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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출생 연도가 성공을 결정한다

“벤처창업자 1965~68년생 부잣집 아들 연예산업 스타 1970~72년생”

  • 정해윤│미래문화신문 발행인 kinstinct1@naver.com│

당신의 출생 연도가 성공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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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출생 연도가 성공을 결정한다
그런데 출생시점을 1945년 광복을 기준으로 ‘전기 세대’와 ‘후기 세대’로 구분하면, 이들 사이에 또 기회의 불평등이 발견된다. 전기 세대는 스스로 오너가 되는 기회는 놓쳤지만, 한평생 월급쟁이로 살기에는 행복한 시기를 맞았다. 박정희 정권 출범 후 본격적 경제개발이 시작되면서 근대적 면모를 갖춘 기업이 등장한다. 이 시기 대기업에 입사한 사람은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

이 세대의 상징적 인물로는 역시 이명박 대통령을 들 수 있다. 그는 1941년생이지만 군대를 갖다 오지 않아 1938년생과 사회동기였다. 그가 입사한 1965년 당시의 현대건설은 지금 기준으로 보면 초라하기 짝이 없지만, 월급쟁이의 운세는 이렇게 욱일승천하는 사운(社運)에 묻어갈 때 꽃필 수 있다. 그는 현대그룹이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하면서 스타 전문경영인 시대를 열었다.

그런데 현재의 시각으로 기업가 이명박은 구시대 인물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실제로 그가 기업을 떠난 것은 근 20년 전의 일이다. 그런데 얼마 전까지 전문경영인의 상징과도 같았던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1944년생으로 그와 불과 세살 차이다. 이명박이 현대건설의 사장으로 승진한 때가 1977년임을 감안하면 이들 세대가 얼마나 오랫동안 전문경영인으로 남아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 물론 현재처럼 꽉 짜인 조직에서라면 이명박 신화가 재현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게다가 이들은 일본식 종신고용제를 모방하던 시기에 직장생활을 했기 때문에 두둑한 퇴직금을 받고 은퇴할 수도 있었다. 한국에서 평생직장의 개념이 온전히 지켜진 시기는 아마도 이들 세대가 유일했을 것이다.

이들에게 찾아왔던 또 하나의 기회는 부동산이다. 1970~80년대에는 재테크란 말이 없었지만, 조금 일찍 부동산에 눈을 뜬 이들에게는 그야말로 신천지가 열렸다. 강남이 개발된 이후 그곳의 주인공들이 어떻게 변모해갔는지를 살펴본다면 아마도 이들 세대가 가장 큰 수혜자였음이 드러날 것이다. 천정부지로 오른 부동산은 그만큼 세대에 따라 천당과 지옥으로 엇갈린 역할을 했다.

그런데 광복 이후 출생한 후기 세대에겐 선배들만큼의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다. 이들을 보면 마치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된 대한민국을 떠올리게 된다. 앞에는 선배들이 첩첩이 가로막고 있고, 뒤로는 386이라는 드센 후배들의 추격을 받아야 했다. ‘새 시대의 맏형을 원했으나 구시대의 막내가 될 수밖에 없었다’는 노무현(1946년생)의 자조는 이 세대 사람들의 숙명을 상징한다.



베이비붐 세대인 이들은 치열한 내부경쟁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은 향후 운명에 대한 예고였다. 게다가 청년기에 찾아온 월남전은 이들에게 상반된 역할을 요구했다. 한국은 1964년에서 1973년까지 근 10년간 이 전쟁에 참여하는데, 당시 징집 대상은 1940년대 중반에서 195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이들이었다. 이들이 흘린 피의 대가로 대한민국이 전쟁의 폐허에서 벗어났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정작 이들은 전쟁특수를 잡기에는 너무 어렸다.

