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호

비밀자료로 본 北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미스터리

금강산 관광대금 중개한 조광무역, 핵개발용품 은밀 구입

  • 이정훈│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입력2009-07-0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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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방공식별구역 침범 문제 때문에 편대군(群) 공격이 어려운 지점에 건설된 북한 동창리 발사장. 북한이 이렇듯 절묘한 곳을 선택해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발사장을 건설할 수 있는 자금을 제공한 곳은 북한 핵과 미사일의 위협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는 한국이었다.
    • 그러나 그 과정에서 한국은 북한의 비밀계좌를 파악할 수 있었고, 이를 추적, 돈줄을 조이면 북한을 고립시킬 수 있게 된다.
    비밀자료로 본 北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미스터리

    한미연합공군이 공습하기 힘든 곳에 건설된 북한의 동창리 발사장.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건설된 미사일 발사장이 갑작스럽게 언론에 등장해 혼란을 주고 있다. 세 번이나 대포동 미사일을 쏘아올린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의 발사장은 무엇이고, 동창리 발사장은 또 무엇인가. 무수단리에서 쏘는 미사일이나 로켓은 일본을 향해 날아갔다. 그렇다면 서해에 면해 있는 동창리 발사장은 한국을 향해 미사일을 쏘는 곳인가. 오랫동안 축적해온 취재노트와 특수기관이 수집한 정보를 꺼내 최근의 북한 사정을 분석한다.

    동창리 발사장은 최근에 세워진 게 아니다. 1998년 북한이 무수단리에서 대포동1호를 발사한 직후부터 건설에 들어갔다. 관계당국은 인공위성 사진 등을 토대로 2000년부터 동창리 발사장이 건설돼왔음을 알고 있었다. 일반 국민에게 동창리 발사장은 새로 거론된 것이므로 두렵게 다가오지만, 관계당국에는 오래전부터 지켜봐온 익숙한 존재다.

    진짜 발사체와 시험용 발사체

    한국이 ‘나로호’로 명명한 KSLV-1을 쏘기 위해 나로우주센터를 완공하는 데 걸린 기간은 8년5개월이었다. 다른 나라들도 대략 이 정도 기간에 걸쳐 발사센터를 건설한다. 북한은 긴박한 경제사정에도 불구하고 9년 만에 동창리 발사장을 완성했다. 이는 북한이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든 마련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과연 그 돈줄은 어디였을까.

    동창리 발사장은 무수단리 발사장보다 규모가 세 배 정도 크다. 이는 이곳에서 쏘는 미사일이나 발사체가 무수단리에서 쏘는 것보다 훨씬 클 수 있음을 시사한다. 무수단리는 동해를 사이에 두고 북한이 ‘또 하나’의 원수로 여기는 일본과 마주하고 있다. 동해는 폭이 넓은 바다이고 무수단리의 발사체는 상대적으로 작다. 따라서 무수단리에서 쏜 발사체는 동해의 공해(公海) 상에 1단 로켓을 떨어뜨리고 2단 로켓은 일본 열도를 넘어가 북태평양에 떨어졌다.



    동창리에서 쏘려고 하는 발사체가 이보다 훨씬 크다면, 이 발사체의 1단 로켓은 동해를 건너 일본의 영토나 영해에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2단 로켓은 대기권 밖으로 올라간 다음 분리되기에 지구로 떨어지지 않고 대기와의 마찰로 타버린다. 흔히 대포동1,2호라고 하는 무수단리의 발사체는 1단과 2단 로켓 잔해를 모두 지구로 떨어뜨렸지만, 동창리 발사체는 훨씬 크기에 1단 로켓만 지구에 떨어뜨릴 공산이 크다.

