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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협 관련 김정일 비공개 연설문

“현정은 회장을 꽉 쥐고 있으면 한나라당 것들에 압을 넣고 고립시킬 수 있다”

  • 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남북경협 관련 김정일 비공개 연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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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협 관련 김정일 비공개 연설문

대북관광은 비즈니스지만 ‘현금 원조’를 하는 측면도 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현정은 회장을 쥐고 관광 창구의 일원화를 하여야 합니다. 북남경제협력사업에서 남조선 기업가들이 엉거주춤할 때 우리가 현정은 회장을 자꾸 내세워주어야 현대그룹을 추겨세울 수 있습니다.

현정은 회장이 올리는 편지 보고와 대책적 의견에 대한 문건을 인차 비준해주지 않고 많이 생각해보았습니다. 현정은 회장이 나에게 보내온 편지를 보면 내가 4·25문화회관 앞 광장에서 자기를 따뜻이 손잡아주고 오찬 석상에서 세심한 배려를 해준 데 대하여 마음속 깊이 느꼈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한 자리에서 감히 인사도 제대로 올리지 못하고 아는 척 안 했다고 하였습니다.

현정은 회장이 비록 녀성이기는 하지만 우리와 협력을 하면 잘할 수 있습니다. 지금 현대그룹이 적자를 내고 있는 것 같은데 이제 남조선에서 백두산 관광 바람까지 불어 관광이 활성화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하나 현정은 회장을 살려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앞으로 남조선기업가들이 우리와 무엇을 하다가 구멍이 막히게 되면 현정은 회장을 찾아가 청탁을 하게 되고 또 무슨 일이 생겨도 다 현정은 회장만 쳐다보게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남조선에서 새 정권이 들어앉아 악질적으로 나오거나 지지부레한 것들은 다 차내깔려도 우리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꽉 쥐고 있으면 한나라당 것들에게 압을 넣고 고립시킬 수 있습니다.

현정은 회장 밑에 아첨꾼들이 돈을 떼먹자고 하는 것 같습니다. 로무현 일행을 위한 오찬회를 하면서 날개탁에 앉은 특별수행원이라고 하는 기업가들을 보니 모두 소도적놈들처럼 생겼습니다. 정몽구는 쓸 것 같지 못합니다.



사실 현대아산 회장이었던 정몽헌이는 남조선에서 한나라당 것들이 대북송금이요, 뭐요 하면서 특검을 들고 나왔기 때문에 그가 고민을 하다가 죽었는데 우리가 정몽헌을 생각해서라도 현정은 회장을 잘 돌봐주어야 합니다.”

“수령은 오류가 없다”

북한에선 김 위원장의 말을 ‘말씀’ 형식으로 전한다. 김일성 전 주석의 말은 ‘교시’. ‘김일성 교시’와 ‘김정일 말씀’은 초법적이다. 북한은 “수령은 오류가 없다”고 가르친다. ‘교시’ ‘말씀’은 관료 인민이 관철할 목표다. 북한 주민들은 생활총화 때 ‘교시’ ‘말씀’을 근거로 자아비판, 상호비판을 한다.

10년 넘게 북한과 무역 일을 해온 한 조선족 사업가는 ‘말씀’ ‘교시’를 익혀두면 협상할 때 유리하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협상이 뒤틀릴 때 쓰는 ‘칼’이 하나 있다. 당신이 지금 말하는 건 김일성 교시와 다르다고 짚어주면 만사형통(萬事亨通)이다.”

북한에서 발행하는 잡지 중 ‘경제연구’라는 게 있다. 경제학 석학들의 논문을 싣는 학술저널로 자본주의 국가에서 경제학을 배운 사람이 읽기에는 버겁다. ‘말씀’ ‘교시’를 인용하면서 경제이론을 풀어가기 때문이다. 경제학 석학이 비전문가인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언설을 빌려오는 셈이다.

그만큼 북한에서 ‘교시’ ‘말씀’은 권위를 갖는다. 대남사업을 하는 북한 일꾼들이 ‘말씀’을 어떻게 여길지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북한의 군·당·정에서 “현정은 회장을 잘 돌봐주어야 합니다”란 내용의 ‘말씀’이 담긴 문서가 회람된 때는 2008~09년으로 전해진다. ‘말씀’의 작성 시기는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인 것으로 보인다.

다섯 번의 위기

지금부터, 김 위원장의 말을 쪼개서 들여다보자.

“우리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오라고 해도 나쁘지 않습니다. 오라고 하여 그가 제기하는 문제들을 해결해주어야 하겠습니다.”

북한은 김정일의 ‘말씀’대로 현 회장을 ‘오라고 했다’. 2009년 봄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을 비롯한 구(舊)여권 인사들을 통해 현 회장을 초청한 것. 당시 북한은 현 회장과 정지이 전무 두 사람만 불렀다. 5월25일 2차 핵실험으로 이 초청은 무산됐고, 연장선상에서 8월4일 현정은-리종혁·원동연 면담이 이뤄졌다. 이 면담에서도 북측은 “빠른 시일에 평양에 오라”고 말했다.(‘신동아’ 2009년 12월호 ‘현정은-리종혁·원동연 면담록으로 본 남북관계 막전막후’ 제하 기사 참조)

“우리는 현정은 회장을 쥐고 관광창구의 일원화를 하여야 합니다. 북남경제협력사업에서 남조선기업가들이 엉거주춤할 때 우리가 현정은 회장을 자꾸 내세워주어야 현대그룹을 추겨세울 수 있습니다.”

“새 정권이 들어앉아 악질적으로 나오거나 지지부레한 것들은 다 차내깔려도 우리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꽉 쥐고 있으면 한나라당 것들에게 압을 넣고 고립시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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