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호

기자가 사주 이익 무시할 때 사주는 성공한다

  • 김동률│KDI 연구위원·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박사(매체경영학) yule21@kdi.re.kr

    입력2009-10-07 17: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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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가 사주 이익 무시할 때 사주는 성공한다

    미국 ‘뉴욕타임스’ 사옥 전경.

    아이티에서 이민 온 흑인 아브너 루이마(Abner Louima)는 미국 뉴욕 브루클린 외곽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루이마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사흘 뒤 마이크 매칼라리 ‘뉴욕데일리뉴스’ 기자는 입원 중인 루이마와의 인터뷰를 통해 경찰이 변기 청소기 손잡이를 루이마의 항문에 집어넣는 등 짐승 같은 짓을 했다고 폭로했다.‘뉴욕데일리뉴스’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루이마에게 “지금은 루돌프 줄리아니(당시 뉴욕시장)의 시대이지 데이비드 딘킨스(흑인인 전 뉴욕시장)의 시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며칠 뒤 ‘뉴욕타임스’는 ‘물먹은 것’을 만회하기 위한 의도(?)로 “뉴욕시의 범죄 감소는 뉴욕 경찰의 희롱과 만행이 증가한 것과 일치한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런데 일년 뒤 루이마는 경찰관의 해직 사태를 몰고 온 경찰관의 뉴욕시장 관련 언급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한 조사보고서는 뉴욕 경찰의 행태는 ‘뉴욕타임스’의 기사와는 달리 비교적 양호하다고 발표했다.

    일반 종업원과 달랐다

    이처럼 미디어가 말하는 진실은 생물처럼 변화무쌍하다. 저널리즘의 최우선 가치는 ‘진실 추구’이지만, 앞의 예를 보더라도 그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 기자들은 자신이 획득한 정보가 진실이기를 바라지만, 그렇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럴 때 진실은 저널리스트를 우울하게 만든다.

    독자와 시청자도 이런 점을 서서히 간파하고 있다. 많은 언론은 “우리는 객관적으로 보도한다”고 한다.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센세이셔널리즘(선정주의)’의 대명사인 조지프 퓰리처의 ‘뉴욕선(New York Sun)’도 ‘정확성, 정확성, 정확성’이라는 사시(社是) 아래 운영됐다.



    그런데 최근 들어 국내 언론계에서는 고독한 진실 추구에 대한 직업적 자부심조차 줄어들고 있다. 기자정신으로 무장한 무관의 제왕은 아득한 일화로 남아 있을 뿐이다. 대다수 기자는 평범한 직장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수년 전만 해도 기자는 직업 이전에 사회에 봉사한다는 자부심으로 빛나던 자리였다. 취재-보도는 사회구성원들과의 신성한 약속으로 여겨졌다.

    구체적으로 언론의 영화 평은 객관적이고 공정했다. 기업 관련 기사는 광고주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기자는 자신이나 동료의 이익을 위해 뉴스를 왜곡하지 않았다. 심지어 사주에게 손해를 끼치면서도 진실을 발굴했다. 이것이 그들의 특권이자 명예였다. 그래서 시민들은 언론을 믿었다. 신뢰야말로 언론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었다. 뉴스 생산과정에 있는 저널리스트는 일반 기업의 종업원과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동지는 간 데 없고…

    아이러니하게도 기자가 사주의 직접 이익을 무시할 때 이런 행위는 궁극적으로 사주의 경제적 성공을 담보하는 원천이 된다. 잠시 사측을 불안하게 하는 뉴스는, 그것이 진실을 추구한 좋은 뉴스라는 평판을 얻을 경우 결국 사측을 번영으로 이끄는 필요충분조건이 된다.

    그러나 많은 국내 언론은 고용주에 대한 충성에 더 민감해져 있다. 언론의 자사 이기주의적 보도, 언론사 간 갈등 양상은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언론창달을 위해 함께 고생한) 동지는 간 데 없고 (자사의) 깃발만 나부끼는 형국이다. 교과서적인 이야기이지만 언론인은 회사가 월급을 지급하는 데 대해 고마워할 수는 있지만 마땅히 독자와 시청자를 위해 일해야 한다.

    ‘뉴욕타임스’가 권위지로 인정받는 것은 “어떤 이해관계에도 개의치 않고 두려움이나 편파성 없이 공정하게 뉴스를 제공한다”는 사주 아돌프 옥스의 선언을 비교적 충실히 실천한 데 힘입은 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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