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호

이영애 결혼과 公人의 사생활보호 논란

“프라이버시 존중하더라도 남편 이름 공개는 가능”

  • 최강욱│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choepro@lawcm.com│

    입력2009-10-08 16:51: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톱 탤런트 이영애씨의 결혼 보도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사생활 침해를 우려하며 법률적 사정을 고려하고 있다”는 이씨 변호인 측의 ‘압력’에 언론은 이씨 남편의 이름도 거론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누구인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해외토픽에 나올 법한 이 희한한 사태를 법은 어떻게 해석할까.
    이영애 결혼과 公人의 사생활보호 논란
    연예인의 사랑과 결혼은 대중의 커다란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특히 요즘처럼 인터넷의 발달로 온갖 정보가 실시간으로 유통되는 세상에서 대중의 관심과 인기를 먹고사는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은 두말할 나위 없이 주요한 뉴스가 된다.

    굵직굵직한 연예인 관련 기사가 연일 지면을 장식하는 가운데 최근 희한한 일이 일어나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한류의 대표주자이며 명실상부한 최고 스타인 배우 이영애씨의 결혼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서 남편의 이름과 신상에 관한 보도가 배제되고 있는 것이다. 기사들을 자세히 살피면 그 과정 또한 예사롭지 않다. 특이하게도 법무법인이 보도자료를 통해 톱스타의 결혼 소식을 전했고, 그 내용 가운데에는 “신랑의 상세한 신상 및 사진 등은 사생활 침해의 우려가 있어 미공개하기로 하였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당장 대한민국은 물론 아시아권의 주요 매체들이 이 소식을 톱뉴스로 전하면서도 막상 법무법인이 낸 보도자료에 명기된 ‘사생활 침해의 우려’에 관한 부분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법률적 사정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급 때문에 신랑의 신상에 관한 언급을 에둘러 피하고 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사실을 밝히지 못한 옛날 얘기 속 어떤 이의 답답함이 오늘날 첨단의 정보화 시대를 살아가며 대중을 위한 정보 전달의 최전선에 있는 국내 유수의 기자들에게 가히 ‘동병상련의 아픔’이 되어 이어지는 것이다.

    세칭 ‘네티즌 수사권’이 즉각 발동되어 당사자의 이름과 과거 전력을 추측하여 공표하는 글이 난무하는 가운데, 당사자로 지목된 듯한 이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 순위의 최상위권을 점하고, 게다가 세간에 회자된 또 다른 유명 연예인까지 함께 언급되며 대중의 궁금증은 최고조에 달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당사자는 말이 없고, 기자들은 통분한다. “난 미리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러이러한 이유로 특종보도를 하지 않았다”는 식의 분풀이성 또는 변명성 기사가 이어진다. 참으로 신기하면서도 웃어버리기에는 너무나 기막힌 현상이다.

    ‘특종’을 먹고사는 언론의 본질에 비추어 이번 사태에 관한 대중과 언론사의 물음은 결국 여러 가지 법률적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 서로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라며 눈치를 보는 가운데 신랑의 성이 정씨라는 사실은 이제 공지의 사실이 되었고, 귀국한 신랑과의 인터뷰 기사까지 등장했음에도 여전히 공식적 보도 공간에서 이영애씨의 새신랑은 이름 없는 ‘한 남자’에 머무르고 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나는 흠집이 많이 난 사람이다. 하지만 영애와 그녀 가족들한테까지 그런 아픔을 주고 싶지 않다”는 게 신랑의 변이다. 법무법인이 가장 완곡한 표현으로 신랑의 신상에 대한 비공개를 언급하고 있음에도, 목하 언론들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법률적 사정”의 당사자가 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듯한 양상이다. 한편으로는 누구인지 다 알고, 난 진작 알고 있었다는 중얼거림을 반복하면서도 결국 명확한 경계선을 찾지 못하는 언론의 고민 앞에 연예인이 공인(公人)인지, 공인의 프라이버시는 어떤 전제로 얼마만큼 보호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판례와 법제는 아직 명쾌한 해답을 주지 못한다. 외국에 비해 관련 사건이 드문 것도 한 이유겠으나, 결혼이라는 가장 축복받을 소식에서 신랑의 이름을 둘러싼 법률적 쟁점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은 애초에 고리타분한 법률이론가들의 상상력을 넘어서는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연예인 커플이 날로 증가하고 그들의 사랑이야기가 속속 공개되며, 결혼 발표현장 및 결혼식 자체가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이벤트로 연결되는 것을 숱하게 목격한 대중의 관점에서 이는 분명 낯선 일일 수밖에 없다.

