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호

한국수력원자력 김종신 사장

1200조원 세계 원전시장의 ‘빅3’ 된다

  • 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10-02-01 14: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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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수원 있었기에 ‘UAE 수주’ 가능
    • ‘원전 건설’ 기술력, 세계 1위권 도달
    • 지속적 리노베이션…100% 국산화 목표
    • “인간과 자연 생각하는 미래성장엔진”
    한국전력공사 컨소시엄은 2009년 12월27일 아랍에미리트(UAE)가 발주한 원자력발전사업을 수주했다. 1400MW(메가와트)급 원전 4기의 설계, 건설, 준공 후 운영지원 등 일괄수출계약(건설부문 200억달러, 60년간 운영지원 참여 200억달러)으로 알려졌다. 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원전수출이자 해외사업 수주 역사상 최대 규모다.

    ‘국가적 낭보’의 주역

    한국수력원자력 김종신 사장

    김종신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UAE 원전 수주는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원전 신흥국’인 한국이 쟁쟁한 원전 선진국들을 따돌렸다는 점이 해외 언론에서 비중 있게 다뤄졌다. 국내 언론은 모처럼 만의 ‘희소식’이라고 보도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도 “국가적인 낭보이자 획기적인 쾌거”라고 치켜세웠다.

    계약규모도 규모이거니와, ‘지금껏 내수용에 그친 한국 원전산업이 세계 원전시장으로 뻗어나가게 되는 역사적 전기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명박 대통령은 현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미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와 함께 어깨를 겨눌 수 있게 됐다. 한국은 크나큰 원전시장에 당당히 참여하게 됐고 가장 경쟁력 있는 국가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산업 수출액 4220억달러의 1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번 수주를 계기로 원전 수출이 가속화할 것이다” “지식경제부는 2030년까지 세계적으로 약 430기의 원전이 새로 지어져 1200조원의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이상 ‘한겨레’ 2009년 12월28일 보도)



    그런데 원전업계에선 이번 ‘국가적 낭보’의 주역 중 하나로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을 꼽고 있다. 대규모 수출의 경우 해외 마케팅이나 협상전략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상품의 품질’이 뛰어나지 않으면 성사되기 어렵다. 한전의 자회사인 한수원은 이번 계약의 ‘상품’에 해당하는 ‘원자력발전소 4기’를 UAE에 건설해주는 곳이다. 정부 관계자는 “UAE 원전 수주는 한수원이 원전의 상품성 즉, ‘원전 건설-운영 기술능력’을 세계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려놓았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정부의 ‘전력산업구조개편’ 정책에 따라 2001년 4월1일 한국전력공사에서 화력발전 5개 부문과 수력원자력 발전 부문이 분리되면서 출범했다. 이 회사의 자산은 26조원 정도이고 연 매출은 5조~5조5000억원, 당기순이익은 3500억~8000억원 선이다. 현재 고리, 영광, 월성, 울진 등 4개 원전본부에서 20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다. 발전량 기준으로는 세계 5위, 회사 단위로는 세계 2위의 원자력발전회사다. 올해 말부터는 신규 발전소인 신고리 원전 1호기가 상업운전에 들어간다.

    테크노 전사(戰士)

    1월 중순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수원 집무실에서 이 회사 김종신(金鍾信·64) 대표이사 사장을 만났을 때 그가 내민 명함에는 ‘나의 힘이 되신 여호와여, 여호와는 나의 반석이요 나의 산성이시로다’라는 성경 구절이 적혀 있었다. 경남 마산 출신인 김 사장은 1972년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한전에 입사, 38년째 원전 외길을 걸어왔고 2007년 4월 한수원 사장에 취임했다. 회사 안팎에선 “기독교의 윤리관과 테크노크라트의 저돌성으로 무장한 전사(戰士)”라는 인물평도 있다.

    ▼ 이력을 살펴보니 1972년 한전 입사 후 원자력연구실장, 원자력기술실장, 원자력발전처장, 원자력안전실장, 고리원자력본부장, 한국수력원자력 발전본부장 등 원전건설 현장에서 주로 활동했더군요. 원자력의 산증인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을 것 같은데요.

