서 ‘석기시대에서 철기시대로 문명이 넘어간 것은 돌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더 높은 수준의 문명으로 나아가기 위해서였다’라며 문명사적 필연론을 펴기도 했습니다. 피크오일(Peak Oil·석유 생산이 정점에 이르러 생산량이 줄어드는 시점)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옵니다만, 제가 대학 다니던 40년 전에도 가채연도가 40년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석유회사에서 가채연도를 40년이라고 합니다. 석탄액화를 통해 석유를 만드는 기술이 개발돼 있는데, 만약 그런 에너지에 의존한다면 새로운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석탄은 인류가 500년 정도 쓸 부존량이 있다고 합니다. 화석연료가 부족한 상황이 아닐 수 있다는 겁니다. 중요한 것은 환경과 경제의 공존 가능성에 착안한 문명읽기 혹은 위기읽기입니다. 지금 닥쳐온 큰 위기는 지구온난화이고, 그 주범은 화석연료라는 거지요. 여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한 문제입니다.”

▼ 그런데 기업을 중심으로 한 시장에서는 이것을 과연 그렇게 절박하게 느끼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그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천천히 걷는 만보(漫步)적 관찰로 현재의 위기, 즉 기후변화 같은 것을 읽기는 참 어렵습니다. 징후를 제대로 읽어내기가 어려우니까 사람들이 행동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위기라는 말은 듣지만 그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거지요. 제가 어느 자리에서 대기오염에 대해 얘기하니까 사람들이 ‘구름 잡는 이야기’라고 해요. 그러니까 허황된 생각을 하고 있다고 폄훼한 거지요. 그래도 저는 기대를 버리지 않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자기 일로 느끼고 신바람을 내면 누구보다 더 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녹색성장의 핵심은 역시 생산 쪽에 있습니다. 그래서 녹색성장의 주역은 어떤 면에서는 기업입니다. 예컨대 자동차 기업이 수출하려고 하면 연비 규제나 CO2 배출 문제를 필수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즉 이것은 죽고 사는 문제입니다.”

▼ 녹색성장은 환경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는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산업 측면만 너무 강조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예컨대 그린벨트 완화나 저유황유 의무사용 규제완화 등 환경규제완화를 통해 환경에 부담을 주면서 기업의 성장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것이 딜레마입니다. 박경리 선생이 비유했듯 우리는 항상 모순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문제도 그렇습니다. 환경과 경제 사이의 균형을 찾는 문제는 앞으로 집권자들이 계속 해나가야 할 일입니다. 우리가 자유와 책임 사이에서 무엇을 찾듯이 규제를 푸는 동시에 또 한편에선 규제를 해야 합니다. 예컨대 친환경제품 아니면 생산을 못하게 한다면 조금 비싸더라도 환경산업이 일어나지 않겠습니까? 그것이 유럽 방식입니다. 그러니까 열림과 닫힘 사이의 중간을 찾는 일이 계속 필요하고, 또 그것이 세상 사회의 이치가 아니겠나 싶습니다. 녹색성장은 나라마다 사정이 다를 수 있지만 그 자체가 ‘진화하는(evolving)’ 개념입니다. 뭔가 틀이 꽉 짜여있는 것이 아닙니다. 앞으로도 절대 그럴 수 없을 겁니다. 계속 기복이 있을 겁니다.”

▼ 5월초 미래포럼에서 “녹색성장의 선도 모형이 국내에 없고 시급히 해야 할 가치가 다양해졌다는 점이 녹색성장의 걸림돌이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이 부분을 좀 더 부연해주시겠습니까.

“산업근대화 시대에는 과거 역사에서 찾을 수 있는 선행모형이 있었습니다. bellwether(선두자)라는 말을 씁니다. ‘bell’은 종이고 ‘wether’는 숫양인데, 양 모가지에 종을 달아놓으면 다른 무리가 그놈을 따라간다는 데서 선두자라는 의미로 쓰입니다. 예컨대 우리의 자동차 산업은 일본을 따라 한 것입니다. 산업근대화 시대에는 우리 같은 후발국은 목적 실현만 하면 됐습니다. 경제성장, 조선업, 자동차업 같은 목적이 이미 주어져 있고 이것을 실현만 하면 되는 사회였습니다. 또 지금은 경제뿐 아니라 좋은 환경과 평등한 사회도 만들어야 합니다. 이처럼 우리가 앞으로 이루어야 할 목적이 다양해져서 목적 실현에 앞서 목적 탐색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생태근대화의 시대에는 비록 우리가 출발은 늦었지만 다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하고 큰 차이가 없습니다.”

교통신호 체계도 바꿔야

▼ 최근 정부가 자전거에 대해 의미 부여를 많이 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2005년 자전거의 교통수단 분담률을 보면 네덜란드가 27%, 일본이 14%인 반면 우리는 1.2%에 그치고 있습니다. 저는 레저용이 아니라 도시생활형 자전거에 초점을 맞추고 싶습니다. 서울 도심에 자전거를 중요 교통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산업 근대화의 결과로 개인들은 자가용을 보유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길을 넓히고, 터널을 뚫지만 그렇게만 해선 도심의 교통 혼잡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도심 혼잡의 극단적 예는 방콕이나 자카르타입니다. 출퇴근하는 데 왕복 6시간씩 걸린답니다. 얼마 전 ‘타임’지를 보니 태국 교통경찰은 소지품으로 항상 탯줄 끊는 가위를 갖고 다니는데, 한 경찰은 차 안에 있는 산모의 탯줄을 한 달에 두 번이나 잘랐답니다. 우리의 혼잡도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런 상황을 벗어나려면 대도시 교통수단으로 자전거를 활용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도로교통법이나 교통신호 체계를 바꿔야 합니다. 자동차 속도제한을 30km로 하고 항상 자전거를 우선시하는 법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교통연구원에 따르면 도심교통수단으로 자전거가 5% 도입되면 교통 혼잡도가 4~11%까지 줄어든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도시경제의 효율성이 더 생기고, 대기오염 배출이 줄어드는 저탄소 사회가 되지 않겠습니까. 자전거를 대도심 교통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녹색성장 정책의 요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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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상│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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