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호

세계 1위 콘돔회사 유니더스

“1년 생산한 콘돔 11억개 연결하면 지구 네 바퀴 돌 수 있다”

  • 공종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kong@donga.com│

    입력2010-01-07 14: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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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1위 콘돔회사 유니더스

    유니더스 콘돔 생산라인. 유리막대 모양의 성형틀이 콘돔 모양을 만들어낸다.

    몇 년 전에 콘돔을 생산하는 한 한국 기업이 전 세계 콘돔시장에서 1등 기업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내용을 검색하기 위해 네이버 검색창에 ‘콘돔 1위 기업’을 넣고 엔터키를 누르자, 검색결과 대신 갑자기 아래와 같은 ‘19세’ 경고창이 떴다. ‘콘돔’이라는 검색어가 화근이었다.

    성인인증을 받기 전까지는 아예 검색결과가 뜨지 않았다. 피해갈 방법이 없었다.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을 넣고 검색을 계속했다. ‘유니더스’라는 기업이 떴다. 콘돔판매에서 한국 시장 점유율 1위였다. 유니더스는 홈페이지에 한국 콘돔시장에서 1위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전세계 조달시장(국제기구와 각국 정부 등이 대규모로 콘돔을 구매하는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라고 밝히고 있었다.

    콘돔.

    원하지 않는 임신을 방지하고 안전한 섹스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상품. 그렇지만 여전히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선 그 누구도 공개적인 장소에서 선뜻 말하기 힘든 단어.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며 인터넷 포털이 성인검색어로 분류하는 단어. 이런 한국에서 어떻게 해서 1등 콘돔 기업이 나올 수 있었을까.

    2009년 12월1일 차를 타고 충북 증평에 있는 유니더스의 콘돔 공장으로 향했다. 서울에서 중부고속도로에 진입한 지 1시간 30분 정도 되자 공장이 나타났다. 교통접근성이 좋아서 원자재 확보나 물류 등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널찍한 부지에 자리 잡은 공장 자체는 오래된 건물이었다. 군대 사령부 건물을 연상시키는 실용적인 구조였다. 잔디밭을 포함해 공장 전체가 마치 병사들이 아침 청소를 방금 마친 것처럼 깨끗하게 잘 정리돼 있었다.

    콘돔생산라인으로 향했다. 처음 간 곳은 ‘성형실’이었다. 천연고무로 콘돔 재료인 라텍스를 숙성시킨 뒤 음경처럼 생긴 수백개의 성형틀을 통과시켜 콘돔 모양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들어가자마자 강한 냄새가 진동했다.

    안내를 맡은 이창규 유니더스 부장은 “라텍스 안정제 역할을 하는 암모니아 냄새”라며 “암모니아 배합은 콘돔의 품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암모니아 배합은 콘돔 제작에서 중요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겉으로 봐서 콘돔 제작 방식은 단순했다. 라인마다 달린 유리봉 모양의 성형틀을 액체 상태인 라텍스에 두 차례 담그면 유리봉에 고무가 달라붙어 콘돔 형태가 만들어진다. 유리봉의 형태에 따라 콘돔 모양이 달라진다. 모양을 만들어낸 뒤 콘돔을 튕겨내서 건조시킨 다음 검사에서 합격한 제품에 윤활제를 적당량 묻혀 포장하면 된다.

    이처럼 콘돔은 다른 제품에 비하면 무척 단순한 제조공정을 거치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단순한 제작공정을 거치는데 다른 회사에 비해 어떤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궁금했다. 콘돔시장에 대한 진입장벽이 별로 높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회사라도 설비를 갖추고 균일한 품질로 만들어낼 수 있다면 어떻게 중국이나 동남아 회사에 맞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까.

    세계 1위 콘돔회사 유니더스

    유니더스의 정도식 이사. 김성훈 대표이사와 함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젊은 피’다.