    “서울대 기계공학과에 재학할 때 ‘한전 장학금’으로 공부했어요. 이 무렵 ‘원자력을 도입한다’는 얘기를 듣게 됐어요. 원자력에 아주 흥미를 느끼고 있었고 인생을 걸어볼 만하다고 생각해 1972년 졸업 후 한전에 입사했어요. 첫 근무지는 ‘부산화력’이었는데 1년쯤 지나자 회사에서 ‘원자력 요원을 전국적으로 선발한다’고 해요. 망설임 없이 지원했죠. 영국으로 6개월간 원자력 연수를 받으러 가면서 원전과의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 1978년 처음으로 고리1호기 원전이 상업운전을 개시하면서 원자력시대가 열렸는데 원전건설 상황은 어떠했나요.

    “재원도 없고 인프라도 없고 인력도 충분하지 않았죠. 고리원전 1, 2호기, 월성원전 1, 2호기는 외국회사가 턴키(일괄공급) 방식으로 다 지어주었어요. 우리 땅에 지은 우리 발전소임에도 외국인 원전 전문가에게서 괄시받고…. 핵심 부문에 들어가려고 하면 제지당하기도 했죠.”

    ▼ 원전 국산화는 어떻게 시작됐나요.

    “1980년대 고리원전 3호기, 4호기 건설 때 사업자 주도형 원전건설 방식이 처음으로 시도됐습니다. 나는 미국 LA사무소에서 근무하다 돌아와 6년 동안 기술부장 등으로 고리 3,4호기 건설사업에 참여했는데 당시 외부에선 ‘실패할 것’이라는 예상이 더 많았어요.”

    美 “성공할 리 없다”

    ▼ 왜 그랬나요.

    “세계 원자력업계에선 ‘한국이 턴키로 몇 개 발주한 뒤 그렇게 큰 원전 프로젝트를 직접 주도해보겠다고 나서는 건 무식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미국 벡텔사가 우리를 많이 도와주었지만 그들도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손에 장을 지진다’는 취지로 여러 번 얘기했어요.”

    ▼ 실제로 어려움이 많았나요.

    “너무 문제가 많이 터져서, 산발적으로 여기저기 터져 나와서 ‘정말 보통 일이 아니구나’ 하고 수십 번도 더 생각했고 너무 힘이 들었어요. 마지막 단계에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무리하다 병원신세를 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원전은 성공적으로 준공했어요.”

    원전 국산화의 신호탄인 고리원전 3,4호기의 성공에 한국은 고무됐다. 김 사장은 이 공로로 1986년 6월 ‘철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이후 원자력산업 발전과 교류 공로로 2006년 11월 ‘금탑산업훈장’, 2008년 7월 ‘레지옹 도뇌르 훈장’(프랑스 정부)을 받았다. 2009년 현재 한국 원전산업 규모는 설비용량 면에서 1978년 고리원전 1호기 최초 개통시보다 30배 이상 커졌다.

    ▼ 이번 UAE 원전 수주에 대해 일각에서는 ‘가격 덤핑으로 수주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국내 1400MW(메가와트) 원전 건설비용과 비교했을 때 덤핑이 아닙니다. 적정 수익이 보장됩니다. 경쟁대상인 프랑스 측에 비해 우리가 더 저렴하고 공기가 빠른 건 사실이죠. 프랑스 측은 UAE 측에 제시했던 것과 똑같은 원전을 핀란드에서 짓고 있는데 준공이 3년 정도 늦어지고 20억유로 안팎의 돈을 추가로 투입해야 해 발주자와 옥신각신하는 것으로 알려졌어요.”

    -원전 건설 과정에 여러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군요.

    “그렇습니다. 계획대로 원전 건설과정을 관리하고 공기를 맞춘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죠. 우리 회사는 끊임없는 기술혁신, 반복적인 국내 원전건설을 통해 발주자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건설 능력을 확보했어요. 그 바탕에서 해외시장에 나가는 거니까요.”

