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호

청와대 관계자 K의 반란에 박수 보내는 이유

  • 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

    입력2009-07-06 11: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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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주의’위기가 시대적 담론이 되고 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 6·10기념 집회, 대학교수 시국선언에 이어 한 전직 대통령도 ‘민주주의 퇴행’을 합창했다. 반면 청와대, 한나라당, 보수진영은 “그렇게 정부를 비판하는 자유가 민주주의다” “환각을 일으킨 것 같다”고 일축한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과연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고 있는가.
    청와대 관계자 K의 반란에        박수 보내는 이유

    2008년 2월25일 취임식을 마친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청에서 환영 나온 시민들과 악수하며 인사하고 있다

    ‘민주주의 후퇴’‘민주주의 위기’라는 구호가 5월29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울광장 노제에서 실로 오랫만에 울려 퍼졌다.

    ‘접시꽃 당신’의 시인 도종환은 연단에 올라 “노무현을…사랑합니다”라고 절절하게 외쳤다. 이어 “그분의 몸은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산산조각이 난 것은 우리 민주주의, 균형발전, 평화로운 나라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이 산산조각 난 것일지도 모릅니다”라고 했다. 시인 안도현은 ‘고마워요, 미안해요, 일어나요’라는 조시(弔詩)를 낭독했다. “아, 그러다가 거꾸로 달리는 미친 민주주의 기관차에서 당신은 뛰어내렸어요. 으깨어진 붉은 꽃잎이 되었어요.”

    광장의 수십만 시민이, TV수상기 앞 전국의 시청자가 “산산조각이 난 민주주의” “거꾸로 달리는 미친 민주주의”라는 외침을 지켜보고 들었다. 노제의 감성적인 ‘민주주의 위기’ 호소에 여론은 ‘가슴’으로 화답했다. “저 무자비한 권좌의 폭력의 주먹의 불의 앞에서 소리쳐 울지 않을래요.” 안도현이 이렇게 토로해도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3일 뒤 여론조사 결과는 놀라웠다. 수년 만에 한나라당 지지율이 민주당에 역전되어 있었다. 국민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민주주의 위기’를 함께 느꼈음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객관의 영역에서 보자면 ‘민주주의 위기’ 주장은 좀 과한 느낌이 있다. 군사독재에 항거한 1987년 체제와 이명박 체제는 다르다. 지금 대통령직선제, 삼권분립, 법치주의, 지방자치 등 민주주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조짐은 없다. 불법구금, 재산몰수, 강제해직, 언론탄압도 없다. “적어도 형식적인 면에서는 치열한 투쟁을 통해 얻어낸 민주화의 성과가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유지되고 있다.”(6월5일 한국일보).

    반(反)이명박 진영은 촛불집회, 광우병 보도 등 이념갈등 사례를 이명박 정권의 ‘민주주의 파괴’ 증거로 들이밀었다. 이명박 정권의 과오를 비판한다면서 같은 과오를 답습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과 이명박 정권의 공통적인 ‘맹점(blind point)’은 ‘독선’이다. 상대편이 분명히 보유한 ‘일정량의 진실’조차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일부 교수들의 시국선언은 정권에 고언(苦言)을 하는 모양새지만 실제로는 정권의 몰락을 희구하는 것으로 비쳤다. 당연히 정권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 이 때문에 반이명박 진영의 ‘민주주의 위기’론은 대부분 울림도 없거니와 정권의 내성만 키웠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현 정권을 ‘악의 편’이라고 말한 순간, 앞으로 그의 고언은 현 정권에는 전혀 필요가 없게 됐다.



    숙의민주주의 위기

    이명박 정권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한다면, 정권이 감내하지 못하는 ‘거대담론’의 굴레는 벗겨주어야 한다. 이는 서로의 접점을 찾아 사회 통합과 발전을 향해 한발이라도 전진하기 위한 현실적 방책이다. 우리는 문제의 범위를 정교하게 좁혀 그 부분만을 치유하는 외과적 수술을 택해야 한다. 이를 염두에 두고, 현 시국이 던지는 본래의 질문인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고 있는가”로 돌아간다면, 기자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다만, ‘민주주의 위기’라는 거대담론을 ‘숙의민주주의 위기’로 수정한다는 전제하에서다.