    한국 콘돔회사는 수출기업

    이런 의문을 가지고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있는 유니더스 본사에서 정도식 기획실 이사를 만났다. 정 이사는 창업자인 김덕성 유니더스 전 사장의 아들인 김성훈 유니더스 현 대표이사와 함께 유니더스의 변화를 주도하는 ‘젊은 피’다.

    그를 만나자마자 콘돔시장에서 유니더스의 위상에 대해 물었다.

    -유니더스가 국내 콘돔시장 점유율 65%로 1위인 것은 물론이고 전세계 콘돔시장에서 1위 기업이라는데 맞나요.

    “사실 콘돔시장은 정확한 통계가 없습니다. 국내에는 콘돔 제작회사가 3개 있는데 유니더스의 시장 점유율이 아마 65%보다 더 높을 겁니다.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보면 콘돔은 국가마다 자국 브랜드 점유율이 높습니다. 그런 점에서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한국은 불리합니다. 그렇지만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 주도하는 조달시장에선 유니더스가 부동의 1위입니다. 일반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유니더스의 경우 전체 매출의 70% 이상이 수출에서 발생합니다. ‘수출기업’입니다. 국내 매출 비중은 30% 미만입니다.”

    세계 1위 콘돔회사 유니더스

    콘돔 풍압검사 장면.

    정 이사에 따르면 유니더스가 매년 생산하는 콘돔은 11억개. 일반형 콘돔 길이가 17㎝인 점을 감안하면 지구를 4바퀴 이상 돌 수 있는 양이다.

    -증평에 있는 공장을 가보니 언뜻 봐서는 콘돔 생산 공정이 간단한 것 같습니다. 어떤 회사라도 설비투자를 해서 생산시설을 갖추면 유니더스와 비슷한 품질의 콘돔을 생산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이 질문을 듣더니 갑자기 정 이사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콘돔 생산이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성형틀의 회전속도, 콘돔의 재료인 라텍스 배합비율 등에서 유니더스는 다른 회사에는 없는 기술을 가지고 있어요. 성형틀의 회전속도 차이가 표면장력의 차이를 가져와 콘돔 두께를 결정합니다. 또 저희 회사는 불량률이 1% 미만이에요. 이런 정도의 불량률을 유지하는 회사가 없어요. 품질관리와 공정관리에서는 저희 회사를 따라올 수 없어요. 중국이 인건비가 싸지만 국제입찰시장에 진출조차 못 하는 게 다 그 때문입니다.”

    이 말을 들으니 증평공장에서 만난 이창규 부장의 말이 귓전을 맴돌았다. 콘돔 생산공장에서 일한 지 18년이 됐다는 이 부장은 “아무리 배워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증평공장에는 연구개발(R·D) 인력이 별도로 있다. 신제품 개발도 하지만 끊임없는 공정개선과 품질관리가 이들 업무의 핵심이다. 김재오 개발부 과장은 “콘돔 원료인 라텍스는 농산물이어서 기후와 토양에 따라 많이 다르다. 불량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라텍스 안정화가 핵심인데 많은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973년 서흥산업으로 출발해 콘돔을 생산해온 유니더스는 지금까지 한눈 팔지 않고 콘돔 생산에 전념해온 회사이기 때문에 제작공정과 품질관리에서 축적된 노하우를 다른 회사가 따라올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유니더스는 ‘당신은 우리가 필요하다’(You Need Us)의 줄임말이다.

    콘돔 품질관리에서 핵심은 콘돔에 구멍이 없어야 한다는 점과 콘돔이 찢어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유니더스는 생산하는 모든 콘돔에 대해 핀홀(미세한 구멍) 검사를 한다. 자동적으로 이뤄지는 이 검사를 통해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미세한 구멍을 찾아내는데 불합격 비율이 1% 미만이라는 설명이다. 핀홀 검사에서 불합격을 받은 제품은 현장에서 분리돼 폐기처분된다.

