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호

강설기

  • 입력2010-03-04 15: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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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설기
    수천 수만 년 동안

    하늘로 올라간 조상의 영혼들이

    이 무렵 은가루 되어

    따으로 되돌아오는 것일까

    남과 북, 동서의 구별 없이



    전국 방방곡곡에 내리는 눈

    송이마다 모양은 다르지만

    익숙한 몸짓으로 사뿐히 내려앉는다

    낮은 지붕과 장독대 위

    헐벗은 나뭇가지의 까치집에도

    삶의 무게만큼 눈이 쌓인다

    모처럼 하늘과 땅

    저승과 이승이 한데 어울려

    잔치를 벌이는 날

    개마공원과 개골산 골짜구니

    거기서 발 구르던 눈보라

    묘향산 기슭에서

    서산대사의 눈길과 마주쳤던

    그 눈송이가 지금 여기 온 것일까

    아, 내리는 눈발 하염없이 바라보며

    지나온 세월 유리창에 비추어 보노니

    천 갈래 만 갈래 얽힌 사연

    실타래 풀 듯

    나도 한 점 눈송이 되어

    우주 속으로 뒤섞여 간다

    강인섭

    ● 1936년 전북 고창 출생
    ● 195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 대통령정무수석, 14,16대 국회의원 역임

    ● 시집 ‘녹슨 경의선’ ‘강인섭 통일시집’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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