    하물며 가슴 아프게 요절한 여배우를 마지막까지 보살핀 순애보와 더불어 짧고 아름다운 결혼생활의 애틋함을 밝힌 당사자도 있다. 그는 결국 얼굴을 공개하며 망인을 떠나보낸 절통한 마음을 토로해 대중의 공감을 넓히고 소설에나 있을 법한 아름다운 이야기로 지면을 당당히 장식하기도 했다. 여기에 혼전임신 사실을 당당히 공개하며 “(유명 가수인) 그를 만나 사랑하고 임신한 것은 내 생애 최고의 행운”이라는 자랑을 솔직히 털어 놓은 여배우의 기사까지 더해지면 이영애씨의 경우는 정말 독특하게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정말 법률적 해석은 오리무중에만 머물고 있을까?

    학계와 실무에서 언론보도에 따른 법적 책임으로 가장 비중 있게 논의되는 것은 민사책임이다. 이영애씨 관련 기사를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하는 언론사와 기자들도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언론 소송에서 보도의 공공성은 언론사와 기자들이 언론보도에 따른 책임을 면하기 위해 입증해야 할 기본이다. 명예훼손을 당했다는 당사자가 자신이 본 피해에 관한 구체적 사실을 들어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언론사와 기자는 그 보도에 공공성이 있고 진실한 것이거나,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일단 보도내용을 통해 피해자가 특정되고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구체적 사실이 기사에 드러나 있다면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여지가 크다. 이는 추가 증거가 필요 없이 보도내용을 살펴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제 소송에서는 보도에 공공성이 있고 진실성 혹은 상당성이 있는지를 놓고 당사자들 간에 불꽃 튀는 논전이 전개된다.

    이영애 결혼과 公人의 사생활보호 논란

    이영애씨를 한류스타로 만든 드라마 ‘대장금’.

    언론 기능 폭넓게 인정하는 경향

    우선 우리의 판례는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 담긴 보도의 위법성이 조각(阻却)되려면 보도내용이 공공의 이익 혹은 공적인 관심사에 관한 사항일 것과 보도의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언론법을 다루는 학계와 법원은 대체로 사안별로 보도내용의 공공성을 면밀히 살펴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정립된 공인 이론에 따라 ‘신분접근’ 방식을 곁들여 보도의 공공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인에 관한 보도는 위법성이 조각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공인에 대하여 법률적으로 통일된 개념 정의는 아직 없다. 문자만 놓고 보면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으나, 언론법에서 이야기하는 공인은 이런 문자적 정의를 넘어선다. 언론법에서 공인과 사인을 나누는 실제 의미는 비판의 수용 한도, 그리고 익명보도의 원칙과 관계가 깊다.

    대표적인 공인은 당선자나 입후보자, 정부의 중요 정책결정자, 고위공직자 등이다. 미국에서 전면적 공적 인물(pervasive public figure)이라 하여 공인의 범주에 추가로 포함하는 것은 우리로 치면 ‘유명인사’를 뜻한다. 연예인, 프로 스포츠 스타, 대기업 총수 등이 이에 해당한다.

    여기에 더하여 공직자나 유명인은 아니지만 어떤 지위와 관련된 보도에 의해 혹은 특정한 공적 논쟁에 참여함으로써 인지도가 높아진 인물은 ‘제한적인 공적 인물’ 혹은 ‘논쟁에 관련된 공적 인물(vortex public figure)’이라 한다.

    예를 들어 유명 선수는 아니지만 경기의 승부조작에 연루된 것으로 지목된 선수 등이 이에 해당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공인에 대한 보도는 언론사가 명예훼손에 대한 ‘현실적 악의’를 갖고 있지 않았다면 공공성을 가진 보도로 보호되어야 한다는 이론이 적용되고 있다. 아직 우리 법원은 이 이론을 채택하고 있지 않지만, 최근 공인에 대한 언론의 비판 기능을 갈수록 폭넓게 인정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점차 커지는 프라이버시 권리

