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호

IT는 외교다

  • 류현정 / IT칼럼니스트 dreamshot007@gmail.com

    입력2009-07-01 16: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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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IT는 기술이라 말한다. 아니다. IT는 외교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그렇다. 한국 IT의 위상이 수출 무대가 아니라 외교 무대에서 확인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5월 이명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외교. 카자흐스탄 정상과의 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우리의 휴대인터넷 기술인 와이브로를 이용한 인터넷망 구축사업을 제안하자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큰 관심을 표명하며 한국 기업과의 구체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한국의 우수한 IT 기술과 우즈베키스탄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 ‘21세기 신(新)실크로드’를 개척하자는 제안이 호응을 얻었다.

    6월 제주도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무대에서도 IT는 외교력을 뽐냈다. 제주 국제컨벤션센터 로비에 마련된 녹색성장전시관을 찾은 각국 정상들은 한국의 IT 기술력에 감탄했다. 저전력, 초슬림을 자랑하는 삼성전자 LED TV를 보면서 “이렇게 얇은 TV도 있느냐”는 등 질문을 쏟아냈다.

    ‘코리아(Korea)’ 하면 지구촌 사람들은 무엇을 떠올릴까. 북한, 김치, 6·25전쟁, 한류와 더불어 IT가 코리아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자리 잡은 것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고통과 수난의 역사 대신 경제발전이라는 기적의 역사를 이룩한 한국에 첨단 이미지까지 각인시킨 주요 외교 자산이 바로 IT다. 분단으로 인한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IT를 만나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바뀌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9개 회원국 가운데 한국이 가장 빨리 경제위기를 극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IT는 국내총생산의 17%, 수출의 40%를 담당하며 한국의 경기 회복을 주도하고 있다.

    사실 이명박 정부 초기 청와대는 “IT는 일자리를 줄인다”는 말을 쏟아냈다. 오늘날 일자리만큼 정치적으로 민감한 단어도 없다. 취업을 못해 ‘88만원 세대’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마당에 일자리를 줄이는 원인으로 지목됐으니 IT업계의 당혹감은 컸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정보통신부가 사라지고 과학기술부는 교육부와 합쳐진 것도 IT업계를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시켰다. 최근 IT특별보좌관을 신설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왔지만, 무게감이 미미한 데다 다른 현안에 밀려 인선작업에도 난항이 있었다.



    정보통신혁명의 바람을 탄 한국의 IT는 돈도 벌고 잔치도 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부족하다.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거센데도 선진 원천기술 확보는 여전히 미흡하다. 밖에서 확인한 IT의 저력을 바탕으로 안에서 내실을 다지는 데 더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한우 이력 추적 시스템부터 4대강 정비사업 고도화와 녹색성장에 이르기까지, IT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융합산업의 중심으로 IT 전략을 새로 짜는 국가대계가 아쉽다.

    6월1일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가 열린 제주 서귀포시 국제컨벤션센터 로비에 마련된 ‘녹색성장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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