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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우의 세상읽기

中道의 길, MB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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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을 좌파정권으로 규정하면서 스스로 ‘우파정권의 덫’에 걸려들었다. 여기서 ‘덫’이라 함은 자기규정에 따른 자기강화를 의미한다. 이명박 정부가 보수정권이라는 것이야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고, 진보정권 10년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가 유권자로 하여금 보수정권을 선택케 한 것 또한 의심의 여지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대선 과정에서야 불가피했다 하더라도, 대통령 취임사에서 ‘성장과 국민통합’을 강조한 만큼 적어도 합리적 진보에는 ‘좌파 딱지’를 붙이지 말아야 했다. 우파들은 좌파들이 우파에게 ‘극우 딱지’를 붙여 공격한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그들 역시 ‘좌파 딱지’야말로 한국 사회에서 상대를 공격하는 가장 강력하고 효율적인 무기라는 점을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지난 정권을 좌파정권으로 규정한 결과는 당연히 좌파 배제의 정치로 나타났다. 승자독식(勝者獨食)의 대통령제 시스템과 당파적 충성도에 따라 공직을 임면하는 엽관제(獵官制)의 전통이 어느 정권이라고 달랐겠느냐고 할 수 있겠지만, 중도실용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면 전 정권에서 임명돼 아직 임기가 남은 기관장들은 가능한 한 포용해야 했다. 정 내보내려면 정권이 바뀌면 임기제는 자동 소멸된다는 정도의 법 개정이라도 해야 했다. 그래야 법치가 힘을 받는다. 그러나 이 정부는 조급하고 거칠게 ‘좌파 청소’에 나섬으로써 중도실용과 통합의 이미지를 약화시켰다. 이 대통령이 다시 중도강화론을 말하면서 진보와의 소통을 추구한 것은, 좌파 배제가 촛불에 대한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서 강화된 점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뼈아픈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명박 정부가 성장과 경쟁, 효율을 우선한다고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어쨌든 다수 유권자가 경제 살리라고 대통령 뽑아주고 과반수 여당 만들어줬으니 그에 부응하는 것은 마땅하다. 그러나 지난 1년 반의 결과가 ‘부자를 위한 정부’라면 곤란하다. ‘부자 정부’는 첫 내각에서 그 이미지가 형성됐고, ‘부자 감세’에서 굳어졌다. 대통령은 감세의 혜택이 중산층과 서민 측에 더 크게 돌아갔다고 하지만 일반적인 체감으로 확인시키지는 못했다. 더구나 감세에 의한 세수(稅收) 부족으로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하니 “부자 감세하고 서민 증세하자는 것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빈부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통계청 발표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빈부격차가 1990년 이후 가장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으며, 올해에는 그 차이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통계청이 지난해 한국 도시가구(1인 가구와 농가 제외)의 소득을 분석한 결과 소득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지니계수가 0.325로 2007년의 0.324보다 0.001포인트 높아졌다. 소득 상위 20% 가계의 평균소득을 하위 20% 가계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도 지난해 6.2배로 이 또한 1990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 원인을 이명박 정부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빈부 양극화는 길게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부터, 짧게는 2004년 이후부터 심화되어 왔으니까.

그러나 감세가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에 효과적이라던 이 정부의 주장이 실질적인 효과를 보여주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부자의 소비가 늘어나지도 않았고, 대기업이 투자를 늘리지도 않았다. 일자리는 되레 줄었다. 여기에 세수 부족으로 다시 증세를 해야 한다고 하니 도대체 누구를, 무엇을 위한 감세였냐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서민을 보호하고 중산층을 키우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국민통합을 이루는 길”이라고 했다. 이 역시 ‘지당한 말씀’이다. 그러나 ‘지당한 말씀’이 서민과 중산층의 피부에 와 닿으려면 구체적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올 하반기에 서민생활안정대책(6대 분야 15개 과제)에 2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것인데, 4대 강 살리기에 22조원을 투입하는 것이 과연 그토록 시급하고 적정한 것인지도 아울러 재검토해야 한다.

대운하는 안 하겠다고 했지만 4대 강 살리기 역시 국민적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는 아직 미흡하다. 강을 살리는 게 아니라 죽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환경전문가들의 비판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좀 더 시간을 두고 살펴보는 데 주저할 이유가 없다. 비판세력과의 소통을 위해서도 그렇다.

이명박 정부하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비판은 법치를 어떻게 보느냐의 관점과 맞물려있다. 법치는 좌우, 보수 진보의 정부 성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고, 달라져서도 안 된다. 그러나 법과 원칙을 기계적으로 내세우는 법치만능주의로는 공안통치라는 비판을 벗어나기 어렵다. 법치는 헌법이 규정한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소수자 및 약자의 헌법적 권리를 지켜주는 것이 근본이 되어야 한다.

中道의 길, MB의 길
전진우

1949년 서울출생

동아방송 기자

월간 신동아 편집장

동아일보 논설실장·대기자

現 경원대·한성대 초빙교수

저서: 작품집 ‘하얀 행렬’ ‘서울의 땀’, 칼럼집 ‘역사에 대한 예의’


민주주의는 시대에 따라 그 성숙도를 달리한다. 따라서 많은 사람이 과거에 비해 민주주의가 후퇴했다고 말한다면, 왜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는지 돌아봐야 한다. 최근 국제앰네스티의 조사관은 “한국의 인권상황이 지난해보다 악화되고 있다. 경찰력 남용과 표현 집회의 자유 침해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물론 이 조사관의 의견에 편견이 작용할 수 있고, 전체가 아닌 일부만 본 시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안팎의 여러 사람이 그 견해에 동의하고 있다면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이 대통령은 8월 중 사회통합위원회를 출범시킨다고 한다. 위원들의 면면을 보면 중도강화론의 진정성이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신동아 2009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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