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호

美 의회조사국의 소말리아 해적 보고서

‘해적과의 전쟁’에 나선 국제사회

  • 번역·김재영│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redfoot@donga.com│

    입력2009-07-03 16: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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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말리아 인근에서 해적에 의한 공격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 해적 공격 293건 중 약 40%가 이 지역에서 발생했다. 소말리아 인근 아덴만 북쪽에서 해상순찰이 강화되자 해적들은 규모가 훨씬 큰 모선(母船)의 도움을 받아 소말리아 해안에서 수백㎞ 떨어진 해상까지 진출하고 있다. 국제해사국(IMB)에 따르면 4월15일 현재 선원 300여 명과 선박 18척이 소말리아 해적에 억류돼 있다. 이제는 글로벌 안보에 위협요소로 등장한 소말리아 해적을 분석한 미 의회조사국 보고서를 소개한다.‘편집자’
    美 의회조사국의 소말리아 해적 보고서
    4월8일 미국 컨테이너선 머스크 앨라배마 호가 소말리아의 에일에서 동남쪽으로 450㎞ 떨어진 인도양 해상에서 소말리아 해적의 습격을 받았다. 미국 선원 20명은 사투 끝에 해적들을 격퇴시켰지만 리처드 필립스 선장이 인질로 붙잡혔다. 결국 미국은 해군 구축함 베인브리지 호와 정찰기를 사고 해역에 긴급 출동시켰고 미 연방수사국(FBI) 인질협상 전문가도 현장에 투입했다. 11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작전승인이 떨어진 뒤 미 해군은 특전대 요원들을 투입해 극적으로 필립스 선장을 구출했다.

    구출작전 과정에서 해적 4명 중 3명이 사살됐다. 남은 1명은 미국에 수감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주: 5월 뉴욕 대배심에서 유죄평결을 받았다). 필립스 선장을 억류했던 해적 집단의 두목은 복수를 다짐했다. 이들은 4월14일 미국 화물선 리버티 선 호를 공격했다. 두목은 “공격의 목적은 몸값을 받아내는 게 아니라 미국 선박을 파괴하는 것이었다”며 “‘친구’들을 죽인 것에 보복하기 위해 미국 선박을 무조건 공격할 팀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머스크 앨라배마 호에 대한 습격은 최근 인도양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해적 공격 중 하나일 뿐이다. 이제 해적은 세계안보의 위협요소로 다시 부상했다. 특히 아프리카의 뿔(아프리카 대륙 북동부, 소말리아와 그 인근 지역), 인도양, 남중국해, 말라카해협, 카리브해 등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해적은 해안선이 길고 상업이 활발한 지역, 해군이 취약하고 지역안보협력이 미약한 지역에서 창궐한다.

    1990년대 초부터 증가한 해적 활동은 2000~2004년에는 매년 350~450건이 발생할 정도로 정점을 이뤘다. 2005년에 절반으로 줄어들었다가 2007년 이후 다시 증가하고 있다.

    2005년 미국 ‘해양안보전략’ 보고서는 “미국 안보는 세계 해양을 안전하게 이용하는 데 달려 있다”며 “조직적으로 무장한 해적과 테러가 국제 해양안보에 위협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0년 예멘 아덴 항에서 미 해군 구축함 콜 호에 대한 자살폭탄 테러, 2002년 프랑스 유조선 랭부르 호 폭발테러 등은 해양 테러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3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몇몇 해적 집단은 무장과 자원 측면에서 소말리아 정부에 필적한다”고 우려했다. 규모가 큰 해적 집단은 무기와 장비, 자금을 다량 확보하고 정교한 작전수행 능력을 보이는 등 지방정부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소말리아 해적들은 다양한 소화기, AK-47 소총, 로켓추진유탄발사기(RPG-7)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 유조선, 화물선, 요트, 크루즈, 바지선 등을 추격하기 위해 보트에 대형 모터를 장착해 속도를 높이고 있다. 소말리아 북동부 준(準)자치지역인 푼틀랜드는 가장 활발하고 규모가 큰 해적 네트워크의 근거지다. 지방정부에 해안경비대가 있지만 장비와 작전능력은 매우 제한적이다. 지방정부 관리들이 해적과 결탁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소말리아 정치상황도 안정적이지 않다. 아프리카연합(AU)이 소말리아에 파견한 평화유지군은 최근 몇 달 동안 외국군 철수를 주장하는 강경 이슬람 반군의 공격을 여러 차례 받았다. 과도정부와 온건 이슬람 반군 소말리아재해방동맹(ARS)이 통합정부를 구성해 ARS 지도자 셰이흐 샤리프 아메드를 대통령으로 선출했지만 의회 구성 협상이 지연되고 반대파의 저항이 심해지면서 폭력과 갈등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아메두 울드압달라 소말리아 유엔 특사는 “빈곤, 실업, 척박한 환경, 가뭄과 불법어획에 따른 목축과 해양자원 감소, 불안한 정치상황 등이 해적이 계속 발호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말리아 해적들은 언론 인터뷰에서 “불법 어획과 해양 폐기물 투기가 증가해 생존의 위협을 받으면서 해적 활동에 나서게 됐다”고 항변해왔다. 2005년 영국 국제개발부 보고서도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불법 어획으로 소말리아가 2003~2004년에 1억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봤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해적 활동이 다시 지역 어업에 심각한 타격을 주기도 한다. 지난해 인도양에서 참치 어획량은 전년 대비 30% 감소했다. 어선들이 해적에 대한 두려움으로 조업 활동을 줄인 것이 원인 중 하나다.

