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호

NAVER ‘방송법 파동’ 때 공정했나?

  • 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

    입력2009-09-11 10: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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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이버(naver)는 언론이다. ‘남이 만든 기사’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포털 저널리즘에 의한 여론왜곡 우려가 일자 네이버는 뉴스캐스트를 도입했다. 7월 ‘방송법 파동’이 났다.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 이념적 갈등이 첨예화됐다. 네이버는 이 때 공정했을까?
    NAVER ‘방송법 파동’ 때 공정했나?

    네이버를 운영하는 최휘영 당시 NHN사장이 2008년 7월1일 네이버의 뉴스서비스 편집권을 언론사와 개인사용자에게 넘기겠다고 밝히고 있다.

    인터넷 포털(portal·관문)사이트 네이버는 직접 기사를 취재-작성하지 않는다. 대신 여러 언론사로부터 기사를 제공받아 자사 사이트에 편집 게재한다. 네이버는 ‘인터넷 언론제국’으로 떠올랐다. 2007년 10월 ‘시사저널’의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매체’ 조사에서 네이버는 국내 모든 언론사 중 6위에 올랐다. 2008년 7월 ‘한국언론재단’의 ‘신문과 방송’ 조사에선 3위에 등극했다. 2008년 하루 방문자는 1700만명. 네이버보다 더 영향력이 센 언론사는 ‘KBS’와 ‘MBC’뿐이었다.

    영향력 증대는 수익으로 직결됐다. 2007년 네이버는 6000억원 이상의 배너광고, 검색광고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일간지는 물론 ‘KBS’(5660억원)마저 제친 결과였다. “2007년 10월 네이버의 시가총액은 12조6890억원, KT는 12조2690억원. 인터넷공룡이 통신공룡을 이겼다.”(시사저널 2008년 7월30일 보도)

    네이버가 갖게 된 막강한 영향력, 의제설정권의 원천은 기사 배치(편집)에서 나온다. 이상헌씨의 논문(2005년)에 따르면 포털사이트는 매일 3000~1만건의 기사를 각 언론사로부터 제공받는다. 이용자들은 포털의 구석구석까지 클릭해 들어가 이 많은 뉴스를 볼 수 없다. 대다수 이용자는 포털이 초기화면(front page) 상단 뉴스박스에 게재한 기사들에 주목한다.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불편부당, 품위, 책임의 결여

    미국 학자 매콤과 쇼의 ‘의제설정이론(Agenda setting theory)’은 네이버에 그대로 적용된다. 대체로 이용자들은 네이버가 제시한 초기화면 뉴스를 ‘실제 중요한 뉴스’로 믿게 되는 것이다. 또한 그 뉴스의 논조에 동조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네이버는 초기화면의 기사 배치(편집)를 통해 사회적 영향력, 의제설정 권력을 행사한다.



    초기 논의에서 이런 영향력 행사 구도는 대수롭지 않게 보였다. 김경희씨의 논문(2008년)에 따르면 포털사이트는 초기화면에서 ‘정치’ 뉴스보다는 ‘사회-연예-스포츠’ 뉴스를, ‘갈등성’ 보다는 ‘인간적 흥미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후 포털사이트의 영향력이 막강해지면서 초기화면 뉴스 배열에‘정치적 편향’ 논란이 대두됐다. 불편부당, 품위, 책임의 결여가 그 원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거대 포털들은 노무현 정권의 비호 아래 ‘잡식성 공룡’으로 몸집을 불렸다. 사회적 책임이나 윤리의식을 보여주지 못했다. 다음(Daum)은 촛불시위 때 광고주들을 협박하는 누리꾼들의 조직적 불법 활동을 방치해 언론자유와 시장경제를 위협한 바 있다.”(동아일보 2008년 12월25일 보도)

    정치권은 포털사이트를 언론으로 규정하고 이에 따르는 법적 규제 장치를 마련하는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네이버도 이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네이버는 편집권을 행사하고 이용자 참여의 폭을 제한함으로써 폐쇄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최근 촛불시위 정국에서 네이버의 이 같은 운영방침에 대해 여론이 더욱 나빠진 것이 사실이다.”(연합뉴스 2008년 7월1일 보도) 네이버는 그 대책으로 2008년 7월부터 뉴스캐스트 시스템 검토에 들어가 2009년 1월 이를 시행했다.

