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호

2010 베이비붐 세대의 이동이 시작된다

  • 김용하│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입력2010-01-08 1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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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사람은 불확실성의 안개 속에 갇히고 만다. 반면 트렌드를 읽으면 미래를 내다보고 적절히 대비할 수 있다. 저출산 및 고령화 현상은 오늘날의 분명한 트렌드임에도 이를 감안한 미래 계획은 많지 않다. 관객 수 1000만명을 돌파한 영화 ‘해운대’는 쓰나미를 소재로 했는데, 우리나라 인구 구조에도 쓰나미 같은 존재가 있으니 바로 ‘베이비붐 세대’다. 이들이 몰고 올 엄청난 파장에 대한 대비를 더 늦춰선 안 된다.
    베이비붐 세대는 큰 규모 때문에 끊임없이 생존경쟁에 시달리면서도 경제성장의 흐름을 타고 현대화한 제1세대다. 소비의 상징인 ‘마이카’와 아파트 시대가 이들로부터 열렸다. 이들이 움직이는 곳은 항상 북적였다. 거리에 차가 넘쳐나고, 이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아파트 평형도 넓어졌다. 음식점과 술집도 이들의 취향에 따라 변했다. 또한 이들이 차지하고 있는 자리는 인사 적체가 심했다. 이들 때문에 피라미드형 수직적 조직이 다이아몬드형 내지 수평형 팀제로 바뀌어야 했다.

    베이비붐 세대(Baby Boomer)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사용된 곳은 미국이다. 1946∼64년에 미국에서 태어난, 합계출산율(TFR·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 수) 3.0 이상의 코호트(cohort·주로 같은 시기에 태어나 같은 경험을 하면서 자라난 연령집단)를 지칭한다. 인구 규모로는 7700만명, 전체 인구의 30%에 달한다. 1946년은 제2차 세계대전이 종료된 시기로 전후(戰後) 세대를 대표한다.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는 단카이(團塊) 세대라고 불린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47∼49년에 태어난 세대로, 그 기간의 출생자 수가 806만명, 메이지 유신 이래 가장 높은 출생률이다. 총인구와 취업자 수 등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연령대보다 월등히 높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국과 일본의 경우 베이비붐 세대가 1946년부터 빠르게 시작되었지만, 우리나라는 6·25전쟁 이후인 195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 중반 이전에 태어난 세대를 베이비붐 세대로 규정해왔다. 1953년 6·25전쟁이 끝난 후 1955년부터 출생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해 그 흐름이 196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다. 이 기간에 태어나 현재 생존하는 인구수는 716만명 정도이고,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5%를 점하는 최대 인구집단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기에 더해 1968년부터 1974년 사이에 태어난 제2차 베이비붐 세대가 있다. 급속한 경제성장과 더불어 빈곤의 늪에서 빠르게 벗어나면서 출생아수가 매년 80만명을 넘었다. 따라서 1968∼74년 출생 코호트까지 합치면 베이비붐 세대는 총인구의 34%인 1650만명을 차지하는 거대 인구집단이 된다.

    생산 중심에서 소비 중심으로

    더욱 흥미로운 것은 제1차 베이비붐 세대와 제2차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세대가 다시 1980년대에 두 개의 인구집단 봉우리를 만든다는 점이다. 합하면 현재 4개의 인구 봉우리가 만들어졌음을 [그림 1]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길게 보면 1650만명의 제1차, 2차 베이비붐 세대가 쓰나미처럼 움직이면서 우리나라의 경제적 사회적 특징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이동은 우리나라 인구구조의 변화를 주도한다. 베이비붐 세대는 2010년에 전체 인구의 33.6%를 점유하고 이후 점차 감소해 2070년대가 되면 대부분 한반도를 떠난다. 우리나라의 인구구조는 생산인구라고 할 수 있는 25세에서 64세의 인구 수가 2020년대에 극점인 2996만명에 도달한 이후 점차 감소해 2070년대에서 1326만명으로 급격히 준다.

    2010 베이비붐 세대의 이동이 시작된다
    반면에 65세 이상 인구수는 2010년 536만명 수준에서 점차 증가해 2050년에 1616만명으로 세 배 가까이 늘다가 점차 감소해 2070년에는 1326만명에 달한다. 207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25~64세 인구 수보다 많아지는 게 특징이다.([그림 2] 참고) 베이비붐 세대가 젊은 층이었을 때는 우리 인구에서 생산인구 비중이 높았다가 베이비붐 세대가 노년층이 되면 노년 인구가 전체 인구의 중심세력이 되는 것이다. 요약하면 생산의 중심인구인 베이비붐 세대가 소비의 중심인구인 노년층으로 대이동하는 것이다.

