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호

한국관광공사 이 참 사장

외국인 관광객 1000만 ‘관광대국’ 연다

  • 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10-01-06 16: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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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 만에 관광수지 흑자
    • 외국인 관광객 700만 돌파
    • 스토리텔링으로 관광지 고급화
    한국관광공사 이 참 사장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이상백 전 미국 벡텔사 부사장은 일전에 기자에게 “한국과 프랑스의 유사점과 차이점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잘 모르겠다”고 하자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삼성, LG, 현대기아자동차가 있는 한국은 제조업에선 프랑스와 대등해졌다. 그런데 프랑스는 관광 등 3차 서비스산업에서 한국을 압도한다. 한국과 같은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안팎의 국가가 3만달러, 4만달러 국가가 되려면 제조업만으로는 안 된다. 관광산업의 발전이 필요하다.”

    한국은 국가 경제규모에선 세계 10위권이지만 관광산업은 이보다 크게 뒤처져 있다. “한국에는 외국인들이 가볼 만한 데가 없다”는 게 통념이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하는 관광경쟁력 보고서(The Travel · Tourism Competitive Report)에 따르면 2007년 한국의 관광경쟁력은 42위에 그쳤다. 매년 유학이나 여행 목적으로 많은 내국인이 해외로 나갔지만 한국을 찾는 외국인의 수는 이보다 적었다. 2000년 이후 관광수지는 줄곧 적자상태였다.

    그러나 2009년 한국 관광산업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관광수지가 10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1~9월 3.2억 달러 흑자를 낸 것. 이는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한 때문이다. 연간 외래 관광객 수는 처음으로 700만명을 돌파했다. 일본인 275만명(39.3%), 중국인 122만명(17.4%), 미국인 55만명(7.9%) 순이었다. 2009년 연말까지 외래 관광객은 780만명에 달할것으로 추정됐다. 2005년 600만명을 넘어선 지 4년 만이며 1994년 350만명에서 15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일각에선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보기도 한다. 물론 ‘환율 효과’를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상당수 관광업계 관계자는 한국 관광산업의 체질이 튼튼해진 결과라고 분석한다. 이는 세계경제포럼의 관광경쟁력 보고서에서 2009년 한국의 관광경쟁력이 2007년에 견주어 11계단 올라선 것(31위)에서도 잘 나타난다.



    한국관광공사는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컨트롤타워에 해당하는 공기업이다. 사업영역은 한국관광 해외홍보, 외국인 관광객 유치, 국내관광 활성화, 남북한 관광교류, 관광자원 개발, 면세점 운영 등이다. 2009년 7월 취임한 이참 사장은 TV출연을 통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독일 기업인 출신으로, 한국에 귀화해 공기업 사장이 된 첫 사례다.

    한국관광공사는 관광수지 흑자전환, 외래 관광객 700만 돌파의 주역으로 최근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는 2009년 8월 아시아태평양관광협회(PATA)에 의해 ‘글로벌 통합마케팅 캠페인 최우수 마케팅’으로 선정됐다. 9월엔 ‘TTG 트래블 어워드’에서 특별상인 ‘올해의 목적지’상을 수상했다. 10월엔 MICE 전문박람회인 ‘IT·CMA 2009’에서 ‘프로모션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중국의 ‘2009 Voyage Travel Brand Annual Award’에선 ‘사회공헌활동 최우수상’을 획득했다. 세계관광기구(UNWTO)는 2009년 아태지역보고서에서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한국이 가장 적극적으로 관광활동을 전개했다”고 밝혔다.

    개혁의 화두는 ‘낭만’

    이참 사장은 취임 후 한국 관광산업 개혁의 화두로 ‘낭만’을 제시했다. 관광은 외형적으로는 보고, 듣고, 먹고, 즐기고, 자고, 이동하는 일이다. 그러나 이참 사장의 말대로 관광이란 본질적으로는 ‘낭만을 소비하는 상품’인지 모른다.

