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호

대한지적공사 이성열 사장

15조 공간정보산업 띄워 국토의 패러다임 바꾼다

  • 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10-03-02 18: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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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제강점기 지적도가 3차원 디지털 정보로
    • “국민생활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편익 제공”
    • “땅 관리 세계 1등…독보적 측량술 확보”
    • 모로코, 아제르바이잔, 베트남 등 수출 활기
    대한지적공사  이성열 사장
    대서양 카리브 해에 있는 섬나라 자메이카는 아름다운 휴양지로 유명하다. 미국 뉴욕 케네디 공항에서 자메이카행 탑승 수속을 하면 공항 직원이 “멋진 곳으로 가는군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한지적공사 측의 설명에 따르면 레게음악의 본산이기도 한 이 낭만적인 나라에는 한 가지 고민이 있다.

    국토의 90% 정도가 토지 등록이 안 되어 있는 점이 그것이다. 토지 등록은 국가가 정확한 측량으로 땅의 경계를 명확히 하여 개인의 토지소유권을 법적으로 확정해 주는 일이다. 1962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뒤 자메이카에선 사유지가 많이 늘어났으나 토지측량기술과 토지관리제도의 낙후 등으로 땅값에 비해 등록비용이 비싼 편(필지당 3000달러)이어서 지주들이 등록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이 나라에는 한국의 등기부등본, 토지대장 같은 것이 별로 없다. 별일이 아닌 것 같지만 자메이카 정부는 이 문제로 경제발전에 큰 지장이 초래되고 있다고 인식했다.

    자메이카의 고민 해결

    우선 토지를 담보로 한 은행 대출이 불가능하고 심지어 매매도 잘 되지 않는다고 한다. 자메이카 농림장관의 설명에 따르면 커피·사탕수수 농업이 국가의 주력산업인 상황에서 토지 미등록 문제로 인해 농업자본 축적, 투자 촉진, 부동산 거래 활성화, 국가 경제발전이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자메이카 정부는 마침내 대한지적공사에 토지등록사업의 대행을 맡기기로 했다. 지적공사의 입장에서는 지적측량사업의 첫 번째 중남미 수출인 셈이었다. 지난해 11월3일 자메이카 총리공관 회의실에서 이성열(李星烈·59) 대한지적공사 사장은 브루스 골딩 자메이카 총리와 ‘토지등록 및 전산화 사업’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지적공사는 2010~11년 현지법인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엘리자베스 주를 대상으로 1단계 시범사업(500만달러, 2년)을 시행한다. 이어 자메이카 전 국토를 대상으로 2단계 사업(1억달러, 6년)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양해각서 체결 때 브루스 골딩 총리는 이성열 사장 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해왔다. “오는 4월 의회에 예산안을 제출하고 시정연설을 하는데 이때 시범사업의 결과로 자메이카 농민 100명정도가 타이틀(title·한국의 등기권리증에 해당)을 받았다는 내용을 연설문에 꼭 넣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이 사장 측은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했다. 지적공사 관계자는 “우리의 기술력으로 자메이카의 고민이 해결되는 길이 열리게 됐다”고 했다.

    잘못을 ‘지적’하는 곳?

    2월4일 서울 여의도 대한지적공사 사무실에서 이성열 사장을 인터뷰했다. 경남 마산 출신인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미시간대 정책대학원 경제·행정학 석사를 졸업했으며 1976년 17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해 행정자치부 인사국장, 전북 행정부지사, 차관급인 소청심사위원장 및 중앙공무원교육원 원장을 지냈다. 2007년 9월 그는 노무현 정부에 의해 지적공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전(前) 정권의 공기업 사장 상당수가 물러났으나 그는 유임되었는데 이와 관련해 부처에서는 “공보관을 오래해서 친화력이 있고 개혁성이나 경영성과가 뚜렷하다”는 평가가 있었다고 한다.

    공기업 사장은 명함에 개인적인 연락처는 써두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이 사장이 건넨 명함에는 휴대전화 번호가 찍혀있었다. 이 사장은 “OOO 기자 하고 대학 과 선후배 관계 맞죠?”라고 물어왔다. “어떻게 알았느냐”고 하자 그는 “제가 공보관을 두 번해서 기자들은 좀 많이 아는 편”이라고 했다. 그에게 “지적공사의 고민은 무엇인가요”라고 물었다. 그는 “국민이 지적공사를 잘 모른다는 점”이라고 했다.