    2010 베이비붐 세대의 이동이 시작된다


    이렇듯 베이비붐 세대가 주도하는 인구구조 변화가 갖는 문제는, 이들 세대를 받쳐줄 신세대 인구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1995년 이후 출산율이 극단적으로 떨어진 것을 감안할 때, 이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해야 하는 2020년경 신규 노동시장 진입 인력은 극단적으로 최저선이 되는 반면, 베이비붐 세대는 65세 이상 노인층으로 접어든다. 초저출산 문제의 해결 고리가 극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한 2040년대까지 이러한 극단적 불균형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금융계가 받을 타격

    베이비붐 세대의 인구 이동과 관련해 일본에서 나타난 두드러진 특징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부동산시장의 버블 붕괴가 촉진됐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현상이 발생할 것인지가 부동산시장의 초미의 관심사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가 중형 아파트 수요 붐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이들의 고령화가 중형 아파트 수요를 감소시켜 아파트 가격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 통계청에서는 주택 구입 인구(35~54세)의 감소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겹쳐 2011년 이후 주택경기 침체가 예상된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이동은 금융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노후준비를 위해 자산시장에 투자했던 자금들이 노후소비자금으로 전환되면 금융시장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한국 베이비붐 세대는 노후 대비 보유 자산이 적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 40~49세 가구주 순자산은 약 3억260만원으로 부동산이 2억2600만원, 저축액은 6743만원에 불과하다. 은퇴 후 퇴직금으로 구성하는 금융자산이 은퇴 전보다 적어 삶의 질 하락이 예상되는 반면에 금융시장의 충격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심각한 저축률 감소도 우려되는 현상 중 하나다. 일본에선 베이비붐 세대가 속하는 50대의 가계저축률이 1998년 이후 점차 하락하고 있으며, 이들이 정년을 맞는 시기에는 제로 또는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하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하지 않았음에도 가계저축률이 한 자릿수 대로 하락했다. 이는 베이비붐 세대가 은행 대출 등을 동원해 무리하게 부동산에 투자하면서 부채가 증가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일본의 예에서 보듯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들 세대의 은퇴로 인해 저축률이 더욱 심하게 떨어질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저축률 하락은 투자재원의 부족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잠재적인 경제성장률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노동시장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주도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이들 세대가 쓰나미처럼 노동시장을 빠져나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리나라의 평균 정년연령이 55세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2010년이 되면 이들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베이비붐 세대가 장기간에 걸쳐 있으므로 그들의 은퇴에 따른 노동력 인구 감소도 느리게 나타날 것이라는 예측도 있으나, 2030년 이후 생산인구가 급속히 감소하는 건 분명해 보인다.

    일본에선 베이비붐 세대가 장기간 연마한 기능과 노하우, 지식을 전수받을 차세대가 부족하며, 이러한 문제는 종신고용제도 하에서 지식이 사람을 중심으로 축적되는 구조 때문에 더욱 심화됐다.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기능 전수 문제는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서, 특히 제조업·건설업·운수업 부문에서, 사무직보다 기능직에서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의 경우 고도화된 분업과 자동화 시스템으로 인해 기능의 중요성에서 시스템의 중요성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기능 전수 중심의 노동집약적인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결국 중소기업 인력난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연금이 바닥난다

    이들 세대가 은퇴하면 이들에 대한 경제사회적 부양 부담도 대폭 커진다. 이들은 1988년에 시작된 국민연금에 30년 가입한 세대다. 수급자 수도 많지만 연금액 수준도 높다. 국민연금의 급여 지출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킨다. 이들은 국민연금 최대 수혜자로 역사에 남는 한편 재정악화의 주범이 될 전망이다.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연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건강보험도 남의 일이 아니다.

    이들이 고령자로 들어서면 보험급여 지출도 지금보다 더 빠르게 늘어난다. 베이비붐 세대의 이동은 국민연금 기금 규모의 변화를 초래한다. 베이비붐 세대가 사라지는 시점에 국민연금 기금도 동시에 바닥난다.([그림 3] 참고) 베이비붐 세대는 국민연금 기금 증식을 주도한 세대에서 국민연금 기금 잠식을 주도하는 세대가 된다.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특수직역연금제도 역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수급자 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대규모의 적자가 예상된다. 이들 세대가 가진 투표권의 힘이 가공할 만한 수준이기 때문에 이들이 본격적으로 은퇴한 후에 개혁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특수직역연금 외에 사회보장급여의 급속한 증가는 정부재정부담을 악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세수의 중심 세력이 세출 중심 세력으로 전환됨에 따라 세율 인상이 불가피해진다.

