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호

홍낙표 군수가 말하는 ‘글로벌 휴양 커뮤니티’

“친환경 자산 활용해 머물고 싶은 휴양도시 만들겠다”

  • 정현상│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09-09-09 16: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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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딧불축제, 한국지방자치 브랜드 대상 축제 부문 1위
    • WHO로부터 건강도시 인증
    • 1조1262억원의 부가가치 창출할 태권도공원
    • 친환경 머루와인·천마·호두 식품산업클러스트 구축
    홍낙표 군수가 말하는 ‘글로벌 휴양 커뮤니티’
    어린 시절 여름밤이면 모깃불 피워놓고 마당에 놓인 평상에 누워 하늘을 보곤 했다.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처럼 밝게 빛나는 별들을 보며 우주 저편의 세계를 상상했다. 그러다 재미가 없어지면 냇가로 나가 시원한 물에 몸을 담그거나, 신비한 빛을 내뿜는 반딧불이를 잡으러 다녔다.

    반딧불이는 그때만 해도 그 환경에서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으로 여기던 흔하디흔한 벌레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지금 반딧불이는 돈 주고도 사기 힘든 ‘황금’ 벌레가 됐다. 특히 무주 설천면 지역에 자생하는 반딧불이는 천연기념물 제 322호에 올라 ‘귀하신 몸’이 됐다. 반딧불이는 1급 청정지역에 사는 생물이므로 이를 귀하게 여긴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삶의 주변 환경이 많이 오염돼 있음을 반증하기도 한다.

    한때 ‘오지(奧地) 중의 오지’로 알려졌던 전북 무주군에는 이 반딧불이가 여전히 흔하다. 그만큼 오염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생각의 ‘전환’이 엄청난 차이를 가져왔다. 자신의 땅에서 내세울 것이라고는 깨끗한 환경밖에 없다고 한탄한 이들이 있었는가 하면, 이를 과감히 관광상품으로 내세운 이들이 있었다. 후자가 바로 무주반딧불축제를 만든 이들이다.

    올해로 13회째를 맞은 이 축제는 요즘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최근 대한민국축제대상 사무국인 코페스타(KOFESTA)가 전국 성인 남녀 7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름(6월) 축제 선호도 조사에서 1위에 올랐다. 또 문화체육관광축제 중 가장 가보고 싶은 축제 2위(1위 보령머드축제)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뿐 아니다. 인구 2만6000명에 불과한 ‘작은’ 무주군이 요즘 건강도시, 태권도도시, 글로벌 휴양 커뮤니티 등 여러 가지 ‘큰’ 목표를 앞세워 착실히 나아가고 있어 주목된다. 머루와인, 태권도공원, 식품산업클러스트, 덕유산, 무주리조트, 무주구천동, 깨끗한 환경 등 이 고장이 가진 유무형의 독특한 자산 덕분이다.



    대전-통영고속도로가 생긴 뒤 서울에서 2시간30분이면 닿을 수 있을 정도로 교통도 편해졌다. 지난해엔 전북을 찾은 관광객 가운데 70%가 무주에 들렀을 정도로 ‘머물고 싶은 지역’ 상위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오지 이미지 벗기 위해 큰 변화 시도

    무주는 또 전라도와 경상도가 모두 한 발씩 발을 담그고 있는 곳이어서 정치적 의미도 적지 않다. 즉 조선 태종 때 신라의 무풍면과 백제의 주계(현재 무주읍) 지역을 합쳐 무주라 이름 지었다. 무주군이 행정구역상으로는 전북에 속하지만 무주군 무풍면 사람들은 지금도 경상도 말을 쓰고 있다. 그래서 이를 아는 사람들은 “무주가 지역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상징적인 고장”이라고 말한다.