    대다수 사람은 일상생활의 대부분을 생계활동에 바친다. 그 외엔 재생산을 위해 필요한 수면, 식사, TV시청, 여가 등으로 보낸다. 그러나 사람은 이런 일상에서 벗어나 낭만적인 곳에서 낭만적인 경험을 갖기를 원한다. 여행을 떠나는 것은 그 자체로 낭만을 추구하는 행위다. 한 대중가요의 가사처럼 ‘먼 곳은 멀다는 것만으로 아름다운 법’이다.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서울의 낯선 환경은 ‘설렘’으로 다가올 것이다. 서울에서 경험한 것의 총체가 ‘낭만적인 여행’으로 여행객의 가슴속에 남겨진다면 이 여행은 본래의 목적을 성취한 성공한 여행이 된다. 이참 사장은 한국 관광산업이 낭만을 충분히 채워줄 수 있을 때 비로소 경쟁력을 갖는다고 했다.

    ▼ 사장께선 한·독상공회의소 이사를 역임한 것으로 아는데 관광산업이 갖는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관광산업은 경제적 파급효과가 높은 고부가가치 산업입니다. 타산업의 동반성장을 유도하고 고용효과도 높습니다. 실제로 관광산업의 일자리 창출효과는 일반 제조업의 2배, IT산업의 5배에 달해요. 그렇기에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관광산업의 최대 수혜자는 지역사회의 중산층과 저소득층이라고 할 수 있죠.”

    한국관광공사 이 참 사장

    한국관광공사의 이참 사장(왼쪽)과 이준기 명예홍보대사.

    ▼ 2009년 외래 관광객 수가 780만명이라고 하는데 관광수입은 어느 정도 될까요.

    “93억달러 달성이 예상되고 있어요.”

    ▼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난 건 이례적인 일로 봐야 하는가요.

    “세계 경제위기, 신종 플루의 영향으로 세계적으로 관광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세계관광기구는 2009년 전세계 관광객 수가 2008년 대비 5% 격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일본, 중국을 포함해 아시아 여러 나라도 관광객 입국자 수가 두 자릿수로 감소했고 고전을 면치 못했어요.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만 2008년 대비 14% 성장을 거둔 거죠.”

    ▼ 그 요인이 무엇이라고 보나요?

    “세계경제포럼의 관광경쟁력 평가항목 중 인적·문화적·자연적 자원 부문이 있어요. 여기서 한국은 73위(2007년)에서 26위(2009년)로 무려 47단계나 상승했어요. 우리나라 관광자원이 풍부해지고 있다는 좋은 징조죠. 자연적 관광자원은 늘어나는 데 한계가 있게 마련입니다. 저희가 전통문화나 한류를 활용한 인적·문화적 관광자원을 늘리려고 노력했는데 이점이 주효했다고 봐요.”

    로렐라이 언덕과 남이섬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고궁 관람, 도심 관광, 쇼핑 외에 템플스테이, 태권도 체험, 미용 서비스, 의료 서비스, 한류 연계 관람, 난타공연 관람 등 문화체험의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참 사장은 관광산업 진흥을 위한 내부혁신에 박차를 가했다고 했다. 이러한 점을 인정받아 한국관광공사는 2009년 지속가능경영대상 최우수상(지식경제부), 로하스 경영대상 우수상(환경재단),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관광부문 LACP 은상(미국 커뮤니케이션연맹)을 수상했다.

    한국관광공사의 혁신 사례 중 눈에 띄는 건 ‘CHARM프로젝트’다. 창의적이고 순발력 있는 시스템의 도입과 핵심 관광사업의 발굴이 목표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관광공사 측이 제안해 추진하는 것이 ‘스토리텔링’이다. ‘스토리’가 곧 ‘매력(CHARM)’이라는 의미다.

    ▼ 스토리텔링이란 무슨 의미인지

    “3S를 관광상품에 접목하자는 거죠. 우리나라가 세계적 관광대국이 되기 위해 필요한 일입니다. 즉, 관광지는 좋은 스토리(story)가 있어야 하고 현장감 있는 스펙터클(spectacle)을 주어야 하며 관광객이 공감하는 센세이션(sensation·화제와 감동)을 일으켜야 해요.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은 3S를 모두 담고 있는, 관광지와 관광객 간의 ‘이야기하기’죠.”

    ▼ 예를 들어 설명한다면….

    “독일의 라인 강 ‘로렐라이 언덕’에 ‘로렐라이의 전설’이라는 스토리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많은 사람이 그곳을 알게 되고 가보고 싶다는 느낌을 갖게 됐을까요? 실제로 그 언덕에는 특별한 것이 없어 실망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은 그곳에 직접 가보고 싶어합니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인어상은 그저 하나의 동상일 뿐이지만 그 안에는 안데르센의 동화에 얽힌 이야기가 깃들어 있죠. 그래서 많은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 명소가 된 거죠.”