    위성을 쏘아올리는 발사체는 일반적으로 대기권을 벗어나 2단 로켓을 떨어뜨린다. 분리된 2단 로켓은 지구 인력(引力)에 이끌려 추락하면서 대기와의 마찰로 타버리므로 지구에는 피해를 주지 않는다. 1단 로켓만 지구로 떨어뜨리는 발사체가 실제로 위성을 올릴 수 있는 발사체다. 이렇게 놓고 보면 무수단리에서 발사된 대포동1,2호는 애초에 위성을 쏘아 올리는 게 목적이 아니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동창리에서 쏠 진짜 발사체를 개발하기 위해 먼저 준비한 시험용 발사체이거나 미사일을 개발하기 위한 발사체에 가까워 보인다.

    한국도 나로호를 쏘기 전에 KSR-1,2,3 발사체를 개발해 시험발사했다. 나로호도 진짜 위성을 올리는 발사체가 아니라 시험용 발사체다. 나로호에는 ‘과학기술-2호’로 명명한 100kg 정도의 조잡한 위성이 실리는데, 이 정도 크기의 위성은 능력에 한계가 있다. 진짜 위성의 무게는 대개 1t 이 넘는다. 나로호 발사에 성공하면 한국은 2018년 무렵 무게 1t 내외의 진짜 위성을 탑재한 KSLV-2를 발사할 예정이다. 이 KSLV-2가 한국이 개발하고자 하는 진짜 발사체다.

    모든 나라는 자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제일의 임무로 삼기에 주변 국가가 쏘는 발사체 문제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전쟁은 항상 기습과 기만으로 시작된다. 주변국을 선제공격하기 위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도 겉으로는 우주개발을 위한 ‘평화목적’으로 발사체를 쏜다고 위장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한 나라가 발사체를 쏜다고 하면 주변국은 군과 정보기관을 총동원해 초정밀 감시를 한다. 그리고 자국의 영토나 영해에 그 나라가 쏜 발사체의 1단 로켓이 떨어지는 것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다.

    절묘한 위치 선정

    발사체의 1단 로켓이 자국의 영토나 영해로 떨어지면, 이를 주시하고 있던 주변국은 이 나라가 미사일을 쏜 것으로 오해하고 바로 군사 대응을 할 수도 있다. 진짜 발사체를 쏘았음에도 오해에 의한 공격을 받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진짜 발사체를 쏠 때는 주변국의 영토나 영해에 1단 로켓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래서 택한 방법이 ‘주인 없는 바다’인 공해에 1단 로켓이 떨어지도록 방향을 잡아 쏘는 것이다.

    비밀자료로 본 北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미스터리

    북한 동창리 발사장은 한국 일본 중국의 항의를 피해 미사일이나 발사체를 쏠 수 있는 기막힌 곳에 위치해 있다.

    위성은 크게 둘로 나뉜다. 500~1500km

    상공에서 지구의 남북극을 하루 15차례 내외로 빠르게 도는 ‘저궤도 위성’이 있고, 적도 직상공 3만5800km의 고고도에 떠서 지구 자전과 같이 지구를 도는, 그래서 지구에서는 항상 같은 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정지위성’이 있다. 현재 정지위성을 쏠 수 있는 나라는 미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뿐이다. 나머지 국가는 저궤도 위성만 쏜다. 정지위성보다는 저궤도위성의 수요가 훨씬 많으므로 위성을 발사한다고 할 때는 일반적으로는 저궤도 위성을 쏘는 것으로 이해한다.

    동창리에 설치하고 있는 북한 발사체가 진짜로 위성을 쏘아 올리기 위한 것이라면, 이 발사체는 위성이 남북극을 돌 수 있도록 남쪽으로 난 공해를 향해 발사돼야 한다. 이 명제는 한국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한국의 남쪽에는 일본 열도가 놓여 있기에 한국에서 쏜 발사체의 1단 로켓은 일본 영토나 영해 인근에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규슈에서 오키나와로 이어지는 오키나와 열도 사이에는 중간 중간에 좁은 공해가 있다. 한국으로서는 이 공해가 우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관문인 셈이므로, 나로우주센터는 그 방향을 향해 발사체를 쏘아 올린다.

