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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에게 경영을 묻다 ④

공자의 인생에서 배우는 경영의 원리

  • 배병삼│영산대 교수·정치사상 baebs@ysu.ac.kr│

공자의 인생에서 배우는 경영의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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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을 두고 변화

그리고 30대 이후의 공자 인생은 10년 단위로 질적 고양, 요즘 식으로 하자면 ‘업그레이드’를 이루고 있음을 우리는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이 40대의 불혹(不惑)과 50대의 지천명(知天命), 그리고 60대의 이순(耳順)으로 표현되고 있다.

여기 40대에 공자가 획득했다는 불혹의 경지란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신념을 갖게 되었음’을 말한다. 거꾸로 보면 30대에 한 분야의 전문가로 자립하긴 했으나, 그동안 자기 일과 삶에 대해 의심과 회의(懷疑)에 시달렸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른 일을 했더라면 더 좋은 성과를 내지 않았을까, 또는 다른 일에 재능이 더 있었을 수 있는데 하는 미심쩍은 마음가짐이다. 그런데 40대에 이른 어느 날 내가 하는 이 일이 확신으로 와 닿았다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프루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에서 묘사된 바와 같이, ‘남의 길’에 솔깃하거나 ‘다른 길을 갔더라면…’하는 흔들림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옛날 고시 합격생들의 체험기를 모은 책 제목을 빌리자면,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가겠노라는 확신에 이른 것이다.

공자는 50대에 또 한 번 질적 도약을 하는데 그것을 지천명이라고 일렀다. 여기 ‘천명을 알다’(知天命)란 그동안 나의 일, 혹은 나의 삶이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더라는 통렬한 깨침이다. 40대의 불혹에서 이 일이 나의 길임을 확신했는데, 50대 어느 날 이것이 나의 주체적, 자율적 선택이 아니라 내 배후에 어떤 ‘님’이 있어, 그에 의해 선택된 것임을, 그 ‘님’의 역사(役事)에 ‘나’가 쓰이고 있다는 깨우침이다. 내가 성취의 주체가 아니라 기껏 도구에 불과하다는 깨달음의 자리인 셈이다. 여태 ‘내가 무엇을 한다’라고 믿었던 능동태가 실은 ‘님으로 말미암아 무엇을 하게 되었다’는 수동태임을 깨닫는 순간이라고 할까. 그렇다면 ‘지천명’이란 곧 ‘신의 뜻’을 느끼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기독교 신자들이 “나를 주님의 역사에 도구로 써주소서”라는 말을 쓰곤 하던데, 이것이 그 턱이다.

60대에 이르러 공자는 또다시 업그레이드를 체험하는데 그것을 이순(耳順), 곧 귀가 순해지는 경지로 이름 붙인다. ‘귀가 순해진다’라는 것은 세속적 인간으로서의 자아(ego)가 사라졌다는 뜻이다.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E. Fromm)의 잘 알려진 개념인 ‘소유냐, 존재냐’를 여기에 적용하면 50대 지천명의 순간에 ‘소유’ 의식이 사라졌다면 60대의 어느 날, ‘나’라는 존재 의식조차 사라진 것이라고나 할까.



일이나 사건에 대해 ‘A는 B다’라고 규정하는 나, 혹은 ‘A는 B가 아니다’라고 부정하는 주체(나)가 사라지고 도리어 나는 남의 말과 자연의 소리를 듣는 존재, 곧 말은 사라지고 귀만 남은 사람으로 심플해진 것이다. 이순의 ‘나’는 말과 소리가 소통되는 통로이지 말로써 규정하고 명령하는 ‘존재’가 쑥 빠져 사라진 것이다. 공자의 남의 소리를 잘 듣는 점은 다음 대목에서도 엿볼 수 있다.

공자는 사람들과 노래를 부를 적에, 잘 부르는 이가 있으면 반드시 앙코르를 청하였다. 그 다음엔 이에 화답하였다. (논어, 7:31)

이렇게 남의 노래·소리를 잘 들어서 그 맛을 음미하고 또 그에 대해 화답하는 공자의 듣기 태도는, 소통(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는 이순의 길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달리 표현하면 남과 자연에 대해 평가하던 ‘나’가 사라지고, 평가하려는 나조차 지긋이 돌이켜보는 경지가 이순이겠다. 불교의 어법을 빌리자면, ‘지천명’의 50대에 획득한, “산은 더 이상 산이 아니요, 물은 더 이상 물이 아니라”는 부정의 정신을 심화해 “산은 다시금 산이요, 물은 역시 물이라”는 경지에 닿은 것이라고 할까? 저기 황희 정승이 집안을 다스리면서, “네 말도 옳고 또 저 말도 옳다”고 내내 긍정하기만 했다던 것이 이 경지일까?

여기서 우리는 공자의 일생에서 삶의 질이 도약하는 기간이 10년 단위로 구성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하리라. 그런데 공자의 일생에서 전형적으로 드러나는 ‘매 10년간의 질적 도약’을 법칙으로 승화시킨 사람이 현대 경영사상가 말콤 글래드웰(M. Gladwell)이다.

그는 한 분야에 특출한 성취를 이룬 사람을 아웃라이어(outlier)로 호칭하는데(공자식으로 표현하자면 ‘군자’가 유사하다), 아웃라이어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서 “어떤 분야든 숙달되기 위해선 하루 3시간 10년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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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삼│영산대 교수·정치사상 baebs@y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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