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호

마초맨의 그늘, 돌발성 난청과 이명

  • 입력2010-01-11 11:27: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마초맨의 그늘, 돌발성 난청과 이명

    스트레스와 과로를 참고 견디면 난청으로 병원 신세를 질 수 있다.

    다양성은 단순성의 확대다. 많은 이명 환자가 내원하지만 그 속에 분명한 규칙성이 있다. 하나의 병명으로 꼬집을 순 없지만 일정한 규칙성을 도출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증후군으로 명명한다. 돌발성 난청과 이명으로 진료받는 대부분의 환자는 30대 중반에서 50대의 마초맨들이다.

    예를 들어 대기업의 부사장인 김모씨는 노사관계와 기획 그리고 출장업무까지 이어져 쉴 틈이 없었다. 골프 실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다보니 그 와중에 사장의 중국 골프여행에도 따라나섰다. 밤낮으로 접대를 해야 했는데, 중국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갑작스러운 어지러움과 돌발성 난청으로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통신회사에 다니는 김모씨는 아내와 결혼 기념 여행을 떠나기 전날 서둘러 일을 마무리하려고 밤샘을 했다. 여행지인 제주도에서는 내내 자동차 운전을 하고, 차에서 내려서는 어린 아들을 안고 다녔다. 동행한 장인 장모 수발까지 소홀할 수 없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덜컥 귀가 멍하면서 소방차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어깨 힘 빼고, 마음 편하게

    경호 업무를 담당하는 장모씨. 훤칠한 키에 호남형 얼굴, 잘 관리된 몸매 덕분에 주위의 부러움을 사는 남자 중의 남자다. 여러 날을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격무에 시달리며 과도한 긴장 상태가 계속되자 결국 빙빙 도는 어지러움과 난청으로 병원 신세를 졌다.



    돌발성 난청과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완벽주의 성실남이라는 점이다. 삶의 질에 연연하기보다 일에 대한 책임감이 지나치게 강하다. 대부분 스트레스가 많은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이미 과잉 적응된 상태라 피로와 고통, 불면 같은 몸이 호소하는 메시지를 무시하기 일쑤다. 기쁨이나 분노 같은 일상적인 감정조차 억누른 채 묵묵히 일을 계속하는 경향이 강하다. 야근과 회식, 음주, 골프가 이어져도 자신의 체력을 과신하고, 또 정신력으로 버텨야 남자답다고 생각한다. ‘조금 피곤하다고 쉬는 것은 게으르다’고 생각하며 더욱 무리하게 일을 하면서 이명과 현기증을 반복해 경험한다.

    치료를 위해서는 마초맨 근성을 바꿔야 한다. ‘다음 날을 위해 피곤하면 푹 쉬어야 한다’는 걸 반드시 알아야 한다. 사람들이 흔히 운동 능력과 항(抗)병력을 착각한다. 인간이 한평생을 통해 운동 능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은 매우 짧고, 아주 때때로 가능하다. 예를 들어 마라톤도 최장 3~4시간을 넘기지 못한다. 반면 항병력은 24시간 계속되며 연속 작용한다. 수면 중에도 단 1분의 휴식도 허용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마초맨은 ‘운동능력=항병력’으로 착각하며 산다.

    가장 효과적인 치료 방법은 몇 가지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첫째, 자신을 채찍질하는 습관을 고쳐야 한다. 자신의 기쁨보다 일과 주변을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을 혹사하지 말아야 한다. ‘어깨 힘을 빼자’ ‘좀 더 마음 편하게’ 하고 되뇌며 절대 무리하지 않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둘째, 불규칙한 생활습관을 바로잡아야 한다. 일에 쫓기다보면 식사시간과 수면시간을 희생하기 쉽다. 습관의 파괴는 건강 리듬의 파괴로 이어져 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자율신경의 부조화를 유발하기 쉽다. 결국 몸의 리듬이 깨지고 귀가 멍한 상태가 지속되면서 병이 된다. 청력은 밤에 힘을 축적해 낮에 사용하는 충전 배터리와 같다. 일찍 잠을 자지 않는 생활습관은 귀 건강을 해친다. 이명과 난청환자 중 많은 경우 잠을 잘 못자고 잠이 부족해 그렇게 됐다고 호소한다.

    셋째, 몸이 보내는 메시지를 알아채야 한다. 공복감과 피로감을 무시하고 계속 무리하면 결국 심신은 고장나고 만다. 몸이 보내는 극히 자연스러운 메시지를 무시해선 안 된다. 넷째, 스포츠나 취미로 기분을 전환하거나 몸과 마음을 재충전해야 한다. 다섯째, 자기감정에 솔직해야 한다. 이성이 감정을 어느 정도 누르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나치면 스트레스가 돼 귀 건강을 해친다.

    또한 담배는 귀 건강의 가장 큰 적(敵)이다. 담배의 니코틴이 전신의 혈관을 수축시켜 혈액의 흐름을 나쁘게 한다. 특히 가는 혈관일수록 그 영향이 강하게 나타나 뇌간과 내이 등으로 혈액의 공급이 줄어 이명과 현기증을 초래한다. 그뿐만 아니라 항이뇨호르몬을 증가시키는 작용을 해 귀의 림프액 순환을 방해함으로써 귀 건강을 해친다.

    한의학적 치료 방법이 객관성을 획득할 수 있을까? 체열 진단으로 침 놓기 전과 후의 사진을 비교해보았다. 대부분 돌발성 이명은 귀 주변에 혈액이 집중돼 붉게 흥분한 상태다. 침으로 흥분을 진정시키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며 이 원칙을 ‘조(調)기(氣)치(治)신(神)’이라고 일컫는다. 기를 고르게 해야 흥분한 귓속 신경을 진정시켜 치료할 수 있다는 원리다.

    李相坤

    ● 1965년 경북 경주 출생
    ● 現 갑산한의원 원장. 대한한의사협회 외관과학회 이사, 한의학 박사
    ● 前 대구한의대 안이비인후피부과 교수
    ● 저서 : ‘콧속에 건강이 보인다’ ‘코 박사의 코 이야기’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