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호

정구복 군수가 말하는 와인, 국악, 관광의 고장

“국내 최대 규모 와이너리와 국악체험타운 기반으로 대한민국 관광 중심지 되겠다”

  • 송화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09-07-07 11: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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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강 상류, 백두대간 자락에 자리 잡은 천혜의 낙원
    • 해외에서 더 인정받는 명품 포도 메이빌
    • 깊은 산 땅굴 속에서 숙성시키는 토종 와인 ‘샤토마니’
    • 국악체험타운 건설 중인 ‘국악의 성지’
    정구복  군수가 말하는 와인, 국악,                                 관광의 고장
    초여름 영동은 짙푸른 초록의 향연장이다. 차창을 내리고 숨을 깊이 들이쉬자 입안 가득 침이 고인다. 달큰한 포도냄새, 은은한 자두향기, 산뜻한 복숭아향내에 섞여 감, 사과, 배, 호두 등 온갖 과일향이 몰려든다. 달콤한 축제다. 그러고 보니 도로 옆에 펼쳐진 초록 물결이 온통 과수밭이다. 포도나무, 사과나무, 배나무가 차례로 눈앞을 스쳐간다. 그렇게 달려 찾아간 영동군청 군수실에선 손님맞이 음료로 감식초를 내왔다.

    “과일의 고장답네요.”

    첫인사를 건네자 정구복(52) 군수가 빙긋 웃는다.

    “과일 잘되는 땅은 사람 살기도 좋은 곳입니다. 영동에서는 바나나, 귤 빼고 안 되는 게 없지요. 어느 과일이든 우리 땅에서 키우면 알이 굵고, 달아요.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 두 정상의 디저트 테이블에도 우리 영동포도가 올라갔습니다.”

    ‘영동 과일’에 대한 자부심이 한껏 묻어나는 목소리다. 영동 하면 역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과일이다.



    소백산맥과 노령산맥이 갈라지는 백두대간 추풍령 자락. 아늑한 산등성이에 자리 잡은 영동군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과일 산지다. 전체면적은 845㎢로 국토의 0.85%에 불과하지만, 이곳에서 우리나라 포도의 13%, 감의 6%가 생산된다. 일조량이 풍부하고 낮밤의 기온 차가 큰 천혜의 자연조건 덕분이다.

    과일의 품질을 결정짓는 것은 맛과 색. 탄수화물이 많이 축적돼야 색깔이 곱고 당함량이 높다. 영동 과일이 유난히 맛있는 것은 낮에는 뜨거운 태양이 식물의 광합성을 촉진시키고, 밤에는 산자락의 찬공기가 호흡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일단 생성된 영양분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니, 단단한 과육 속에 차근차근 쌓일 수밖에 없다. 이 풍부한 탄수화물은 영동 과일을 ‘1등품’으로 만든다.

    외국인도 감동한 포도맛

    영동 과일맛의 또 다른 비밀은 철저한 관리. 영동군은 2005년 농산물 공동브랜드 ‘메이빌(May Vill)’을 개발했다. 군내 농산물 중에서도 엄격한 품질검사를 통과한 상품에만 이 상표가 붙는다. 2007년에는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농정과 안에 ‘포도담당’을 신설했다. 이곳에서 포도의 생산 및 가공·유통·마케팅을 집중 지원한다.

    영동 포도가 지난해부터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국시장에 본격 수출되고 있는 것은 이처럼 지속적으로 품질을 관리하고 브랜드 위상을 높여온 덕분일 것이다. 영동군은 미국 내 농산물 유통업체 그린랜드(Green Land)와 협약을 체결해 2013년까지 농특산물 800만달러어치를 수출하기로 했다. 지난해에는 포도 90t을 판매해 이미 35만달러의 수출고를 올렸고, 올해도 포도 200t, 배 200t이 미국행을 기다리고 있다.

    “영동 포도에 대한 미국 소비자의 반응이 생각보다 훨씬 뜨거워요. 그런 결과에 고무돼 미국 쪽에서 올해는 배도 수입하겠다고 나섰지요. 한때 한-칠레 FTA(자유무역협정)가 체결되면 포도 농가가 많은 영동군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는데, 실제로는 오히려 재배면적이 늘었어요. 해외 수출시장이 열리기 때문이지요. 영동 포도는 우리나라보다 외국에서 더 비싼 값에 팔립니다. ‘영동포도=명품’ 이미지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어요.”