    핀홀검사를 통과한 콘돔은 또 무작위로 풍량 풍압검사를 받는다. 콘돔의 품질을 측정하는 공기투입량 국제기준은 18L다. 그런데 유니더스는 국제기준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40L의 공기를 불어넣어도 터지지 않을 정도의 강도를 자랑한다.

    콘돔 국제조달시장 1등의 비결

    세계 1위 콘돔회사 유니더스

    유니더스가 내놓은 동물시리즈 콘돔.

    정도식 이사에게 다시 질문을 던졌다.

    -아무리 품질이 좋아도 국제 입찰시장에서 1등을 하기란 쉽지 않을 텐데요.

    “유니더스가 국제조달시장에 처음 진출한 것은 1986년 유엔 산하기구인 유엔인구기금(UNFPA)에 콘돔 2만개를 납품한 것이 처음이었습니다. 지금은 전세계 103개국에 유니더스 콘돔이 들어갑니다. 제가 전혀 들어보지도 못한 국가에 콘돔이 수출되기도 합니다. 국제기구 등에서 처음에는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동남아에서 만든 콘돔을 구입하기도 했어요. 그곳은 인건비도 저렴할 뿐만 아니라 콘돔의 원료인 라텍스도 생산하기 때문에 유리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그런데 다른 제품은 품질이 약간 떨어져도 사용하는 데 큰 문제가 없지만 콘돔의 경우 제품에 약간의 하자만 발생해도 ‘사고’가 터져요. 이 때문에 동남아에서 생산한 콘돔을 구매했던 담당자들이 요즘은 가격을 좀 더 주더라도 유니더스 콘돔을 사용하는 게 좋다고 판단하고 저희 회사로 돌아오고 있는 중입니다. 비용 얼마를 아끼려다 큰 문제가 생긴 것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또 인도와 태국은 온도와 습도 등 환경이 콘돔 생산에 유리하지 않아요. 습도가 높으면 품질 높은 콘돔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저희도 에어컨 등을 통해 콘돔 제작에 좋은 조건을 만들려고 신경을 많이 씁니다.”

    실제로 태국 등 동남아 회사들은 낮은 인건비를 무기로 국제조달시장에서 유니더스에 도전해왔다고 한다. 태국의 경우 공장근로자 한 달 인건비가 120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니더스도 공장자동화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공장 근로자가 과거 215명이었는데 현재는 143명으로 줄었다.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유니더스는 플랜트 수출로 눈을 돌렸다. 콘돔 생산 기계 일체를 수출할 경우 높은 마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콘돔 생산 플랜트를 수출하면 국제입찰시장에서 경쟁자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우리는 공정관리와 품질관리에 자신이 있었어요. 국제입찰시장에선 품질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수십년간 콘돔 생산 노하우가 쌓인 유니더스를 쉽게 따라올 수 없거든요. 아프리카 같은 곳에선 콘돔을 포장하는 포일을 구할 수가 없어 콘돔 생산 플랜트를 수출하면 거기에 따라가는 원부자재도 수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우리가 플랜트를 수출하지 않으면 독일 등 다른 나라가 합니다.”

    정 이사는 이미 나이지리아에 콘돔 생산 플랜트를 수출했고, 현재 2개국과 상담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세계 1위 콘돔회사 유니더스

    독일에서 열린 ‘러브 퍼레이드’ 행사에 등장한 유니더스.

    콘돔시장에서 가장 강한 경쟁상대를 물어봤더니 ‘듀렉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중국과 동남아 등에 생산시설을 갖추고 전세계에 진출한 회사라고 했다. 그런 듀렉스가 얼마 전 한국에 진출했다가 성공하지 못하고 철수했다는 전언이다.

    -오카모토라는 일본 회사가 유명하지 않나요.