    북한도 이 원칙을 수용해 동창리에 발사장을 지은 것으로 보인다. 동창리에서 남쪽으로 쏜 발사체는 북한 영공을 지나 NLL(북방한계선)을 통과한 다음 한국과 중국 영해 사이에 있는 공해로 기막히게 날아오를 수 있다(지도 참조). 더불어 오키나와 열도에 이르기 전 공해상에 1단 로켓을 떨어뜨림으로써 한국 일본 중국의 항의를 모두 피해나갈 수 있다. 북한 입장에서 보자면 한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면서도 위성을 쏘아 올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곳이 바로 동창리다.

    동창리 발사장의 지정학적 가치는 이뿐만이 아니다. 북한이 동창리에서 초대형 발사체 발사에 성공한다면 사실상 ICBM 개발에 성공했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한국과 미국은 대북 군사전략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 새로 만드는 대북군사전략은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ICBM을 개발했다는 전제하에 작성돼야 하기에 이전에 비해 훨씬 복잡해진다.

    공격에 취약한 무수단리 발사장

    4월5일 대포동2호로 보이는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북한은 이후 동해상으로 지대함 미사일과 지대공 미사일을 연속으로 발사했다. 왜 북한은 ‘허공’을 향해 주먹질을 하는 것일까. 이 의문은 북한 처지를 상상해보면 그리 어렵지 않게 답을 찾을 수 있다. 4월5일 북한이 무수단리에서 장거리 로켓을 쏘았을 당시 한국 미국 일본의 이지스함 5척이 접근해 이 로켓의 궤적을 완벽히 추적한 바 있다. 미군 정찰기와 첩보기도 접근했는데, 이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이 띄운 미그-21기가 발사 전날 추락하기도 했다.

    미사일 발사를 앞두고 적국의 전투함과 항공기가 접근해오는 것은 북한으로서는 큰 스트레스일 수밖에 없다. 미국의 이지스함에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이 실려 있고, 한국의 이지스함에는 ‘한국형 토마호크’로 불리는 현무-3이 조만간 탑재된다. 토마호크와 현무-3의 사거리는 500km가 넘기 때문에 먼 거리에서도 무수단리를 초토화할 수 있다. 일본에서 날아온 미군 항공기들이 SLAM-ER이나 JASSM 같은 장거리 공대지 순항미사일을 쏜다면 마찬가지로 무수단리 발사장은 초토화된다.

    동해는 평균 수심이 1370m인 심해(深海)다. 이런 바다는 잠수함 작전의 천국이다. 이곳으로 미국 해군의 LA급 잠수함이 들어와 토마호크를 발사한다면 무수단리에 근무하는 북한 기술자들은 경보음도 듣지 못하고 최후를 맞을 수 있다. 동해가 탁 트여 있다 보니 무수단리는 북한 처지에서 볼 때 방어가 매우 취약한 곳이다. 이 때문에 북한은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방어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지대함 미사일과 지대공 미사일을 연속으로 발사한 것일 수 있다.

    동창리는 이와 전혀 다른 조건을 갖고 있다. 동창리 앞에 펼쳐진 서해는 평균수심이 44m에 불과한 천해(淺海)이기에 이곳으로는 잠수함이 들어와 작전을 벌일 수가 없다. 북한은 토마호크를 발사할 LA급 잠수함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북한과 중국은 압록강 하구에서 갈라져 나온 중간선을 경계로 영해를 나눈다. 동창리는 이 영해 분기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기에, 이곳으로 한미 양국군의 이지스함이 접근한다면 북한은 물론 중국 해군도 긴장하게 된다.

    미국과 한국이 외교라인을 통해 “중국에는 절대 적대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사전 통보를 해놓고 함정을 투입한다 해도 중국군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사전통보를 받은 중국은 자국방어를 원활히 하기 위해 슬쩍 북한에 정보를 흘려줄 수도 있는데 이는 북한 처지에서는 ‘조기경보’나 다름없다. 4월5일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북한이 서해 NLL상에서 긴장을 높이는 것은 한미 연합해군의 잠수함이나 수상함이 북상해오는 것을 막기 위한 사전 엄포일 수도 있다.