    대한지적공사  이성열 사장

    탤런트 한지혜가 등장하는 대한지적공사 홍보포스터. 한지혜의 부친은 지적공사 지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 공보관 출신이어서 홍보의 중요성을 남다르게 생각하는 건가요.

    “꼭 그런 이유는 아니고요. 한전 하면 다 아는데 지적공사 하면 어떤 일을 하는 기관인지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요. 내가 피부로 절감을 해요. 어떤 분은 ‘잘못을 지적하는 곳이냐’고 말하고, 어떤 분은 ‘지도 하나 안 주느냐’고 해요.”

    ▼ 그래서 지적공사의 라디오 광고가 ‘아빠, 지적이 뭐야?’로 시작하는 거군요.

    “저희 회사가 국민의 소중한 재산인 토지의 권리행사와 관련된 일을 하는 곳인 만큼 국민에게 널리 알려지고 더 친숙하게 다가가는 일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간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엄청 노력했습니다.”

    ▼ 지적공사는 ‘땅(지)의 호적(적)’ 업무를 하는 곳이라고 하면 쉽게 이해될 것 같기는 한데 사실 우리 국민이 땅에 대한 애착은 남다르지 않나요.

    “단위 면적당 땅값으로 치면 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땅값이 비싼 나라가 드물어요. 사람에게 호적이 있듯 토지에 대해서도 어떠한 모양으로 생겼는지, 크기는 어느 정도인지, 경계는 어떻게 되는지, 용도는 어떠한지, 주인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현재의 소유주는 누구인지 등을 측정·조사하여 기록으로 확정해두는데 이것이 지적이죠. 저희 지적공사는 국민의 재산권 보호와 효율적 국토관리를 위한 지적측량, 지적정보체계 구축을 핵심 사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경영 성과가 폭발적”

    이 사장은 쉽게 말해 “토지를 이용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우리 직원들이 출동하여 해결해준다”고 했다. 토지권리가 명확해야 자본주의경제가 비로소 출발하는 건데 예를 들어 국민이 자기 땅에 건물을 지으려 해도 지적공사의 측량으로 토지구획을 확정해야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 지적과 관련된 유명한 이야기가, 현 우리나라 국토의 지적도가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졌다는 건데요.

    “지적의 정비는 국가의 유지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토지를 등록해두지 않으면 토지에 대한 세금을 걷을 수 없으니까. 일제가 대한제국을 합병한 뒤 최초의 사업으로 토지를 측량해 지적도부터 만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죠. 그때의 지적도를 아직 쓰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 향후 남북의 통일과정에서도 지적공사는 중요한 일을 맡게 되겠군요.

    “오늘 저희 직원들이 개성에 들어가 공업지구 측량을 했어요. 먼 장래의 일 같지만 통일은 빨리 다가올 수도 있고 토지측량과 지적정비는 북한지역 경제부흥의 기초가 되는 거죠.”

    지적공사는 지난해 4033억원 매출에 223억원의 순이익(잠정)을 냈다. 이는 2008년 순이익 99억원의 2배 이상에 해당하고 예년의 순이익 50억원대에서 4배 이상 상승한 것이다. “국민으로부터 ‘신의 직장’이라는 말은 듣지 말자”는 이 사장의 호소에 노조가 동의하여 2년 연속 임금 동결과 인력감축을 단행했다고 한다. 대신 지난 2년간 대졸 신입사원을 매년 50여 명씩 채용했다.