    한편 사생활의 보호와 관련한 ‘프라이버시(privacy) 권(權)’의 문제는 19세기말 이래 미국에서 새롭게 발달해온 개념이다. 종래 미국에서도 언론에 의한 침해는 명예훼손 여부만이 문제되다가 나중에 연방대법원장이 된 워런(Sammuel D. Warren)과 역시 연방대법관이 되는 브랜다이스(Louis D. Brandeis)가 청년시절인 1890년 하버드 로스쿨의 Law Review에 기고한 ‘The Right to Privacy’라는 논문에서 당시 미국의 황색언론이 유명인사의 사생활을 폭로하는 기사를 자주 게재해도 종래의 명예훼손 법리만으로는 그 구제가 곤란한 경우가 많아 새로이 프라이버시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것이 최초다. 사실 이 논문은 당시 지역 신문이 워런의 딸 결혼 축하연 소식을 보도하면서 워런 부인의 사사로운 처신을 자세하게 다루고 초청 인사들의 명단까지 공개하자, 이를 불쾌하게 여긴 워런이 법적 대응을 위해 브랜다이스와 상의한 것이 동기가 되어 집필되었다고 한다.

    법률적 관점에서 프라이버시는 명예와 많은 점에서 차이가 있다. 명예는 ‘사람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의미하고 프라이버시는 ‘사람의 내적 비밀의 보호’를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명예훼손의 경우에는 사실의 진실성을 증명하면 면책될 가능성이 높지만 프라이버시는 진실을 보도했더라도 면책되지 않고 오히려 진실일수록 피해가 커진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프라이버시 침해가 대부분 명예를 훼손하게 되므로 실무상 차이 없이 운영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최근 프라이버시의 가치가 중요시되면서 점차 독립적으로 분화되는 추세에 있다.

    연예인의 비밀스러운 영역에 관한 보도(특이한 사적 습관, 이혼의 배경, 혼외정사 여부)는 사회적 비판 기능을 가진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나, 확실히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기삿거리들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대중의 호기심의 대상이라는 이유만으로 공적인 사안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연예인이라도 연예활동과 관계가 없는 이성관계는 원칙적으로 프라이버시의 영역에 속한다고 보는 것이다.

    단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는 인물의 경우에는 공적 관심사항으로 프라이버시에 대한 보도가 허용되는바 결국 이영애씨와 같은 유명 연예인의 결혼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주로 표현의 자유, 특히 ‘언론의 자유’와 충돌하는 지점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헌법은 제17조에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21조 제4항에서는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받아 형법 제316조, 제317조에는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평온을 보호하기 위하여 일정한 개인의 비밀을 침해하거나 누설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바, 이상을 종합해보면 사람은 자신의 사생활의 비밀에 관한 사항을 함부로 타인에게 공개당하지 않을 법적 이익을 가진다고 할 것이므로,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에 관한 사항을 부당하게 공개하는 것은 불법행위를 구성하게 된다는 것이 우리 판례의 태도다.

    공중의 정당한 관심사인가

    나아가 최근 제정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2005. 1. 27. 법률 제7370, 이하 언론중재법) 제5조 제1항은 “언론은 생명·자유·신체·건강·명예·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초상·성명·음성·대화·저작물 및 사적 문서, 그밖의 인격적 가치 등에 관한 권리(이하 ‘인격권’이라 한다)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여 학설과 판례에 의해 인정되던 ‘인격권’을 법률상 명문화하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도 그 인격권의 한 종류로서 명시하기에 이르렀다. 법률만 보면 사생활 침해는 어떤 경우에도 용납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민사상 문제되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그 의미가 아직까지 명확하다고 할 수 없고 현재 형성돼가는 단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영애 결혼과 公人의 사생활보호 논란

    가수 신해철씨는 자신의 결혼설을 보도한 매체에 대해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해 배상금을 받아 냈다. 이후 신씨는 보도된 내용 그대로 결혼했다.

    따라서 프라이버시의 보호와 언론의 자유가 충돌하는 지점을 명확히 하는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해결규범이나 원칙은 존재할 수 없고, 결국 구체적인 사례에서 이익형량을 통하여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언론행위의 적법·위법 여부를 가릴 수밖에 없다. 그러니 언론은 더욱 불안해진다. 명확한 한계가 없으니 더욱 우왕좌왕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이다.