    수상함이나 잠수함을 동원한 응징이 불가능하다면, 한국은 육군 유도탄사령부를 활용해 공격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 동창리는 유도탄사 예하 부대가 있는 ○○지역에서 250km 정도 떨어져 있다. 미군은 ICBM은 갖고 있지만 이 정도 떨어져 있는 목표를 때릴 만한 전술 미사일은 갖고 있지 않다. 반면 한국은 2001년 MTCR(미사일기술통제체제)에 가입했기에 사거리가 300km인 현무-2 탄도미사일을 개발해 실전 배치했다. 이러한 현무-2가 유사시 동창리 기지를 제거할 유력한 대안이 된다.

    비밀자료로 본 北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미스터리

    북한과 거래한 것이 드러나 미 재무부 소속 OFAC에 의해 무너진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

    유도탄 공격도, 공습도 어려워

    그러나 현무-2는 탄도미사일이기 때문에 순항미사일인 토마호크나 현무-3 같은 초정밀 사격은 어렵다. 이 미사일은 광범위한 지역을 공격하는 지역(area) 타격용이라 동창리 발사 미사일처럼 작은 목표물을 잡는 데는 부적합하다. 따라서 한미연합군이 택할 수 있는 마지막 방안으로는 1981년 6월7일 이스라엘 공군이 이라크가 오시라크에 건설 중이던 시험용 원자로를 공격할 당시 사용했던 방식이 거론될 수밖에 없다.

    오시라크 공습 모델을 따르려면 한미 연합공군은 대규모 편대군(群) 공격을 펼쳐야 한다. ‘스트라이크 패키지(Strike Package)’라고도 하는 이 작전을 구사하려면 지상에 있는 목표물을 부술 정밀유도 폭탄을 장착한 전폭기와, 이 전폭기를 요격하기 위해 출격한 북한 전투기를 제압하는 제공기, 침투하는 아군 항공기를 위협하는 적 대공 레이더 기지를 미리 제압하는 대공제압기, 아군기가 안전하게 날아갈 수 있도록 항로를 잡아주고 지휘하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 그리고 연료를 보급하는 공중급유기가 함께 출격해야 한다.

    이런 작전을 벌일 경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중국 공군의 방공식별구역(ADIZ) 침범 문제다. 방공식별구역은 영해의 바로 위 상공인 영공보다 훨씬 넓은 개념이다. 항공기는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공군은 자국으로 접근하는 비행체를 멀리서부터 지켜본다. 이들 비행체 가운데 전혀 정체를 알지 못하는 비행체가 자국 영공에 들어온 다음 대응한다면 이미 늦을 수 있다. 실제 대응은 그 비행체가 선제공격을 가하고 난 다음에야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군은 영공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해놓고 이 구역 안으로 들어온 항공기는 모두 정체를 밝힐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공격을 하러 가는 항공기는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 이렇게 정체를 밝히지 않은 비행체가 비행정보구역 안으로 들어오면 그 나라 공군은 대공미사일이나 전투기를 이용해 바로 대응한다.

    방공식별구역은 200해리 EEZ(배타적 경제수역)처럼 멀리 설정되는데 두 나라가 좁은 바다에 면해 있으면 중간에 방공식별구역 경계선을 설정한다. NLL 북쪽의 서해에서는 북한과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해놓았는데, 북한-중국 국경인 압록강 하구의 바다는 좁기 때문에 두 나라는 중간선을 따라 영해(영공)와 방공식별구역선을 그었다. 문제는 이렇게 해서 평안북도 해안에 인접한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이 스트라이크 패키지를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F-22 괌 배치의 의미

    동창리를 공격하려고 출격한 스트라이크 패키지 부대는 북한 레이더의 탐지를 피하기 위해 서해 먼바다로 나가 초저공 비행을 한다. 그리고 평안북도 앞바다에서 동쪽으로 기수를 틀어 침투한 다음 본격적인 공습을 한다. 그런데 스트라이크 패키지에 참여한 항공기들이 오른쪽으로 기수를 틀어야 하는 곳에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이 설정돼 있으므로, 이곳을 침범하지 않고는 동창리 공습이 어려워진다.