    국가청렴위원회(현 국민권익위원회)의 청렴도 조사에서 지적공사는 2006년 9.43점(10점 만점)으로 정부산하기관부문 1위에 올랐다. 이후로는 ‘청렴도 조사를 할 필요가 없는 기관’으로 분류되어 조사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고 한다. 자체 청렴도 조사에선 2008년 89.5%에서 2009년 90.2%로 상승한 것으로 나왔다. 공기업 본사 지방이전 약속은 다른 공기업과 비교했을 때 가장 성실히 이행하는 편이라고 한다. 올해 토지구입비와 사옥 설계비 53억원을 확보하여 예정대로 2012년까지 이전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 사장은 “지적공사의 최근 경영 성과는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또한 개혁 마인드와 도덕성에서도 흠잡을 데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그러나 공기업 정원을 감축하도록 하는 정부의 계획에 대해선 “지적공사는 앞으로 훨씬 더 크게 성장할 회사다. 각 공기업의 경영 상태나 발전 가능성을 고려해 다소 유연하게 시행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대한지적공사  이성열 사장

    지적공사 직원들이 독도(왼쪽)와 모로코(오른쪽)에서 디지털 장비로 측량하고 있다.

    술이 정말 센 조직

    그는 이어 “지적공사에는 독특한 사내문화가 있다”면서 “나도 여기 와서 알게 되었는데 정말 술이 세다”고 소개했다. 여의도 식당가에선 “주문한 요리가 나오기도 전에 김치 반찬만으로 소주 한 병을 비우는 손님들은 무조건 지적공사 직원들”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는 것.

    ▼ 아무래도 야외에서 토지측량 일을 하다보니 그런 것 아닐까요.

    “하루 종일 땅과 씨름하다보면 저녁에 술 한잔이 생각나는 거죠. 지적업무가 사실 엄청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고 그에 비례해 술도 는다고 봐요.”

    ▼ 직원들에게 다가가려면 술자리를 자주 해야겠네요.

    “취임 후 전국 200여 지사를 돌며 직원들을 만나왔어요. 현장에서 측량업부만 하던 직원들이라 순박해서 처음에는 나와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어려워 했어요. 소줏잔이 좀 돌자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되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모든 직원이 회사의 주인으로 일하자’는 창조적 리더십(creative leadership)을 강조했어요. 동기부여 수단도 제공했습니다. 단지 구호가 아니라 이후 많은 직원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는 것을 보게 되었어요. 주인의식이 있느냐 없느냐는 결과에 큰 차이를 가져옵니다.”

    ▼ 우리나라는 땅이 중요한 자산이므로 아마 지주들은 측량결과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 같은데요.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이런 점과도 관련이 있겠죠? 어떻게 보면 어느 나라보다 더 정밀한 측량기술이 요구된다고 할 텐데 지적공사의 토지측량이나 지적제도 운영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세계 톱클래스에 진입했다고 평가됩니다. 호주 멜버른 대학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개국을 대상으로 지적 관련 11개 항목을 평가한 결과 우리는 6개 양호, 4개 보통, 1개 낙후로 상위권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어요. 낙후 평가를 받은 건 ‘필지 증가율’로 기술적인 문제는 아니었죠. 토지측량은 본질적으로 모든 지주를 만족시킬 수 없어요. 조금 늘어나는 땅이 있으면 그에 비례해 줄어드는 땅이 있게 마련이니까. 그럼에도 저희 회사의 고객만족도는 2004년 72.0점에서 2007년 81.6점, 2008년 84.9점, 2009년 88.9점으로 공기업 중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어요. 그만큼 기술력을 바탕으로 정확한 측량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의미죠.”

    ▼ 고객의 유별난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기술도 발전했다는 건데 최근에는 민간 측량업자들과의 경쟁이 치열하다면서요.

    “지적공사는 370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린 세계 최대의 측량전문회사라고 해도 될 겁니다. 일본만 해도 민간의 중·소 규모 회사가 주로 토지측량을 맡고 있어요. 지적공사처럼 많은 기술자가 하나의 회사에 결집하여 체계적으로 국가 지적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매우 드믄 일로 기술발전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봐요. 저희 회사는 국내외적으로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고 봐요.”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의 자금으로 실시되는 지적사업은 최근 3년간 53개국, 2조6400억원 규모다. 세계 측량시장 규모도 27조원 정도로 계속 확대되는 추세라고 한다. 지적공사는 2008년 최초의 대단위 해외시장 진출인 모로코의 토지등록 및 시범사업, 베트남의 산업단지 측량 사업 수행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해외수출에 나섰다.