    김 사장은 “취임 후 ‘세계적 기술력 확보’에 개혁의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그 결과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고 이는 2007년, 2008년 한수원이 전체 국내 발전회사 경영평가에서 1위에 오르는 밑거름이 됐다. 한수원이 운영하는 국내 원전 20기의 평균 이용률은 2007, 2008, 2009년 3년 연속으로 90%를 상회해 세계 최고를 기록했다.(2008년 이용률은 93.44%) 같은 기간 전세계 원전 436기의 평균 이용률은 79.5%였다. 일본 업체는 59%선, 프랑스와 미국업체는 76%, 89%선으로 한국 원전에는 못 미쳤다. 원전 고장정지 건수도 한국은 2008년 ‘1기당 연간 평균 0.35건’으로 선진국 원전의 ‘1기당 평균 1건이상’보다 훨씬 양호했다.

    중국에서만 100기 건설

    한국수력원자력 김종신 사장

    울산 울주군 신고리원자력발전소 3, 4호기 건설현장. 이 원전에 들어가는 국산 원자로 APR1400은 이번에 수주한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에도 설치될 예정이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한국형 원전 모델의 건설단가는 kWh(킬로와트) 당 2300달러로 프랑스 아레바의 2900달러, 미국 제너럴일렉트릭의 3583달러보다 훨씬 저렴하다. 한국이 단기간에 원전을 건설하는 것도 강점이었다. 한국 표준형 원전은 공사기간이 52개월로, 프랑스의 60개월, 미국의 57개월보다 더 짧다. 요컨대 한국 원전은 우수한 품질(이용률 최고·고장률 최저), 값싼 가격, 짧은 공사기간 등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김 사장은 “지난 수년간 전사적으로 ‘CIP(Continuous Improvement Process·지속적인 개량)’를 개혁과제로 내세워 강력하게 실천해 원전의 건설, 운영, 보수와 관련된 기술력이 향상됐다”고 했다.

    지구온난화가 인류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국제사회에선 온실가스를 유발하는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의 사용을 억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국제 석유가격의 급등은 국가경제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화석에너지 비중을 크게 낮추는 대신 2030년까지 원자력 비중을 확대 한다”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2008년 8월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발전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발전량 기준)은 현 36%에서 2030년 59%로 대폭 늘어난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원자력의 비중을 늘리는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원자력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 이번 UAE 원전 수주가 1회성에 그칠 수 있다는 얘기도 있는데요.

    “세계 최고수준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확보했다고 자부해요. 동남아, 중동, 동유럽에서 매년 수만 명이 우리 기술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문합니다.”

    ▼ 정부에 따르면 2010년 1월 현재 세계에는 436기의 원자로가 운영 중에 있고 향후 430기의 원전이 새로 지어져 1200조원의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하는데….

    “그 이상일 수도 있죠. 각국에서 정부와 국민의 지지가 충분히 이뤄진다면 2050년까지 1400기의 원자로가 가동할 것이라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자력기구(NEA)의 루이스 에차바리 사무총장이 밝힌 바 있어요.”

    ▼ 향후 원전 추가수출에 대한 의지는 어느 정도인지.

    “우리 회사는 국내 원전을 현재의 20기에서 38~40여기로 확충할 계획인데 이와는 별개로 대외 지향적으로 나가야 한다고 봐요. 원전 수출에 적합한 기술력을 향상시키는데 더욱 주력할 계획입니다. 이번에 세계 굴지의 프랑스 아레바를 따돌렸고 미국 웨스팅하우스는 우리 사업에 참여합니다. 어깨너머로 기술 배우던 게 엊그제 같은 데 말이죠.”

    한국수력원자력 김종신 사장
    김 사장은 “세계 원전시장의 ‘빅3’가 되는 게 목표”라고 했다. “향후 중국에서만 원전 100기가 지어진다는데 10%만 참여해도 10기 아닙니까. 통상 원전 1기 수출할 때 수주금액은 3조원이 훨씬 넘습니다.” 시민단체 등 사회 일각에선 환경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선 원자력 대신 대체에너지를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사장은 “원자력도 친환경 에너지”라고 했다.

    ▼ 그렇게 볼 근거는 무엇인가요.