    뉴스캐스트란 네이버가 자체 편집해오던 초기화면 뉴스박스 기사들을, 네이버와 계약한 각 언론사가 직접 편집하여 올리도록 하는 방식이다. 2009년 8월 현재 47개 일간지, 방송, 경제지, IT신문, 인터넷신문, 스포츠-연예신문, 매거진, 지역신문, 전문지, 영자신문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박스에 들어가는 10~13건 안팍의 기사 제목의 문구는 언론사가 직접 만든다. 이 때 이용자는 선호하는 언론사를 지정하면 해당 언론사가 제공하는 뉴스박스를 보게 된다. 특별히 선택하지 않을 경우 언론사들이 편집한 뉴스박스들이 일정 간격을 두고 순환하며 네이버 초기화면 뉴스박스에 노출된다.

    한국 저널리스트의 자괴감

    네이버의 뉴스캐스트 시행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포털의 ‘여론독점’ 논란 자체가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특수상황이다. 포털이 자체 대안으로 내놓은 뉴스캐스트 역시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기이한 언론현상이다. 긍정론자들은 “네이버는 초기화면 뉴스박스 편집에 관여하지 않고 언론사들에 일임함으로써 책임에서 벗어났다”고 했다.

    그러나 부정적 반응도 적지 않았다. 언론계 일각에선 불쾌감이 표출됐다. 한 언론인은 “정보의 생산(언론사)과 유통(네이버) 간 힘의 불균형이 심해졌다. 언론사들이 ‘어, 어’ 하는 사이 끌려가는 처지가 됐다. 일제히 특정 포털 뉴스박스 양식에 맞게 편집해 줄서야 한다.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네이버가 언론사들이 제공한 뉴스를 편집해 수익을 올리고 여론까지 주도하려 하더니, 이제는 교묘하게 법망을 피하면서 언론사 줄 세우기에 나섰다. 뉴스캐스트는 언뜻 그럴듯해 보이지만 여기에는 삼중전략이 숨어 있다.”(한국일보 2008년 12월4일 보도) 여기서 삼중전략이란 △자의적 편집에 따른 저작권 위반 및 유사언론 행위에 대한 비난 회피 △언론사 간 경쟁 부추기기 △언론사에 편집의 수고와 비용 떠넘기기다.

    12개 중앙 종합일간지 인터넷신문사로 구성된 한국온라인신문협회는 뉴스캐스트 불참을 선언했었다. 뉴스의 선정성을 부추긴다는 이유에서였다. 뉴스캐스트를 시행해 보니 선정적 제목이 넘쳤다고 한다.(한겨레 2009년 3월25일 보도) ‘국회의원 의사당서 성관계’‘여비서 다이어리 살생부’라는 제목이 초기화면에 걸렸다. 클릭해 읽어 보면 상상한 것과는 다른 내용. 뉴스의 품격과 질이 떨어지는 건 불가피했다.

    NAVER ‘방송법 파동’ 때 공정했나?

    7월22 방송법 등 미디어관계법 통과 때 국회 본회의장에서 여야의원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뉴스캐스트의 여론 왜곡”

    공익 차원에서 더 큰 관심은 “뉴스캐스트 시행 이후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해소되었느냐”는 점이다. ‘동아일보’(2009년 6월15일 보도)는 “틀 자체가 공정하지 않다. 주요 매체와 군소 매체가 똑같은 취급을 받는다. 언론의 볼셰비키 혁명이라고 부를 만한 현상”이라고 비판했다. 이 신문의 판단으로는 여론 왜곡의 정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사이버 공간의 등가성(等價性)’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이런 견해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온라인에서 모든 매체는 평등하다”고 본다. 그러나 여기에도 맹점이 있다. 현재 인터넷상에는 1000개가 넘는 언론매체가 존재한다. 대부분 군소매체다. 이들은 네이버의 뉴스캐스트에 들어오기를 희망한다. 방문자 수가 늘고 수익성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이들 매체 모두를 뉴스박스로 초대하지 않는다. 소수만 선별한다. 네이버는 메이저 매체와 군소 매체를 똑같이 취급할 땐 등가성 원칙을 적용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군소매체와 군소매체 간에는 등가성 원칙을 적용하지 않는 것이다. 언론사 선정 기준이 모호해 보인다.