    중국은 아무 예고 없이, 더구나 초저공 비행하면서 그들의 방공식별구역으로 침투하는 비행체를 발견한다면 깜짝 놀라 공격을 마치고 빠져나가는 한미 공군기를 요격할 수도 있다. 이러한 중국의 대응이 북한에는 더없이 중요한 방어망이 된다. 거꾸로 한미연합공군으로서는 중국의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는 전투기 개발이 중요한 문제가 된다.

    이 숙제는 미국이 스텔스 기능을 갖춘 F-22 전투기를 개발해 실전배치함으로써 어느 정도 풀 수 있게 됐다.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 위기가 고조될 때마다 미 공군이 본토에 있던 F-22 편대를 괌에 있는 13공군기지로 이동시키는 것은 바로 이 작전을 준비한다는 뜻이다. F-22 편대가 일본에 있는 5공군기지나 한국에 있는 7공군기지로 은밀히 이동했다면 동창리 공습작전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다.

    한국 공군도 이 작전에 동참하기 위해 스텔스 전투기를 도입하는 2차 FX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법으로 F-22 수출을 금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공군이 도입할 수 있는 스텔스 전투기는 미국 록히드마틴사가 수출용으로 개발하고 있는 F-35와, 보잉사가 F-15E를 토대로 스텔스 기능을 보강하는 방향으로 개조, 개량하려는 F-15SE(Silent Eagle)가 될 전망이다.

    북한이 스텔스 전투기로만 공격 가능한 곳을 택해 나로우주센터와 같은 속도로 발사장을 지어온 것은, 핵무기와 ICBM을 개발하겠다는 의지가 그만큼 강력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러한 의지를 관철하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1991년 소련이 무너진 후 구 소련 지역에서는 핵과 미사일 개발에 참여했던 기술자들이 대거 쏟아져 나왔으므로 돈만 있으면 이들을 고용해 필요한 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 북한은 과연 이 돈을 어디서 확보했을까.

    지난 10년간 한국에서는 대북 유화정책을 펴는 정부가 연이어 들어섰다. 이들 정부는 사회주의 경제권의 붕괴로 자금줄이 막힌 북한에 남북경협을 이유로 적잖은 돈을 지급했다. 특수기관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햇볕정책이 펼쳐진 지난 10년간 한국이 북한에 지급한 자금 총액은 70억달러라고 한다. 이 가운데 현금으로 지급한 것만도 30억달러다.

    10년간 70억달러어치 제공

    지급한 현금 가운데 뭉치가 큰 것에는 남북교역대금으로 지급한 18억4000만달러, 금강산과 개성관광 사업으로 제공한 5억3900만달러, 김대중-김정일 정상회담 대가로 비밀송금한 4억5000만달러 등이 있다. 이 현금은 핵과 미사일 개발, 김정일체제 유지 등 특별한 목적으로 소진됐다는 게 특수기관의 판단이다.

    국제거래는 은행을 통해 이뤄진다. 따라서 북핵 위기와 미사일 위기를 잠재우려면 세계 여러 나라 은행에 갖가지 위장 명칭으로 설정된 북한의 계좌를 찾아내 차단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나 은행에 대한 통제는 그 은행이 속해 있는 나라가 하는 것이다. 미국이 아무리 압력을 넣어도 해당국 정부나 은행이 협조하지 않으면 북한 계좌 동결은 이뤄질 수 없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이다.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김대중 정부는 한국 외한은행을 통해 중국은행 마카오지점의 북한 계좌로 2억8200만달러를 송금했다. 흥미롭게도 이 송금을 주도한 것은 김대중 정부 국가정보원의 간부였다. 국정원 간부는 중국은행이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기에 중국은행에 있는 북한 계좌로 2억8200만달러를 보내게 했다.