    “예, 한국에서도 콘돔이 얇다는 점을 내세워 비싸게 팔리고 있어요. ‘003’이라는 콘돔이 대표적입니다. 일반인은 두께가 0.03㎜인줄 알고 있지만 사실은 0.039㎜로 0.4㎜에 가까운 셈이지요. 사실 우리도 이 정도 두께의 콘돔을 제작은 할 수 있지만 불량률이 높아지는 등 경제성이 떨어집니다. 그 정도 두께 차이는 손으로 만져도 알아챌 수가 없어요. 그런데 실제로 콘돔을 쓸 때 알아차릴 수 있다고 보나요? 편견입니다. 가격대비 품질이나 안전성에선 유니더스가 훨씬 좋은데, 아무튼 한국에선 그 제품이 비싸게 팔립니다.”

    유니더스의 새로운 브랜드 전략

    -브랜드의 차이가 아닐까요.

    “맞아요. 사실 전에는 유니더스라는 이름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았어요. 또 우리는 국제조달시장에 주력하다보니 그럴 필요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소비자시장에도 적극 진출하는 전략을 쓰고 있어요. 그쪽이 마진도 좋거든요. 김성훈 대표이사 취임 이후 이런 전략을 써오고 있어요. 바이어에게도 회사 로고를 꼭 넣어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리고 독일에서 열리는 젊은이 축제 ‘러브 퍼레이드’ 등 전세계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에 참석해서 마케팅도 많이 하고 있어요. 유니더스가 조달시장에선 꽤 알려졌지만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커머셜시장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거든요. 전에는 커머셜 비중이 5%에 불과했는데 이제는 10%까지 올라왔습니다.”

    독일의 저명한 팝 아티스트인 안도라와 함께 동물시리즈 콘돔을 내놓은 것도 다 이런 노력의 하나다. 정 이사는 ‘롱러브’라는 기능성 콘돔이 크게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니더스라는 브랜드가 잘 알려지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 2004년에 국내에서 선보인 이 제품은 치과 등 의료 분야에서 사용되는 국소마취 성분 벤조카인이 3.5% 들어 있어 사정을 늦춰주는 기능을 갖춘 콘돔이다. 미국 식품의약청(FDA) 시판 승인을 받아 전세계에 수출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반 콘돔에 비해 훨씬 비싼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

    유니더스는 국내 시장 1위, 해외 조달시장 1위이지만 매출액 규모는 생각보다 크지 않은 편이다. 2007년에는 183억원, 2008년에는 200억원이었다. 2009년에는 수출이 크게 늘면서 1~9월 18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연간 매출은 전년도에 비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주가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다. 기사 작성 시점인 2009년 12월11일 종가 기준으로 주당 1540원으로 시가총액이 132억원이었다. 1년 매출액보다도 적은 것이다. 유니더스는 재무적으로는 단기차입금과 장기차입금이 전혀 없고 부채비율도 12.0%인 초우량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다. 자본총계가 279억3000만원인데 현금성 자산만 59억4000만원에 달한다.

    유니더스가 상장된 코스닥 시장의 경우 아무리 우량한 회사라도 거래량이 많지 않고 눈에 띄는 호재가 없으면 묻히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해도 ‘작지만 큰 기업’인 유니더스가 주식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이 회사는 콘돔이라는 제품군을 넘어서 사업다각화에는 관심이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해 정 이사는 “우리가 잘하는 업종을 해야 한다. 한 우물만 파겠다”고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콘돔, 그리고 같은 재료인 라텍스를 사용해서 만드는 의료용 장갑에만 매진할 계획입니다. 기업이 다른 곳에 눈을 돌리면 안 됩니다. 다만 유니더스가 병원을 상대로 영업을 많이 해온 만큼 그쪽으로는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치과용 기구에 씌우는 덮개를 개발했는데 현재 반응이 매우 좋습니다.”

    콘돔 사용률 낮은 한국

    ‘스킨 엔젤’이라는 브랜드로 팔리는 유니더스 의료용 장갑은 국내 시장 점유율이 60%로 1위다. 서울대병원을 포함한 주요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이 주 고객이다.

