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호

농림수산식품부 제1차관 민승규

  • 글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사진 / 조영철 기자

    입력2009-10-01 11: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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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림수산식품부 제1차관 민승규
    과천 정부청사에 있는 민승규 농림수산식품부 제1차관실에 들어서자, 집무실 책상 바로 앞에 놓인 ‘러브레터 마을’ 조감도가 눈에 들어왔다.

    민 차관은 “4대 강 살리기 사업과 연계해 농림수산식품부는 4대 강 인근 농촌마을을 지역 특산품과 문화, 자연자원 등이 어우러진 테마 마을로 조성할 구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른바 ‘팔도강산 금수강촌 만들기’다.

    “한 해 폐기되는 우체통이 2000개가 넘습니다. 폐기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어가고요. 그것을 한데 모아 누구든 자신의 소망을 담은 편지를 부칠 수 있는,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실어 나르는 러브레터 마을을 조성해보자는 것이지요. 테마 마을이 조성되면 농촌은 더 이상 단순한 농산물 생산기지에 머물지 않고 찾아가고 싶은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할 겁니다.”

    민 차관은 러브레터 마을 외에도 매년 폐기되는 수백 척의 ‘고기잡이 배’를 모아 ‘먹는 배’로 유명한 전남 나주에 ‘배 마을’을 조성할 구상도 밝혔다.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다 이명박 정부 들어 청와대 농수산비서관으로 발탁돼 공직생활을 시작한 그는 농민들 사이에서는 일찌감치 ‘민 박사’로 명성을 얻었다. 그가 주도해 2000년 문을 연 ‘벤처농업대학’은 ‘스타 농민’의 산실로 부상했다.



    인지도와 지명도가 높아지면서 150명 정원의 신입생을 모집하는 데 지원자가 600명 이상이 몰릴 정도다. 정원의 20%는 귀농을 준비하는 예비 농업인에게 문호를 개방하는데 의사, 한의사, 감사관 등 귀농을 꿈꾸는 각계 전문가들의 지원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농업과 농촌이 중요하냐고 물으면 대부분 ‘그렇다’고 답을 합니다. 그렇지만 자녀들이 농업에 종사하고 농촌에 거주하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즉답을 꺼립니다. 농업과 농촌의 소중함을 인정하지만 내 자녀가 농업에 종사하는 것을 흔쾌히 여기지 못하는 이중적인 인식으로는 농촌과 농업을 발전시킬 수 없습니다. 그래서 설립한 것이 벤처농업대학입니다. 존경받는 농업인, 성공한 농업인이 많이 나와야 인식을 바꿀 수 있습니다.”

    매달 한 번씩 1박2일 일정으로 수업이 진행되는 1년 과정의 벤처농업대학은 입학도 어렵지만 졸업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수강생은 자신의 꿈과 비전이 담긴 농장 사업계획서를 발표해야 하고, ‘지옥의 문’이라는 심사를 통과해야 졸업할 수 있다.

    자강불식(自强不息·쉼 없이 스스로 강해지자)의 정신으로 설립된 벤처농업대학은 설립 이후 지금까지 단 한 푼의 정부 지원도 받지 않고 전액 자부담으로 운영해오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농민에게 보조금을 주고 지원하는 것은 가장 쉬운 정책입니다. 그렇지만 보조와 지원만으로는 농민과 농촌의 자생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농민 스스로 자생력을 키워 성공하고 존경받도록 하자는 벤처농업대학 설립 취지는 정부 정책에도 접목돼 시행될 예정이다. 4대 강 사업과 연계해 농림수산식품부가 구상하고 있는 ‘팔도강산 금수강촌 만들기’가 대표적이다. 과거와 같이 정부가 주도적으로 보조와 지원을 하는 톱다운 방식을 지양하고, 마을 단위 또는 지자체 차원에서 추진하는 금수강촌 만들기 사업을 정부가 측면에서 돕는 업다운 방식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싸고 진통을 겪은 터라 농림수산식품부는 그 어느 때보다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장태평 장관과 민승규 차관은 토요일과 일요일마다 전국을 돌며 현장간담회인 ‘방방곡곡 Agro(농업) School’을 진행하고 있다. 장 장관이 농민들과 3시간 가까이 간담회를 하는 동안 사회는 민승규 차관이 직접 본다.

    “농림부를 농림수산식품부로 바꾼 것은 농민과 농업정책을 1차 산업에 국한하지 않고 식품 가공 등 2차 산업으로 인식의 지평을 넓혀 정부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방방곡곡 Agro School을 진행하면서 농민 스스로 변화를 꾀하려는 모습 속에서 희망을 발견합니다. 이제는 농민과 농촌을 넘어 ‘국민과 함께, 자연과 함께’하는 농림수산식품 정책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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