    이는 정치적 편향성 논란, 여론 왜곡 논란과 결부됐다. 한 보수성향 인터넷 신문 관계자는 “네이버의 뉴스캐스트에 들어온 인터넷 신문들 중 보수성향 신문은 하나도 없다. 거의 대부분 진보성향으로 분류된다”고 했다. 그런데 진보성향 매체에서도 불만이 나왔다. 정치권과 재계에서 이름이 꽤 알려진 한 진보성향 인터넷 신문의 관계자는 “우리 신문은 진보성향 A신문보다 방문자 수가 더 많았다. 우리는 다음과 야후에 기사를 공급한다. 그러나 네이버는 A신문만 뉴스캐스트에 포함시켰다”고 했다.

    네이버 뉴스캐스트의 ‘정치적 편향’ 논란과 관련해 ‘동아일보’는 다음과 같이 예언했다. “(주요 매체와 군소 매체가 똑같이 취급되는) 틀 속에서 군소 매체와 좌파 매체는 연합해 대세를 장악하고 기성체제(Establishment)를 향한 공격적 편집을 시도함으로써 뉴스 검색자의 눈에 여론이 왜곡돼 보이도록 만든다. 결과적으로 뉴스캐스트 방식은 동등하지 않은 것을 동등하게 취급함으로써 현실공간의 여론의 지형을 가상공간에서 왜곡하고 만다.”(2009년 6월15일 보도)

    유럽 구조주의자들이 제시하는 ‘사회변혁을 위한 소수파의 행동원칙’을 네이버 뉴스캐스트에 적용시킨 관점이었다. 여기서 뉴스캐스트는 한국적 포털 저널리즘 환경이 창조한 은폐된 이데올로기의 장(場)이며 현실공간의 소수파는 이 공간을 장악함으로써 이념전(理念戰)에서 승리를 거두는 셈이다. 이 가설은 상식과 경험칙에 의해 지지되는 ‘개연성(그럴듯함)’을 갖고 있는 듯 보였다.

    ‘실증(實證)되느냐’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이와 관련해 ‘방송법 파동’ 당시 네이버 뉴스캐스트의 기사배치 속성이 어떠했는지 테스트해보기로 했다. 방송법 파동은 2009년 한국사회에서 보수와 진보 간 이데올로기 대립이 가장 첨예하게 나타났던 대표적 사회이슈였다. 네이버 뉴스캐스트 보도의 이념지형을 살펴보는 데 적합한 사례로 판단됐다.

    7월22일 국회는 여야 간 격렬한 몸싸움 끝에 방송법 등 미디어관계법을 한나라당, 일부 친박연대, 무소속 의원들의 표결로 통과시켰다. 법이 발효되면 대기업과 신문사는 지상파 방송의 지분을 10%까지,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의 지분을 각각 30%까지 보유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법안처리 무효를 주장하며 대(對)정부투쟁을 선언했다.

    일간지의 경우 언제, 어떤 지면에, 어떤 내용의 기사가 실렸는지 기록으로 남겨두어 사후 확인이 가능하다. 인터넷으로도 검색이 되도록 해놓고 있다. 공중파 방송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의 경우엔 사정이 다르다. 과거 초기화면 뉴스박스에 어떠한 기사들이 노출되었는지 확인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미디어관계법이 통과된 지 4일이 지난 7월26일 일요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시간대를 무작위로 선정하여 이 시간대 네이버 초기화면 뉴스박스에 순환하며 노출된 47개 언론사의 방송법 파동 관련 기사 전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했다.