    유니더스는 의료용 장갑시장이 일반 소비자까지도 확산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위생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만들 때에도 직원들이 의료용 장갑과 비슷한 장갑을 끼도록 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위생 차원에서 이런 장갑이 실생활에서 많이 사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자가 유니더스라는 회사를 찾기 위해 검색창에 ‘콘돔 1위 기업’을 넣었다가 성인인증을 받아야 했다는 이야기를 하자 유니더스도 같은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요즘은 고등학교에서도 성교육을 많이 하는데, 교육용으로 콘돔을 제공해달라는 요청이 곧잘 와서 많이 갖다줍니다. 그런데 인터넷 판매 등에서 콘돔이라는 단어는 ‘유해한 성인검색어’로 분류돼 어려움을 겪어요. 언젠가 콘돔 광고를 제작하려고 했는데, ‘내용물을 보여줘서는 안 된다’ 등등 규제가 너무 많아 포기했어요. 요즘은 마케팅이나 정보검색에서 인터넷이 중요한데 문제의 ‘19세 규제’ 때문에 어려움이 많아요.”

    정 이사는 또 한국 특유의 도덕주의와 성에 대한 무지가 한국 사회에서 콘돔 기피현상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에선 ‘콘돔’이란 말을 꺼내는 것조차 창피하게 생각해요. 가끔 애널리스트를 만날 때도 똑같은 태도를 마주칩니다. 사실 여자들이 자신의 몸 보호와 원하지 않는 임신을 위해 콘돔을 가지고 다닐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 사회에선 여자가 콘돔을 준비하면 ‘저 여자는 얼마나 자주 하길래…’이라는, 말도 안 되는 선입관을 가집니다. 성이나 섹스가 부끄러운 게 아닙니다. 영어로는 ‘make love’라고 하잖아요. 한국 사람은 콘돔을 단순하게 피임기구라고 생각하는데, 콘돔처럼 위생적인 제품이 없어요. 또 콘돔 착용방법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콘돔을 사용하면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식의 편견이 무척 강해요. 콘돔에 대한 이런 뿌리 깊은 편견 때문에 한국에서 콘돔 사용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입니다.”

    오랫동안 ‘한국 내수시장 1위, 국제조달시장 1위’를 유지해온 유니더스의 비전은 뭘까.

    “회사의 비전이라. 참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현재 미국 최고의 콘돔 브랜드인 트로잔과 공동으로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사용해온 고무가 아닌 다른 재료를 이용해 콘돔을 만드는 기술입니다. 이처럼 R·D를 통해 새로운 제품을 계속 개발하고 원자재를 싸게 공급받아서 좋은 제품 만드는 것, 그것이 우리의 비전입니다. 우리는 한 우물만 팔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콘돔에 대한 인식이 바뀔 수 있도록 유니더스도 많이 노력하려고 합니다. 일단 기존 사고방식에 젖어있지 않은 젊은 층을 상대로 마케팅을 활발하게 하는 중입니다. 이들이 바뀌면 우리 사회도 바뀌겠지요.”



    콘돔에 관한 숨겨진 진실


    ▶콘돔의 기원

    18세기에 영국인 의사 콘턴이 개발했다고 전하는데, 이미 16∼17세기에 사용됐다는 기록도 있다. 중세 유럽에서 동물내장으로 콘돔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처음에는 성병 예방을 위해 보급됐는데, 나중에 피임용구로 일반화됐다. 옛날에는 사용 전에 구멍 등 파손 여부를 살펴야 할 정도로 불량품이 많았는데 지금은 품질이 완벽에 가깝게 향상됐다

    세계 1위 콘돔회사 유니더스

    콘돔 생산라인.

