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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대운의 사나이 강희락 경찰청장

“운은 만들고, 때는 기다리는 것이다”

  • 이정훈│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

대운의 사나이 강희락 경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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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종말처리장

그리고 경기경찰청 수사과장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 경기도지사 후보를 뽑기 위한 민주당 경선에서 돈 봉투가 뿌려진 일이 발생했다. 그 사건을 수사하면서 그는 또다시 기자들과 관계를 맺었다. 이어 전국에서 가장 사건이 많다는 경기 부천중부서장이 되었다. 이런 곳에서는 경찰협력단체와 관계가 좋아야 한다. 그는 ‘가요반세기’ 실력으로 청소년선도위원회 같은 협력단체 관계자들을 휘어잡았다.

이어 본청 지능과장이 돼 1997년 대통령선거를 지켜봤다. 이 선거에서 김대중 후보가 당선되자 경찰에도 인사폭풍이 불었고 그는 경찰서 건제(建制) 1번인 서울 중부경찰서장이 됐다. 이때는 외환위기 후폭풍으로 실직한 사람들이 벌이는 시위가 많았다. 시위는 주로 종로서 관할인 대학로나 남대문서 관할인 서울역광장에서 시작돼 중부서 관할인 명동성당으로 옮겨가는 형태였다.

이들을 선도하는 종로서의 임무는 광교에서, 남대문서의 임무는 중앙우체국 앞에서 끝난다. 이곳까지 오면 두 경찰서 측은 “열어줘, 열어줘” 하면서 시위대가 명동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준다. 이를 경찰 세계에서는 인접 관할지역으로 ‘퍼준다’고 한다. 이렇게 명동으로 들어온 시위대는 시위가 끝날 때까지 농성을 거듭한다. 그래서 시위 문제와 관련해 중부서에 붙은 경찰 내의 별명이 ‘종말처리장’이다.

그는 거의 매일 진압복 차림으로 명동성당 건너편 골목길에 의자를 놓고 앉아 기동대장과 함께 시위를 지켜봤다. 이 지긋지긋한 임무를 그는 놀이로 견뎠다. 당시 중부서 출입기자들 사이에선 쌍용빌딩 근처에 있는 맥주집이 유명했는데, 일과가 끝나면 그는 그곳에서 취재하느라 하루 종일 뛰어다닌 기자들과 스트레스를 푸는 강력한 뒤풀이를 했다. 그리고 서울청 형사과장을 맡았다.



그는 형사기동대를 팀별로 나누고, 수사를 잘하는 팀에겐 수사비를 더 주겠다, 가장 잘한 직원은 베스트 형사로 선정한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경쟁이 붙으면서 서울청의 미제사건들이 잘 풀려나갔다. 강영권 경장은 아홉 번이나 베스트형사로 꼽히는 기적을 만들었다.

기자와 형사는 세상에서 가장 일을 많이 하는 직업군일 것이다. 이 때문에 이들 세계엔 독특한 동아리 의식과 직업정신이 있어 일반인은 접근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 그는 쉽게 뚫고 들어갔다. 이런 그를 이무영 청장이 불러들여 경찰의 ‘별’인 경무관으로 진급시키고 공보관을 맡겼다. 또다시 기자들과 격전을 치르게 된 것이다.

당시 주요 신문들은 저녁 7시쯤 가판을 내고 있었다. 이 가판을 보고 경찰 관련 내용 중에 잘못된 것이 있으면 언론사를 찾아가 바꾸게 하는 것이 그의 주임무였다. 다행히 주요 언론사 사회부장 중 고려대 출신이 많았다. 그는 특히 고려대 법대 동기인 육정수씨가 사회부장으로 있는 동아일보를 자주 찾아갔는데, 육 부장은 그를 가리켜 “우리 둘 중에 하나는 이 자리를 떠나야겠다”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그리고 떠난 것이 워싱턴 주재관이었는데 가자마자 9·11테러를 겪어 관련 정보를 본청으로 보내고, 최규선 게이트로 인해 미국으로 도피한 최성규 전 총경 사건도 정보보고를 하느라 뛰어다녔지만 그는 모처럼 만에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2년여 만에 돌아와 본청 정보심의관을 하다 치안감으로 진급해 본청 수사국장이 되었다. 전국의 경찰 수사를 지휘하는 자리에 오른 것이다.

제도 개선으로 조직을 살린다

수사국장 시절 그는 노건평씨 처남인 민경찬씨가 일으킨 사건과 연쇄살인범 유영철 사건, 수능 부정사건 등을 처리하며 특유의 순발력으로 대응했다. 그리고 대구청장으로 가 먼저 경북경찰청장으로 가 있던 김석기 치안감과 조우했다. 경북경찰청도 대구 시내에 있어 두 라이벌은 자주 만나 어울렸다. 얼마 후 부산경찰청장으로 이동했는데 부산의 주업인 관광을 육성하려면 치안이 잘되는 평화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운동을 벌였다.