    국제거래는 대개 달러로 이뤄진다. 미국 재무부 산하 기관인 외국자산통제국(OFAC·Office of Foreign Assets Control)은 금융분야의 CIA(중앙정보국)로 통한다. OFAC는 테러나 마약조직, 그리고 대량살상무기(WMD)를 만들려는 조직이나 국가로 흘러가는 달러를 전문적으로 추적한다. OFAC는 테러나 마약 WMD와 관련된 달러 거래가 발견되면 이를 CIA 등에 통보해 조사케 한다. 그리고 이 돈을 움직이게 한 주체가 미국 내에 자산을 갖고 있다면 이를 동결시키는 권한도 행사한다.

    세계 거의 모든 은행은 미국과 거래한다. OFAC는 검은돈의 유통에 협조한 은행이 발견되면 그 은행의 미국 거래를 차단시킬 수 있다. 국제 기축통화인 달러를 거래할 수 없게 된 은행은 은행의 기능을 하지 못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된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다. BDA는 북한과 거래해왔다.

    북한에서 김정일의 사생활을 보좌하는 조직은 서기실이다. 서기실 요원들은 해외로 나가 김정일이 필요로 하는 자금과 물자도 확보하는데 이러한 김정일 서기실의 요원이 제 이름으로 BDA에 계좌를 개설해놓고 있었다. 북한 조선노동당 산하 은행인 대성은행과 통일발전은행, 북한이 오스트리아에 설치한 금별은행도 BDA에 계좌를 설정해놓고 있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북한은 김대중 정부가 보내준 2억8200만달러를 중국은행 마카오지점 계좌로 받아, 9730만달러는 BDA의 북한 관련 계좌로 보냈다. 그리고 1억4830만달러는 인민무력부 산하 은행인 창광신용은행과 금성은행이 중국은행 마카오지점에 개설한 계좌로 이체했다. 1730만달러는 마카오에 있던 조광무역 대표가 현금으로 인출해 북한으로 가져가게 했다.

    한국과 거래로 드러난 北비밀계좌

    2000년 당시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해놓고 있었으므로, OFAC는 북한과 달러 거래를 한 은행에 대해서는 미국과의 거래를 금지시켜야 한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나라이고 국가 규모도 매우 크므로 중국은행을 제지할 수 없다. 중국은행과 북한 사이의 거래는 냉전 때부터 있었던 일이라 OFAC는 북한과 중국은행 사이의 거래를 눈감아왔다.

    2003년 말 기자는 김대중 정부의 비밀 대북송금에 관여한 외환은행 관계자로부터 “김대중 정부에 협조했던 국정원 간부와 외환은행 관계자는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2억8200만달러를 중국은행 마카오지점 계좌로 송금해준 것”이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김대중 정부의 대북 불법송금 사실이 폭로됐을 때 OFAC는 중국은행을 전혀 제재하지 못했지만, 김정일 서기실 요원의 계좌를 만들어주고 이 계좌로 중국은행에서 보낸 돈을 찾을 수 있게 해준 BDA에 대해서는 호된 징벌을 내렸다. 이렇듯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 유력무죄 무력유죄(有力無罪 無力有罪)’는 국제금융 거래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비슷한 시기 조총련계 재일교포가 일본에서 운영해온 아시카가(足利)은행이 다른 이유로 무너졌다. 우쓰노미야에 본점이 소재한 아시카가은행은 수신고 기준으로 일본 10위를 기록한 최대의 지방은행으로 1990년대부터 평양에 지점을 설치해 운영했다.

    이 때문에 대북사업에 나선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도 초기에는 이 은행을 통해 북한과 거래했다.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가 북한 경수로 현장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 임금을 송금한 곳도 이 은행이었다.