    ▶‘콘돔’ 단어의 유래

    프랑스의 콘돈(condon)촌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라틴어의 동사 condere(숨기다 혹은 방어하다)로부터 파생됐다는 견해도 있다. 콘돔에 대한 은어도 성행했는데 영국인은 ‘프렌치 레터(프랑스인의 편지)’라는 말을 썼고, 프랑스인은 ‘라 카포드 앙그레이즈(영국인의 외투)’라는 은어를 썼다고 한다.

    ▶모양

    ·일반형 : 콘돔의 전 부분에 굴곡이나 돌출이 없이 일정(Plain)한 콘돔이다.

    ·돌출형 : 콘돔의 표면에 돌출된(Dotted) 부분이 있는 제품이다.

    ·굴곡형 : 콘돔의 귀두 부분이 오목하게 들어간(Form-fitted) 제품으로 콘돔이 벗겨지는 것을 방지하고 귀두 부분을 밀착시켜 착용감을 높여주는 콘돔이다.

    ·복합형 : 굴곡형과 돌출형 그리고 돌출된 나선형이 복합된(Form-fitted, Ribbed & Dotted) 콘돔으로 착용감과 느낌을 강조한 콘돔 .

    ·기타 : 콘돔의 본래 목적과 다른 용도로 제작된 특수형, 예를 들어 영구적 사용이 가능한 도깨비 방망이 형태의 흉칙하게 생긴 제품이 있다면 음성적으로 제작된 불량 제품일 가능성이 100%에 가깝다.

    ▶타입

    ·드라이형 : 윤활용 젤리가 없는 제품으로 주로 유럽인이 애용한다.

    ·웨트타입 : 윤활용 젤리가 함유돼 있지만 젤리타입보다는 적게 함유된 타입이다.

    ·젤리타입 : 윤활용 젤리가 가장 많이 함유된 제품으로 성관계 중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이나 연령이 높은 사람들에게 적합한 타입이다.

    ▶크기

    일반적으로 길이 170㎜이상, 폭 44~ 56㎜로 제작된다.

    ·길이 : 입구로부터 정액을 담는 부위를 뺀 길이다.

    ·폭 : 입구로부터 85㎜에 해당하는 부위의 지름을 측정한다. 일반적으로 귀두 부근에 해당한다.

    ·폭은 53㎜가 표준이며, 국가에 따라 수출되는 콘돔의 크기는 약간 차이가 있다.

    ▶콘돔 고르는 법

    콘돔이 벗겨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선 적절한 크기의 콘돔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부의 연령과 상황에 따라 젤리 혹은 웨트타입을 선택한다면 불쾌감을 최소화할 수 있다. 콘돔의 1차적인 목적은 피임이지만 모양, 향기, 색 등을 고려해 다양한 콘돔을 사용하는 것도 재미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모델이 판매되고 있다.

    ▶콘돔 제대로 착용하는 법

    콘돔은 말린 부분을 펴서 그냥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마지막 단계인 공기를 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콘돔을 착용한 다음 정액이 고이는 부분을 손가락으로 한번 당겼다가 놓으면 공기가 빠지고 밀착된다. 이 절차를 생략하면 콘돔이 고정되지 않는 등 불편한 점이 많고 만족도가 떨어진다. 제품 설명서에 그림과 함께 자세히 설명돼 있다.

    ▶콘돔의 재발견

    콘돔은 신축성이 좋고, 잘 찢어지지 않기 때문에 다른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 등산이나 운동 후 땀에 젖은 옷을 넣을 수도 있으며, 수영장이나 해수욕장에서 휴대전화를 넣으면 완벽하게 방수가 된다.

    ▶콘돔 판매로 본 국가별 ‘섹스 인덱스’

    콘돔 사용량으로 보면 미국, 프랑스, 브라질 등의 국가가 섹스를 자주 하는 국가다. 따라서 이들 국가는 콘돔시장도 크다. 반면 한국은 섹스리스 부부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 유니더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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