    다국적 해군에 의한 무력 진압, 해적 의심자 체포와 사살이 증가하면서 ‘복수’가 해적의 또 다른 동기가 되고 있다. 4월14일 미국 리버티 선 호에 대한 해적 공격은 머스크 앨라배마 호 선장 구출 작전에서 사살된 동료에 대한 복수를 명분으로 선박을 파괴하고 선원들을 죽이려는 의도였다.

    美 의회조사국의 소말리아 해적 보고서

    올해 5월에 잡힌 소말리아 해적.

    소말리아 해적의 가장 큰 특징은 몸값을 노려 인질을 납치한다는 것이다. 말라카해협이나 나이지리아 연안의 해적들이 선박을 탈취하거나 선적물을 노리는 것과는 다르다. 소말리아 영토와 영해에 안전한 근거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해적들은 여기에서 선박을 습격하고 인질 몸값 협상도 벌일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상선이 해적을 최초 발견한 뒤 납치되기까지 평균 15~30분이 걸린다. 군함의 항해속도가 보통 30노트(시속 약 55㎞) 정도라 우연히 사고 현장 인근에 있지 않다면 제 시간에 도착해 납치를 막기 어렵다. 순찰해야 할 바다는 너무 넓고 해군 함정의 수는 너무 적다.

    소말리아 해적들은 선박 공격 과정에서 선원들에게 큰 위해를 가하진 않는다. 몸값을 받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위성전화, 제3자의 중재, 언론 홍보 등 다양한 방법으로 몸값 협상에 나선다. 4월에 미국과 프랑스 해군의 인질 구출작전이 전개됐지만 인질 구출은 대개 막대한 몸값 지급을 통해 해결됐다. 우크라이나 화물선 파이나 호는 피랍 6개월 만인 2월 320만달러를 지급하고 풀려났다. 러시아제 탱크와 탄약 및 무기를 가득 실은 배를 납치한 이 사건은 국제사회에 충격을 줬다. 지난해 11월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형 유조선 시리우스스타 호도 1월 300만달러를 내고 풀려났다. 이 사건은 소말리아 해적이 국제 에너지 공급까지 위협할 수 있으며 해적의 공격범위가 원양의 대형 선박에까지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해적들은 인질 몸값을 받아낸 뒤 정교한 무기를 구입하고 지역정부와 국제사회의 개입에 대비해 근거지를 요새화하고 있다. 또 그들을 지원하는 국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자금, 물자, 선박 이동정보 등을 제공받고 있다. 따라서 몸값을 지급하면 해적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보험사와 선박회사 입장에서는 인명과 화물의 가치를 고려할 때 몸값을 지급하는 게 낫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해적 퇴치를 위한 해군의 무력 사용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해적의 맞불작전으로 폭력행위가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적 의심 선박에 대한 무력 사용 또한 해적 모선과 적법한 상선을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논란이 될 수 있다. 지난해 11월 인도 해군은 해적 모선으로 의심되는 상선을 공격했으나 해적과 관계없는 태국 트롤선인 것으로 밝혀졌다. 아덴만과 소말리아 동부 해안에서 해적을 완전히 근절하기 위해서는 현재 작전 중인 해군력을 12~20배 강화해야 한다. 여기에다 해적 행동반경이 인도양까지 확장되는 것을 고려하면 군함이 다시 곱절은 필요하다. 해적 근거지로 의심되는 해안지역을 공격할 때도 민간인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당한 비용과 노력이 소모된다.