    포도를 송이별로 한지에 싼 뒤 고급스럽게 포장해 ‘동양에서 온 신비로운 포도’ 이미지를 구축한 것도 효과를 발휘했다. 정 군수는 “우리의 포도 포장 노하우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랑했다. 영동군은 지난해 택배 운송 중에 포도가 파손되지 않도록 하는 ‘공중 부양식 포도전용 택배 포장재’를 개발해 특허등록까지 마쳤다. 포도를 한 송이씩 접착형 비닐봉지에 담고, 상자 옆면과 바닥에 충격보완재를 넣어 마찰로 인한 파손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집으로 포도 배달을 시켰는데, 상자를 열어보니 알이 온통 터져있는 겁니다. ‘아무리 맛있어도 배달 상태가 이러면 누가 또 시켜 먹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영동 포도의 인터넷 판매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했어요. 다음날 바로 군수실에서 관계 공무원들과 회의를 했습니다. 그때 ‘공중부양식 택배 포장재’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몇 번의 실험 끝에 마침내 포장재를 완성한 날, 정 군수는 직접 상자에 포도를 넣고 군수실 바닥에 거칠게 내던졌다. 서너번 힘껏 패대기친 뒤 뚜껑을 열었는데 포도는 제 모양 그대로 알알이 살아 있었다.

    영동군은 올해 택배 포장 기술을 한 차원 더 끌어올렸다. 포장재 가운데 공기를 넣어 안전성을 높인 것이다. 정 군수는 “끊임없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품질 개선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것이 영동 포도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정구복  군수가 말하는 와인, 국악,                                 관광의 고장

    영동에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와이너리 ‘와인코리아’ 와인 저장고.

    와인이 익어가는 마을

    영동 포도는 영동군의 경쟁력을 키우는 바탕이기도 하다. 영동군은 1차 산업인 포도 농업의 성공을 바탕으로, 포도가공식품을 만드는 2차 산업과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3차 산업까지 고루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영동군에 있는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와이너리 ‘와인코리아’는 이런 목표를 잘 보여주는 기업이다. 1996년 군내 농민들이 설립한 ‘영동포도가공’에 군비를 투자해 ‘군민주식회사’ 형태로 바꾼 것으로, 이 회사의 자본금은 포도생산농가(24.9%)와 가공기업(37.6%), 영동군(37.5%)이 공평하게 나눠 갖고 있다.

    ‘와인코리아’ 실험은 현재까지 대성공이다. 이곳에서 영동 포도를 재료로 생산하는 토종 와인 ‘샤토마니’가 국내산 와인시장의 80%를 점유중이다. 1996년 1억여 원에 불과하던 매출액은 군이 참여한 뒤부터 급신장해 지난해에는 50억여 원을 기록했다. “한국에서도 와인을 생산하는 게 가능할까” 많은 이가 의심할 때, 영동군과 농민들이 힘을 합쳐 과감히 도전함으로써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셈이다.

    “와인코리아는 자체적으로 내는 수익 외에도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 군 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에서 너슬포도(알맹이 숫자가 너무 많거나 적어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포도)를 모두 수매해 와인 생산용으로 쓰기 때문에, 시장에는 품질 좋은 포도만 유통할 수 있게 됐지요. 너슬포도는 당도가 일반 포도보다 뛰어난데도 상품가치가 없어서 그동안 음료회사 등에 헐값으로 넘기곤 했어요. 이제는 매년 농가와 기업, 우리 군 관계자가 함께 모인 자리에서 와인용 포도의 수매가를 결정합니다. 이 덕에 농가 소득이 많이 좋아졌어요.”

    와인코리아가 영동군의 관광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크다. 정 군수는 “인터뷰가 끝나면 꼭 와인코리아에 들러 얼마나 멋진지 보고 가시라”고 권했다. 영동군 주곡리의 한 폐교를 유럽 고성(古城) 스타일로 리모델링한 와인코리아는 아닌 게 아니라 근사했다. 널찍하게 펼쳐진 잔디밭 너머로 솟아있는 ‘성’ 안에 들어서니 은은한 조명과 고풍스러운 나무 인테리어가 분위기를 더한다. 이곳은 매년 수만명의 여행객이 방문하는 영동 관광의 중심지. 1주일에 네 번씩 서울과 영동을 오가는 이벤트 열차 ‘와인 트레인’은 언제나 만석이다. 와인코리아가 운영하는 체험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포도를 분쇄한 뒤 발효시켜 와인을 만드는 과정을 살펴보고, 그 와인이 익어가는 고풍스러운 오크통들도 둘러볼 수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일제강점기 탄약저장고를 보수해 만든 와인저장고다. 산 가운데 뚫려 있는 동굴 안으로 들어서자 짙푸른 곰팡이가 앉은 오크통과 수천 병의 와인이 눈앞에 펼쳐진다. 사시사철 12℃ 정도의 서늘함을 유지하는 이 동굴은 촉촉한 습도도 머금고 있어 와인을 숙성시키기에 최적의 환경이라고 한다. 그 안에서 와인코리아가 빚은 우리 와인 ‘샤토마니’가 익어간다. 영동군 내에는 일제가 선조들을 강제 노역에 동원해 파놓은 이 같은 동굴이 100여 개나 있는데, 와인코리아는 그 가운데 2개를 빌려 와인셀러로 사용하고 있다. 참혹한 역사 위로 와인향이 그윽했다.