    한국관광공사 이 참 사장

    2009년 10월15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가 주한외교관 부부 166명과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등과 함께 한식의 세계화를 설명하면서 막걸리 칵테일을 마시고 있다.

    ▼ 우리나라에서 스토리텔링을 잘 구현한 관광지가 있다면….

    “대표적인 사례가 강원도 남이섬입니다. TV드라마 ‘겨울연가’의 두 주인공이 아름다운 사랑을 나눴던 장소죠. 드라마 스토리의 실제 현장이라는 점에 힘입어 일본인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아요. 남이섬 측은 섬 전체에 걸쳐 겨울연가를 상상할 수 있는 볼거리들을 설치해 보여주고 있어요. 여행객들이 섬을 거닐며 드라마의 낭만에 젖어들도록 공간배치를 한 것이지요.”

    이참 사장에 따르면 관광지는 스토리를 갖고 있을 때 비로소 관광객에게 낭만, 추억, 만족을 준다. 관광이란 결국 ‘스토리’와 ‘현장’의 연결이다. 현장에 도착해 서 있다는 것 자체가 그 스토리 속에 들어가도록 만든다. 그 이야기의 분위기를 실제의 것으로 체감하게 된다.

    스토리가 반드시 ‘전설’이나 ‘역사’일 필요는 없다. ‘남대문 재래시장’도 스토리를 가질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유명성’이다. 널리 알려진 스토리일수록 그 스토리의 현장에 섰을 때 만족감은 더 크다. 관광산업에선 관광지와 연관된 스토리의 ‘내용’ 뿐 아니라 ‘스토리를 얼마나 널리 전파시키느냐’는 문제도 중요하다.

    이참 사장은 “‘꼭 가봐야 할 나라’라는 한국관광의 당위성을 구축하기 위해 세련되고 참신한 스토리텔링을 개발하는 데 더욱 노력하겠다”면서 “의료관광 등 융·복합 첨단관광산업을 활성화하고 굿스테이, 베니키아와 같은 중저가 숙박사업을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관광공사 이 참 사장
    세계 20위권 진입 목표

    ▼ 2009년 780만명의 외래 관광객이 한국을 찾았다고는 하지만 연간 1700만명의 홍콩이나 1200만명의 싱가포르에는 상당히 못 미치는데….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은 ‘한국방문의 해’입니다. 저희는 이 기간 내 연간 외래 관광객 1000만명 유치, 관광수입 130억달러 달성을 목표로 잡아두고 있어요. 이 목표를 성취하면 관광수지 적자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고 한국의 관광경쟁력은 세계 20위권으로 진입하게 됩니다.”

    ▼ 향후 3년간 다양한 국제행사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되죠?

    “G20 정상회의, 여수엑스포, 대구육상선수권대회, UN-WTO총회 등 대형 이벤트와 국제회의가 열립니다. 더 많은 외국인이 이런 행사에 참여하도록 할 예정이에요. 세계 언론이 한국에 주목하는 기회를 활용해 한국 관광지를 알리는 노력도 병행할 거고요. 2010년엔 일본, 중국, 동남아지역에 관광객 유치 판촉단을 파견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한류 축제, 부산국제영화제 등 특별이벤트 참가상품을 개발하고 있어요.”

    세계적으로 ‘도시 중심’의 관광이 보편화하고 있다. 국내 도시 중 서울은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국제관광지로서 서울의 경쟁력은 한국 관광산업의 글로벌 경쟁력과 직결된다. 이와 관련해 이참 사장은 “아시아에서 가장 현대화된 공간인 강남권을 서울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중점 개발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강남, 새 관광명소로 개발”

    ▼ 서울의 경우 5대 궁(宮)과 명동 등 도심권에 외국인 관광객이 집중되고 있는데요. 그러나 최근엔 외국인 관광객의 서울 재방문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들은 ‘서울의 또 다른 모습’을 보고 싶어할 것 같은데….

    “서울 강남권은 이들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대안이 되기에 충분해요. 강남권은 도심권과는 다른 특별한 매력이 있잖아요. 고급스러운 호텔, 전시컨벤션, 미용성형병원, 쇼핑매장, 음식점, 문화예술시설이 몰려 있고 아시아의 유행을 선도하죠. 사실 ‘한류문화’의 본거지라 할 만하죠. 강남권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부가가치 높은 관광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예정이에요.”

