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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괴짜들 ⑦

‘블루 마스터’ 이창후

“태권도 잘 하는 게 ‘유식함’이라는 걸 보여주겠다”

  • 송화선│동아일보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블루 마스터’ 이창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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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마스터

▼ 1988년 이후로 그럼 다른색 옷은 단 한 번도 안 입으셨어요?

“군대 갔을 때는 군복을 입었고 태권도를 할 때는 하얀 도복을 입죠.”

▼ 군복이나 유니폼 말고는요.

“집에서 입는 잠옷 중엔 하얀색도 있어요.”



▼ 사람들이 관심 갖는 걸 즐기는 거 아니세요?

“즐기지는 않죠. 서울 사람들은 남의 일에 관심이 없으니까 제가 무슨 옷을 입든 상관 안 할 줄 알았어요.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는 게 재미있을 때도 있긴 하지만 불편한 점도 많았어요.”

▼ ‘블루 사이코’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들었는데요.

“저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비하해서….”

내내 웃던 얼굴이 딱딱해졌다. 불쾌한 빛이 역력했다. 처음 그 소문을 듣고 친구들에게 얘기했더니 발끈하면서 애칭을 지어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만들어진 단어가 ‘파깨비’다.

“저는 사람들이 아무데나 영어를 갖다 붙이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방송도 그렇고, 언론도 그렇고 영어가 너무 많이 나와요.”

개인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자기소개서에 따르면 그는 초등학교 때 영어 일어를, 중학교 때 프랑스어를, 고등학교 때 독일어 중국어를 습득했다. 하지만 우리말에 간간히 섞어 쓰는 것은 싫어한다. 인터뷰 도중 ‘UCC’를 언급할 때도 ‘손수 제작물’이라고 했다. 외국인을 만나면 영어를, 한국 사람들끼리는 우리말을 쓴다는 게 그의 원칙이다. 그럼 저 별명이 싫었던 이유가 영어라서 였다는 뜻일까. 그보다는 ‘사이코’라는 단어가 심기를 건드렸을 게 분명하다.

▼ 그렇게 싫으셨으면, 파란 옷을 안 입는 게 해결책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요.

“굳이 그럴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사람들이 너무 강렬하게 의식하니까. 특히 외국에 나갔을 때 파란 옷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제가 태권도 사범으로 외국인을 많이 가르치는데, 그 사람들이 제 이름을 기억 못 하거든요. 그냥 ‘Master Blue(파란 사범)’라고 합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파란색이 제 상징이 된 거죠.”

그는 자신이 세상과 일종의 게임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무심코 입은 파란 옷에 세상이 먼저 반응을 보였고, 세상의 대응에 따라 그가 다시 행동을 결정할 차례가 된 것이다. ‘내가 계속 파란 옷을 입으면 어떻게 될까’ 생각하고 움직이는 건 재미있는 일이다. 인생을 게임으로 생각하면 삶이 가벼워진다. 실패와 맞닥뜨려도 ‘이번엔 내가 졌군’ 생각하고 툭툭 털어낼 수 있다. 다른 수를 써서 새롭게 도전하면 되기 때문이다.

내가 주먹을 쥐는 것은

‘내가 주먹을 쥐는 것은/ 하나의 단단한 나무를 쓰러뜨리기 위함이 아니요/ 부풀어 오르는 가슴/ 그 속의 불길을 내뿜기 위함이 아니요/ 조용한 물가에 거품을 일으키는/ 한 마리의 고기를 잡기 위함이 아니요/ 저 높은 곳을 향해/ 날개를 달기 위함이 아니다/ 다섯 손가락이 조용히 긴장하는/ 손 안의 작은 공간에서/ 무한히 열리는 삶을 위한 길로 들어서고자 함이니/ …’

이창후 시, ‘내가 주먹을 쥐는 것은’ 중에서

태권도에 매달리는 것도 어찌 보면 그 게임의 하나일지 모른다. 178㎝, 67kg. 호리호리한 체격을 한 그는 서울대 철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받고 시간강사로 일하고 있는 전형적인 책상물림이다. 동시에 태권도 공인 5단에 학사장교로 공수특전사에서 복무하며 태권도 교관을 지낸 무술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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