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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길 대통령실장 令이 안 선다

기강해이 청와대 24시

  • 송국건│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정정길 대통령실장 令이 안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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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기획수석실은 “해당 행정관이 IP-TV 진흥 방안을 놓고 회의를 주재하다가 기금출연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하는 협회 측과 통신사 사이에서 중재를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행정관이 개입할 문제는 아니었다. 연초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은 “용산 참사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강호순 연쇄살인사건’을 활용하라”는 e메일을 경찰청에 보내기도 했다.

청와대의 기강해이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은 지난 3월 발생한 행정관의 ‘성 접대’ 파문이었다. 당시 국정기획수석실 행정관 두 사람이 서울 신촌 한 룸살롱에서 케이블 업체 관계자로부터 술 접대를 받은 후 2차로 성매매를 하려다 경찰에 적발되어 망신을 당했다.

청와대는 이처럼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자 전 직원을 상대로 ‘100일 감찰’을 실시했다. 배건기 선임행정관을 팀장으로 하는 감사팀은 외부 사정기관의 협조를 받아 400여 명에 달하는 청와대 직원을 샅샅이 캤다. 일탈행위가 의심되는 일부 참모에 대해선 미행을 실시했다는 소문까지 나돌 정도였다. 당시 청와대의 내부 기강잡기는 공직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관가의 암행어사’로 불리는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주도해 고위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직무사정과 감찰을 실시하는 바람에 공직사회가 벌벌 떨었다.

100일 감찰의 약발

그러나 100일 감찰에서 눈에 띄는 결과물은 거의 없었다. 몇몇 행정관이 적발돼 그 직후에 단행된 대통령실 인사에서 다른 기관으로 옮기거나 청와대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일정 기간 청와대에는 냉기가 감돌았다. 참모들이 몸조심하는 모습도 역력했다. 가능한 한 외부 기관과의 접촉을 끊고 술자리도 줄였다. 식사 자리에서도 주로 말을 하지 않고 듣기만 했다. 그러나 100일 감찰의 약발이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고 한다.



청와대 조직이 느슨해진 징후는 여럿 있다. 연말연시 인사를 앞두고 일부 부서에서는 동료들끼리 권력 실세에게 경쟁적으로 ‘인사로비’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사가 매긴 인사고과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하급자들도 있다고 한다. 어떤 참모들은 업무에 매달리기보다는 외부 기관으로의 이적이나 내년 6월 지방선거 출마에 관심을 갖고 여기저기 줄을 대기 위해 기웃거린다는 소문도 나돈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바닥을 친 뒤 올라가면서 현 정권은 집권안정기에 접어들었다. 그럼에도 청와대에서 기강해이 사례가 자주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먼저 구조적 측면이다. 청와대는 공직사회는 물론 민간기업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권력남용과 돈의 유혹에 노출되기 쉽다. 과거 정권에서도 청와대가 연루된 권력형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 노무현 정권 때도 마찬가지였다.

노무현 정권 초반 청와대 비서실 직원 가족이 소방헬기를 타고 새만금을 시찰해 물의를 빚었다. 노 대통령이 미국에서 상황실에 건 전화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전속사진사는 국정원 간부 전원의 얼굴이 찍힌 사진을 인터넷 신문에 넘겨줬다. 2006년 3월17일 홍보수석실 행정관이 아내를 살해한 전무후무한 사건이 터져 청와대가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당시 청와대는 ‘일벌백계’를 천명하며 기강잡기에 나섰지만 이후에도 음주운전이나 폭행사건이 이어졌다. 골프금지령 속에서 골프를 치다 들통 나기도 했다. 특히 노무현 정권 땐 기밀 문건이 외부로 새 나가는 기강해이 사건이 잇따랐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고서를 외부에 유출한 행정관이 있었는가 하면, 외교안보 기밀사항이 민주노동당 의원에게 넘어가기도 했다.

“실업자 만들란 말이냐”

이명박 정권 들어선 이런 구조적인 문제와는 다른 특성 때문에 청와대에서 사고가 빈발한다는 견해도 있다. 먼저 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다. 이 대통령은 현대건설 CEO 때와 서울시장 시절부터 사람을 한번 쓰면 웬만해선 내치지 않고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개각이나 청와대 개편이 다른 정권에 비해 뜸한 것도 이런 인사 스타일과 무관하지 않다.

L 비서관 폭언 사건이 터졌을 때 이 대통령은 크게 화를 내면서도 “엄중하게 행정적 징계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행정적 징계’를 언급한 것은 청와대를 떠날 정도의 중징계를 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L 비서관은 ‘경고’만 받았다.

말썽을 일으킨 다른 참모들에 대한 징계도 비교적 가벼웠다. 민주당 우윤근 의원은 청와대 기강해이 사건의 원인을 “제 식구 감싸기식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진단했다. 우 의원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경호처 소속 박모 경무관의 회식자리 여성경호원 성추행 사건 이후 청와대 직원들의 공직기강 해이에 따른 징계 조치가 수차 있었으나 ‘원대복귀’ 또는 ‘서면경고’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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