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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좌파논리로 우파정책에 반기 든 정형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윤증현 식으로 영리병원 허용하면 정권에 혼란 온다”

  • 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좌파논리로 우파정책에 반기 든 정형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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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J 정부 때 공격을 많이 당했잖아요.

그는 대답 없이 웃었다.

2000년 2월 15대 국회 임기 종료를 앞두고 검찰은 ‘언론대책 문건’과 관련해 고소·고발된 그가 23차례에 걸친 소환 요구에 불응하자 긴급체포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수난은 기회로도 작용했다. 반(反) DJ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그는 정보맨 출신의 초보 정치인에서 유권자에게 주목받는 대중정치인으로 성장했다.

▼ 무서울 만큼 공격당했던 것 같은데요….

“그때 잡혀갔으면, 여권이 준비를 다 해놓았으니까 구속되고 끝장났을 건데, 어쨌든 여러 과정을 겪어가면서 정치도 해보고 그랬습니다만….”



그는 말머리를 돌렸다.

“어느 분야 안 중요한 게 있습니까? 안보도 중요하고, 노동도 중요하고, 교육도 중요하지만 의료분야는 참 중요한 분야입니다. 인사할 때도 ‘건강하십시오’라고 그러지 않습니까?”

두들겨 맞은 이사장

그는 지난해 9월22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 노동조합 눈치 보는 자리라던데요.

“제가 다섯 번째 이사장인데 박태영 이사장 때는 노조한테 이사장이 두들겨 맞고, 옥상으로 끌려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사회보험노조가 민주노총의 핵심이지요. 그런데 내가 와서 보니까 노조가 공부를 많이 했고, 실제로도 많이 압니다. 우수한 인력이 노조에 많아요.”

▼ 조직을 장악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고 들었습니다.

“공공기관, 공기업을 신이 내린 직장이라고 합니다. 공공기관은 부도가 날 염려가 없어요. 문제가 생기면 정부가 재정을 대주거든요. 그런데 공무원 조직과 유사한 공공기관, 공기업이 한국에서 가장 센 노동조합을 가졌습니다. 그건 잘못된 거죠. 전임 정권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정권의 전리품으로 측근을 수장으로 임명해놓고 쟁의, 파업이 생기면 원인 찾을 생각은 안 하고 기관의 장한테 해결해라, 해결 못하면 책임지라고 윽박질렀습니다. 기관장들은 책임을 회피하려고 노조의 요구에 굴종, 굴복했습니다. 그래서 이 모양 이 꼴이 된 겁니다. 노사문제는 첫째로 기관장이 원칙을 갖고 임해야 해요. 둘째로 수장한테 비리, 약점이 없어야 합니다. 승진 채용 납품과 관련해서 이권에 개입해 노조에 약점을 잡혀선 안 되죠. 자리보전에 연연하는 태도도 옳지 않습니다. 자리를 지키려다보면 원칙을 고수하기 어렵습니다. 우리 직원의 대다수가 권익을 지켜주고 억울함을 풀어주는 건 경영진이 아니라 노조라고 여기더군요. 노조가 수호천사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정권의 전리품으로 온 사람들이 전횡하고 비리를 저지르다보니 경영진에 줄이 닿지 않는 직원들은 박탈당하고, 불이익당하는 기분을 느낀 겁니다.”

▼ 어떤 모습인지 그림이 그려집니다.

“조직문화를 바꿔야 노조문제가 풀려요. 경영진이 조직의 비전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해요. 그래야만 아, 저 사람을 따르고 믿으면 조직이 발전하고 내가 잘되겠구나라고 여기지 않겠습니까? 예를 들어봅시다. 의사협회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를 요구합니다. 지금은 모든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무조건 계약해야 하죠. 의사협회는 다른 보험회사와 계약하고 싶다는 겁니다. 이런 주장이 제기됐을 때 이사장이 나서서 우리의 의견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문제를 해결해야죠.”

“영리병원 허용은 위험한 선택”

영리병원을 무한정 허용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위태로워진다. 당연지정제는 병의원을 개설할 때 자동적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계약돼 병원이 건강보험 진료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한 제도다. 의사협회뿐 아니라 보험업계도 공세, 로비를 강화하고 있다. 건강보험을 보완하는 민영보험을 허용해달라는 것이다.

▼ 영리병원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건 좌파적 발상 아닌가요?

“전 국민 건강보험은 좌파의 정책에서 나온 것입니다. 유럽에선 국가가 의료를 책임집니다. 사회보험도 아니고 국가보험인데 이건 완전히 좌파의 논리죠. 전 국민 건강보험은 제도 자체가 좌파의 논리로 설계된 것입니다. 한국의 건강보험은 유럽과는 조금 다릅니다. 정부가 의료를 전부 통제하는 건 아닙니다. 국가가 건강보험을 관리하면 국민이 돈을 안 내고 병원을 이용하는 건 좋은데 접근성에서 문제가 나타납니다. 치료를 받으려면 6개월, 1년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생기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유럽 국가들이 민간보험을 10~15% 도입한 겁니다. 자본주의 메카인 미국이 지금 전 국민 의료보험을 도입하려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시장에 방임했더니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전면적으로 영리법인을 도입하면 상당히 큰 문제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 경제자유구역 같은 곳에서만 제한적으로 허용하자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명의(名醫)로 꼽히는 7명의 의사와 대화를 나눌 일이 있었다. 의사들은 하나같이 “의료정책에서 한국은 사회주의국가”라고 지적했다. 영리병원을 허용하면 서비스의 질이 높아지고 외국환자 유치를 통해 국부가 늘어난다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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