    “원자력발전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유연탄발전의 100분의 1, 친환경으로 각광받는 태양광 발전의 3분의 1에 불과합니다. 원자력은 최고의 녹색에너지 중 하나인 셈이죠.”

    원자력, 미래 중심에너지?

    ▼ 태양광, 풍력, 조력 등 대체에너지가 화석연료와 원자력을 대체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우리 회사는 인천만에서 조력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입니다. 1400만kWh 규모로 세계 최대이고 관광자원으로서도 한몫 할 것으로 기대해요. 그러나 현재의 과학수준으로는 대체에너지가 단기간에 인류의 중심에너지로 부상할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1kWh의 전기를 생산하는 데 원자력은 39원의 비용이 들어 가장 저렴합니다. 석탄은 53원, 가스는 163원, 석유는 190원이 들죠. 그런데 태양광은 무려 670원이 들어갑니다.”

    한수원에 따르면 원자력은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에 유리하다고 한다. 원전의 경우 사과 1개 크기인 우라늄 1kg이 석유 9000드럼, 유연탄 3000t과 맞먹는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100만kWh 발전을 위해 원자력은 서울 월드컵경기장 1개 면적이면 충분한데 풍력은 경기장 51개 면적, 태양광은 경기장 151개 면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환경운동연합은 2009년 12월28일 논평에서 “원자력은 석유, 석탄과 마찬가지로 고갈될 자원이며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 시대에 대안이 되지 못하는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했다. “안전성 논란과 핵폐기물 처리 문제 등 우려는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한겨레 2010년 1월7일 보도) 이에 대해 김 사장은 “원자력은 오래 쓸 수 있는 에너지이며 사고확률은 매우 낮다”고 했다.

    ▼ 원전의 원료인 우라늄은 언제쯤 고갈되나요.

    “석유는 40년, 천연가스는 60년, 석탄은 150년 정도 더 사용가능합니다. 반면 우라늄은 220년 정도죠. 그런데 원전연료로 사용한 후 대부분을 재처리해 재사용할 수 있으니 다행이죠. 자원고갈 문제는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한국수력원자력 김종신 사장

    한국수력원자력(주) 울진원자력본부에서 내방객 안내를 맡은 유비쿼터스 지능형 로봇 ‘누보’가 이동하고 있다.

    ▼ 일각에서 원전의 방사능 누출 등 안전과 핵폐기물 문제에 공포감을 갖고 있는데….

    “나는 원전 안에서 수십 년 근무했고 가족들과 함께 발전소 인근 사택에서 오랫동안 살았지만 아무 문제가 없어요. 원전 폐기물은 고준위 폐기물과 중저준위 폐기물로 나뉘는데 중저준위 폐기물 문제는 경주에 영구처분장이 마련되어 해결됐습니다. 고준위인 사용후 핵연료는 각 발전소에서 안전하게 보관 중이죠.”

    ▼ 러시아 체르노빌에서 원전사고가 발생해 많은 사람이 희생됐는데….

    “체르노빌 원전과는 노형이 완전히 달라요. 우리나라에선 31년째 원전이 가동되고 있지만 한 건의 사고도 없었습니다. 방사능을 5중으로 차폐하여 전혀 나오지 못하게 합니다.”

    ▼ 그러나 신(神)이 아닌 이상 ‘100% 안전하다’고 하기는 힘들겠죠?

    “거의 완벽을 지향합니다. 원자로의 핵분열시 피복감이 녹아 방사능이 누출될 확률이 외국 원전에선 ‘10만년에 한 번’꼴인데 우리 원전에서는 ‘100만년에 한 번’꼴로 안전성을 강화했어요.”

    김 사장에 따르면 체르노빌 사고 이후 원전 선진국에서는 원전에 대한 여론이 나빠져 원전건설이 침체됐다. 그 사이 한국이 기술격차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부족한 5% 채워라”

    UAE 원전 수주를 계기로 터키, 요르단, 중국 등에 대한 추가수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자연스럽게 ‘원전 기술자립’ 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 12월29일 “2012년까지 원전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한수원은 1월6일 ‘원자력발전기술개발사업(Nu-Tech 2012)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 김 사장은 95%인 국산화율을 100%로 끌어올리는 시점을 ‘2012년 10월경’으로 구체화했다.