    영동군은 지역 내에 와인코리아처럼 우리 기술로 우리 와인을 생산해내는 와이너리를 계속 만들어갈 계획을 갖고 있다. 품질 좋은 영동 포도를 재료 삼아 여러 농가가 각기 다른 와인을 생산하면, 우리나라도 유럽 못지않은 와인의 천국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와인을 정말 좋아하지요.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지역의 와인 구매력은 세계적으로도 주목받고 있어요. 문제는 자체 생산을 하지 못하고 거의 전량을 수입한다는 점입니다. 저는 포도의 주산지인 영동이 이제 와인산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라고 봐요. 당장 고급와인 시장에 진입하기는 어렵겠지만, 중저가 와인만 국산으로 대체해도 막대한 외화를 절약할 수 있지 않습니까.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난해부터 와인 생산 농가를 육성하기 위한 지원을 시작했지요.”

    2012년까지 총 100농가의 와이너리를 육성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지난해 15개 농가에 2000만원씩, 올해는 또 다른 20개 농가에 같은 금액의 와인 생산 지원금을 지급했다. 영동대와 포도연구회, 영동농협 등이 구성한 ‘영동포도클러스터사업단’이 기술지도를 하고, 주류제조면허 신청 및 취득 절차도 대행한다. 정 군수는 “각각의 와이너리마다 발효 기술과 숙성기간을 달리한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하면, 영동은 머지않아 와인향 그윽한 낭만의 고장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계획은 영동을 우리나라의 관광중심지로 만들기 위한 출발점이기도 하다.

    3도3군 관광벨트사업

    “미국 캘리포니아의 나파밸리는 유명한 와인 생산지이자 관광지지요. 해마다 수많은 사람이 와이너리를 보고 와인을 즐기기 위해 이 계곡을 찾습니다. 연간 방문객 수가 디즈니랜드를 능가할 정도예요. 백두대간 자락에 둘러싸인 우리 영동도 자연 환경 면에서 나파밸리에 뒤질 게 없습니다. 동쪽에는 눌의산(訥誼山·743m) 황악산(黃岳山·1111m)이 우뚝 솟아 있고, 서쪽으로는 마니산(摩尼山·640m) 천태산(天台山·715m) 성주산(聖主山·624m)이 수려한 아름다움을 선보이지요. 금강의 상류 지역이라 어디를 가나 청명한 물줄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전국 어디서든 3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는 국토의 중심지이기도 하고요. 이러한 천혜의 자연 조건에 와인이라는 요소까지 더해지면 최고의 관광지가 되지 않겠습니까?”

    정구복  군수가 말하는 와인, 국악,                                 관광의 고장

    질 좋은 영동 포도를 100% 우리 기술로 가공해 만드는 토종 와인 ‘샤토마니’는 영동군의 자랑이다.

    정 군수의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다. 그는 영동군을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의 여행객들이 찾아오는 관광의 고장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2006년 군수 취임 후부터 영동군과 경계를 맞대고 있는 충남 금산군, 전북 무주군을 하나의 관광벨트로 묶어 ‘3도3군 관광벨트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줄곧 밝혀온 것도 이 때문이다. 금산과 무주에는 각각 인삼과 태권도라는 지역 관광의 ‘대표선수’가 있다. 이 자산을 영동의 관광자원과 한데 묶으면 매력적인 관광코스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정 군수의 생각이다. 그의 제안에 따라 3개 군은 2007년 12월 관광협의회를 만들었고, 지난 4월에는 영동·금산·무주군수가 한자리에 모여 ‘3도3군 관광벨트화 공동사업안’을 승인하며 발전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도 가졌다. 그의 목표가 조금씩 실현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셈이다.