    ▼ 외국인들은 강남을 잘 알지 못하는데요.

    “다양한 해외홍보, 마케팅으로 ‘관광명소 강남’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계획입니다. 강남권이 서울관광의 필수코스가 되도록 하려고 해요. 저희는 2009년 JALPAK, JTB 등 일본 대형 여행사와 공동으로 강북-강남을 잇는 셔틀버스 운행을 추진한 바 있습니다.”

    최근 한 중국 연예인이 한국에서 성형 수술한 사실을 밝혀 중국에서 화제가 됐다.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의료관광의 활성화는 국가적 과제 중 하나다. 의료관광은 진료와 관광을 함께 하게 돼 관광객 1인당 부가가치가 매우 높다. 이명박 정부는 의료관광에 대한 육성의지를 밝혀왔다. 2009년 5월엔 해외환자 유치, 알선을 허용했다. 이참 사장은 “우리나라는 의료진과 시설, 서비스의 수준이 우수한 편이고 가격 경쟁력이 있다. 의료관광 상품화, 해외 홍보마케팅 강화, 환자 수용여건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 주로 어느 나라에서 환자를 유치했나요.

    “일본, 중국, 극동러시아를 타깃시장으로 설정했죠. 나라별로 유치 분야를 차별화해 해외로드쇼와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했습니다. 의료관광 전문 알선업체의 팸 투어, 해외 관계자 초청을 통해 한국 의료서비스의 이미지를 높였어요. 국내 의료기관, 전문여행사와 공동으로 의료관광 상품 마케팅도 추진했고요. 인천국제공항엔 ‘의료관광 원 스톱 서비스센터’를 설치해 운영하는데 하루 300여 건의 문의가 들어옵니다.”

    ▼ 한국을 방문한 해외 의료관광객 수가 실제로 늘었나요.

    “괄목할 만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죠. 지난 1월 의료관광비자제 도입 이후 해외 의료관광객의 한국 방문이 크게 늘고 있어요. 2007년 1만6000여 명이던 것이 2009년 5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2013년까지 ‘연간 20만명 의료관광객 유치’가 저희 목표예요.”

    중국인이 몰려온다

    ▼ 부산, 인천, 제주, 경주에 적합한 외국인 관광객 유치전략은 있나요.

    “이들 도시는 서울 다음으로 외국인이 많이 찾는 곳입니다. 이들 도시가 국제적 관광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선 특색을 잘 살려 홍보해야 해요. 현재까지는 잘 다듬지 못하고 있어요. 차별화된, 세련된 스토리텔링으로 포장해 제공할 생각입니다. 아울러 수도권이나 국제공항과 잘 연계된 교통, 숙박 인프라를 갖춰야 해요. 제주의 경우 성수기에는 숙박시설이나 교통편 부족으로 여행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죠. 저희는 서울 이외 도시에 대한 해외 홍보를 강화할 예정입니다.”

    ▼ 제주 올레 관광이 요즘 뜨고 있다죠.

    “그런 이름 없는 시골이 좋은 관광지가 될 수 있다는 건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녹색관광, 웰빙관광, 전통체험 관광, 공연문화 관광이 각광받을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 국내 상당수 지역에선 관광산업이 발달해 있지 않은데….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앞서 내국인들이 찾고 싶은 곳이 되도록 정비하고 홍보해야 한다고 봐요. 관광산업은 어느 나라에서나 일차적으로 국내 고객을 상대로 하는 산업입니다. 내국인에게 좋은 관광지는 외국인도 반합니다. 일본은 호텔객실 수가 90만실인데 우리나라는 10분의 1도 안 되는 6만9000실에 불과하죠. 또한 우리나라의 호텔은 너무 비싸요. 저렴한 곳은 서비스에 문제가 있고. 이는 국내 관광수요가 적고 지속적이지 않다는 방증입니다.”

    정부는 2009년 11월20일 불법체류 우려가 적은 중국 관광객에 대해선 30일간 무비자 한국여행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이참 사장은 한국 관광산업에 새로운 전기가 되리라고 본다.

    ▼ 중국인 해외여행객이 늘어나면 아무래도 중국의 인구밀집지역인 동부 연안에서 가까운 한국이 수혜지가 되지 않을까요.