    기자는 고향이 경남 함양이어서 근처를 많이 지나다녔지만 무주를 직접 방문한 적은 없었다. 그러다 최근 무주의 변화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 무주를 ‘신한국지’에 다루기로 했다. 7월29일 서울에서 출발해 대전-통영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무주IC로 빠져나가자 읍내가 곧바로 나왔다. 읍내의 첫인상은 무척 소박했다. 높은 산들이 병풍처럼 읍내를 둘러싸고 있었고 고층 건물은 일부 아파트 외엔 드물었다.

    그 주택가 사이를 아름다운 강(남대천)이 흐르고 있었는데, 그때 첨단 디자인으로 단장된 다리 하나가 퍼뜩 눈에 들어왔다. 무주 소개책자에 나온, 낙화(落花)놀이 행사가 펼쳐지는 바로 그 다리였다. 이 놀이는 예부터 3월 삼짇날, 4월 초파일, 5월 단옷날에 열린 무주의 전통행사다. 한지로 싼 뽕나무와 숯, 소금 뭉치를 붙인 200여 개의 긴 장대를 다리에 매달고 여기에 불을 붙이면 아름다운 불꽃놀이가 펼쳐진다. 불꽃이 떨어지는 느낌이 꽃이 떨어지는 것 같다 해서 낙화놀이라 했다. 화려한 다리 상판이 단조로운 건물들과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무주의 변화를 알리는 상징적인 장소라는 느낌이 들었다.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이는 홍낙표(55) 군수다. 그는 무주군 안성면 출신으로 낙후된 무주에서 대부분의 생애를 보냈다. 그는 사람들이 먹고살기 힘들어서 무주를 떠나는 것을 보고 “내 고향을 잘사는 고장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일찌감치 갖게 됐다고 한다. 그가 30대에 도의원으로 나선 것도 그 때문이었고, 3전4기로 군수에 당선될 수 있는 힘도 거기서 나왔다.

    “1960년대 무주군의 인구는 8만여 명이나 됐습니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시장통에 나가면 사람들이 어깨를 부딪쳐가며 지나가야 할 정도로 북적거렸습니다. 안성면에만 초등학교가 6곳이나 됐는데, 지금은 한 곳밖에 없습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한 낙후도 조사에서 꼴찌에서 12번째를 차지하기도 했지요.”

    선거에서 승리하자마자 홍 군수는 평소 생각했던 바를 실천하기 위해 삼성경제연구소에 도움을 청했다.

    “연구소에 작은 지자체의 마스터플랜을 짜달라고 요구하자 처음엔 거부하더군요. 그러나 고향을 제대로 한번 바꿔보겠다는 저의 의지를 읽고는 결국 허락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2020 글로벌 휴양 커뮤니티’라는 마스터플랜을 짜게 됐다. 깨끗한 고장이라는 지역적 장점을 살려서 구체적인 관광투어 코스를 개발하고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등 지역경제를 살릴 효율적인 관광정책이 나오게 된 것이다. 무주군이 벌이고 있는 다양한 사업은 모두 이 플랜에 맞춰 진행되고 있다.

    “태권도공원이나 기업도시가 들어서면 유입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생각하고 하수도 도로 기타 사회기반시설을 인구 5만명 기준으로 기본계획을 짰습니다. 그리고 무풍면에는 사과를 중심으로 한 애플파크, 적상면은 산머루 클러스트, 안성면은 천마 호두 오미자 등의 식품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식으로 구체화했습니다.”

    무주군청에는 공무원 직제상 특이한 과(課)가 있다. 바로 마케팅과다. 이는 무주를 잘사는 고장으로 만들겠다는 홍 군수 의지의 표현이다. 시장을 개척하고, 농특산물 판매와 지원 등과 관련된 업무를 맡고 있다. 반딧불 브랜드를 통합시킨 아이디어도 이곳에서 나왔다.

    홍낙표 군수가 말하는 ‘글로벌 휴양 커뮤니티’

    관광객들이 머루와인터널 안에서 머루와인을 시음하고 있다.