    ‘정치적 편향’ 심했다

    이 시간대 네이버 초기화면 뉴스박스엔 26개의 방송법 파동 관련 기사가 반복적으로 노출됐다. 기사 논조를 분석한 결과, ‘방송법 통과 반대 및 이명박 정권 비난’ 논조의 기사는 22건으로 전체 방송법 관련 기사 중 84.6%였다. ‘중립적인 사실 전달’ 논조의 기사(‘방송법 통과 후 금융-미디어주 희비’ 기사, ‘미디어-금융지주테마 들썩’ 기사)는 2건(7.7%)이었고 ‘방송법 통과 지지 및 야당 비난’ 논조의 기사(‘김형오 국회의장의 방송법 관련 입장표명’ 기사, 신지호의 최상재 고소 기사)는 2건(7.7%)이었다. 메이저 신문이 올린 기사는 없었다.

    방문자수에서 네이버와 1, 2위를 다투는 다른 포털사이트인 네이트(www.nate.

    com)와 비교해봤다. 같은 시간대(7월26일 오후 1~3시) 네이트는 초기화면 뉴스박스에서 방송법 파동 관련 기사를 1건만 노출시키고 있었다. 제목은 ‘혼돈의 하한정국 극한대치 장기화’로 중립적 논조였다. 그 외 초기화면에 ‘언론별 미디어법 파장’이라는 창을 띄워둔 것이 전부였다.

    이러한 샘플 분석에 따르면 네이버는 결과적으로 초기화면 뉴스박스에서 방송법 이슈에 대해 진보-야당 진영의 목소리만 일방적으로, 방대한 분량으로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초기화면 기사 제목의 표현수위도 높았다. 이명박 정권과 현 여권만 비난하는 제목들, 방송법 반대 진영만 두둔하는 제목들, 방송법 반대 진영의 동정만 소개하는 제목들, 이용자들을 선동하는 듯한 제목들이 올라와 있었다.(아래)

    △‘날치기 미수사건’ 배경 △사사오입보다 추악한 방송법 처리 △미디어법 덫에 빠진 여권 △역대 직권상정 뒤끝 나쁘다 △정부 5억 들여 미디어법 미화광고…MBC는 거부 △박지원 “박근혜 실망이다” △정치 부재 시대…괴물 되지 않으려면? △“여든 야든 ‘대리’했으면 무효”

    △민주 총사퇴 배수진…당운 건 승부수 △천정배 “원통하다…의원직 사퇴” △천정배도 사퇴 △민주 장외투쟁 체제 전환 △민주 100일 장외투쟁 △거리 촛불 만난 야당 정치인들 △야당 방통위원들 “후속조치 불참” △사퇴한 최문순 앞날은 △언론노조가 파업 접은 이유

    △미디어법, 국민들은 까맣게 잊었다? △언론전공 학생들 촛불집회 △‘만평’30조+@ △국민 69%, 미디어법 원천무효 △‘현장’ “10월 선거로 심판” △“모든 걸 걸고 싸우자…10월 재보선에서 심판하자”

    NAVER ‘방송법 파동’ 때 공정했나?

    미디어법 통과 3일 뒤인 7월25일 네이버 초기화면의 뉴스박스. 총 13개 기사 중 미디어법파동 관련 기사가 9개에 이르고 77%가 ‘미디어법 반대’ 논조였다. 같은 날 네이버의 또다른 초기화면 뉴스박스. 미디어법파동 기사는 대통령 퇴진, 박근혜 비판, 민주당 대표 옹호 등이었다(아래).국민들에게 “미디어법파동은 가장 중요한 문제다. 민주당은 옳고 정부여당은 그르다”라는 의식을 심어준다.

    네이버 초기화면의 이런 기사배치 성향은 7월26일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었다. 전날인 7월25일 토요일 오전 10~12시 시간대를 무작위로 선정해 이 시기 네이버 초기화면 뉴스박스도 스크린했다. 이 두 시간 동안 방송법 파동 관련 기사 22건이 번갈아가며 초기화면에 노출되었는데 그중 21건(95.4%)이 ‘방송법 통과 반대 및 이명박 정권 비난’ 논조의 기사였다. 방송법 반대 진영의 목소리만 제공한 정치적 편향성이나 방대한 분량(21건)에 있어 7월26일의 경우(22건)와 차이가 없었다.