    “현재 중국 관광객은 일본 관광객 다음으로 한국을 많이 찾고 있습니다. 비자제도가 간소화되면 중국인 관광객이 급격히 늘 것으로 봐요. 2015년 중국인 해외여행객이 1억명에 달한다고 하는데 이 중 10%인 1000만명만 우리나라로 끌어와도 우리나라 관광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죠(2008년 중국인 해외관광객 4500만명 중 2.6%에 불과한 117만명만이 한국에 입국했다. 비자 문제가 걸림돌이었다).”

    ▼ 우리나라는 외국인 1000만명에게 관광 서비스를 제공할 만한 여력이 있나요.

    “이에 대비한 예약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죠. 관광통역안내원을 육성하고 숙박시설을 확충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어요. 중고가(中高價) 관광 상품 개발로 한국관광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어요.”

    한국관광공사 이 참 사장

    서울 광화문 일대 전경. 청와대, 고궁, 북악산, 광장, 현대식 건물이 어우러진 국가 상징 거리이자 서울의 관광 명소가 되고 있다.

    “카지노 파급효과 크다”

    ▼ 마카오의 카지노 산업은 미국 라스베이거스보다 더 커졌다고 합니다. 사행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카지노는 중국 관광객 등 해외관광객 유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 같은데요.

    “우리나라의 외국인 대상 카지노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중요한 인프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카지노를 등한시하던 일본이나 싱가포르조차 앞 다투어 카지노 산업을 도입하는 추세예요. 대규모 카지노 리조트 건설 등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죠. 이는 카지노 산업이 경제적으로 엄청난 파급효과를 갖고 있다는 점을 인식했기 때문입니다. 경쟁국들과 달리 국내에서는 카지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편견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 카지노는 사행성 사업이라는 시각이 있죠.

    “부작용 방지장치를 두는 가운데 카지노가 외국인 관광객들의 건전한 놀이문화로 자리 잡도록 해야 해요. 카지노는 외래객 유치와 관광산업 성장에 한몫할 수 있다고 봅니다.”

    ▼ 일본인 관광객 다수가 사망한 부산화재참사에도 불구하고 일본인 관광객 입국은 오히려 늘어났는데….

    “부산화재참사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겁니다. 이런 악재에도 불구하고 일본인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는 건 ‘한국은 안전하고 매력적인 나라’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봐요. 한국 관광상품의 가격경쟁력 향상, 다양한 고부가가치 상품 등장, 적극적인 홍보마케팅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죠. 근거리 시장을 중심으로 한 저희의 공격적 해외 마케팅에 대해선 이미 세계가 인정하고 있습니다. 관광 대국일수록 역내 관광이 활발합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미래는 밝다고 봐요.”

    한국 문화의 매력은?

    독일 태생인 이참 사장은 1978년 독일의 한 문화재단에서 근무하던 중 국제학술대회 준비차 한국을 방문했다. 이후 ‘한국의 잠재력, 역동성, 매력에 흠뻑 빠져’ 한국인 여성과 결혼하고 귀화했다고 한다. MBC 드라마 ‘제5공화국’(2005년) 등 네 편의 TV드라마에 출연했으며 2005년 ‘제31회 백상예술대상 인기상’을 받기도 했다. 그가 한국 문화에서 가장 주목한 대목은 “불교, 유교, 천주교, 기독교, 민족종교가 다양하게 발전하면서도 서로 간에 알력이나 다툼 없이 조화롭게 각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전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일이라고 한다. 이러한 다양성과 조화의 전통은 우리나라 문화관광 콘텐츠가 갖는 커다란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한국관광공사 이 참 사장

    강원도 남이섬.

    ▼ 1986년 귀화하면서 ‘한국을 돕겠다’는 의미로 이름을 ‘이한우’로 지은 것으로 아는데….

    “‘한국 사회에 참여한다’는 뜻을 담아 2001년 ‘이참’으로 개명했어요.”

    ▼ 현 정부의 관광정책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요.

    “이 대통령은 2008년부터 대통령 주재 ‘관광산업경쟁력강화회의’를 잇따라 열어 비자 문제, 세제개선 등 181건의 제도개선을 이끌어냈어요. 관광산업 육성에 가장 적극성을 보이는 지도자 중 한 명으로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발표한 ‘한국관광 3배 늘리기’ 프로젝트는 우리나라 관광의 품격을 업그레이드하는 중요한 정책적 뒷받침이에요.”

    ▼ 보통의 한국인과는 다른 모습이어서 사장직을 수행하는 데 불편하지는 않은지요.