    이명박 정권은, 아무리 나쁘게 봐도, 그 태생이 반민주는 아니며 민주주의 전반을 후퇴시키는 독재정권으로 규정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에서 숙의민주주의는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이는 현 정권이 앓고 있는 중병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과 한나라당 지지율이 급강하하는 이유도, 그에 대한 해법도 여기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 K의 반란에        박수 보내는 이유

    5월29일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가 치러진 서울광장에 많은 시민이 모여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추모하고 있다.



    ‘숙의민주주의(熟議民主主義·Deli-berative Democracy)’는 서로 다른 의견의 참여, 이를 통한 상호 이해와 합의, 공론의 형성을 지향한다. ‘다수결의 원칙’이 형식적 제도적 민주주의라면, 숙의민주주의는 과정적 내용적 민주주의다. 숙의민주주의에서는 ‘의견의 질’을 중요하게 본다. 한 명의 의견이 9명의 다른 의견에 비해 훨씬 더 ‘고품질’일 경우 9명은 그 한 명의 의견에 따르게 된다.

    TV 시사토론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는 패널들의 의견의 우열을 비교한다. 패널들은 논쟁을 통해 검증받고 주장을 더욱 정교화한다. 양측은 중간으로 수렴되기도 한다. 이런 숙의과정을 통해 의견들 전체 집합의 질적 수준, 합의 수준이 높아진다. 다수결의 원칙과 숙의민주주의가 날줄과 씨줄처럼 작동할 때 민주주의는 튼튼해진다.

    숙의민주주의는 이명박 정권 초기부터 귀가 따갑도록 회자되어온 ‘소통’의 문제와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민영 고려대 교수 등의 연구에 따르면 숙의민주주의 수준은 ‘설득’과 ‘경청’이라는 두 기준으로 측정된다. 자신의 주장의 근거를 제시하고 상대편 의견도 경청하는 최고의 숙의 수준이 ‘소통’이다. 이외에는 자신의 주장의 근거만 제시하고 상대편 의견은 듣지 않은 ‘소란’, 자신의 주장의 근거는 제시하지 않고 상대편 의견만 잘 듣는 ‘소침’, 자신의 주장의 근거도 제시하지 않는 상대편 의견도 듣지 않는 ‘소외’가 있다.

    이명박 정권은 △정부와 국민 간 숙의 △당·정 간 숙의 △청와대 내부의 숙의에서 모두 ‘소외’ 수준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권은 2008년 2월 출범 후 지금까지 1년4개월여 동안 국민과의 의사소통에 숙의민주주의의 두 기준인 ‘설득’과 ‘경청’을 외면해왔다는 평이다. 인사와 정책을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았고, 여론조사결과나 언론보도로 표출되는 여론을 잘 반영하지도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 K의 반란에        박수 보내는 이유

    4월29일 재보궐선거 참패로 한나라당 선거상황실이 썰렁하다.

    범국민적 ‘친이계’ 왕따

    정권 출범 초 특정 학교, 계층, 지역, 종교에 편중된 인사를 했다는 이른바 ‘고소영’ ‘강부자’ 논란이 사회를 휩쓸었다. 이어 부동산투기, 논문표절 등 각종 비리 의혹이 제기됐다. 이명박 정권의 고위공직자 인사의 특성은 충성심, 도덕성, 전문성, 사회적 신망 어느 쪽에도 해당되지 않았다. “대통령 측과 친하다”는 게 발탁의 가장 큰 공통점이었다. 일부 인사들의 경우 여러 건의 비리의혹으로 교체 여론이 빗발쳤지만 정권은 경청하지 않았다.

    이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빗장을 열어젖혔다. 이번에도 사전 설명이 없었다. TV프로그램에 자극받은 분노한 수십만명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오자 그때서야 재협상에 나섰다. 촛불정국 타개책으로 이명박 정권은 2008년 6월27일 2기 인사를 단행했다. 1기 인사에 대한 비판이 그렇게 거셌는데 성격이 달라진 게 없었다. 측근에서만 사람 뽑아 쓰면 국민은 처음엔 정권에 경고를 보낸다. 그래도 안 바뀌면 등을 돌려버린다.