    언론이 불안하게 되어 언론자유가 위축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적어도 사생활 침해에 관한 이익형량의 결과를 미리 예측할 수 있도록 그 기준을 구체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익형량의 기준과 관련한 대표적인 예가 우리 대법원이 판례를 통해 정립한 ‘공중의 정당한 관심사’다.

    대법원은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에 관한 사항은, 그것이 공공의 이해와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미국에서의 ‘legitimate concern to the public’ 개념에서 유래)이 되는 사항이 아닌 한 비밀로서 보호되어야”한다고 판시하여 ‘공중의 정당한 관심사’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사생활 침해에 해당하는 보도라 해도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했다. 또한 “본인의 승낙을 받고 승낙의 범위 내에서 그의 사생활에 관한 사항을 공개할 경우 이는 위법한 것이라 할 수 없다”고 판시해 사생활 침해의 위법성 조각 사유로서 ‘동의나 승낙’을 들고 있다.

    나아가 언론중재법은 아예 명문으로 인격권 침해 전반에 대한 위법성 조각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즉 위 법률 제5조 제2항은 ‘인격권의 침해가 사회상규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 안에서 피해자의 동의에 의하여 이루어지거나 또는 공적인 관심사에 대하여 중대한 공익상 필요에 의하여 부득이하게 이루어진 때에는 위법성이 조각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같은 조 제1항에 의하면 사생활 침해에도 적용됨이 명백하다.

    최근 우리 법원에서도 본격적으로 명예훼손과 구별된 사생활 침해를 인정하고 독자적인 법리 판단을 하는 판결례가 나오기 시작했다. 유명 연예인이 되기 전 성행위가 담긴 비디오테이프 내용 공개, 유명 방송인의 이혼 사유와 그 배경에 관한 보도, 결혼과 이혼 전력·결혼 생활·출산과 양육에 관한 사항 공개, 원고의 침실, 이혼과 관련된 내력 등의 공개, 유명 가수의 교제 및 결혼 소식 보도, 원고의 비밀에 속하는 편지의 내용, 나체사진의 공개, 누드모델로 활동하고 있다는 인터뷰 방영, 미혼 여성의 성적 체험 내용 공개, 사적인 경제활동과 관련된 사항의 보도, 구체적인 재산내역 공개 등에 관해 사생활 침해의 성립 여부가 문제되었던 것이다.

    위 사안들의 경우 법원은 과연 그러한 사실들이 ‘공중의 관심사’에 해당하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 불법성을 판단했다. 뉴스가 보도적, 교육적, 계몽적 가치를 지닌 경우라면 면책될 수 있겠지만 단순히 오락적 가치만을 가진 경우에는 당연히 공중의 정당한 관심사라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이 양자를 구별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정당한 공적 관심사인지 아닌지를 결정할 때는 결국 해당 시기의 관습이나 가치관을 참고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정당한 공적 관심사인지를 따질 때는 특히 공적 인물(public figure), 공적 기록(public record) 등이 그 인정 근거로 거론된다. 공적 인물의 경우에는 보호받는 사생활의 범위가 매우 좁고, 언론이 공적 기록에 담긴 내용을 보도하는 것은 그대로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다.

    비디오테이프 공개는 사생활 침해

    앞서 밝힌 여러 사안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공중의 정당한 관심사’인지를 판단하는 기준과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재판들이 참고가 될 수 있다.

    먼저 서울중앙지방법원 2000.10.11. 선고 99가합109817 판결을 보자. 피고는 원고와 후에 유명 연예인이 된 여자의 성행위가 담긴 비디오테이프의 내용을 몇 장의 테이프 장면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공인으로서 사생활 침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피고의 항변을 이런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연예인이 되기 전의) 원고를 공인이라고 할 수 없고, 설사 원고가 이 사건 비디오테이프를 통해서 공인이 되었다 하더라도 그를 통해 공적인 관심사로 된 것은 이 사건 비디오테이프를 찍었다는 사실 자체이지 이 사건 비디오테이프가 담고 있는 영상이나 음향의 내용은 아니다.”

    피고는 그 외에 비디오테이프에 담긴 내용은 이미 공지의 사실이 되었고, 촬영에 응한 원고가 추후 공개될지 모른다는 위험을 감수한 것이며 법익을 포기했거나 침해를 추인했다는 등의 항변을 했으나 모두 배척되었다.