이 세대에게는 안락한 노후도 허락되지 않았다. 젊은 시절 앞만 보고 달려온 이들에게 외환위기는 다른 게임의 룰을 요구했다. 젊은 시절 국가가 그랬던 것처럼, 회사는 이들을 외면했다. 그런데 익명처럼 남은 20, 30년간의 시간은 생각보다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한밑천 잡을 기회를 가졌던 전기 세대와 빈털터리가 돼버린 후기 세대는 그들의 행운과 불행을 자식 세대에게 유산으로 남겨놓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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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성공 공식의 등장

386세대에 이르면 이전과 완전히 단절된 인물 유형이 등장한다. 다음의 인물들에게서 출생 연도 외에 또 다른 공통분모가 무엇인지 찾아보자.

미국에서도 IT기업의 창업가들은 대부분 좋은 교육을 받은 중산층 집안의 자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대표적 벤처기업가들은 모두 중산층 출신으로, 명문대학을 나왔다. 전통적인 성공스토리는 가난한 집안의 젊은이가 역경을 딛고 자수성가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386세대에 이르면 이미 자수성가의 신화가 끝났음을 알 수 있다. 정주영의 초등학교 졸업 신화는 고사하고 노무현의 상고 졸업 신화도 재현되지 못한다. 부모 세대가 일궈놓은 성취를 바탕으로 당대의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지는 양상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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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복했던 이들은 학창시절, 당시로서는 귀한 물건이었던 개인용 컴퓨터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행운을 누렸다. 6·25전쟁 이후 등장한 산업자본가들처럼 이들 역시 IT붐이 일었을 때 기회를 포착하기에 적절한 연령대의 젊은이들이었다. 1950년대생은 이미 기성체제 속에 녹아들어갔고, 1970년대생은 자기 사업을 시작하기에 너무 어렸다. 오직 30대였던 이들만이 기회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386세대 벤처기업가들이 보여주는 성공 공식에서 시운(時運)과 노력 외에 또 다른 요소가 추가됨을 알 수 있다. 바로 능력 있는 부모의 존재다. 현대판 성공신화는 이 삼자가 결합함으로써 완성된다. 이전까지가 ‘평등한 가난’의 시대였다면, 이 세대를 기점으로 ‘풍족한 불평등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국내 양대 포털인 네이버와 다음 창업자가 학창시절, 서울 강남 한 아파트의 위아래층에 살았다는 사실이다. 강남이라는 특구가 어떻게 부를 대물림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할 만하다. 상식적으로 계산해볼 때 ‘크게 성공한 386세대’의 부모들은 개발연대의 전기 세대에 속한 사람들일 확률이 높다. 이들 중 재테크에 일찍 눈을 뜬 사람들이 강남에 몰려들고, 자식들에게 최상의 교육환경을 제공했다. 폭등한 부동산은 부모들에게 안락한 노후를, 자식들에게는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었다. 때마침 다가온 IT붐은 첨단의 지적노동을 요구했는데, 일찍부터 준비해온 ‘강남 키즈’들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됐다.

이는 향후 부의 세습 방향을 예상케 한다. 현재 대치동의 사교육시장은 386세대 학부모가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호황기에 풍요로운 학창시절을 보냈고, 외환위기가 오기 전 사회에 진출해 뿌리를 내렸다. 현재의 대치동 아이들에게는 부모도 아닌, 조부모 세대의 성공 혜택이 이어지고 있다. ‘강남’이 앞으로도 한국 사회의 특구로 남게 된다면, 그곳의 주류는 성공한 386세대의 1990년대생 자녀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들을 ‘포스트386’과 비교해보면 세대 간의 승패가 확연히 드러난다. 포스트386의 부모 세대는 앞서 살펴본 대로 부동산시장에 진출하기에는 한발 늦은 시기에 장성했다. 게다가 1997년 외환위기는 포스트386세대 부모들에게는 명예퇴직을, 자식들에게는 청년실업을 남겼다. 포스트386세대는 출발부터 선배들에 비해 불리한 조건에 놓였다.

그런데 이렇게 누적된 기회의 불평등은 당대에서 끝나지 않고, 세대를 이어가면서 사채 이자처럼 불어나고 있다. 아마도 현재의 질서가 이어진다면 이 불행한 세대는 향후에도 한국 사회에서 패자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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