    소말리아 해적 활동에 따른 경제적 피해는 몸값 지급, 선박 및 화물 피해, 화물운송 지연, 위험에 따른 선박 보험료 증가, 군사적 비용 등 막대하다. 해적 활동에 따른 연간 비용이 10억~16억달러에 달한다는 추산도 있다. 무역활동에도 큰 타격을 준다. 이집트 정부의 주요 재원인 수에즈 운하는 최근 몇 달 동안 해적의 위협 때문에 선박 통과 횟수가 크게 감소했다. 선박들이 아덴만과 아프리카의 뿔 수역을 피해 우회하면서 운송비용도 크게 증가했다.

    해적은 인도적 지원까지 위협한다. 소말리아는 인구의 43%인 320만 명이 식량 원조를 받고 있다. 지난해 소말리아에 대한 미국의 인도적 지원은 2억7000만달러에 달했다. 오랜 가뭄과 정치 불안으로 식량난을 겪고 있지만 최근 해적 활동 때문에 해운을 통한 지원길이 막혔다. 운송비용이 증가하고 공격받을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4월 해적 공격을 받은 머스크 앨라배마 호와 리버티 선 호 모두 세계식량계획(WFP)의 원조 식량을 싣고 있었다.

    해적 퇴치를 위한 국제사회의 대응

    미국과 국제사회는 지난해부터 소말리아의 해적 위협에 대응해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해적 퇴치를 위해 외국군의 소말리아 영내 진입을 허용했다. 최근 미국 선박 납치로 미국 정부와 의회 내에서도 해적 퇴치 문제가 우선순위로 떠오르고 있다.

    2007년 6월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행정부는 해양에서 해적 및 폭력범죄의 근절을 위한 정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소말리아 근해에서 해적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이행계획을 제시했다. 오바마 행정부도 부시 행정부의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4월15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해적 소탕을 위한 정책대강을 발표했다. 미국은 소말리아 과도정부 및 푼틀랜드 준자치정부와 접촉해 이들이 해적 퇴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압박하고 있다. 4월2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소말리아 지원국 회의에 참석하고 ‘소말리아 해적관련 연락그룹(CGPCS)’ 회의 개최도 요청했다. 해적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선박 및 보험회사와 협력해 방어수단을 모색하기로 했다. 해적행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해적들의 지상 근거지를 공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엔 차원에서도 안보리 결의를 통해 소말리아 해적 소탕작전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결의안 1816호는 해적 소탕을 위한 외국 군함의 소말리아 영해 진입 및 군사작전을 허용했다. 지난해 10월 결의안 1838호는 해적 퇴치를 위한 국제협력을 강조하고 모든 당사국에 함정과 항공기의 파견을 요청했다. 12월에 다시 결의안 1846호를 통해 결의안 1816호의 시효를 1년 연장하고 해적 퇴치를 위해 과도정부에 무기와 군사 장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같은 달 결의안 1851호는 해적 퇴치를 위해 소말리아 내에서 적절한 모든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포괄적으로 승인했다. 결의안 1851호에 근거해 미국 등 국제사회는 24개 회원국 정부와 5개 지역 및 국제기구가 참여하는 CGPCS를 구성했다.

    미국 해군은 페르시아만, 오만만, 아덴만, 홍해, 아라비아해, 인도양 등에서 연합해군작전을 개시했다. 아덴만과 소말리아 해상에서 해적 퇴치를 주 임무로 하는 연합해군함대(CTF-151)를 1월 창설했다. 지난해 8월에는 해적 출몰이 잦은 아덴만에 국제해양안전수로(MSPA)를 설정했다. 3월 현재 CTF-151에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등 15개국이 참가하고 있다. 일본 한국 싱가포르 스웨덴 등도 조만간 참여할 것으로 기대된다(※주 : 3월 소말리아 해상에 파병된 한국 청해부대는 4월 CTF-151에 배속돼 작전을 시작했다. 한 달 동안 네 차례나 해적을 퇴치하는 혁혁한 전과를 거뒀다). 러시아 중국 인도 등도 자국 해군을 소말리아 해상에 배치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지난해 10월 아프리카 뿔 지역에서 WFP의 원조물자를 실은 선박을 보호하기 위해 ‘연합제공작전(OAP)’을 시작했다. 나토는 지난해 12월 이 임무를 유럽연합(EU)에 넘겨주고 3월 나토 제1해상전투단(SNMG1)이 수행하는 새로운 해적 퇴치작전을 개시했다. EU는 유럽안보방위구상(ESDP)에 따른 첫 해군 작전으로 지난해 12월 해적 퇴치 작전인 ‘아탈란타 작전’을 도입했다. 아탈란타 작전에 참여한 다국적 해군은 WFP 선박을 보호하고 해적 퇴치를 위해 무력을 포함한 필요한 조치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받았다. 현재 CTF-151, 아탈란타 작전, OAP 등 국제 해군 전함 50여 척이 해상을 순찰하고 있다.