    이명박 정권은 집권 초 대선공약인 한반도대운하사업을 추진했다. 민자(民資)사업이므로 국가예산은 거의 들지 않는다고 했다. 1년여 사이 4대강 정비로 변모했다. 20조원이 넘는 국가예산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민자에서 국가재정부담으로 사업성격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국가적으로 시급한 출산장려, 첨단 R&D, 에너지, 우주개발, 교육, 국방, 사회안전망 구축은 투자한 만큼 효과가 확실히 나온다. 왜 4대강 정비가 최우선 순위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여전히 부족해 보였다. ‘설득과 경청의 배제’는 여기에도 적용되고 있다.

    여론의 객관적 지표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지속적으로 떨어져 20~ 30%선에 걸쳐 있다. 4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은 5대0으로 참패했다. 국정기조를 바꾸라는 경고였지만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이명박 정권을 향한 이 같은 국민의 누적된 불만이 폭발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특히 이명박 정권의 주류에게 6월11일 여론조사 결과는 공포 그 자체였다. 한나라당 정치세력 중 친이계 선호도는 대구경북, 부산경남에서 각각 15.9%, 14.2%에 그쳤다. 친박계의 3분의1 토막에 불과하다. 이런 ‘범국민적 왕따’ 분위기를 돌려놓지 못한다면 친이계는 얼마 안 가 유권자의 손에 의해 사라질지도 모른다.

    ‘실적으로 평가받겠다’는 착각

    반이명박 진영이 ‘민주주의 위기’라고 공격하자 이명박 정권은 “존재하지 않는 위기를 정략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고 반박했다. 법과 제도에서 숙의민주주의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반박은 먹혀들었다. 그러나 형식논리에만 매달려 계속 온전한 민주주의를 실천하지 않는 것은 곤란하다. 여권이 숙의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로 인해 주권자인 국민은 국정에서 ‘소외’되고 있다. 국민은 이런 사실을 개념화하여 설명은 못하지만 ‘체험적’으로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여론조사에 적극 반영되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국민을 경시해서 국민 소통을 외면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이 대통령은 ‘여의도식 정치 탈피’ 발언으로 상징되듯 ‘정치 거부감’이 크다. 숙의민주주의가 꽃피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일 수 있다. “이 대통령은 국정에만 전념한다”는 얘기가 자주 나온다. 이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국정’과 ‘정치’를 구분하고 있다. ‘정치=정략’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갖는 반면 ‘국정’에 대해서는 ‘자본주의적 윤리관’에 입각해 큰 호감을 갖고 있는 듯 보인다.

    이 대통령은 국정을, ‘일에만 미쳐 살아온’ 현대건설 경영과 유사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다른 데(정치)에 한눈팔지 않고 일(국정)만 하겠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기업에서 인사와 경영은 경영자의 고유권한이다. 소비자는 기업의 제조과정에 일일이 관여하지 않는다. CEO는 상품을 시장에 내어놓는 최종단계에서 소비자와 만나고 매출과 수익 등 객관적 수치로 평가받는다.

    이런 기업 마인드를 갖고 있는 대통령이라면 공직 인사와 국가정책 수립은 자신의 고유 권한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부터 ‘소비자’인 국민과 소통, 숙의민주주의를 하는 것은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인 일로 여기게 된다. 여러 정치지도자는 “사실 여론은 얼마나 변덕스럽고 믿을 수 없는 존재인가”라고 말한다. 또 경제성장률 등 수치화된 국정성과로 국민의 평가를 받겠다는 태도를 갖게 된다. “일단 나를 선출했으면 회기년도까지는 믿고 맡겨달라. 주총 때 수치로 보여주겠다”는 기업 대표이사의 심정과 같다.

    만약 이 대통령 측이 이런 ‘실적주의’에 입각해 뭔가 보여줄 때까지는 일만 하고 국민 소통은 유보해온 것이라면 이는 ‘치명적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국민은 실적보다 과정을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건설업 경영은 계약금과 기성금, 생산성과 흑자 등 간단한 수치에 의해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국정은 다르다. 국민이 의사소통을 원하면 정부는 그것부터 최우선으로 충족시켜주어야 한다.

    “기업이었으면 난리났다”

    통치 기간 중 주가 3배 상승(580에서 1800), 외환보유액 2배 상승(2500억달러),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 개막, 평균 4.3% 경제성장률 기록, 세계 11대 경제대국 도약. 노무현 정부의 화려한 ‘경제정책 성적표’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그리고 퇴임 후에도 “경제를 망친 대통령”이라는 국민적 평가를 받았다. 이에 대한 반사이익으로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 구호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이 사례는 “대통령은 정책의 ‘실적’이 아닌 ‘연속되는 과정’을 통해 평가받는다”는 점을 입증하고 있다.