    서울고등법원 2001.5.31. 선고 2000나11098(본소), 2000나11104(반소) 판결에서는 유명 방송인의 이혼 사유와 그 배경에 관한 사항을 보도해 사생활을 침해한 것이 공중의 정당한 관심사에 해당하는지에 관해 그 방송인을 공인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위법성을 인정했다.

    위법성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①보도 내용이 그의 혼인 중의 출생자가 그 배우자가 아닌 타인의 자녀라는 소문에 관한 것으로서 이는 남녀간의 성적교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통상의 가족관계나 혼인, 이혼에 관한 것에 비하여는 보호의 정도가 높은 영역에 속하는 점 ②명예와 깨끗한 이미지를 생명으로 하는 여성 방송인으로서 위와 같은 소문이 보도되는 경우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치명적인 불이익을 입는 반면 위와 같은 근거 없는 소문에 대한 공중의 관심이란 유명인에 대한 선정적인 호기심에 불과해 정당한 관심사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이다.

    한편 서울중앙지방법원 2001.12.19. 선고 2001가합8399 판결에서는 유명 가수의 교제 및 결혼 소식을 보도한 데 대하여 그 가수 및 상대방 여자가 허위의 사생활 사항 보도로 인한 프라이버시권 침해를 당했다는 점을 인정하였다.

    당시 법원은 위법성 판단의 일반론으로서 “공중의 정당한 관심사에 관한 언론보도라도 그 보도 내용은 진실한 것이어야 함이 원칙이고, 진실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언론기관이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라야 위법성이 조각되는 보도로서 언론의 자유의 범위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설시(說示)했다.

    그러면서 위 가수에 대한 관계에서는 ‘공중의 정당한 관심사에는 해당하나 그것이 진실이라거나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라고 볼 수 없어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고, 그 상대방 여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그 실명의 게재가 공중의 정당한 관심사에 해당하지 않아 역시 위법성이 조각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법원은 공인의 사적 사항에 관한 보도로서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언론이 진실 보도 의무를 저버렸다며 책임을 지운 것이다.

    연예인 결혼상대자는 공인 아니다

    이 판결은 이영애씨의 경우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법원은 위 가수의 경우 공적 인물로서 결혼 예정 사실이 일반인이 관심을 가질 만한 것이고 보도 내용에 다른 내밀한 영역의 사항이나 노출되어서는 안 될 사적인 비밀이 포함되어 있지 않고, 우리 사회에서 연예문화의 현황과 그 사회적, 문화적 영향력 등에 비추어 일부 사람의 흥미 내지 호기심의 대상이 되는 것에 불과하다고 치부해버리기는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그러나 연예인의 결혼 상대방으로 지목된 상대방 여자는 공적 인물이라고 볼 수 없고, 또한 두 사람이 결혼한다는 것이 허위사실이므로 결국 보도의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 사건의 당사자들은 판결이 확정된 이후 결혼해 많은 사람을 당혹하게 했다. 물론 사건을 계기로 두 사람의 사이가 급속히 발전할 수도 있었을 것이므로, 위 연예인이 작심하고 법원과 언론을 속였다고 판단하는 것은 섣부른 일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05.8.12. 선고 2004가합47227 판결은 원고의 결혼과 이혼 전력, 결혼 생활, 출산과 양육에 관한 사항을 공개한 사안에서, 사생활 침해의 위법성 판단에 관한 이익형량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즉 “사생활 공표의 위법성은 공표된 사생활이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항인지 여부(표현 목적의 공공성), 공표된 내용이 진실에 부합하는지 여부(표현 내용의 진실성), 사실을 왜곡하거나 주제와는 무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지 또는 주로 호기심에 호소하는 흥미 본위의 품위 없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아닌지 여부(표현 방법의 상당성) 등을 모두 종합하여 개별·구체적으로 판단함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공중의 정당한 관심사’와 함께 중요한 위법성 조각 사유가 되는 ‘동의’와 관련해서는 언론의 항변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판결례에 따르면, 성적 체험을 기사화함에 있어 그 내용들 중 일부에 관한 명시적인 동의를 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전체에 대한 포괄적인 동의라고 보기 어려우며, 일간 연예신문사 소속 기자임을 밝히면서 수차례에 걸쳐 이혼 사유 및 배경과 관련한 소문의 진위에 관해 질문했을 때 뉴스 앵커 및 기자로서 다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던 자가 전화취재에 응해 답변한 것만으로는 보도에 대한 동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해 엄격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결국 판례도 유명 연예인은 공인이고, 그의 사생활은 공중의 정당한 관심사에 해당할 경우가 많다는 점을 수긍하고 있다. 대법원은 “개인의 사적인 신상에 관한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가 관계하는 사회적 활동의 성질이나 이를 통하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의 정도 등의 여하에 따라서는 그 사회적 활동에 대한 비판 내지 평가의 한 자료가 될 수 있는 것”이라 하여 그 적시의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음을 밝혔다.