    ‘지역축제의 바람직한 모델’

    홍 군수가 건넨 명함에는 ‘무주 반딧불’이라는 장식글과 계곡을 돌아다니는 반딧불이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한마디로 반딧불이는 무주의 상징이나 다름없다. 무주에서 생산되는 거의 모든 농산품에는 ‘반딧불’이라는 말이 붙는다. 반딧불머루와인, 반딧불포도, 반딧불사과, 반딧불매실…. 통합 브랜드는 외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깨끗한 이미지 때문에 타지 산물과 같은 품질이라도 더 높은 가격을 받는다.

    무주반딧불축제는 1999년 제3회 축제 때부터 10회 연속 국가 지정 우수축제로 지정됐고, 2009년 한국지방자치 브랜드 대상에서 축제 부문 최고의 자리에 오르며 국가 축제로서의 면모를 갖춰왔다. 반딧불축제에는 반딧불이 서식지로 관찰여행을 떠나는 신비탐사를 비롯해 실내에서 반딧불이의 발광 모습과 생태를 관찰할 수 있는 생태관 등 다양한 환경 체험프로그램이 구비돼 있다.

    올해 6월13일부터 21일까지 무주읍 시가지와 한풍루공원, 남대천 수변공원, 반딧불이 서식지, 반디랜드 일원에서 열린 반딧불축제에는 70만명이 참여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반딧불축제의 친환경 이미지를 잘 표현한 개·폐막 프로그램을 비롯해 국제학술심포지엄, 지역의 농·특산물 판매 등도 많은 이의 관심을 모았다. 경기대 김창수 관광학부 교수는 “지역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만들어가는 지역 축제의 바람직한 모델을 제시했다”고 평했다.

    지난해 제12회 축제 때는 유가상승 등 사회적 불안요인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에도 불구하고 228억9000만원의 경제적 파급효과(전년 대비 37.4% 증가)를 낳았다. 홍 군수의 말이다.

    “반딧불축제가 10년 연속 우수축제에 머물러 있는데 이를 최우수축제, 세계적 축제로 만들 생각입니다. 9월4일 태권도의 날에 태권도공원 기공식을 갖습니다. 이 공원이 완공되면 전세계 태권도인들이 태권도 성지인 이곳을 찾아올 겁니다. 태권도와 반딧불축제를 접목시키면 세계적 축제로 도약시킬 수 있을 겁니다.”

    무주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올 사업은 역시 태권도공원 조성사업이다. 189개국 7000만명이나 되는 태권도인의 성지를 바로 무주에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는 국책사업인 동시에 전북도가 1시군 1프로젝트로 육성 중이기도 한, 무주군의 가장 큰 성장동력이다. 231만㎡ 넓이에 6009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주요시설로 태권도체험·전시관, 태권도경기장(5000석 규모), 연수원, 유스호스텔, 한방의료원 등이 들어선다.

    이 건설사업만으로 1만6000명 고용과 1조49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관광지출 파급효과까지 감안하면 5만9000명 고용과 2조3925억원의 생산유발효과, 1조1262억원의 부가가치 창출을 이룰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태권도공원은 2013년 완공될 예정이다.

    “원래 구천둔이라는 두메산골에서 많은 무도인이 수련을 했다고 합니다. 구천둔이 있던 곳이 설천면(雪川面)이라는 지명을 갖게 된 유래가 흥미롭습니다. 9000명의 무술인이 냇가에서 쌀을 씻으니 물이 눈처럼 하얗게 보였다 해서 그렇게 됐답니다. 그만큼 무도인들이 수련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고 있다는 뜻이지요. 태권도공원을 유치할 때 이런 면이 심사위원들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노인 복지의 천국’

    태권도공원 유치도 결국 무주의 깨끗한 환경 덕분이었듯 무주시가 의욕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건강도시, 식품산업클러스트 등도 그런 장점을 배경으로 한 사업들이다.

    무주는 지난해 10월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세계건강도시’ 인증을 받는 쾌거를 올렸다. 건강도시란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 물리적·사회적 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지역자원을 확충하는 도시다. 전세계에서 건강도시로 지정된 곳은 2000여 곳이다.