    1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현대그룹이 4억5000만달러를 북한으로 비밀송금 할 때 이를 협조해준 곳이 아시카가은행과 중국은행, 싱가포르개발은행 등이었다. 이 은행들에는 인민무력부 산하의 강성무역과 혁신무역, 조선노동당 소속인 능라888과 조광무역의 계좌가 설정돼 있었다. 현대그룹이 비밀송금한 돈은 이 계좌로 분산돼 들어갔다. 그리고 토지공사와 현대아산이 개성공단을 만드는 대가로 지급한 4430만달러는 김정일 비자금을 조성하는 노동당 39호실 산하 대성무역이 중국은행 마카오지점에 설정한 계좌로 입금됐다.

    이렇게 대북송금에 협조하던 아시카가은행은 한국과 동남아 국가들이 IMF 외환위기를 맞아 휘청거릴 때 함께 쇠락하다, 2003년 모든 주식을 소각하고 국유화됐다. 아시카가은행의 몰락은 일본에 있던 가장 큰 북한자금 루트가 사라졌다는 뜻이다. BDA와 아시카가은행의 몰락을 계기로 북한과 거래하려는 은행은 대부분 사라졌다. 그러나 북한은 벌어놓은 돈으로 필요한 물품을 구입했다.

    중고 미그-21 40대 도입

    1991년 소련이 무너짐으로써 독립하게 된 CIS(독립국가연합) 국가들과 동유럽 국가들은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했다. 이들 국가는 당장 현금이 긴요했으므로, 소련군이 사용하던 무기를 암시장에 내다팔았다. 이렇게 팔려 나간 무기는 1999년 NATO(북대서양조약기구)군의 개입으로 중단된 유고 내전에 집중적으로 유입됐다. 일부는 아프리카 군벌에게도 흘러갔는데, 이렇게 흘러간 무기를 지금 사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군벌이 소말리아 해적이다.

    북한도 싼값에 나온 소련 군수물자를 사들인 나라 가운데 하나다. 특수기관은 2000년 이후 북한이 암시장에서 미그-21 전투기 40대와 특수부대원의 기습남침에 사용되는 AN-2기 엔진, MI-8 헬기 부품 등을 도입했다는 증거를 포착했다. 신품이 아닌 중고를 도입한 것인데, 북한 처지에서는 이것도 전력 증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암시장에서 무기를 수입한 북한 회사로는 창광무역, 연봉총회사, 청송연합, 묘향산총회사 등이 있다.

    중고 재래식 무기와 부품을 도입하면서 북한이 주력한 것이 바로 핵과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물품 도입이었다. 이 가운데 주목할 것이 인산트리부틸(TBP) 수입이다. 원자로에서 타고 나온 사용후핵연료는 위험하기 때문에 사람이 만질 수 없다. 이러한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려면 질산을 이용해 사용후핵연료를 담고 있는 용기부터 녹여야 한다. 용기를 녹이는 질산용액 가운데 하나가 인산트리부틸이다.

    2차 북핵 위기가 고조된 2003년 10월, 중국은 단둥에서 평양으로 가는 열차에 실려 있던 인산트리부틸 10여t을 찾아내 압수한 적이 있다. 이 거래를 중개한 것은 중국회사였는데, 이 회사는 중국 정부를 속여가며 이 물질을 북한의 조광무역으로 보내다 적발된 것이다. 2003년은 2차 북핵 위기의 파고가 높았던 시점이었기에 중국은 오랜만에 미국에 협조해준 것이었다.

    인산트리부틸을 수입하려고 한 조광무역은 마카오에서 금강산 관광대금 입출금 업무도 담당해왔다. 이러한 사실은 조광무역이 한국이 금강산 관광 대가로 보내준 자금을 인산트리부틸을 몰래 구입하는 데 사용했을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2차 북핵 위기는 북한이 우라늄을 농축해온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고조됐는데 우라늄 농축을 하려면 원심분리기가 있어야 한다. 원심분리기는 고강도 알루미늄관으로 만드는데, 2002년 5월 북한은 고강도 알루미늄관 140t을 모 국가에서 도입했고 2003년 4월 독일에서 200t을 추가로 도입하려다 적발돼 실패했다.