2007년 그는 치안정감으로 경찰청 차장이 되면서 또 고비를 맞았다. 이택순 청장 이후 청장 자리를 노렸으나 노무현 정부는 어청수 서울경찰청장을 경찰청장에 임명했다. 그로서는 옷을 벗어야 하는 순간이었지만 노무현 정부는 그를 치안총감으로 진급시켜 해양경찰청장을 맡겼다. 그런데 그해 9월 목포해양경찰서가 불법어로를 하던 중국 어선을 단속하다 경찰 1명이 중국 선원이 휘두른 둔기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일을 계기로 그는 해경함정이 불법 조업어선을 잡기 위해 요원들을 태워 보내는 고무보트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고모보트가 딱딱해야 탁 차고 오르는데 그게 안 돼 상대 어선의 난간을 붙잡고 올라야 했다. 이때 선원들이 둔기로 난간을 잡은 손을 때리면 해경요원들은 바다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즉시 고무보트에 딱딱한 발판을 만들게 했다.

그리고 해경청장을 끝으로 마감할 줄 알았던 경찰생활이 어청수 처장의 후임자로 내정된 김석기 서울청장이 사퇴하면서 이어졌다. 그는 1년 만에 경찰청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촛불시위로 홍역을 치를 때 경찰은 기동대 버스를 일렬로 세워 시위대를 막는 ‘차벽(車壁)’을 설치했다. 그러나 버스는 방호막을 치지 않았기에 시위대가 부수고 불을 지를 수 있었다. 해경청장으로 이를 지켜본 그는 위로 감아올렸다가 내리는 차고의 ‘셔터’ 같은 것을 제작해 기동대 버스에 올리게 했다. 그리고 시위대가 오면 이를 내려 버스를 보호했다.

경찰의 업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수사와 정보다. 수사가 눈에 보이는 경찰의 업무라면 정보는 보이지 않지만 더 중요한 업무다. 경찰을 흔드는 일은 안팎에서 일어난다. 안에서는 내부 비리가, 밖에서는 언론이 주로 그 역할을 한다. 조직을 움직일 줄 아는 그는 경찰대 1기 출신 중 선두로 달려온 윤재옥 치안감을 정보국장에, 조길형 경무관을 내부조직을 살펴볼 감사관에, 김호윤 경무관을 언론을 담당할 대변인에 포진시켰다.

이들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이들이 잘 하기 때문에 맡긴 것이다. 그리고 참모들이 해주는 ‘쓴소리’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그의 이름을 반복해서 읽으면 ‘희희낙락’이 된다. 똑똑한 사람이 해주는 싫은 소리를 들을 수 있고, 그들을 경쟁시킬 수 있다면 그는 즐거운 조직을 이끌 수 있다. 강 청장은 사람을 붙잡을 줄 알았기에 운을 만들 수 있었고, 안 되면 포기하지 않고 기다렸기에 때를 만날 수 있었다. 그를 붙잡고 10년 대운을 물어보았다.

-경무관이 되려면 논두렁 정기라도 타고나야 한다는데 두 번 치안총감이 됐으니 강 청장은 어떤 줄기를 잡고 있는가.

“증조부모와 조부모 산소가 고향의 밭머리에 있는데 남들이 좋다고 한다. 그러나 그 산소는 내가 나기 전에 쓴 것이라 어떻게 할 수도 없다. 나는 호기심이 많아서 길을 가다가도 길 모르는 사람이 딴 사람에게 묻는 것을 들으면, 내가 나서서 가르쳐준다. 사시에 붙었다고 하지만 경찰에 왔을 땐 비빌 언덕이 하나도 없었다. 서울에 있는 지인이라고는 교사를 하는 숙부가 유일했다. 퇴로가 없었기에 남보다 좀 더 열심히 했고, 내 잘못으로 인해 욕을 먹지는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그것이 내가 잡은 줄기가 아니겠는가.”

10년 대운은 남아 있는가

▼ 앞으로 남은 10년 대운은 무엇인가.

“그런 게 진짜로 있겠나? 하지만 없어도 있다고 해야 직원들이 나를 믿고 따른다. 리더십의 9할은 ‘나를 따르라’고 이끄는 것인데, 나를 따라오면 일이 잘된다는 믿음이 있어야 따라올 게 아닌가. 아직도 10년 대운이 더 남았다고 믿고 열심히 하면 그런 운이 정말 찾아온다.”

수장과 조직은 불가분의 관계다. 청장이 편안하면 경찰이 편안하고, 경찰이 편안하면 나라가 편안해진다. 강 청장 취임 후 경찰은 쌍용차 사건, 두 차례의 전직 대통령 국민장, 국장 행사 등 큰일을 무리 없이 처리했다. 대운이 정말 그와 함께하는 것일까.

신동아 2009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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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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