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호

허난설헌 일대기 소설화한 작가 류지용

  • 글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사진 / 조영철 기자

    입력2010-04-07 10: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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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난설헌 일대기 소설화한 작가 류지용
    ‘지난해 사랑하는 딸 잃고, 올해 사랑하는 아들 잃어 애달프고 애달픈 광릉 땅에 두 무덤이 마주하고 있네…’

    -허난설헌 시 ‘곡자(哭子)’ 중에서

    우리 문학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삶을 산, 그럼에도 빼어난 작품을 남긴 여류 문인을 꼽는다면 허난설헌(1563~1589)이 분명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조선 중기 석학 허엽의 딸로 태어난 그는 여덟 살에 신선 세계를 시적으로 묘사한 산문 ‘광한전 백옥루 상량문’을 쓸 정도로 문재(文才)가 뛰어났다. 하지만 안동 김씨 가문으로 출가한 뒤 여성의 시작(詩作)을 마땅치 않게 여기는 시댁과의 불화, 원만하지 않은 부부생활로 고통을 겪었고, 정쟁에 휘말린 아버지의 객사, 두 아이의 죽음 등 신산한 삶을 견디다 스물여섯에 요절했다.

    ‘조선이라는 소천지(小天地)에서 여성으로 태어나 김성립의 아내가 된 것’을 평생의 불행으로 여겼다는 허난설헌의 삶과 문학 세계를 집중 조명한 소설이 출간돼 화제다. 지난 2월 제42회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당선작으로 뽑힌 류지용(42)의 ‘사라진 편지’다. 류씨는“방외인(方外人)의 삶에 늘 관심이 많았는데, 성리학이 지배하는 시대에 살면서 여성이라는 제약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허난설헌이야말로 진정한 방외인이 아닐까 싶었다. 그의 시를 읽으며 삶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4학년 된 두 아이의 어머니인 류씨 역시 여성이고, 주부다. 국문학 박사로 고려대에 출강중인 류씨는 “늘 바쁘게 사느라 글쓰기에 대해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뭔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어쩌면 허난설헌의 입을 빌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한 건지도 모른다”고 털어놓았다.



    1년여 간 공들여 집필한 작품으로 권위 있는 문학상을 수상한 그의 소감은 “정말 작가가 됐다고 생각하니 설레면서도 두렵다”는 것. 앞으로는 삶과 글의 일치를 위해 치열하게 살았던 조선시대 문사(文士)와 같은 작가가 되고 싶다고 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글, 진심이 묻어나는 글을 성실하게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그에게서 ‘문학 신인’다운 열정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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