    무주군은 지난해 12월 건강도시 선포식과 심포지엄을 열고 올 1월에는 ‘건강도시 기본계획수립용역’ 최종 보고회를 가졌다. 건강도시 이미지에 맞는 세부 추진 계획들도 차근차근 진행돼가고 있다. 건설 환경 보건 등 분야별 담당 공무원들을 모아 건강도시 추진반을 구성했다.

    “건강도시로서의 핵심은 금연정류장, 금연공원 등을 지정해 간접흡연을 예방하고 생태숲 조성, 걷기코스 개발과 태권체조 보급, 암예방 대책팀 구성, 전문의와 간호인력 확보를 통한 평생건강관리센터 운영 등입니다. 이를 통해 활기 있고 생동감 넘치는 건강도시를 만들려고 합니다.”

    특히 무주는 65세 이상 인구가 26%나 되는 초고령화사회지만 다양한 복지시설을 갖추고 있어 ‘노인 복지의 천국’이라는 말을 듣는다. 무료진료 혜택을 주는 의료원, 각종 건강·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종합복지관도 갖추고 있다. 또 6개 읍면에는 실내 게이트볼장도 조성돼 있다. 무주읍의 돔형 반딧불체육관에서 만난 김재환(86) 노인회장은 “무주는 노인이 살기 좋은 도시다. 나중에 이곳에 와서 살아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주의 식품산업클러스트는 농림수산식품부가 전북을 광역 식품산업클러스트 대상지로 선정하면서 진전을 보게 됐다. 2008년 무주군의 산머루가 지역농업클러스트 육성사업에 뽑혔고, 천마와 호두가 2009년과 2010년의 향토산업 육성 대상으로 각각 선정됐다. 더욱이 반딧불사과가 농촌진흥청으로부터 대한민국 ‘탑프루트(top fruit)’로 선정됐고, 가을부터 다논코리아의 무주공장에서 유가공제품이 생산되면 무주는 생산에서 가공·판매까지 가능한 클러스트의 입지를 다지게 된다.

    “무주는 식품산업 분야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 증거가 바로 반딧불산머루·천마·호두입니다. 깨끗한 자연과 고랭지 기후 등 좋은 농업 여건과 유통 전략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반딧불산머루를 육성하기 위해 무주군은 사업비 50억원을 지원받았다. 이를 기반으로 머루 및 머루가공품 생산자와 도심 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마케팅도 지원하고 있다. 한국식품연구원에 따르면 무주군의 머루로 만든 와인이 포도 와인에 비해 몸에 유익한 성분인 폴리페놀(1.8배), 플라보노이드(1.8배), 안토시안(3.3배), 칼륨 및 칼슘(2배) 등은 많고, 나트륨의 함량은 오히려 3.1배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양수발전소 폐터널을 머루와인 저장용 터널로 만들어 개관했는데, 1개월 만에 6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녀갔습니다. 이곳에 저장된 와인 가운데 1700여 병이 같은 기간에 판매돼 2600여만원의 수익을 올렸고요. 또 초콜릿과 과립형 분말차, 머루씨기름 등 가공식품도 개발 중이어서 머루산업의 미래는 밝습니다.”

    홍낙표 군수가 말하는 ‘글로벌 휴양 커뮤니티’

    홍낙표 무주 군수가 태권도공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세계적 유가공회사 다논 입주

    반딧불천마는 30억원의 사업비를 지원받고 있다. 전국 생산량의 50% 이상이 바로 안성면에서 나오고 있을 만큼 무주는 천마의 고장이기도 하다. 무주군은 또 임야가 전체 면적의 83%를 차지하는 지형적 특성과 서늘한 기후 때문에 호두 생산의 적지로 평가된다. 호두식품산업도 정부로부터 2010년부터 3년간 30억원을 지원받게 된다.