    하급심 판결 중에는 인기 여배우였던 윤모씨 관련 기사에 대한 사안에서 “원고는 1966년경부터 영화배우로 활동하여 왔으므로 공인으로서의 신분을 가지고 있었다고 할 수 있으나 위 기사 작성 당시에는 이미 영화계를 은퇴하여 프랑스에서 가정생활에 전념하고 있어 더 이상 공인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여, 한때는 공인이었던 이의 사생활이라도 시간의 경과에 따라 공중의 정당한 관심사에 해당할 수 없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해외토픽에 나올 희한한 일

    대중의 인기를 먹고사는 당대의 스타는 스타로서 누리는 혜택에 필적해 지나치지 않은 범위에서 대중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어야 하는 숙명을 갖고 있는지 모른다. 사생활 침해라는 개념은 정보화의 발전, 언론의 기능 및 형태의 다변화, 사회적 가치관이나 관습의 다양화 내지 변화에 따라 그 의미와 폭이 달라질 수 있고, 그 유형 또한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앞서 거론한 사생활 침해의 위법성 여부를 살피는 요건 또한 새로운 침해 유형의 등장에 따라 더욱 발전하고 변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실시간으로 정보가 유통되고 공개되는 현대 사회에서 스타의 결혼은 상대가 누구든 루머나 악플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것 또한 현실이다. 연예인의 처지에서는 너무 숨겨도 의혹을 사고, 공개한다고 해도 행복을 보장받을 수 없는 딜레마를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연예인을 포함한 모든 이에게 결혼은 성스럽고도 축복받아야 할 인생 최고의 순간이다. 공인이기에 따라붙는 유명세나 루머 등은 감내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 해도, 진실과 전혀 무관한 소문이 마구잡이로 퍼지는 것까지 감당할 수는 없다. 대중의 관심은 적정한 선에서 머물러야 하며, 이를 충족시키려는 언론의 노력 또한 진실에 기반을 둔 선의가 전제되어야만 한다.

    이영애씨의 신랑 ‘정씨’가 누구인지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언론이 있다. 그가 다른 사안으로도 뉴스메이커가 되었던 ‘유명 인사’이기에 공인에 해당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모두 다 말하고 모든 것을 알면서 지면을 통해 밝히지 못하고 있는 기자들의 현실은 해외토픽에라도 나올 법한 희한한 일이며, 한국 언론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항변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도 많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더라도 이영애씨의 결혼을 둘러싼 법률 문제에 대한 답변은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유명 연예인의 남편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그의 시시콜콜한 신상 정보가 공개될 수는 없다. 더구나 그 정보가 그에 대한 비난이나 망신을 염두에 둔 허위사실이라면 그것은 명백한 불법행위이며 범죄가 될 수도 있다. 공개된 정보가 진실이라 해도 공익과 무관하게 대중의 말초적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보도된 것이라면 역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축복받아 마땅한 결혼의 당사자인 남편의 이름을 공개하는 것까지는 위법하지 않다는 것이 필자를 포함해 필자의 자문에 응한 주위 법조인 다수의 견해다.

    위에서 설명한 장황한 이론과 기준에도 의견이 갈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영애씨와 그 남편, 언론엔 딱한 일이나 사안이 소송으로 비화되어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는 누구도 그 결론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판결이 확정된다 하여 불멸의 기준이 세워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만큼 우리네 삶과 생각, 우리가 사는 세상은 복잡다기하게 변화 발전하기 때문이다. 冬

    *이 글에서 인용한 판례와 학설은 상당부분 ‘언론의 사생활 침해에 있어서 위법성 요건’(김경환 저) , ‘언론중재’ 26권 1호(언론중재위원회, 2006). 및 ‘언론분쟁과 법’(윤재윤·함석천 저, 청림출판, 2005) 에 기재된 내용을 참조·인용했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