    네이버 주요뉴스가 “MB아웃”

    이날은 일부 네티즌 주장을 근거로 ‘대통령 퇴진’을 유포하는 기사, 경쟁 정당의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특정 정치인을 ‘기회주의자’로 적시하는 기사도 이 막강한 여론전파력의 포털 초기화면을 장식했다. 공중파방송의 9시뉴스에서는 절대로 이런 기사를 내보내지 않겠지만 네이버에선 가능했다.

    △트위터 속 ‘MB아웃’ 모락모락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 민주주의 유린” △말로만 듣던 ‘1당 독주’ 시대 열리나 △“18대 국회, 이명박 정부 사유물” △승전고 울린 한나라당 ‘좀 불안한데’? △박근혜 명분도 실리도 ‘뚝’ △민주당 민주정책연구원 여론조사 “박근혜 기회주의 정치인 57.1%”….

    구글 등 미국의 대표적 포털사이트는 주로 통신사의 중립적 사실전달 기사만 초기화면에 노출시킨다. 네이버 등 한국 포털에 요구되는 언론윤리 역시 공정성, 중립성이다. 네이버는 영향력에서 공중파방송과 대등하거나 넘어섰다. 그러나 샘플 분석 결과, 여야가 격돌한 정치 이슈를 다룬 초기화면의 기사배치는 야당 측에 지나치게 편향되어 있었다. 저널리즘의 상식을 파괴하는 정도였다.

    이것이 이용자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편향된 초기화면 기사배치는 이용자에게 편향된 인식을 심어줄 가능성이 높다. 뉴스캐스트 시행 이후에도 상당수 이용자는 ‘네이버 뉴스’는 단지 ‘네이버 뉴스’로 수용한다. 어느 언론사가 편집한 건지 일일이 따지지 않는다. 초기화면의 논조가 이용자들의 의견을 형성하는 ‘의제설정’ 효과는 여전히 강력할 수밖에 없다.

    “네이버는 결정적 시기엔 그람시(A. Gramsci)가 말한 특정세력의 ‘진지(陣地)’로 기능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었다. 이는 뉴스캐스트 시스템이 갖는 구조적 문제로 보였다. ‘뉴스캐스트의 여론 왜곡’ 예언은 적중한 듯했다.

    일각에선 “메이저 매체도 공격적 편집을 하면 될 것 아니냐”고 주장할 것이다. 이것이 바른 해법이 될 수 있을까. 네이버 초기화면에 노출되는 개개의 기사를 비판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기사들의 배치와 조합’이다. 이를 통해 수백만 명의 의식을 지배하는 새로운 메시지가 창출된다. 네이버는 배치와 조합에 공정성을 확보하겠다는 확고한 원칙을 갖고 실천해야 한다. ‘편집은 각 언론사가 한 것’이라며 언론사에 책임을 떠넘기기보다는 뉴스캐스트를 원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네이버 측은 “선정적 제목을 자주 올리는 언론사는 퇴출시키겠다”고 하는 등 최종 감독자는 네이버임을 밝힌 바 있다.

    시장의 실패와 국가 개입

    문제점이 있는데도 스스로 개선하지 않으면 공동체가 나서야 한다. 아무리 발달한 자본주의 체제에서도 ‘시장의 실패’는 있게 마련이다. ‘여론 시장’이 자정(自淨)능력을 상실했을 땐 행정정책 집행과 법률 제정 등 국가 개입이 요구될 수 있다고 본다.

    포털 저널리즘은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언론계에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 한국신문협회는 신문과 인터넷신문 이외 사업자가 뉴스저작물을 임의로 편집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인터넷 포털 관련 법률에 관한 의견서’를 정부와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국가는 ‘네이버의 공정성’ 문제에 자신이 국외자(局外者)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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