    “얼마 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 총회가 있었어요. 내가 한국대표로 연설하자 다른 나라 대표들 중에 의아해하거나 놀라움을 표시하는 분이 많았어요. 그래서 ‘한국의 발전된 성형수술 덕분에 미남이 되었다’고 농담을 했죠. 이 행사에서 ‘2011년 유엔세계관광기구 총회 한국 유치’를 이끌어내어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성형기술이 좋아서…”

    ▼ 한국관광공사 직원들은 2010년부터 ‘휴가 2주일 쓰기’ 운동을 한다면서요.

    “보통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여름철 일주일 휴가를 다녀오잖아요. 그런데 사실 여름휴가를 2주일로 하면 국가적으로는 최대 34만5000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는 효과가 있어요. 휴가 2주일 쓰기를 사회적으로 확산하고자 저희가 먼저 실천해 보는 겁니다.”

    ▼ 2009년에 이어 2010년에도 ‘빨간 날’이 토·일요일과 겹치는 경우가 있어 달력을 보면 좀 우울하기는 한데….

    “휴가는 단순히 아무 일도 않고 노는 게 아니라 재충전의 시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생산적인 활동입니다. 세계적 관광대국이 되기 위해선 먼저 내수시장이 커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수요를 늘려야 하죠. 수요를 늘리기 위해 시간을 주자는 거죠. 많은 사람이 자연경관이 좋은 국내 관광지에 오래 머무르며 휴가를 즐기게 되면 관광 인프라의 질적 수준이나 가격경쟁력이 자연스럽게 더 좋아지죠. 지역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되고요. 다른 공기업이나 기업체도 ‘휴가 2주일 쓰기’에 적극 동조해주기를 기대합니다.”

    ‘최대 34만개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근거에 대해선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만 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는 2463만명이고, 국내여행의 하루평균 비용은 3만8519원입니다. 일주일 휴가를 모두 국내 여행으로 사용한다면 6조6410억원의 지역내총생산(GRDP)이 추가로 발생하고 이는 최대 34만5335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로 이어집니다. 일주일 휴가 중 하루만 국내 여행에 사용해도 4만9333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깁니다.”

    ‘성장제일주의’에서 ‘스토리’로

    2002년 1월부터 3월까지 KBS 2TV에서 방영된 드라마 ‘겨울연가’의 제작진은 이 드라마가 한류의 ‘킬러 콘텐츠(killer content)’가 되리라고는 예상하지 않았다. 더구나 드라마를 본 외국인 시청자들이 촬영지인 강원도 남이섬에까지 몰려올 것으로는 상상도 못했다. 남이섬이 국제적 관광지가 된 것은 일종의 운이었다. ‘비의도적 스토리텔링’ 효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사전기획’에 의해, ‘고의’로 특정지역에 스토리텔링이 부여된다. 서울시는 2008년 무라카미 류(일본), 장이머우(중국), 아누차이(태국), 조지 윈스턴(미국) 등 문화예술계 거장들을 모델로 출연시켜 서울의 명소에 대해 이야기하는 도시홍보 TV광고를 제작했다. 이 광고물은 해당 모델의 모국에서 반복적으로 방영됐다. ‘서울에 의도적으로 스토리를 입히는’ 이러한 작업은 효과가 있었다. AC닐슨의 일본, 중국, 태국 국민 대상 여론조사에 따르면 2008년 이들 광고 방영 후 서울은 ‘가장 가보고 싶은 도시’ 1위에 올랐다.

    서울시는 2009년 11월 광화문 일대를 한나절 동안이나 통제하면서 KBS 2TV의 드라마 ‘아이리스’의 광화문 총격장면 촬영에 협조했다. ‘드라마를 통한 광화문 스토리텔링’이 드라마의 기획-제작단계에서부터 치밀하게 계획돼 실행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관광공사의 ‘스토리텔링 중심의 관광산업 개혁’과 맥이 닿아 있다.

    이참 사장은 한국에 필요한 것은 ‘낭만’과 ‘매력(CHARM)’이라고 말한다. 관광산업의 부흥은 더 이상 ‘성인오락실의 범람’ 차원이 아니다. ‘성장제일주의’가 지배해온 국토에 스토리, 낭만, 추억, 정, 자연이 스며들게 하는 일이다. 이때 관광산업은 산업의 차원을 넘어 ‘인간성의 회복’ ‘자연성의 회복’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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