    이 대통령 측은 국정은 청와대 것, 정치는 여의도 것으로 구분하지만 사실 국정은 정치와 동일체다. 또한 정치는 숙의민주주의와도 동일체다. 정부와 국민 간 숙의민주주의, 즉 일상적인 설득과 경청이 곧 국정수행이고 정치의 본체인 것이다. 인사와 정책의 모든 단계에서 여론과 반복적 소통이 필요하다. 그래야 국민은 정권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의미를 이해하고 해석하게 된다. 정권의 성패는 몇 가지 실적 수치를 근거로 갑작스럽게 내려지는 것이 아니다. 임기 내내 진행되는 정권과 국민의 ‘상호 이해의 누적’을 통해 점진적으로 형성된다.

    이명박 정권은 “실적이 좋으면 과정은 용서된다” “경제가 살아나면 지지율은 오른다”는 착각에서 빨리 깨어나는 게 좋다. 현실은 그 반대다. 과정이 좋으면 실적이 용서된다. ‘일상생활에서 국민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가 가장 중요하다. ‘소통’과 ‘오만’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 ‘중간지대’는 없다. 정권은 ‘국민과 소통하는 정권’이라는 평가와 ‘오만한 정권’이라는 평가 중 하나를 얻을 뿐이다.

    청와대, 기(氣)가 죽었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이은 한나라당 지지율 2위 추락은 기업에 비유하면 매출 반 토막, 적자 전환에 해당한다. 전 임원이 자진해 일괄사표를 쓰고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여권은 알고도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권 인사들에 따르면 정권의 ‘해결 능력 부족’은 특히 청와대와 내각 내부의 숙의 부족, 소통 부족에서 비롯한다고 한다. 한 여권 고위인사는 “한마디로 청와대 내부의 기(氣)가 죽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현대건설 입사동기인 이상백 전 미국 벡텔사 부회장은 현 청와대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점을 이렇게 진단했다.

    “건설회사 오너가 직원들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하듯 대통령이 장관, 수석, 공무원들을 다뤄선 안 된다. 전부 대통령만 쳐다보면서 ‘어찌 하오리까’라고 하면 국정이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이명박 정부 내부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은 개선이 필요하다. 참모에게 권한을 줘야 팀워크가 생긴다.”

    대통령은 국정의 모든 것을 관장할 수 없다. 청와대 참모는 공직윤리의 범위에서 대통령의 철학에 부합하도록 정책을 조율하는 일정 정도의 창조성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나 청와대 참모진은 무기력한 모습만 보이고 있다고 한다.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지만 청와대의 기능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힘 있게 전파해 나갈 참모들이 필요함에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다”(6월14일 중앙일보). 청와대의 창의성, 정무적 판단, 심지어 용기의 문제를 내부 인사도 아프게 지적하고 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내각의 장·차관과 청와대의 고위인사들은 각종 개인 의혹으로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당시 청와대 고위인사인 A씨는 자신과 관련된 의혹이 여러 언론에 보도돼 사회 이슈로 확산되자 대응책 마련을 위한 청와대 회의를 소집했다. 참석자는 꽤 많았다고 한다.

    “왜 회의해야 하나”

    한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회의석상에서 청와대 관계자 K씨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왜 이 회의를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우리는 대통령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다. 회의 안건은 들어보니 A씨 개인 사정인 것 같다. A씨가 알아서 하면 될 것 같다. 대통령을 위한 일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K씨의 발언으로 회의는 더 이상 진행할 동력을 완전히 잃고 말았다고 한다. A씨에게는 서운하게 비쳤겠지만 K씨의 반란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껏 청와대에 있으면서 이처럼 윗사람에게 당당하게 할 말을 다하는 광경은 이때 처음 봤다. 꽉 막혔던 게 뻥 뚫린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상백 전 벡텔 회장은 “그분의 부지런함은 전세계 금메달감이다. 그러나 정치는 부지런함만으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지금 이명박 정권에 요구되는 것은 창의적 국정운영을 가능케 해줄 내부의 소통과 지친 국민을 위무해줄 국민과의 소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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