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호

방파제에서

  • 입력2009-09-04 11: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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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파제에서

    일러스트·박진영

    어디로 갔을까

    해당화꽃 떠다니던

    그 봄날의 바다

    어디로 갔을까

    노란 꽃잎 같은 작은 게들 싣고



    한 걸음씩 들어왔다

    한 걸음씩 뒷걸음치던

    밀물과 썰물

    어디로 갔을까

    투명한 노란빛 어린 게들

    곰실곰실 기어 다니던

    흰 모래밭

    어디로 갔을까

    바다로 내려가는 길

    굴러오는 파도들

    내 발목에서 부서지던 물살

    이제 바다는

    가지도 오지도 않네

    저 멀리 배 한 척

    아주 오래전

    바람에 날아갔던 하얀 모자

    방파제에서
    황인숙

    1958년 서울 출생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리스본행 야간열차’, 산문집 ‘나는 고독하다’‘인숙만필’ 등

    동서문학상, 김수영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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