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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길 대통령실장 令이 안 선다

기강해이 청와대 24시

  • 송국건│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정정길 대통령실장 令이 안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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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다 만일 언론플레이까지 일어난 게 사실이라면 청와대 입장에선 심각한 문제다. L 비서관이 거칠게 대응한 책임이 크지만 그렇다고 내부의 업무혼선으로 빚어진 일을 놓고 외부에 고자질하듯 발설한 것은 대통령과 청와대 조직에 누를 끼치는 일이다. 이번 폭언 사건은 최근 청와대가 각 비서관실에 공보담당자를 두기로 방침을 정한 배경 중 하나로 알려졌다. 공보담당자 신설은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성명까지 발표하면서 반대하는 사안이다.

또한 이번 사건은 청와대 조직의 고질적 문제인 정부관료 출신과 대선 공신들 간의 불신관계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는 의미도 있다. 청와대 참모진은 정부 부처에서 파견된 관료 그룹과 정치권 시민사회단체 언론계에 몸담았다 대선 캠프에서 일한 인연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공신그룹으로 나뉜다. 통상 집권 초기에는 구성 비율이 비슷하지만 임기 말로 갈수록 관료 출신이 많아진다.

관료그룹은 전문성이 떨어지는 공신그룹에 대해 불신을 갖게 마련이다. 반면, 공신그룹은 관료그룹의 정치력 부족을 비판한다. L 비서관은 공신그룹이고, 2008년 7월까지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을 지낸 임 비서관은 관료그룹에 속한다.

L 비서관 사건이 보도되자 이 대통령은 격노했다. 이 대통령은 10월12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 사건을 보고받고 “비서관이든 행정관이든 청와대 직원들의 불미스러운 행동은 대통령을 욕되게 하는 일”이라며 “위계질서를 어기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는 만큼 엄중하게 ‘행정적 징계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또 이 사건을 언론 보도 전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정정길 실장과 윤진식 실장을 질책하고 L 비서관을 직접 불러 불호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다음날에는 부처 장관들에게도 단단히 주의를 줬다.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공직자들은 섬기는 자세로 국민에게 봉사해야 한다. 장관부터 솔선수범해 임기가 만료될 때까지 철저히 섬김과 봉사의 정신으로 임해달라”고 당부한 것이다.



盧정권 때 들어온 사람?

정정길 대통령실장 令이 안 선다

정정길 대통령실장.

그러나 이후에도 기강해이 사례로 꼽힐 수 있는 일들이 이어졌다. 10월16일 청와대 직원의 성폭행 사건도 발생했다. 청와대 총무기획관실 소속 기능직 직원이 맞선에서 만난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것이다. 한 참모는 “그 직원의 경우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청와대로 들어와 허드렛일을 하던 사람으로 우리의 기강해이 차원에서 볼 일이 아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직원교육과 단속에 소홀히 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에 앞서 인사비서관실 소속 모 행정관은 9월29일 새벽 술에 취한 상태에서 택시기사와 시비를 벌여 경찰지구대까지 갔다. 기획재정부 소속으로 청와대에 파견 근무 중이던 이 행정관은 만취 상태에서 택시기사와 말싸움을 벌이다가 폭행을 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 사건 전날에도 정 실장은 “대통령 지지율이 오를수록 청와대 직원들이 겸손하고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심지어 청와대 내부 감찰을 이끄는 선임행정관이 운전 중 앞 차 운전자와 시비가 붙어 폭력을 행사한 일도 있었다.

정 실장은 11월12일 국회 운영위의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청와대 기강해이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자 조금 어색한 하소연을 했다. 그는 “굉장히 고통스러운 게 있다. 청와대에 근무하지 않았으면 아무 문제가 안 됐을 일들로, 사생활에서 일어난 조그만 잘못으로 파면되는 등 지나치고 과중한 문책을 당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청와대 참모들에게는 일반인보다는 높은 도덕성과 올바른 몸가짐이 요구되는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이란 지적이 없지 않다.

청와대 참모들이 업무를 수행하면서 권한을 과도하게 행사한 사례도 많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 파견됐던 국정기획수석실 산하 방송정보통신비서관실 P 행정관은 지난 7월 KT, SK, LG 등 통신 3사의 대외협력 담당 임원들을 청와대로 불러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에 250억원의 기금을 출연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샀다. 이 협회의 김인규 회장은 이 대통령의 언론특보 출신으로, KBS의 차기 사장 물망에 올랐던 인물이다. 청와대 행정관이 대통령의 측근인사 출신이 이끄는 이익단체를 위해 민간기업을 압박한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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