    美 의회조사국의 소말리아 해적 보고서
    1990년대 후반 이래 해적 퇴치 노력에 앞장선 국제해사기구(IMO)도 국제협력을 이끌어내고 있다. 1월에는 지역의 17개 정부 대표들을 지부티에 불러 모아 서인도양과 아덴만에서 해적 근절을 위해 협력하는 내용의 ‘지부티 행동준칙’을 이끌어냈다. IMO는 말라카해협의 해적을 근절하기 위해 2006년 동남아시아에서 유사한 지역협력 체계를 성공적으로 조직해낸 경험이 있다.

    해적의 위협에 따라 일부 선박은 아덴만을 피해 남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고 있다. 선원들 역시 해적을 격퇴하기 위해 물대포, 소화호스, 음파공격 등으로 대비하고 있다. 국제 해군과 IMO, IMB 등은 위험지역을 항해하는 선박의 움직임을 기록하고 최신 해적 정보를 수집해 항해 상선에 제공하고 있다.

    해적 퇴치 활동의 쟁점과 정책 제언

    해적 활동이 초국가적 안보위협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서 해적 활동은 단시일 내에 잠잠해질 것 같지 않다. 최근 국제사회는 이 지역에서 해상 순찰을 강화했고 공격을 여러 차례 퇴치했지만 작전 범위가 너무 넓어 모든 공격을 막을 순 없었다. 4월8일 머스크 앨라배마 호가 해적의 공격을 받았을 때 가장 가까이 있던 베인브리지 호조차 현장에서 500㎞ 이상 떨어져 있었다. 베인브리지 호는 4월14일에도 리버티 선 호에 대한 공격이 끝난 지 6시간 만에 겨우 현장에 도착했다. 경제위기에 따라 국방예산이 삭감되면서 해적 퇴치 군사작전을 부담스러워하는 정부도 많다.

    아프리카 지역 국가들은 국내 정치적 갈등과 무장세력 퇴치를 위해 육군을 집중 육성했기 때문에 해군력은 극히 취약하다. 지역 국가 간 협력과 정보 공유도 미미한 실정이다. 미국과 국제사회는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이라크 등 복잡한 안보환경에서 협력체제를 발전시켜왔지만 정치적 합의와 의지, 상당한 수준의 국제공조 없이는 군사적 개입과 외국 원조가 성공할 수 없다는 뼈저린 교훈을 얻었다.

    미국의 군사적 개입은 중부사령부와 아프리카사령부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중부사령부는 아덴만과 소말리아 동부 해안에서 해적 퇴치 활동을 한다. 아프리카사령부는 내륙에서 안보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은 ‘항구적 자유작전(OEF)’의 일환으로 창설된 연합해군함대를 포함해 10년 넘게 아프리카의 뿔 지역과 예멘에서 대테러 활동을 해왔다. 아프리카 북동부 합동기동부대(CJTF-HOA)는 당초 폭력적 극단주의와 맞서는 데 초점을 뒀지만 최근에는 지역 국가에 대한 군사적 지원과 훈련 제공, 해양안보 유지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미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 1851호에 따라 AU 평화유지군에 무기와 병참을 지원하고 소말리아 정부군의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4000만달러의 추가 예산을 요청했다. 이는 향후 해적 퇴치 작전을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유엔은 공해(公海)협약, 유엔해양법협약(UNCLOS), 해상불법행위억제협약(SUA) 등을 통해 해적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UNCLOS 110조는 군함이 공해에서 해적 의심 선박에 올라가 조사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UNCLOS와 공해협약에 따르면 해적선을 억류하거나 나포된 선박을 탈환할 수 있으며 해적을 체포하고 자산을 압류하는 것도 허용된다. 법원은 해적에 대한 처벌 수위를 결정할 수 있다. SUA는 해적의 법적 처리에 더욱 강경하다. 이 협약은 선박 탈취, 선원에 대한 폭력, 선박을 파괴하고 손상시킬 수 있는 장비 설치 등을 불법으로 규정한다. 협약은 참가국들에 불법행위에 대해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묻도록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국은 해적에 대해 최고 종신형을 선고할 수 있게 했다.