    2010 베이비붐 세대의 이동이 시작된다


    더욱이 베이비붐 세대는 노후 대비가 부족한 세대다. 자녀 교육에 지나친 투자를 계속하고 있는 탓이다. 오늘날 기러기 아빠의 대부분은 베이비붐 세대다. 이들은 소득의 대부분을 저축하지 못하고 자녀 교육 투자에 쏟아 붓는다.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는 바람직하지만 이들 자녀 세대가 과연 그들의 노후를 책임질 것인지는 누구도 확언할 수 없다. 자녀 세대 역시 치열한 생존 정글에 내던져진 상태라 부양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호재도 있다

    시각을 달리하면 악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나쁜 일이 있으면 그 가운데 좋은 일도 있는 법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 일자리 공백이 생긴다. 베이비붐 세대가 차지했던 엄청난 일자리가 쏟아져 나온다. 인사 적체가 풀리면서 만성적인 청년 실업 문제가 해소되고, 조직구조가 활력을 찾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단카이 세대가 은퇴하면서 일본의 대졸 실업 문제가 일소된 사실로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 다만 경제가 계속 잘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최근 일본은 경기침체로 인해 청년 실업 문제가 다시 악화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임금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으므로 동세대 은퇴로 기업의 인건비 부담 경감 및 경상이익 상승도 가능할 것이다. 일본의 경우 2007∼09년 베이비붐 세대 퇴직으로 2조2000억엔의 인건비 삭감 효과 및 경상이익 5.2% 상승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됐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는 노동시장의 경직성도 어느 정도 완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 측면에서도 새로운 흐름이 조성될 전망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세대로 이행하면 소비 내용에 변화가 예상된다. 은퇴와 더불어 여행 등 여가 생활 및 보건의료부문의 소비 비중이 확대될 것이다. 고령화에 따른 의료 및 간호, 건강 관련 상품과 서비스 소비가 확대되고, 거주주택 수선·유지 및 교체를 위한 지출이 증가한다. 풍부한 시간적 여유로 여가·레저 관련 소비가 증가한다. 신상품 서비스에 대한 수용도가 높은 세대라 기존의 고령층과는 다른 소비 흐름을 보일 것이다.([그림4]참고) 현 노령 세대보다 많은 저축액과 퇴직금 및 연금 수령 등으로 인한 금전적 여유 덕분에 소비가 확대되어 내수시장의 변화가 예상된다. 기존의 고령친화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을 전망이다.

    2010 베이비붐 세대의 이동이 시작된다
    쓰나미에 대비하는 자세

    베이비붐 세대의 이동에 따른 고령화와 저출산 현상은 에너지 및 자원 고갈 문제의 심각성을 배증시킬 것으로 보인다. 인구부양률이 매우 낮은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력이 지난 수년간 감퇴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문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과 같은데, 우리의 대응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2010 베이비붐 세대의 이동이 시작된다
    金 龍 夏

    1961년 출생

    성균관대 경제학과, 동대학원 석·박사(경제학)

    한국개발연구원 주임연구원, 순천향대 경상학부 교수, 대통령자문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의 재정세정전문위원회 위원

    現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보건복지가족부 사회보장심의위원회 위원

    저서: ‘손해보험론’ ‘보험과 리스크관리’ ‘군인연금 재정추계 모형의 개발’ 외


    아마도 향후 10년은 베이비붐 세대가 주도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향후 10년은 인구구조 측면에서 노년 부양과 유소년 부양 부담이 가장 적은 시대이고, 따라서 대한민국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베이비붐 세대는 현재 한국인의 대표 세대다. 이들 세대는 고도성장을 주도했고 대량소비 사회를 열었다. 베이비붐 세대가 우리나라를 위해 할 일은 아직도 남아 있다. 우리나라를 성장 지속가능한 국가로 만들기 위한 마무리 작업을 해야 한다. 이 작업은 자기 세대의 이해를 과감히 버리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 미래 세대를 위해, 그리고 미래 한국을 위해 베이비붐 세대의 부모들이 그랬던 것처럼 또 한 번 희생하는 과정에서 선진국으로의 도약이 한층 더 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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