    대한지적공사  이성열 사장
    이 회사 자료에 따르면 아제르바이잔의 지적제도 개선 및 신도시 측량 사업, 자메이카의 토지등록 및 전산화 사업, 투르크메니스탄의 토지등록 사업, 오만의 측량 사업, 우즈베키스탄의 연수원 설립 지원 사업을 수주 또는 추진 중이다.

    세계적으로 토지등록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나라가 많다고 한다. 또한 상당수 선진국이 토지관리 역량에서 한국에 못 미치고 있다는 게 지적공사 측의 설명이었다. 이 사장은 “여러 개발도상국가에서 체계적 국토 관리의 중요성에 눈을 뜨고 있다. 우리의 디지털 기반 지적관리 기술은 각국에서 좋은 평판을 얻고 있어 해외진출은 앞으로 가속화될 것”이라고 했다. ‘토탈측량시스템’으로 불리는 지적공사의 자체개발기술은 과거의 아날로그 수치좌표를 디지털 측량정보로 전환해 측량 시간 단축과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는 평가를 얻었다.

    지적공사에 있어 2010년은 향후의 드라마틱한 성장 여부를 가늠할 중요한 시점이다. 이 회사는 토탈측량시스템 등을 바탕으로 하여 두 가지의 국가적 사업에 도전한다. ‘지적재조사사업’과 ‘국가공간정보 통합체계 구축 사업’이 그것이다.

    지적재조사는 일명 디지털 지적 구축으로 불린다. 이는 일제강점기인 1910년 일본인들이 세금 징수를 위해 아날로그 측량으로 만든 ‘도쿄 원점’의 지적도와 임야도를 대신해, 디지털 측량기술과 세계측지계에 기반을 둔 측량기준점으로 전 국토를 다시 측량·제작해 새로운 지적제도를 구축하는 사업이라고 한다.

    100년 만의 ‘도쿄 원점’ 탈피

    ‘100년 만의 지적주권 회복’이라는 의미가 곁들여진 이 사업에는 수조원의 예산이 투여될 예정이다. 올해 지적공사가 17개 지구 시범사업을 마무리해 중간평가를 받고 이어 예비타당성 조사, 특별법안 제출 등을 진행하여 2012년까지 시급한 지역에 대한 재조사를 우선적으로 마무리한다는 일정이다. 전체 사업은 2013~2020년에 걸쳐 완료할 예정이다.

    ▼ 도쿄 원점으로 측량되어 있다는 게 정서적으로 기분이 좋은 일은 아닌 듯한데 어떤 오차를 일으키는 문제가 있나요.

    “우리나라가 실제보다 100~200m 옮겨져 있어요. 기준점 정비로 우리 기술에 의한 통일된 3800여 기준점 네트워크가 구축됩니다.”

    ▼ 지적주권 회복이라는 역사적 의미는 그렇다 치고 이 사업이 국민에게 주는 실질적인 편익은 무엇인지 따져봐야겠는데요.

    “6·25전쟁과 수십 년간의 경제개발사업으로 국토에 커다란 변형이 발생했어요. 이 때문에 일제강점기에 제작된 도면과 현장의 땅이 맞지 않는 일이 자주 있어요. 지적도상의 경계와 실제 경계가 일치하지 않는 이른바 ‘지적불부합지’로 분쟁이 발생합니다. 토지 소유자 간 경계분쟁으로 연간 900억여 원의 측량비용이 소요되고, 토지경계와 관련된 소송으로 국민은 연간 1조원 정도를 부담하고 있어요.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로잡는 효과가 있습니다.”

    ▼ 전국적으로 지적불부합지가 어느 정도 되는가요.

    “대략 512만 필지로 전 국토의 13.8%에 해당합니다.”

    ▼ 실제와 맞지 않는 토지 경계를 바로잡아주는 것 외에 다른 효과가 있나요.

    “현재의 평면적 종이 지적이 3차원 디지털 지적으로 바뀌게 됩니다. 이를 기반으로 신 성장동력인 국가공간정보 산업을 창출하고자 합니다.”

    ▼ 공간정보라는 용어가 생소한데 무슨 뜻인가요.

    “지상, 지하, 수상, 수중 등 모든 공간에 존재하는 자연과 인공시설물의 위치 정보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공간정보를 생산, 관리, 가공, 유통하고 다른 산업과 결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공간정보산업이고요.”