    탑프루트로 선정된 반딧불사과도 전국적으로 그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우수 시범단지가 된 무풍면 금평리 사과단지(10농가·2ha)의 경우 지난해 50t 분량의 사과를 전국 유명 백화점과 할인마트에 판매했다. 올해부터 2011년까지는 무풍사과단지가 2기 탑프루트 프로젝트 시범단지로 운영된다.

    다논코리아를 유치하기 위해 홍 군수는 본사가 있는 프랑스에까지 출장을 가기도 했다. 다논은 전세계 45개국에서 연간 450만t의 유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생수, 이유식, 건강기능식품 등의 분야에서 세계 선두를 지키고 있는 기업이다. 이 기업이 2012년까지 총 1000억원을 투자해 하루 100t의 원유를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10월30일 공장 준공식을 열고 시판에 들어가는 다논코리아는 첫해에 800억원대의 유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최진호(38) 공장장은 “무주에 낙농기반은 없지만 본사 사장이 무주가 어느 곳보다 깨끗한 지역이라는 점을 높이 샀고, 땅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무주군이 편의를 봐줬기 때문에 이곳에 공장이 들어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무주의 변화를 이끄는 크고 작은 사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홍 군수는 150개 마을회관을 황토방 등 펜션형으로 만들도록 지원했다. 농사철인 여름과 가을에는 주민들이 마을회관을 자주 이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 이를 농가수익으로 연결하기 위해 고안해낸 아이디어였다. 대신 마을 주민들은 농한기인 겨울에 회관을 활용토록 하자는 것이다. 특히 무주구천동의 마을회관은 외지인에게 인기가 높아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무주를 대표하는 관광지였던 구천동의 경우 그 역사가 30년이 넘어 변화가 절실한 시기다. 이에 무주군은 700억원 규모의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1차로 400억원대 규모의 관광호텔을 유치했고, 산책로 및 다목적 관광시설에 추가로 무주군의 자금이 투입될 예정이다.

    교육에도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지역의 인재를 키우고 외부의 우수한 인재를 무주로 불러들이기 위해 무주군은 여러 가지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영어 등 외국어 교육을 위한 국제화교육센터 운영, 특정 부문에 재능 있는 아이들을 위한 맞춤형 수월성 교육, 학교급식 지원과 장학재단 운영 등이 대표적이다.

    “대학진학률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학업 성취도가 높아져 지난해엔 일반고인 설천고에서 서울대 법대에 진학한 학생이 나왔고, 서울의 다른 명문대에도 여러 학생이 입학했습니다.”(홍낙표 군수)

    ‘착한’ 고장의 부자 꿈

    무주에는 귀농 및 귀향 인구도 제법 있다. 안성면 진도리의 경우 프로그래머 약사 등 지식인 중심의 17가구가 귀농해 살고 있다. 실제 농가수입의 기반이 추가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는 것도 큰 변화다. 무풍면의 사과농가는 30곳에 불과했는데, 2년 만에 130곳으로 늘어났다. 앞으로 무주에는 또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20세 이하 청소년 동계 올림픽을 유치하려고 합니다. 또 안성면에 30만평의 땅을 마련해서 무주의 농산품을 활용한 다양한 시설을 유치하려고 합니다. 터만 닦아놓고 지지부진한 기업도시도 활성화되도록 물밑에서 부지런히 뛰고 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벌여놓은 일들뿐 아니라 앞으로 해야 할 사업이 너무 많아서 눈코 뜰 새가 없다”는 홍 군수의 말을 듣고 조금 과장된 말이 아닐까 의심했는데, 그가 직접 안내해준 여러 현장을 방문하면서 그런 생각이 슬그머니 들어가버렸다. 무주는 아직도 재정자립도가 11.5%밖에 되지 않는 ‘가난한’ 지자체이지만 서서히 변화가 나타나 ‘잘사는’ 지역으로 일어설 조짐이 보이는 듯했다. 2008년 경찰서 유치장에 단 한 명도 유치된 이가 없는 ‘착한 고장’ 무주의 앞날이 밝아 보였다.



    신한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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