    해적 퇴치 작전에서 법적인 문제가 가장 복잡하다. 해적 사건에 대해 사법 관할권을 어디에 둘지, 테러 의심자는 얼마동안 억류할 수 있는지, 외국군의 개입은 어디까지 허용할지, 선원의 국적과 선박의 선적 문제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최근 10대 청소년들이 대거 해적에 가담하면서 이들을 법적으로 어떻게 처리할지도 골치 아프다. 다양한 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유럽 등 여러 국가는 아프리카의 뿔 지역의 정부들과 양자협정을 맺고 있다.

    美 의회조사국의 소말리아 해적 보고서

    소말리아 해역에 파견된 청해부대 장병.

    단기적으로 상선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안들을 고려해야 한다. 4월20일 미국 연방교통부 해사청은 아프리카의 뿔 지역을 항해하는 미국 선원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지침을 발표했다. IMO와 IMB와 같은 국제기구들도 해적 공격 및 납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행동지침을 내놨다. 해적을 만나기 전 또는 도중에 취할 수 있는 행동요령을 제시한 것이다. 내용은 이렇다. 가능한 한 소말리아 해적이 자주 출몰하는 수역을 우회한다. 운송비용이 늘겠지만 몸값만큼은 아닐 것이다. 불가피하게 위험지역을 통과해야 한다면 공격 빈도가 높은 이른 아침이나 해질 무렵은 피한다. 조기 탐지체계를 구축해 해적을 일찍 발견하고 즉시 항해속도를 높여 회피기동을 실시한다. 해적들이 쉽게 선박에 오를 수 없도록 전기펜스 등 강착거부장치를 구축하고 선원들을 대상으로 해적 대응훈련을 시행한다.

    선원들을 무장시키거나 별도 무장 호송팀을 고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테러 위험 때문에 무장 상선의 입항이 금지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또 무장 상선과 해적의 물리적 충돌이 계속되면 전반적인 폭력수위가 높아질 것이고 이는 위험수역에서 항해하는 모든 선박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선원들에게 무기를 지급하더라도 무기 사용에 익숙지 않은 선원들이 해적과의 대치상황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할지 의문이다. 선원들이 무기를 들고도 해적을 막지 못하면 해적들의 보복 등 더 큰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

    무기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고 해도 로켓포 등 중화기로 무장한 해적과 맞서기에는 역부족이다. 유조선 등 인화물질을 실은 선박에서의 발포는 자칫 폭발 등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비용문제도 있다. 무장 호송팀을 고용하는 게 몸값을 치르는 것보다 비쌀 수 있다. 배 위에서 총격전이 벌어지면 향후 책임문제 등 값비싼 소송에 휘말릴 수 있고 여러 항구에서 입항이 금지되면 항해에 큰 제약을 받는다.

    군함의 호송을 받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하지만 선박회사로서는 썩 내키지 않는 사안이다. 호송부대의 교대를 위해 항해 도중 여러 차례 기착해야 하고 일정이 꼬이면 오래 기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몸값보다 운송지연에 따른 비용이 더 클 수 있다. 해적 문제의 근본 원인을 뿌리 뽑으려는 노력 없이 장기적으로 선박 호송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해군으로서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한편 글로벌 금융위기의 상황에서 해상보험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도 관건이다. 유럽계 보험사의 ‘해적 보험료’는 최근 10배 이상 올랐다. 선박회사들은 비싼 보험료를 내느니 차라리 몸값을 물거나 멀리 우회하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다.

    단기적으로 국제사회는 해군 순찰 강화, 외교적 협조, 선박업체들의 자체 노력 등을 통해 해적의 위협에 대응해왔다. 미국 의회 일각에서는 소말리아에 대한 ‘포괄적 접근’을 정부에 요구했다. 장기적으로 소말리아 해적을 끝장내기 위해서는 소말리아에서 법치와 통치의 확보, 정치적 안정, 치안 개선, 경제성장 등이 종합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 상황으로 볼 때 소말리아의 통치 및 치안상황이 개선되기 전까지는 해적들이 소말리아 안에서 안전한 ‘성역’을 계속 확보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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