    ‘무인 자동차’와 ‘천리안’

    대한지적공사  이성열 사장

    대한지적공사가 3D로 재현한 숭례문 측면.

    ▼ 언뜻 자동차의 내비게이션이나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위성사진 서비스가 연상되는데요. 그렇다면 국가공간정보산업을 통해 새롭게 나올 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는 어떤 게 있을 수 있나요.

    “공간정보가 정보통신(IT), 위성 기술과 접목되면 무한한 가능성이 열립니다. 예를 들면 사람이 운전을 하지 않아도 저절로 목적지까지 가는 무인자동차가 등장할 수 있습니다.”

    ▼ 국민의 경제생활에 영향을 주는 점은 있을까요.

    “지금은 토지대장, 등기부등본 등을 일일이 떼어야 하는데 이런 것이 하나로 통합되고 인허가 절차도 대폭 줄어듭니다. 토지와 건물의 지상 지하 3차원 위치정보, 속성정보, 구조, 용도, 건폐율, 용적률, 행정구역, 지목, 소유권 변동사항이 일시에 인터넷 등을 통해 제공됩니다. 현재의 내비게이션은 건물의 대략적 윤곽만 보여주지만 공간정보는 건물에 관한 모든 정보를 원하는 대로 다 보여주죠. 길을 걷다가 가장 가까운 화장실이나 편의점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휴대전화로 금방 찾을 수 있도록 해주죠. 일종의 천리안을 갖게 되는 셈이죠. 다양한 융·복합 사업이 파생될 수 있습니다.”

    이 사장은 “국가공간정보산업은 2015년까지 15조원 규모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이후에도 2~3배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적공사는 토지뿐만 아니라 문화재도 측량했다. 이것을 “문화재를 스캔(scan)한다”고 말한다. 3차원 디지털로 진행되는 이 작업은 예상하지 못한 효과를 냈다. 지적공사는 주춧돌 위치에 이르기까지 숭례문의 모든 것을 1cm의 오차도 없이 ‘스캔’해두었는데 화재로 소실된 숭례문 복원 작업에 이 자료가 요긴하게 쓰였다.

    ‘fun’ 선사해줄까

    지적은 묘지관리에서도 위력을 발휘했다. 장묘문화의 전통이 깊은 우리나라에는 전국적으로 2000만기의 묘지가 있다. 그러나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이 중 30%는 무연고로 분류된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손자, 증손자 등 후세로 내려가면서 조상의 묘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알 수 없게 되는 일이 빈번하게 나타난다. 지적공사는 전국 묘지의 측량, 등록, 관리를 맡기로 보건복지가족부와 최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대로 사업이 시행되면 묘지가 폭우로 유실되어도 그 자리에 원형에 가깝게 복원할 수 있고 묘지를 잃어버리는 일도 벌어지지 않게 된다.

    지적공사는 기존의 ‘토지 측량·관리’를 넘어 그 핵심 영역을 ‘공간’으로 확장했다. 이 사장은 이를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고 했다. 이 회사는 ‘삼각대를 들고 논두렁을 오르내리며 눈금을 맞추는’ 이미지에 머물러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현대에 들어 공간은 현실의 공간 차원을 넘어 디지털, 융·복합, 유비쿼터스 기술에 의해 새롭게 창조되고 있다. 필요정보로 채워지는 인공의 공간은 인간에게 또 다른 효용성을 제공한다. 지적공사는 추상적 개념인 ‘공간’에서 자사와의 접점을 발견하여 이러한 미래의 거대시장에 참여하려는 것이다. 이 회사의 국가공간정보사업은 이미 3차원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이는 폭발력이 입증되고 있는 3D산업과 긴밀히 연계될 수 있는 구조로 보인다.

    사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초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공간정보산업 육성 로드맵을 짜는 데 공을 들여왔다. 지적공사를 행정안전부에서 국토해양부로 이관한 것도 그 연장선상이었다. 현 정부의 이러한 구상이 이제 출발점에 섰다. 지적공사의 창의력과 실행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현실화되기는 어렵다. 이성열 사장은 ‘펀(fun·재미) 경영’을 강조해왔는데 지적공사가 공간정보로써 국민생활에 예기치 않은 재미를 선사해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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