    알루미늄관을 도입한 자금도 금강산 관광 대금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금강산 관광은 1998년부터 시작됐는데 한국은 금강산 관광대금을 조광무역 등으로 보냈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해외에 있는 김정일서기실 요원들에게 보내 김정일을 위한 물품을 구입하는 데도 사용했다. 1999년에는 캐비어 15만달러어치와 상어지느러미 19만달러어치를 구입했고, 2000년에는 벤츠 차량을 구입하는 데 250만달러, 2001년에는 방탄 리무진를 구입하는 데 180만달러를 사용한 것이 특수기관에 포착됐다.

    해운합의서의 허점

    북한이 2차 핵실험과 대포동 2호 발사를 감행한 현재 시점에서 국제사회의 화두는 북한에 대한 제재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에 대항하기 위해 전례 없이 강경한 대북제재안을 만들었다.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에 참여한 나라들은 영해는 물론이고 공해상에서도 WMD(대량살상무기)를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선박을 정선해 검색하려 한다. PSI 참여 선언과 함께 우리 사회가 결정해야 할 문제는, 2005년 발효된 남북해운합의서에 따라 제주해협을 무사 통과하고 있는 북한 선박에 대한 검색 여부이다.

    북한은 중앙에 낭림산맥이라는 거대한 장애가 있어 덩치가 큰 중량물을 동서로 옮기는 것이 불편하다. 대형화물은 선박으로 옮겨야 하지만, 바다가 있는 남쪽에는 한국이 버티고 있다. 이렇게 바닷길을 막아선 한국이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 주도로 남북해운합의서를 발효시켜 제주해협을 열어주었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해협을 통과한 북한 선박은 399척이었는데, 한국은 단 한 번도 제주해협을 지나는 북한 배를 검색하지 않았다.

    제주해협을 통과하는 북한 배에 무수단리에서 동창리로 옮기려는 미사일이나 발사체와 관련된 부품이 실려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북한 배는 제주해협을 통과하는 도중에 한국 해안으로 침투하는 잠수정을 내릴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은 PSI에 참여한다고 해놓고도 남북해운합의서는 준수하겠다고 밝힘으로써 북한 배의 제주해협 무사통과를 계속 허용하는 모순을 범하고 있다. 한국의 영해인 제주해협을 통과하는 북한 배를 검색하지 않는 한 한국의 PSI 참여는 무의미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 돈줄을 막아라

    지난 10년간 북한은 한국으로부터 30억달러라는 막대한 현금을 제공받았다. 이러한 ‘단물’을 받는 대가로 북한은 해외은행에 개설한 그들의 계좌를 노출시켰다. 은행 거래는 고구마 줄기와 같기 때문에, 한 가닥만 잡으면 현금 인출로 ‘선이 끊어지기 전’까지는 연결된 계좌를 줄줄이 찾아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사를 하려면 이 계좌가 개설된 은행이 적(籍)을 둔 나라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안이 채택되면 이러한 조사에 협조할 나라는 크게 증가할 수 있다. 북한으로서는 돈줄이 꽉 막히는 상황에 직면하는 것이고, 핵과 미사일 위협에 직면한 한국으로서는 모처럼 반격을 가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셈이다. 한국이 진정으로 동창리 발사장 위협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중국의 레이더를 피할 수 있는 스텔스 전투기 도입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한편 제주해협을 봉쇄해 PSI 참여를 본격화해야 한다. 그리고 관련국의 협조를 얻어 북한의 돈줄을 막는 국제공조를 펼쳐야 한다.

    햇볕정책이 우리를 노리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는 것을 뼈저리게 후회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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