    “우리 군이 와인코리아를 중심으로 2006년 11월부터 운행 중인 와인트레인은 지난해 2만5000여 명이 이용했을 만큼 대성공을 거뒀어요. 와인 판매 등 직접적인 매출액만 15억원을 넘었고, 다른 지역상품 판매에도 큰 도움이 됐지요. 지난 3월부터는 기차를 타고 영동에 내려와 와인코리아를 관람한 뒤, 버스를 이용해 가까운 금산의 인삼단지를 둘러보고, 다시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는 ‘와인-인삼 트레인’을 운행하고 있어요. 이것 역시 반응이 무척 좋아서 관광 시너지 효과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국악의 성지

    정 군수는 영동군이 조선시대 국악을 집대성한 난계(蘭溪) 박연(朴堧) 선생의 고향이라는 점도 이 지역을 관광중심지로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연 선생은 조선 초기의 문신이자 음악가로, 세종대왕과 함께 율관(律管·동양에서 음의 표준을 정하기 위해 만드는 12개의 관)을 만들어 편경을 제작하는 등 국악 정비에 지대한 공헌을 한 인물이다. 고구려의 왕산악, 신라의 우륵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악성으로 평가받는다. 영동군은 매년 박연 선생을 기리고 전통 국악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한 ‘난계 국악축제’를 여는 등 국악 관련 행사를 계속해왔다. 영동군 심천면 고당리에 있는 난계사당 주변으로 국악박물관, 국악기제작촌, 국악기체험전수관 등을 지어 난계국악타운도 조성했다. 이곳에는 해마다 5만여 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정 군수는 “국악은 영동군이 갖고 있는 최고의 자산 가운데 하나”라며 “영동의 국악과 금산의 인삼, 무주의 태권도를 묶으면 ‘3도3군 관광벨트’는 우리 역사와 문화의 향기를 듬뿍 맛볼 수 있는 가장 한국적인 관광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 하반기부터는 난계국악타운 내 7만2715㎡의 부지에 국악 연주자와 제작자를 위한 국악체험촌 건립공사를 시작합니다. 이곳에 국악기 공방과 강의실, 연습실, 세미나 및 전시실 등을 짓고 콘도미니엄 형태의 숙소와 명상치료실 등 부대시설도 갖춰놓으면 국내 최고 수준의 국악체험 공간이 될 겁니다.”

    4월 중순부터 영동군 양강면 양정리에 건립 중인 육군종합행정학교도 영동군의 미래 발전 비전 가운데 큰 부분을 차지한다. 국방부 이전계획에 따라 경기 성남시에서 이전해오는 이 학교는 2011년 완공될 예정. 영동군은 이때가 되면 소속 장병 및 군인가족 2000여 명, 연간 교육생 5000여 명, 연간 면회객 1만2000여 명 등 총 2만여 명의 유동인구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정 근무자가 영동군으로 주소를 옮기면 지역인구도 늘어날 전망이다.

    정구복  군수가 말하는 와인, 국악,                                 관광의 고장

    영동군에서는 매년 난계 박연 선생의 업적을 기리는 ‘난계 국악축제’가 열린다.

    “지역민이 점점 늘어나는 살기좋은 고장으로”

    군 전체 면적이 서울시보다 넓은데도 군민 수는 5만명 안팎에 머물고 있는 영동군은 지역 인구 늘리기를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로 삼고 있다. 또 강원 영동이나 서울 영동에 비해 아직 인지도가 떨어지는 지역 브랜드를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정 군수는 “국악체험촌을 건립하고 육군종합행정학교를 유치한 것은 우리 지역을 널리 알리고 발전시키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정중앙에 있는 영동은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대표적인 교통의 관문이었습니다. 어디를 가든 영동을 거쳐야 했기에 오가는 사람이 많고 주민들도 잘살았지요. 하지만 1980년대 이후 전국 각지에 도로가 뚫리면서 쇠퇴하기 시작됐어요. 군의 기반 산업인 농업을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성장시키고, 관광객 유치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영동군을 다시 과거처럼 수많은 지역민이 더불어 사는 번성한 공간으로 되살리기 위해서입니다. 현재 인구가 5만300명인데, 2011년 하반기부터는 자연적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인구가 7만명 선만 유지하면 영동은 활기 넘치는 고장이 되겠지요. 과일 천국, 국악의 고향으로 알려진 영동의 도약은 이제 시작입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와인트레인에 몸을 실었다. 서울-영동 간 새마을호 열차 가운데 4칸을 개조해 편안한 의자와 원목테이블, 벨벳 장식 등으로 꾸민 테마 열차다. 기차가 출발하자 하얀 셔츠를 말끔히 차려입은 청년들이 와인과 안주를 서비스 한다.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와인코리아에서 만든 ‘샤토마니’ 와인을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다.

    샤토마니 레드 드라이를 한 입 머금자 “우리 와인의 품질만큼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자신 있다”고 힘주어 말하던 정 군수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이 와인을 빚어낸 영동의 짙푸른 산자락과 뜨거운 햇살, 투명한 공기도 함께 그려졌다. 그 자신감과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영동의 미래가 영글고 있다.



    신한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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