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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재’ 나성엽 기자의 재미있는 자동차

하이브리드·전기자동차의 미래

“2011년 서울, 소리 없는 자동차의 습격이 시작된다”

  • 나성엽│동아일보 인터넷뉴스팀 기자 cpu@donga.com│

하이브리드·전기자동차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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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전기자동차의 미래

GM의 전기자동차 볼트

도요타, 뒷걸음치다 소 밟았다?

600개가 넘는 하이브리드 기술 특허를 도요타 한 회사가 갖고 있다는 의미는 크다. 경쟁사들이 하이브리드 차량을 만들기 위해서는 도요타에 돈을 내거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007 퀀텀 오브 솔러스’에 나온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의 첫 모델은 포드가 2005년 내놨다. 포드는 이 차를 만들기 위해 2004년 도요타와 기술협약을 맺어야 했다.

이 협약에 따라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기술특허 20여 개의 사용권을 포드의 유럽형 디젤엔진 제조 기술과 맞바꿨다. 도요타가 하이브리드 기술의 지존이 된 데는 경쟁사들이 하이브리드 기술을 등한시한 것도 한 원인이다. 경쟁사들이 파워와 속도, 크기, 럭셔리 경쟁을 벌이는 동안 도요타는 한편으로는 이 경쟁에서 승리하면서도 묵묵히 프리우스를 중심으로 하이브리드 기술 개발에 매달렸다.

하이브리드·전기자동차의 미래

르노의 전기자동차 플루언스

프리우스는 비싼 값 때문에 시장에서 외면받을 것이라는 게 자동차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었다. 또 미래의 자동차는 전기나 하이브리드가 아닌 수소를 태워서 엔진을 움직이는 수소연료 자동차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았다. 수소연료 자동차는 교통사고가 나면 도시 전체가 날아간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기술적으로 이는 의미없는 이야기가 됐다.

프리우스는 시판 직후 연간 세계 판매량이 5만대를 넘지 못했다. 2004년에 나온 2세대 프리우스도 잘 팔릴 때가 연간 10만대 수준이었다. 경쟁사들은 이 5만대, 10만대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특히 미국시장에서 프리우스를 사는 소비자는 연료비를 아껴서 비싼 차 값을 상쇄하겠다는 부류가 아니었다. 교육수준이 높은 중산층 이상 계층이 대부분이었으며 이들은 누가 봐도 하이브리드차임을 알아볼 수 있는 독특한 디자인의 프리우스를 타고 다니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꼈다.



‘나는 지구 환경 보호에 기꺼이 돈을 쓰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프리우스를 구입함으로써 증명하려고 했고, 주위 사람들도 프리우스 운전자들에게 존경의 시선을 보냈다.

도요타가 만든 첨단 하이브리드 차량 프리우스를 타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었을까. 한국이나 유럽과 다른 미국 시장의 특성을 보면 프리우스를 타는 게 대단한 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다고 소비자들이 벌벌 떠는 2009년 미국 휘발유 값이 L당 600원 수준이다. 에비앙 생수보다 싼 기름값. 또 픽업 트럭이나 SUV, 슈퍼카를 선호하는 미국인들은 큰 차체를 움직이는 6기통 8기통 12기통, 4000cc, 5000cc 차를 상대적으로 큰 부담 없이 몰고 다녔다.

휘발유 값이 싸기 때문에 연비가 좋지만 시끄럽고 덜덜거리는 경유차는 거들떠보지도 않은 나라가 미국이다. 이런 미국에 거주하는 소비자가 프리우스를 몰고 다니는 사실 자체가 주위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내연기관의 종말

연간 5만~10만 명의 소비자는 일종의 오피니언 리더로서 하이브리드 예찬론을 펼쳤다.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지구온난화에 가속이 붙어 더 이상 그들이 ‘환경을 생각하는 특별한 계층’이 아닌 시대가 되자 도요타는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도요타가 하이브리드로 히트하고 있는 지금,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대형차 대신 중형차를 내놓으면서 하는 발표 내용은 대략 이렇다.

“이번에 저희가 내놓은 차량은 4기통 엔진을 장착했습니다. 연비가 매우 높죠.”

도요타는 2020년부터 모든 모델에 대해 하이브리드 사양을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도요타의 이 같은 선언을 무시하고 지나칠 수 없는 이유는 하이브리드 기술에는 전기자동차 기술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제로 에미션(Zero Emission)’, 즉 배출 가스가 전혀 없는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동차 엔진룸에서 ‘엔진’을 없애야 한다고 앞서 얘기한 바 있다.

하이브리드 기술 특허는 결국 전기자동차 기술특허나 다름없다. 하이브리드의 사전적인 의미는 ‘잡종(雜種)’이다. 즉, 순혈이 아닌 두 개의 피가 섞였다는 뜻이다. 자동차 엔진룸에서 잡종이라는 것은 기름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엔진과 전기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전기 모터가 함께 존재한다는 의미다.

3L카, 연료 3L로 100㎞를 주행하는 내연기관을 인류는 결국 개발하지 못했다. 내연기관만으로 3L카 개발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기모터의 힘을 빌려 연료 소비량을 줄이는 방법, 즉 ‘이종교배(異種交配)’하는 편법으로 목표를 달성했다. 도요타 3세대 프리우스의 연비가 L당 38㎞. 이 정도 기술발전 속도라면 3L카뿐 아니라 2L카, 1L카도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

‘잡종 자동차’, 하이브리드 카는 이처럼 내연기관의 효율을 높이기보다는 전기모터에 일을 대신 맡기는 방식으로 연비를 높이기 때문에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기술은 전기자동차 기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작동 원리를 보면 이 대목이 쉽게 이해가 된다.

두 개의 다른 심장

소비자 입장에서 굳이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작동 원리를 이해할 필요는 없다. 그저 ‘기름 적게 먹는 새 자동차가 나왔구나, 나도 저 차를 사서 기름값을 좀 아껴야겠다’라고 생각하고 구입하면 그만이다.

또는 한국이 온실가스 의무 감축국이 됐을 때 ‘나한테 부여된 탄소배출권으로 보다 먼 거리를 다니기 위해서는 저 차를 사야겠구나’라고 생각하고 차를 사면 된다. 지금 하이브리드 카를 바라보는 시각은 1990년대 중반 인터넷을 보는 시각과 닮은 점이 있다.

요즘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어떻게 하는가. KT나 LG파워콤, SK브로드밴드에 전화해서 가입 신청하고, 설치 기사가 집에 와서 몇 분 만에 뚝딱 모뎀을 PC에 끼워준 다음에 고객은 그냥 PC 전원을 켜고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실행하면 된다.

하지만 PC통신이 주류였던 시절, 일종의 비주류로 탄생한 월드와이드웹(WWW), 다시 말해 인터넷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인터넷 전도사를 자청하고 인터넷을 아직 제대로 알지 못하는 ‘우매한 국민’들을 대상으로 인터넷을 대중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들의 얘기는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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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엽│동아일보 인터넷뉴스팀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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