    ▼ 현재 국산화율은 95%라고 하는데, 5% 부족한 기술이 무엇인가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원전계측제어시스템, 원전설계핵심코드, 냉각재펌프죠.”

    한국수력원자력 김종신 사장

    고리원전 1호기가 재가동에 들어간 2008년 1월17일 중앙제어실에서 김종신 사장 등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들이 지역주민들에게 원전 재가동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 세 기술이 어디에 쓰이는지, 국산화 목표시점은 언제쯤인지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시죠.

    “원자력발전소 내 중앙제어실은 비행기의 조종실과 같아요. 원전의 모든 기능을 통제하죠. 원전계측제어시스템은 중앙제어실에서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를 말합니다. 2010년 7월까지 국산화를 완료하기로 했어요. 또 원전설계핵심코드 중 안전해석코드는 ‘원천기술의 척도’로 통하죠. 발전소가 요건에 맞게 설계됐는지 점검하는 기술인데 2012년 10월까지 개발하기로 했어요.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인력을 보강하는 등 역량을 여기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노심설계코드는 원자로에서 우라늄 등 핵연료를 이상적인 상태로 태울 수 있도록 해주는데 올 3월 개발 완료예정입니다.

    냉각재펌프는 인체의 심장과 비슷한 기능을 합니다. 원자력발전은 우라늄을 태워 얻은 열에너지로 증기를 만들어 그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합니다. 냉각재펌프는 이 과정에서 냉각재를 순환시키는 기능을 하는데 2012년 6월까지 자체개발하기로 했어요.”

    ▼ 굳이 100% 국산화를 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실 국내용 원전건설에 100% 기술 자립이 요구되는 건 아니죠. 그러나 수출을 위해선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상당히 오래 전부터 준비해왔습니다.”

    한수원은 경영 선진화 일환으로 본사 16개 처·실을 12개 처·실로 줄이고 46개 팀을 축소했다. 성과에 따른 서열파괴 인사, 사업소별 책임경영제를 도입했다. 준법감시인 운영, 구매 특별감사 실시, 윤리구매지침 시행을 통해 최근 3년간 청렴도 1위에 올랐으며 부정부패사건도 없었다고 한다. 김 사장에 따르면 이 회사에는 특별한 조직문화가 있다. 1970년대 초부터 수십 년 동안 외국 전문가들에게 지식을 배우고 교류하는 과정에서 ‘인간관계’보다는 ‘합리성’을 중시하는 서구의 기업문화가 은연중에 이식되었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내부개혁 과정에서 수익과 공공성 간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임직원 임금 반납분으로 소년소녀가장 지원 △중소기업 대상 무담보 신용대출 △발전소 주변 5만2000가구 전기료 보조 사업이 추진됐다. 전력 1kWh당 1원씩 적립하는 방식으로 발전소 소재 지역에 1500억원이 투입됐다. 실업난 해소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지난해에는 원전기능인력 641명, 그리고 인턴사원 400여명을 채용한 데 이어 이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역사적 기회’ 왔다

    고유가, 온난화 등 지구적 환경변화에 의해 원전 선진국은 다시 원전에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 등 신흥 원전 도입국은 원전기술 따라잡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향후 세계 원전시장이 팽창하더라도 한국은 원전 선진국과 신흥국의 강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월드 베스트’를 추구하는 한수원 앞에는 많은 시험대가 놓여있다. 추가수출이 이뤄져야 하고 원천기술이 예정대로 확보되어야 하며 원전사고는 계속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국가브랜드 향상, 국부 창출, 에너지확보, 온난화 방지에 기여하는 회사로도 자리 잡아야 한다.

    사회 갈등과 기피의 대명사이던 원전은 ‘UAE 수주’를 계기로 국민적 지지와 신뢰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한수원으로서는 무엇보다 이 절호의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원전 역사상 처음으로 찾아온 ‘여론의 훈풍’은 한수원의 미래와 성장에 가장 필요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원전은 더 인간적이고 친환경적이고 글로벌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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